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최고급 호텔들 잇따라 메뉴 채택… 종주국으로 요리법 전수받으러 오기도
최근 해외에서 한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홍콩 최고급 호텔 '샹그릴라 홍콩호텔'의 요리사 10명이 단체로 한국을 찾았다. 요리계의 '절대 고수급'인 이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김치·불고기·잡채·삼계탕 같은 정통 한식 조리법을 종주국에서 전수받기 위해서였다.
한식을 식당 메뉴로 채택하는 외국의 특급 호텔도 늘어나고 있다. 홍콩 5성급 호텔 하버그랜드호텔이 갈비찜·김칫국 등 한식 메뉴를 도입했고, 18개국 74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계 호텔 체인 샹그릴라 아일랜드 홍콩도 6월부터 한식을 선보이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박종서 수출이사는 "특급 호텔 식당 메뉴는 해당 호텔의 이미지나 고객 만족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선정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면서 "홍콩뿐 아니라 싱가포르·중국 등의 특급 호텔에서도 지속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호텔 셰프를 대상으로 한식 강좌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 ▲ 한동안 특급 호텔에서 냉대를 받았던 한식당이 최근 웰빙 바람과 동남아 및 유럽 등 세계 각지에 퍼지고 있는 음식 한류(韓流)의 영향으로 제 위상을 찾아가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는 특급 호텔 한식당 가운데 ‘맏형’으로 꼽힌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정통 한식의 맛과 고급스러움을 전파하는 한식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롯데호텔 무궁화 별실 다솜. / 롯데호텔 제공
하지만 정작 국내 호텔업계에선 한식당이 한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셰프의 정성과 손이 많이 가는 한식은 양식·일식 등에 비해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
1999년 밀레니엄서울힐튼의 한식당 '수라'를 시작으로 2005년 신라호텔의 '서라벌', 웨스틴조선호텔의 '셔블' 등이 줄줄이 간판을 내렸다. 현재 서울의 특1급 호텔 20곳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롯데호텔·워커힐·르네상스·메이필드 등 4곳밖에 없다. 반면 양식당·중식당·일식당은 거의 모든 특1급 호텔이 운영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최근엔 한식이 조금씩 제 위상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열린 G20 서울 정상회의에선 세계 각국 정상이 메뉴로 나온 삼색전과 너비아니·구절판 등을 맛보고 박수갈채를 보냈고, 유자화채와 매실주의 맛에 매료됐다. 터키 대통령 가족은 성게알찜과 송이면, 한우 등심구이를 맛본 뒤 "한국 요리가 이렇게 다양하고 맛있는 줄 몰랐다. 정말 새롭고 세계적인 요리"라고 감탄했다. 스스로를 '비빔밥 마니아'라고 말하는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유튜브에 비빔밥을 먹는 동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에 한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데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 한식을 알리고, 한식의 긍지를 지켜온 롯데호텔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는 1979년 롯데호텔 개관과 동시에 오픈해 현재 서른 살이 넘는 특급호텔 한식당계의 맏형이다. 한때 수익성 악화로 폐점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50억원을 투자해 1년간 리뉴얼 작업을 거쳐 지난해 11월 3일 최고층인 38층으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무궁화가 자랑하는 메뉴는 현대식 한식 코스다. 1900년 조선 말기 음식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와 1942년 발간된 '우리음식' 등 옛 문헌을 참조해 만든 반가 음식(양반들이 먹던 음식)을 기반으로 했다. 식전 먹거리·찬전식·응이(죽류)·생선요리·구이요리·후식 등 각각의 코스를 소반차림(3~5가지 음식을 큰 접시 한 개에 각각 담아 모아놓은 상태)으로 제공한다.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 젤리 위에 얹은 전복요리, 향기가 절정에 이른 늦가을 자연송이를 가늘게 썰어 닭고기와 야채를 우려낸 국물에 깔끔하게 담아낸 콘소메(맑은 수프), 마늘과 김치를 넣은 쇠고기말이를 서양 핑거푸드(finger food·손으로 집어먹는 음식)처럼 만든 음식 등 제철 식품의 신선함과 장인의 숨결이 밴 고급 한식이 '무궁화'의 자랑거리다.
다음 달 3일 리뉴얼 오픈 1주년을 맞는 무궁화는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도 매달 전국 각지에서 공수한 제철 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코스 메뉴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고,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직접 만드는 장류와 전통주 등 각종 특산물 생산업체와 단체협약을 맺어 한국 고유의 맛과 전통을 알리려 한다. 롯데호텔 좌상봉 대표이사는 "롯데호텔이 최근 세계적인 여행·관광 전문 잡지에 '서울 최고 호텔'로 잇따라 선정됐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호텔로서 한식의 표본을 만들어나가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