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엽, 소영과 수다
아침에 영화관에 가는 길에 8반 성엽이와 12반 소영이를 만났다. 먼저 성엽이를 만났는데 어제 롯데월드에서 같은 반 진희가 회전 컵을 타다 어지럽다고 하여 같이 움직이던 아이들 모두가 (놀 시간이 아까웠을 텐데도) 의무실에 한 시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에서 그 친구들의 착한 심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회전 컵이 사람을 쇠약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나는 무서운 것, 특히 360도로 공중에서 뒤집어지는 류는 못 타지만 회전 컵은 탈 수 있는데. 진희 레벨보다 내가 더 높은 걸로...(라고 결론 내리려 했는데 진희가 프렌치 레볼루션 탔다는 말에 서열 정리가 안 되네?) 그리고 의무실 선생님이 분명히 놀이 기구 타는 걸 자제하라고 했는데 의무실에서 나와 프렌치 레볼루션을 탔다고 한다. 역시 아이들은 말을 안 듣는다.
소영이는 1학년 때 수업을 같이 했던 학생이다. 그가 어제 아팠던 이야기 듣다가 라떼는 말이야로 이어짐. 요새 아이들은 말이야, 왜 이렇게 나약하고 비실거리냐, 왜 이렇게 질병 지각 조퇴가 많냐, 출석부가 엉망이다, 너희 반도 그렇지 않냐, 나 때는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거나 쓰러지지 않는 한 당연히 제때 학교에 나와서 제때 집에 가는 것이었다 등등... ㅋㅋ
소영이는 연약한 학생이므로 버스에 자리가 났을 때 나보고 앉으라는 걸 빨리 너가 앉으라고 난리를 쳐서 앉혔다.
p.s.
소영이의 성은 생각났는데 이름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소영이가 정보화 도우미였고(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3인 지금까지 주욱 정보화 도우미를 맡아서 리모콘만 보면 자동으로 손이 나간다고 한다), 열이 많아서 겨울에도 반팔 반바지 차림이라는 정보는 기억했는데... 일단 초성만 불러달라고 했고 그걸 듣고 이름을 떠올리는 데 성공해서 뿌듯했다. ㅎㅎ
2. 지수
5반 지수가 울상으로 말했다.
열심히 입고 왔는데(?) '할머니가 새벽 운동 나온 복장'이라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핑크색 톤에 바람막이 점퍼와 티, 반바지에 운동화였음. 그 와중에 아이들의 디테일한 연상력 왜 이리 웃기지... ㅋㅋㅋ 나는 빵 터지면 박수 치며 돌아다니는 습성이 있는데 메가박스 앞을 두 바퀴 돎... ㅋㅋㅋ
에휴... 최민준 학생이나 김민주 학생처럼 차분하고 조용하게 미소짓는 우아함을 닮고 싶었는데 그건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3. 바깥 활동
"나오는 건 좋은데 왜 이리 힘드니? 사람 많은 버스며 지하철 타는 건 쉽지 않다." 아까 버스에서 소영이한테 투덜투덜, 영화표 나누어줄 때 옆에 선 민주에게 또 투덜투덜... 교실에서 만나는 게 짱인가봐... 이러는데 아이들이 착해서(혹은 진심으로?) 나에게 맞장구 쳐주었다. ㅋㅋ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는 길은 좀 수고스러워도 바람 쐬는 건 좋아. 바깥에서 만나는 너희도 새롭고.
영화는 특정 욕이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었던 것 빼고는 재미있게 봤다. 많이 웃었다.
인상적 장면: 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던 마동석 씨.
인상적 대사: 너도 마씨냐?
p.s.
