우리의 DNA 속에는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고독이 내재되어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짚시의 피 같이 유랑과 방랑의 염색체가 푸르게 살아 있는 게 아닐까
자연을 동경하고 자연 속에 묻혀서 자연과 하나로 호흡하다 자연으로 귀의하고 싶은...
그래서 가끔은 어디론가 한없이 떠나고 싶은 격정에 휘청거리기도 하고....
물질 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감성은 자츰 쇠퇴해져 가고 굳어져
그저 황금을 쫒는 도시의 나그네가 되어가지만 허지만 우리의 본성은
가끔 몸살을 앓는 것처럼 휘청거리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원시적인 향수에 젖고 싶은 것을..
인간은 숙명적으로 안고있는 의식주에만 연연하면서...들숨과 날숨으로만 살아가는 게 아냐
영혼의 울림을 따라가고 싶은 강열한 고독에 대한 의지..
그 난제를 풀어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몸부림 하며 자신을 성숙시키는 게 아닐까.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 내공이 쌓여 자신의 시간을 컨츄럴 할 때 쯤 되지 않았나?
스스로 뭘 하면서 살고 어떻해야 보람있게 사는 방법인지 ?
살다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위하여 놓치지 말아야 할 변화들이 있지
그 중 하나가 계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계절 속에 물들어 가는 자세도 배워봄이....?
봄이면 봄바람에 꽃들에게 혼절하리만큼 넋도 빼았겨 보고
여름이면 푸르고 뜨거운 열정에 몸살처럼 앓아보고...
가을이면 깊고 깊은 사색에 젖은 채 만남과 떠남의 철학에 고뇌도 해 보고..
겨울이면 하얀 눈의 순정과 설원을 타고 넘어오는 샤머니즘의 주술(呪術)을 외워보고도 싶은...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
어느 날 그냥 훌쩍 떠나는 거야
푸른 바다와 하늘만이 둘러싼 고립된 곳에서 계절을 한번 안아 보는 거지
자연이 주는 그 향기와 신선하고 상큼한 내음에 몽롱해지면
자꾸만 서글퍼지는 인생도 잠시나마 아름다워지는 거 아니겠어?
동행이 없으면 어때?
어느 낮선 곳에서 느끼는 고독도 감미롭지 않을까?
빈 마음에 설레임 그리고 호기심 하나 정도 넣어가면 족하지 않을까?
내가 장악한 약간의 시간과 자유, 어쩌면 비상구 같은 문 하나..
그 공지에서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순정적인 감미로운 공상,
끝없이 피어나고 흩어지는 상념들, 그리고 추억들이 있는데?
진실로 자기 자신과 가까워 지면서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가슴에다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비고란과 여백 하나 만드는 거야
그 어떤 것도 수용할 수 있는 무채색의 하얀 여백 하나와 비고란이 필요할지도 모르지
또 어떠랴
내가 떠나는 길도 내가 선택한 아름다운 길이고
첩첩인 키 큰 산들도 굽이쳐 흐르는 강도 저 드넓은 평야나 바다도 자연이 주는 위대한 축복인 것을....
그저 그렇게 팔팔 뛰는 심장을 굳건하게 해 주는 생명력이 있거늘....
이 세상 어디를 가나 다 집이고 쉼터인 것을....
여행을 떠나라
여장도 없이.. 고별도 없이... 어디라도 어디로라도...
오직 앞만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온 당신 떠나라…!
마음이 흐르고자 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뒤를 돌아다보지 말고....
당신의 발길이 닿는 곳에 당신이 찾고자 하는 해답이 있을지도 모르지
돈이 없다고?
시간이 없다고?
여행은 가슴으로 마음으로 하는 거다.
돈이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돈이 있어도 떠나지 못한다
시간이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떠나지 못한다
인생 뭐 별거 있답디까?
우리는 인생이란 무대 위에 서 있는 히로인,
후회없이 모노드라마라도 연출해 보는 거야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고 추고 싶은 춤을 추는 게지
연출이 좀 서툴면 어때 ?
대사가 좀 엉망이면 어때 ?
제 흥에 겨우면 다 그게 즐거운 것이지 않을까
하고 싶은 거 좀 하면서
기회가 닿으면 막춤이라도 출 수 있을 때 추는 거야 .
막상 더 늙어져서 그야말로 황혼이 되어버리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무너진 채 속절없이 보낸 시간만을 안타까워하지 않을까
얼레지란 꽃이 있다던가?
보랏빛 얼레지는 처음 수줍어 고개 숙이고 있다가 빤히 얼굴을 들어 올린다지?
그것이 처음엔 부끄러워하다가 치마폭을 들어올리는 여인을 닮았다고 해서
꽃말이 "바람난 여인"이라더군
이런 젠장!
바람을 일으키는 사내나 치마폭을 들어올리는 여인이나 코드가 맞고 필이 통해야 가능한 것,
감정이나 감성이 익을대로 익으면 神께서 하사한 은총을 어찌 거부만 할 것인가
인연이 되어 만나지고 사랑할 수 있다면 까이 꺼... 죽음인들 어디 두렵겠는가....
혹시 모르지...
자꾸만 깊게 여울져 가는 이 가을...
코스모스나 국화꽃에 시선을 두다가 푸르고 푸른 가을 하늘의 깊은 혜원 속에 시선을 두는 자...
막차도 떠난 어느 간이역에서 홀로 덩그러이 남아 서성이는 자...
낙엽이 있는 오속길에서 혹은 서걱이는 갈대 숲에서 님의 침묵이라도 읊조리는 자...
그 들은 바람이 난 것이 아니라 영혼이 가난한 자....
그 들은 진정으로 가을을 알고 낙엽을 알고 詩를 아는 자들이라면
기꺼이 악수를 청하고 함께여서 여행을 떠나면 움켜쥔 티켓 두 장이 가슴 벅찬 행복이되리라....
하수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