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5주일 2023. 2. 5.
마태 5:13-20.
녹아짐과 비춤으로 완성을
예수님께서는 장차 당신 때문에 갖은 모략과 비난 그리고 박해를 받게 될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빛”이라고 하십니다.
먼저 소금의 의미를 다시 성찰해봅니다.
소금은 음식이 상하지 않고 오랫동안 저장하는 데 쓰입니다.
이때 소금은 썩지 않음을 뜻합니다.
변하지 않는 영원한 하느님의 은총을 의미하고, 우리도 변하지 않고 지키며 살라는 뜻입니다.
소금은 물에서 만들어지지만, 불의 속성을 가지고도 있습니다.
소금이 땅을 만나면 그 땅이 불모지가 되는 재앙으로도 변할 수 있습니다.
음식의 맛을 살리기 위해 소금은 꼭 필요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넣지 않는 것만 못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양면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또 소금은 무엇을 정화시킨다는 의미도 지닙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 스스로가 소금이며,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이들이 변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그 이전에 스스로가 변질되지 않도록 항상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씀입니다.
다른 이들이 변하지 않도록 지켜 주지만 정작 본인은 녹아 없어지는 존재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소금이 되라 하신 것은,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라고 하신 것과 그러기 위해 스스로가 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소금은 녹아서 분명 형체는 없어질지 모르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맛을 잃는다.”라는 말의 원래 의미는 “어리석게 된다.”라는 뜻입니다.
“어리석다”라고 표현할 때는 실천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지금 내가 한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마태 7:26)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게으른 사람입니다. 말씀을 듣되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고 머리로만 들었으니 가슴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며, 당연히 발이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소금의 삶이 자신을 성찰하며 올바로 서기 위한 내면으로의 묵상이라면, 빛의 삶은 좀 더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삶의 자세에 관한 의미로 묵상을 하게 됩니다.
소금이 짠맛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이 없듯이, 등불을 켜놓고는 빛이 보이지 않게 덮어두는 일 또한 어리석음입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나태함 또한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십니다.
자신의 내면 성찰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겉으로 드러나는 행실 또한 성숙해지기 마련입니다.
예수님께서 착한 행실이라 하셨던 바로 그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 빛이 되라고 하심은 우리 각자 지닌 아픔과 고통의 어둠을 지닌 채, 주님 앞에 간절히 엎드리어 아뢰고,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할 일을 찾아 함께 하는 실천 가운데 빛의 삶을 희망하게 될 것입니다.
소금의 역할과 빛의 삶을 산다는 것이 그렇게 거창한 일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일상 가운데 아주 적은 것이라도 비워내며. 주님께서 가르치신 가르침을 잊지 않고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 당시 율법은 소금과 빛의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짠맛을 잃어버렸고 녹지 않는 소금처럼 자신들의 지위만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소금의 존재 이유는 자신을 스스로 녹여 다른 이들이 설 수 있도록 하는 섬김이고 비움이지만,
유대교는 율법의 이런 정신을 완벽하게 뒤바꿔서 사용했습니다.
빛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 안에 태울 것은 태워 버리는 희생을 거부하고,
스스로 드러나는 빛으로 존재하기만을 바랬습니다.
율법의 본질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시니, 우리도 그분의 약속을 믿고 가르쳐주신 대로 실천하며 살겠다는 다짐이고 약속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율법의 본질을 완성하기 위해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사랑을 옷 입듯이 입고 살도록 본래 의미를 회복시키시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제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더욱 다잡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사람들이 소금과 빛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행실로 이를 보이지 않거나 혹은 하지 못하는 것 또한 어리석음이고 죄라고 단언하십니다.
우리 역시 지금 여기 나의 삶의 자리에서 소금과 빛의 행실이 무엇인지 살피며 성찰합니다.
거창하고 큰 희생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제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마음을 모아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한사람이 열의 일을 하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하나씩 일을 하는 곳이 교회공동체입니다.
함께 나누어 헌신하도록 세워졌고, 그렇게 버티고 유지되었으며 그렇게 성장해왔습니다.
이런 전통이 흔들리고 무너지기 시작하니 바로 위기의 길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모두가 소금과 빛의 삶을 마음에 품고 한 걸음씩 함께 걸음을 할 때, 세상 사람들의 우리들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느님을 떠올리며 동참할 것입니다.
항상 깨어 기도하며 지혜를 구하고 분별력을 구하는 사람은 그 시기와 때를 알게 됩니다.
그때 녹아질 용기와 무엇을 태워 없앰으로 빛을 비출 지혜의 분별이 생길 것입니다.
녹아짐으로 비춤으로 진정한 완성으로 가는 가장 복된 길을 걷고 있음을 기억하고 감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