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크라운이 아이돌 가수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얘기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아이돌 가수의 팬덤이 생기기까지 대중과 아이돌 스타사이에서는 주관적인 감성들이 공존하고 형성되는데, 그것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여학생이 클릭비 팬이다. 다른 친구가 와서 “너 클릭비가 왜 좋아?” 라고 묻는다. “멋있잖아, 하는 짓도 귀엽고, 음악도 신나지 않니?” 라고 그 친구는 스타의 매력을 설명한다. 하지만 그렇게 가수가 가진 스타성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언급한다고 해도 결국 다른 친구가 “야, 그게 뭐가 멋있냐 재수없지” 라고 말해버리면 더 이상 논의는 나아가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오고 만다. 매력은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주관적인 감상을 객관화하여 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필자가 지난번에 ‘에쵸티, 젝스키스, 신화의 2 라운드 게임’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을 써놓고 일주일간 메일함을 못 열어 볼 만큼, 아이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늘 어렵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트리플크라운이 아이돌에 대한 화두를 내어 놓는 이유는, 한국에서 아이돌 문화에 대한 텍스트를 누구도 제대로 언급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얼굴 믿고 설치는 가수들” 이라고 단언해버리고 그들의 음악과 주변 환경, 시스템에 대해서 아무도 제대로 평가하고 이야기 하려하지 않는다. 수 없이 많은 지면을 통해 아이돌 가수들의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거기엔 항상 그들의 가쉽 거리만 있을 뿐 그들을 통한 진중한 시각과 이야기는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러다가 한 여학생이 10대 가수를 좋아하다 사고라도 나면 ‘쯧쯧… 그럼 그렇지…’ 라고 아이돌 가수들의 문화를 네거티브하게 비판하고 진단하려고만 한다. 언제 한번 제대로 그들의 음악, 시스템에 대해 연구해 보지도 않고서 말이다. 지금 내가, 그리고 우리 트리플크라운이 쓰는 글이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애정을 갖고 이야기하고 있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무 한 마디 한 마디에 날카로와지지 말고 전체적인 시각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잘 보이려는 애교 였고(-_-;;;), 이야기는 이제 시작한다.
90년대 중, 후반을 주름잡던 본격적인 아이돌 1세대 그룹들이 거의 해체를 하고 2 라운드 게임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지난번에 했었다. 이전 글에서 굉장히 표면적인 평가만 했던 본인의 글을 스스로도 반성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전까지의 활동은 회사가 하라는 대로 이끌려왔던 것이지만 지금부터는 각자 스스로가 그동안 쌓아온 만큼을 보여줄 시기이고, 회사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성공을 좌우할 시기이다’ 라는 게 그 때 필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핵심이다.
지금 언급하려는 것은 그것의 연장선상의 이야기이다. 한국 아이돌 가수 문화의 1세대라고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정확하게 ‘아이돌-언타이틀-H.O.T-젝스키스’ 일 것이다. 그룹 아이돌과 언타이틀을 지금 언급하는 것이 H.O.T나 젝스키스 같은 거대 팬덤을 이끈 아이돌 문화와 별개의 선을 긋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시기상의 기준으로는 일단 그러하다. 그리고 2000년에 들어와 H.O.T와 젝스키스는 해체를 단행했고 지금은 각자 솔로의 모습으로 활동의 첫 발을 내딛은 상태다.
중요한 것은 아이돌 가수 1세대들의 활동이 어떻게 이어지느냐가 그 이후의 아이돌 문화를 지배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껏 한국에서 아이돌 가수 문화가 상업적으로나, 시장성면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이돌 가수들의 ‘성장’ 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10대에서 시작한 아이돌 가수들은 그 나이가 지나면 ‘끝’이라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정의 한계를 지녀야만 했다. 10대 아이돌 그룹에서 시작한 팀이 20대 후반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일단 한국 남성들에겐 군대라는 일단의 걸림돌이 있는 상태에서는 더욱이 ‘청소년’과 ‘성인’과의 일단락되는 지점이 있는 셈이니 그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 이후 솔로로 전향을 하면서도 그 연속성이 쓰여지지 않았던 것이 그동안의 아이돌 문화이다.