영화관에 들어가는데 서연이가 어제 롯데월드에서 윤지, 정은이와 찍은 인생네컷 사진을 주었다. 화장실 들렀다 오느라 손에 물기가 있어서 바지에 쓱쓱 닦고 고맙게 받았다. 집에 와서 '2023 이서연 이윤지 심정은'이라고 사진 뒷면에 메모 후 앨범에 넣었다. 넣는 김에 지난 스승의 날에 우리 6반 아이들이 준 포스트잇 편지도 다시 보고. 나중에 보면 많이 생각 나고 그립겠지. 만날 수 있는 내일을 그냥 보내지 말아야지.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보내야지.
4. 아름다움 복기: 삶의 태도
1) 부장님(수학 C 선생님)
늦게 온 아이들이 무려 세 명이나 있었다. 여기에 이름을 써 두어야지. 지현, 이안, 우형이다. 아오...
영화를 보러 가고 싶은데 이 아이들 기다리다 입장도 안 될 것 같아 걱정하는데 부장님께서 자신은 영화 안 보신다며 표를 대신 전달해주시겠다고 했다. ㅜㅜ 늘 주변을 배려하시는 모습. 아름다우신 우리 부장님. 참 감사했다. 덕분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2) 민준이
민준이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오늘 체험 후 훈련이 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그럼 다른 축구 선수 중에 평상복 입은 아이들도 있는데 그 아이들은 왜 그러냐니까 옷을 갈아입을 시간은 있다고 한다. 어제는 훈련이 없었다는데도 트레이닝복, 오늘은 훈련이라 트레이닝복. 한창 멋부릴 나이인데 오직 트레이닝복. 그가 트레이닝복 말고 다른 옷 입은 건 졸업 앨범 찍을 때 한번 봤다. 어제 오늘처럼 진로체험이라면 평상복 입어볼 수도 있으련만. 공부와 훈련에 그저 심플하게 매진하는, 저 수행자 같은 삶의 태도.
영화표를 주고 나서, 내가 까페에 그에 대한 찬양 글을 많이 올리고 있다, 늘 감동적이라고 말해주었더니 배시시 웃는다.
지력, 체력이 타고난 것이라면 노력이나 배려 같은 태도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서, 훈련 후 힘들 텐데도 학업에까지 성실하고 학급에서 맡은 일도 확실하게 해내는 그의 삶의 태도에 감동받는다. 나도 그처럼 살고 싶다. 자신의 일을 성실하고 담담하게 하나씩 해내기. 그런 삶의 태도가 막연한 이미지로서가 아니라 현실의 사람이 구체적으로 구현해 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배우기에 좋은 환경이다. 좀 더 스스로를 돌아보고 독려하게 된다.
그가 바라는 미래를 선생님 도우미 할 때 기록으로 본 적이 있다. 노력하는 학생에게는 꼭 그 미래가 실현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너가 바라는 미래가 이루어질 거야.
5. 퇴근 후 까페
영화 끝나고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한강 뷰 까페에 왔다. 뷰 굿, 커피 굿, 스콘과 잼 굿굿!
냠냠 이거지 이거.
아후... 어제 먹은 스콘과 잼은 댈 게 아니네.
그러고 보면 다양하게 경험을 해 봐야 알게 된다. 이 시점에서 극심플하게 수도승처럼 생활 중인 민준이가 생각나고... 아 우리 민준이도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해보아야 할 텐데. 민준이를 포함해서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가까운 미래에 꼭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첫댓글 민준이는 저도 궁금합니다^^~유담이도 좋은친구라고 칭찬많이 합니다!~ 민준이의 멋진 인생을 늘 응원하겠습니다!~ 유담맘올림
유담이가 민준이 칭찬을 하였군요.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유담이의 미래도 늘 응원합니다! :)♡
@국어 선생님 예쁘게 봐주셔셔 감사합니다~늘 진로진학에 대한 고민이 많으나 제가 보기엔 반으로 줄이고 다른거 열심히 했으면좋겠습니다!~ 좋은주말되십시오
@오유담맘 ㅎㅎ 유담이와 같지는 않은 시각을 가지고 계셔서 유담이가 너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담 어머니께서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