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와인은 프랑스 고급 와인 뺨친다”인터뷰 서울 온 하라스 드 피르케의 마테 사장, 말똥 활용해 친환경 제품 생산
지난 6월 중순 칠레 와인업체 하라스 드 피르케의 에두아르도 B 마테 사장이 한국을 찾았다. 이 회사가 만든 와인들은 에쿠스·캐릭터·엘레강스 등 기억하기 쉬운 이름,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 말 그림이 새겨진 독특한 라벨로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엔 칠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가이드북 ‘데스콜차도스(Descorchados)’가 이 회사의 ‘엘레강스 카베르네 소비뇽’을 ‘올해 칠레 최고의 레드 와인’으로 선정했다. ‘엘레강스’는 알마비바, 클로 알파타, 돈 멜초 등 기라성 같은 칠레 명품와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남미 와인 업계조차 깜짝 놀라게 했다.
방한한 마테 사장은 와인에 대한 열정과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35세의 젊은 CEO다. 그에게 엘레강스의 성공 비결과 함께 칠레 와인의 현주소를 물었다.
어떻게 칠레 최고의 와인으로 꼽혔나.“‘데스콜차도스’에선 전문가들이 매년 1000개 가까운 칠레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해 최고의 와인을 꼽는다. 올해 출품된 700개 정도의 레드 와인 중에서 우리의 ‘엘레강스 2004년산’과 ‘알마비바 2004년산’이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이 두 와인을 놓고 다시 공개 테이스팅을 진행했는데 엘레강스가 뽑혔다. 프랑스 와인업체와 칠레 와인업체가 합작해 만드는 알마비바가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이라면 엘레강스는 칠레 고유 특성을 잘 표현한 와인이다. 칠레도 이젠 독자적으로 최고급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단계에 왔고, 심사위원들이 이를 주목한 것 같다.”(알마비바는 프랑스 보르도의 최고급 와인 샤토 무통 로쉴드를 생산하는 바론 필립 드 로쉴드가 칠레 현지 와인업체인 콘차이 토로와 손잡고 생산한 명품 와인이다. 출시되자마자 세계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칠레 와인을 세상에 알린 아이콘으로 불린다.)
와인 라벨에 말 그림이 매우 인상적이다.“회사 이름인 하라스 드 피르케는 ‘피르케의 종마장’이란 뜻이다. 우리는 칠레의 와인 산지 마이포 밸리의 피르케라는 곳에서 포도와 경주마를 함께 키운다. 칠레의 3대 종마장으로 손꼽힐 정도로 질 좋은 경주마를 생산한다. 그래서 포도를 키울 때도 이 점을 활용한다. 인공비료 대신 종마장에서 나온 말똥을 활용해 친환경 와인을 만든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라벨에 말 그림을 넣었다.”(이 회사의 중저가 와인 에쿠스의 경우 다빈치의 말 스케치를 라벨에 넣었고, 고급 와인 엘레강스는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드가의 ‘기수’ 작품을 라벨에 썼다. 실제 명품 업계엔 ‘말과 관련된 가문이거나 브랜드 로고에 말을 사용하는 명품은 뜬다’는 속설이 있다. 버버리나 랄프로렌, 마굿간에서 역사가 시작된 에르메스 등이 대표적이다.)
와인을 생산한 지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많은 일을 이뤘다.“와인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고급 와인 생산에 주력한 덕분이다. 칠레에서 최고의 포도밭을 사들여 최고의 포도나무를 심고 중력을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갖췄다. 생산 공정도 모두 수작업을 고집했다.”(하라스는 와인을 생산한 지 2년 만에 700년이 넘는 역사의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로부터 와인을 같이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렇게 탄생한 와인 알비스(Albis)는 출시되자마자 와인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로부터 91점을 받으며 고급 와인 반열에 올랐다.)
최근 지구온난화 때문에 프랑스나 호주 와인업계가 울상이다. 칠레엔 영향이 없나?“칠레는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다. 사막부터 빙하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후가 존재하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면 밑으로 내려가 포도를 재배하면 된다.(웃음)”(칠레는 전 세계 와인 산지 중 최고의 재배환경을 자랑한다. 태평양과 안데스 산맥에 둘러싸여 병충해가 넘어오지 못하고, 큰 일교차와 적당한 강수량은 포도 재배에 최적의 조건이다.)
최근 칠레 와인 업계는 어떤가.“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고급화다. 최근 아시아를 비롯해 소비자들의 입맛이 점점 고급화되면서 저가 와인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칠레는 과거 저가 와인을 대량생산하며 수익을 올렸지만 이미지가 그만큼 실추됐다. 그래서 저마다 품질을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고, 대중적인 와인과 별도로 최고급 아이콘 와인을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