기억을 거슬러가서 한국 아이돌 가수의 0세대를 기억해보자. 80년대 말 90년대 초까지 한국의 아이돌 문화는 로우틴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고, 기껏해야 하이틴, 그리고 대학생 문화에서 시작되었었다. 소방차, 박남정을 비롯하여 넓게 보자면 야차, 김민우, 조정현 등 ‘젊음의 행진’을 장식했던 가수들이 한국의 아이돌 문화의 진원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성장하여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기껏해야 소방차의 김태형이 뮤직팩토리의 CEO를 하고 있는 것 정도가 성공한 사례라고 해야 할까? 그들의 음악적 연속성은 소멸에 가까웠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이 ‘아이돌 가수의 성장한 문화’를 이끌어주었다면 지금 얘기는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 거의가 ‘반짝’이라고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그것은 H.O.T나 젝스키스가 해체될 때 이유 모를 불안함의 근원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기억에 아이돌 그룹이 해체하면 정말 그것은 ‘The end’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이 아닌 완전한 끝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 전에 아이돌 가수가 해체하여 성공적인 미래상을 그려 보여주었다면 어쩌면 H.O.T나 젝스키스의 해체, 그 이후에 그들이 자신의 미래를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교본도 없는 1세대가 되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몇 명의 가수는 계속 똑 같은 기획사의 도움으로 성인 가수로의 발돋움, 혹은 기존 아이돌 그룹에서의 이미지 연장을 하기 위한 노력을 했고 또 몇 명의 가수는 아예 새로운 기획사에서 자신이 모든 마스터 플랜을 짜야 했으며, 또 다른 가수들은 아무도 없이 혼자서 준비를 해야 하기도 했다. 모든 가수들이 예전에 보여주었던 대로 척척 잘 할 순 없겠고, 또 상황도 다 다르겠지만 일단 그들은 예전에 0세대 가수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미래를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서 지금 그룹을 해체한 뒤 1년 2년 사이에 거의 전부가 얼굴을 드러내었다.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안 맺고는 이제 개인의 능력인 셈이지만 그들은 아이돌 문화의 ‘그 이후 이야기’를 쓰는 첫번째 주인공이 된 셈이다.
그 전에 한국 아이돌의 0세대 주역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5인조 그룹 잼의 경우, 잼2라는 그룹과 가이즈, 코코로 분산되어 데뷔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아무런 미래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1세대 아이돌 가수들의 미래는 조금 더 긍정적일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미래를 보여주고, 그려가느냐에 따라 이후 세대 아이돌 가수들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언제나 다음이 없고 순간 뿐이었던 아이돌 가수 문화에 그들이 새로운 미래라는 연결 고리를 지금 만들고 있는 셈이다. 또한 그들이 그렇게 문화에 새로운 저변을 확대시킬 때에 언론이나 매체에서 아이돌 문화를 또 다르게 다루게 될 것이다. 이 중요한 상황을 그들이 멋지게 헤쳐나가 한국 아이돌 문화를 풍요롭게 성장시켜 주길 바란다.
다음에 언젠가 언급하게 되겠지만 한류 열풍. 그 실속은 지금 영화배우, 탤런트들이 TV 드라마 판권을 수출하고, 현지 CF 계약을 따내면서 다 차리고 있지만 ‘流’라는 유행을 만들게 된 것은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었음은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다(가수들이 실속을 차리지 못하는 이유는 음반을 팔아야 돈을 버는데,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음반 시장이 불법천하이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서는 ‘노래도 못하는 립싱커들’이라며 온갖 수모를 겪었지만 그들은 아시아를 주도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그들이 아시아를 주도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로서의 가능성. 그것이 가능성에서 그치지 않고 20대를 지나면서 확실히 아시아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커 나아가길 바란다. 그렇기 위해선 그들이 지금 하나하나 밟아 쌓아가는 지금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PS.
올해 SM 엔터테인먼트 내에 S.E.S의 계약 기간이 만료한다. 여성 가수들은 또 남자 가수와는 달라서 똑 같은 기준과 시각으로 그들의 미래를 그릴 순 없을 것이다. 여자 아이돌 가수들은 남자보다 더욱 ‘나이’라는 것에 큰 비중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장점이었던 나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추고 싶은 비밀이 될 것이다. 또 자연스럽게 그 나이라는 구역 안에서 선택해야 할 방향은 더 협소한 길이 될 것이다. 여성 아이돌 가수들의 미래 얘기는 다음에 기회를 마련하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