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와 함께 빚는 일터
정리 강화영 / 자료제공 ㈜솔빛가구 / 도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우리나라는 2026년 65세 이상 인구가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앞으로 고령 인구의 증가, 저출산으로 경제 고령화에 이르게 될 미래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할 것인지 모색하고자 한다. 지난 호에서는 ㈜실버종합물류 탐방을 통해 가치와 이윤의 상생 가능성을 엿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고령 직원과 젊은 직원이 함께 가구를 만드는 ㈜솔빛가구를 소개한다.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에 있는 ㈜솔빛가구는 13명의 직원 중 12명이 모두 만 60세 이상이다. 2014년 9월 문을 열고 그해 12월에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솔빛가구는 모기업인 ㈜하나주방종합가구가 만드는 주방가구, 붙박이장, 슬라이드장 등의 도어(가구 등의 문짝) 공정을 전담하고 DIY* 제품 제작 및 판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DIY :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가정용품을 직접 조립, 제작할 수 있도록 한 반제작 상태의 상품
의지가 중요해
㈜하나주방종합가구는 밀려드는 제작 주문과 시공 의뢰로 골머리를 앓았다. 단순 공정만 덜어도 주문 일정을 맞출 텐데, 그 공정을 위해 인력을 보충하자니 인건비가 걸림돌이었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업계 대표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던 중 고령자 고용을 추천하는 사람이 있었다. 전문 인력 한 사람의 인건비로 여러 명을 고용하면 생산 속도도 빨라질 뿐 아니라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이에 하나주방종합가구를 모기업으로 하여 가구 생산 및 판매를 지원할 고령자친화기업을 만들기로 했다. 설립 초기에 고령자친화기업 지정 신청을 했으나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고령자가 가구 제작을 할 수 있겠냐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력이 없어도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었고 3번의 도전 끝에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지정받았다. 기존 하나주방 부지를 활용해 바로 옆에 ㈜솔빛가구를 설립하고 교차로와 지역 소식지 등에 고령근로자 모집 공고를 냈다. 현재 12명의 근로자가 하루 4시간씩 근무하며 월 60여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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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별로 일을 나누다
처음에는 가구 제작의 단순 공정이나 보조 업무를 진행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품의 도어 공정도 맡았다. 모기업이 주문받은 가구 및 제품의 전체 도면 설계와 몸체 제작을 맡고, 도어는 솔빛가구에서 만든다. 목재를 재단하는 작업은 젊은 근로자가 하고 마감재 작업, 경첩, 손잡이 결합 작업 등 정밀함이 필요한 일을 고령근로자에게 맡긴다. 제품 생산 과정이 개선되면서 재고량도 줄고, 더 효율적으로 작업이 진행되면서 전문성도 높아졌다. 섬세하고 꼼꼼한 작업이 점점 입소문을 타 하나주방의 제품뿐 아니라 도어 제작만 의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월 최대 4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작년 대비 주문량이 늘어 계속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
숙련공이 되다
입사 후 1주일간 이론으로 업무를 익힌 후 바로 현장에 투입한다. 현장에서 공정을 파악하고 직접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숙련된 근로자와 짝을 이뤄 훈련하고 한 달간 매주 1회 대표와의 면담을 통해 어떤 것이 힘들고 개선이 필요한지 의견을 듣는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반자동화된 공정이 많아 대부분 쉽게 적응한다. 많은 고령자친화기업이 단순 노동을 기반으로 사업체를 운영하여 근로자가 익힐 수 있는 기술이 없는 반면에, 솔빛가구에서는 가구 제작이라는 전문 기술을 배울 수 있어 퇴사 후에도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분야에 취업할 수 있다.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가구는 여러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작업 과정에서 생긴 오류를 신속히 처리하지 못하면 계속 공정이 더해지다가 마지막에야 불량품으로 판정 난다. 고령근로자의 경우 기억력 감퇴로 종종 부품을 빼놓거나 접착제 충전을 잊는 등 실수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불량품을 처리할 때 자괴감에 빠져 그만두겠다고 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괜찮다고 해도 무척 미안해한다. 4시간 근로에 60만 원은 한 달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치 않아서 관두거나, 6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늘려 급여를 올려도 힘이 부쳐서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면접 때 근로 소득이 잡히면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되니 4대 보험 가입을 제해줄 수 없겠냐고 묻는 직원도 있다. 일할 의지가 있어도 돌려보낼 수밖에 없으니 참 안타깝다. 솔빛가구는 앞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체계화해 오류를 줄이고, 사내 복지시스템을 구축해 근로자가 걱정 없이 일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연대가 중요하다
솔빛가구와 하나주방은 작업장은 다르지만, 점심시간이나 친목회에는 꼭 함께 한다. 1년에 한 번 족구나 볼링 등 체육대회를 열고, 생일을 챙기기도 한다. 고령근로자들은 직원들에게 귀감이 된다. 작업할 때는 젊은 근로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인생 선배로서 대인 관계나 사회생활의 처세를 알려주신다. 특히 제작 현장은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무척 중요한데, 근로자의 연륜이 현장에서 좋은 활력이 된다. 또한, 이 분야에서 근무하셨던 근로자의 경우 전체 공정을 금방 파악하고 조언을 해주시기도 한다. 신제품 구상 회의에도 참여해 의견을 나눈다.
함께 일구는 기업
도어 제작 외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DIY 사업이다. 현재 유행하는 셀프 인테리어 기류에 맞춰 DIY 초보자도 쉽게 집을 꾸밀 수 있도록 반제품 형태 즉 재단된 원자재와 부속품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일반 가정뿐 아니라 교회나 회사 사무실 등에서도 주문을 받아 제작, 판매하는데 완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고객이 직접 손쉽게 설치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설치 후 인증사진을 찍어 보내는 고객도 있다. 본격적으로 DIY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도어 제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투자할 계획이다. 1년에 2~3회 박람회 참여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기기도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솔빛가구’ 이름을 단 자체 제작 상품을 선보이며 더욱 경쟁력 있는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