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사조 21가을
남해각의 추억
백 상 봉
남해, 하동 마주보는 한려수도 뱃길 머리
충무공의 한이 서린 노량해전 전적지에
동양 최초, 동양 최대 허궁다리 세워 놓고
금문교를 닮았다고 자랑하던 남해대교.
교탑높이 60미터, 다리길이 660미터
68년 5월부터 기초 공사 시작하여
73년 6월 22일 준공식을 하였었다.
역사의 현장에는 대통령도 참석하여
군민들과 하나 되어 그날을 경축하고
다리를 건너려는 사람들이 넘쳐나서
흔들리는 난간잡고 바다를 내려 보며
평생소원 이뤘다고 너나없이 기뻐했다.
여수에서 출발하여 부산가는 정기 객선
금양, 천신, 경복호가 경유하던 선착장은
물 때 따라 높이 달라 전마선을 타고가고
한때는 엔젤호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속도를 자랑하던 시절도 있었었고
나룻배에 자동차를 실어가고 실어올 때
그마저 해가지면 운행을 중지하여
발 동동 구르면서 애태운 적 있었었지.
주마등같은 세월 가는 줄도 몰랐는데
50년이 지나가니 다리도 늙었다고
밤낮없이 하던 일을 새 다리에 넘겨주고
최고最古의 현수교로 손님 맞게 되었구나.
3년 후에 지어진 남해각 휴게소는
신혼부부, 단체관광 찾아오는 명소되어
걸어서 건너가면 장수 한다 소문나서
계절에 상관없이 문전성시 이루었고
웬만한 남해 사람 한번쯤은 들리던 곳
지하는 나이트로 밴드가 상주하고
1층은 식당으로 2층은 여관으로
번창하던 시절에는 방 잡기도 어려웠고
카메라 맨 열댓 명이 사진 찍기 바빴는데
줄을 서던 관광버스 어디로 다 갔는지
한산한 주차장에 벚꽃 잎만 흩날린다.
섬에서 육지로 걸어서 나가다니
평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며
우리들 어미 아비 꿈속에도 건넌 다리
객지에 나갔다가 버스 타고 들어 올 때
멀리서 다가오는 빨간 교탑 보이 며는
다 왔다는 안도감에 품안인 듯 편안하고
코끝에 갯냄새가 한솔기로 지나가면
뿌듯한 마음으로 지는 해도 반가웠지.
다리의 상징이던 빨간색이 녹이 슬어
회색으로 갈아입고 7년을 버티다가
군민들의 청원으로 제 색깔을 다시 찾아
오늘도 그 자리에 보란 듯이 서서 있다.
오고 가든 사람들이 바라보고 섰던 자리
남해각도 그 자리를 지키면서 기다리니
우리도 다시 만나서 회포 한번 풀어보자.
지팡이
백 상 봉
아침에는 네 발로 기어서 다니다가
낮에는 두 발로 저녁에는 세 발로
살아가는 짐승을 무엇이라 이르느냐.
스무고개 넘다보니 한 몸처럼 가까워져
걸을 때나 서있을 때 믿을 것은 너 뿐이다.
모양은 천차만별 이름도 가지각색
권위의 상징이요 치유의 명품이며
가는 길 알려주고 위태함을 막아서며
운무를 희롱하고 바닷물을 갈라 치니
세상에 의지할 게 너 밖에는 없겠구나.
멋쟁이 신사들이 들고다닌 개화장開化杖은
무대에서 폼을 잡고 나들이에 멋 더하고,
방랑시인 김삿갓은 죽장竹杖을 벗을 삼아
동가식 서가숙 길 외롭지 않았다네.
설법하는 스님들이 내려치는 주장자拄杖子는
불법을 전달하는 깨달음의 상징이요,
좌선하는 스님들의 자세 잡는 법장이라
산신령도 짚고 싶어 욕심내는 물건이며,
스님들 길나장이 고리달린 육환장六環杖은
짚을 때 흔들리는 고리들이 내는 소리
짤랑짤랑 비키라고 가는 길을 알려주어
미물들이 알고 피해 살생을 방지하고
짐승들과 마주칠 때 호신으로 사용한다.
이 지팡이 저 지팡이 수 없이 많지마는
제 몸을 아낌없이 남을 위해 봉사하며
풍진세상 힘에 겨워 어렵게 사는 이들
버팀목이 되어지고 가는 길을 알려주는
민중의 지팡이가 최고의 지팡이다.
초상나면 복을 입고 상장喪杖 짚고 곡을 하고
앞 못 보는 맹인들은 흰 지팡이 의지하며
다리가 부러지면 쌍지팡이 짚지마는
나이 많은 노인들이 짚고 싶은 지팡이는
통일신라 장수노인 왕이 내린 하사품 중
지금까지 이어저서 대통령이 보내주며
건강하게 장수하라 기원하는 청려장靑藜杖.
오륙십엔 가장, 향장, 칠팔십엔 국장, 조장,
벼슬아치 무리 속에 청려장 짚은 문객
한명만 서있어도 고상한 멋 더해지고,
장사꾼 속에서는 벼슬아치 한명 가면
속된 기운 더해진다 옛사람들 말했었다.
병자호란 김상용은 지팡이를 바라보며
엎어질 때 잡아주고 위태할 때 붙잡으니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나 도울 이가 누구인가
너에게 의지하니 나 버리지 말라하고,
다리에 힘 풀려서 지팡이에 의지해도
흰 구름 속 산 그리워 하염없이 바라볼 땐
걸을 수만 있다면 가고 싶은 마음인데
이제는 너 고생도 시킬 수가 없게 되니
뜰 가에 꽂아두고서 싹이라도 틔우련다.
백 상봉(白 相奉)
한국문인 협회, 한국pen, 강서문인 협회, 시조문학회, 민조시인 협회.
저서 ; 마음은 콩밭, 어럴럴 상사도야, 구룸산 곶고리강, 화전유사..
주소 ; 서울시 강서구 강서로 266 우장산 아이파크 135동 2003호
첫댓글 다녀갑니다
무더위속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시인님
더위에 건강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