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나래 이 의순
참으로
추워 추워
스웨타 여며
겨울 추위 견딘
소녀 적
그 겨울에
옷 소매 반질
코 흘리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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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식당의 겨울 12.
반월 공단
벌판에 지은
베니야 판자집
함바식당의 겨울
고단한 하루
잠자리에 누우면
식당에서 탁탁
터지던 음료수 병 소리
마음도 찢어졌지
내 인생의 긴 겨울
참 고생스런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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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떨어지던날 13.
시야도
희미했던
창동역 골목
펄펄 눈 내렸지
버스 기다리는
을씨년스런 풍경
저기
그가 데리러
눈 사이로 달려온다
낡은 용달 자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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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에 눕다 14.
무릎 수술 후
지팡이 짚고
살살 슈퍼 가던길
픽 쓰러져
눈 수북한 거리에 눕다
하늘에서 내리는
무수한 눈발
온 세상이 진 회색
하늘이 사라졌다
빵빵 경찰도
달려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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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가는길 15.
맨발로 눈길위를
걷던 소녀의 발자욱 마다
붉은 장미 한송이 씩 피어
고왔다
새벽 종 치던
소녀의 작은 키는
긴 종 줄에 매달려
댕그랑 댕그랑
십여리 되는 곳에서도
새벽미사 오던 교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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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16.
그애와
과천 어느 숲에서
맘 상한 이야기
들어 주던 순간
부는 바람결에 나무
삭정이 뚝뚝
떨어지던 늦가을
그때 처음
나무가 제 부실한 몸도
버리며 비우는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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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16.
할머니 방안에
숮불 담은 화로
쇠 석쇄 엊어놓고
긴 가래떡 반으로 썰어
들기름과 간장 넣어
은은하게 조리하면
맛난 떡볶이가 최고였지
할머니 친구들도
잘 드시며 칭찬했던
그 겨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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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17.
기와 지붕 끝으로
눈 녹아 달린 고드름
햇살 반짝이는
양지에 앉아
동생의 입안으로
우두둑 깨물어 먹던
단백한 그 맛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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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는 18.
유치원에서 오는길에
할머니!
눈이 보고 싶은데
왜 눈이 안와요?
할머니가
눈 오게 해줘!
할미를 전능자로
생각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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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 낳던 날 19.
섯달에 태어난 여식
이왕이면
눈처럼 하얀
두 볼은 발그래한 아기를
소원했다
별이 보이면
나온다던 아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나오니 칼질하고
피를 한 대야나 쏟고야
태어났다
여자임을 본 순간
어쩐다니
나처럼 너도 힘들게 아이
낳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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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하는 겨울 20.
딱히
좋아하는 시기는
아니지만
겨울이 주는 운치와 멋은
좋았다
추위는
견디기가 힘들고
집을 나서기가 꾀가 나게한다
인내를 단련시키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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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11~20.
나래이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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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10:2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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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겨울 한 계절로 열개의 시가 탄생하네요
하긴 무궁무진한 시의 샘에서 길어오르는
무한한 시를 생각하면 열개가 대수겠어요 마는 ㅎㅎㅎ
귀한 댓글 고마워요
예전에는 겨울이
정말 힘들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