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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이 어우러져 행복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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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글 보관함 스크랩 동행
사랑채 추천 0 조회 138 12.09.29 02:1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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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Ferien hof)

덴마크와 독일 농업연수기

연수기간 : 2012년 8월30일 ~ 9월6일

 

 

긴급한 전화벨이 울렸다. 여유만만한 지각생으로 타이완 앞바다에서 길을 잃고 배회하던 태풍 덴빈이 갑자기 속도를 내어 달려왔다. 마치 우리들의 발목을 잡으려는 듯했다.

 

“혹여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 기차로 갈아타고 인천공항으로 가야합니다. 대구에서 출발시간을 30분 당겨 주세요.”

 

제주 앞바다에 접근하고 있다는 태풍소식에 불안한 마음은 농장 비설거지에 허둥거렸다. 이번 연수를 내가 기획하고 준비하지 않았었다면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아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더욱 그런 것 같았다.

빗줄기가 점점 더 굵어지고 있었다. 바람소리마저 나뭇가지를 잡고 애잔한 울음을 쏟아내고 있다. 가지 말라고 매달리는 비닐하우스를 돌려세우고 무거운 발걸음을 시간에 떼밀려 요행을 남겨두고 대구광역시농업기술센터에서 동료들과 합류를 했다.

프렌즈 투어 최준혁 사장은 김해공항 날씨 체크에 부산을 떨었다. 동료들은 새벽잠을 설치고 가불한 농사일로 자랑을 늘어놓아 왁자지껄 이었다.

나는 아침밥으로 건네받은 김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으며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볼라벤 태풍으로 상처를 입은 농업인만큼이나 내 가슴에도 비수가 꽂혔었다. 몇 일째 잠을 뒤척이며 내린 결론이건만 많이 아프고 괴로웠다. 갇혀버린 공간에서 13시간의 구속으로 허리가 뒤틀리는 고통보다도 세치 혀에 목이 잘려나간 나의 신뢰가 너무 서글펐던 것이다.

메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가 아니어도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내가 쌓으려했던 명성과 명분을 이제 내려놓아야 하겠다. 대구농업인을 위한 봉사와 애정이란 마음의 위안마저 버려야할 때가 된 것 같다. 무지한 몸으로 때로는 무모하게 도전하면서 미치광이가 되어 일밖에 모르는 나에게 그들은 내가 물러날 때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시간을 가불하여 서른 하고도 한 시간을 더 늘여놓은 나의 생일은 아주 긴 하루를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시공을 옮겨온 기나긴 여독에 모두들 지친 몸으로 맞은 6박 8일의 첫 간담회는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강행을 했다.

자신만의 모습으로 입담에 자라서 소주잔은 현란한 밤을 띄우고 어둠으로 북을 주며 마음을 나누었다. 구지의 김 회장은 규모보다는 실속 있는 농업을 강조하고 쌓아온 노하우는 평당 이십 만원의 소출로 후광을 받혔다. 전문농업경영인답게 툭툭 던지는 사투리는 수십 년 녹아든 농심이 우러나고 있었다. 미지를 향한 설렘을 껴안고 피곤함을 달래며 꿈으로 빨려들어 갔다.

 

부산한 소리에 눈을 떴다. 시계는 아직도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뒤척이는 몸짓만큼이나 갈등해보지만 결국 미련을 버리고 일어났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서 창문을 열었다. 상큼한 이국의 정취에 이끌려 산책을 나섰다.

주변이 아파트촌 이였다. 그런데 가끔씩 한 두 사람만 오갈뿐 조용한 동네였다. 덴마크 역시 사람이 사는 곳 인가보다. 이 곳 또한 코펜하겐을 깨우고 아침을 여는 곳은 슈퍼마켓(NETTO)이었다. 상품의 가격표시는 모두 덴마크 크로네(Dkr)로 되어 있어 우리나라 물가와의 비교가 쉽지 않았다.

면도기와 물 한 병을 들고 유로화를 내밀었더니 유로화는 받지 않는단다. 갑자기 입이 얼어붙고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아 벙어리가 되었다. 점원은 난감해하는 우리 부부의 표정을 보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외국인이라서 특별히 봐준다며 잔돈을 크로네로 거슬러 주었다. 덴마크는 유로존이 아니란 사실을 몰랐든 내 불찰이었다.

 

 

 

호텔을 나와 시가지를 가로 질러 남쪽으로 향했다. 전주 없는 가로등과 선생님이 선봉장처럼 앞장선 학생들의 등교행렬이 이색적이었다. 초등학교까지는 사회적응 훈련과 자연학습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유기농돼지농가(Hojagergaard)로 가는 길이 시골로 접어들자 가이드 손 선생은 연신 “와우~” 외쳐 되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이 한없는 초원과 빨간 지붕이 뾰족한 이방의 나라에서 금방이라도 동화책이 튀어 나올 것 같아 우리들은 숨마저 죽이고 있는데.....

여태 것 덴마크에 살면서도 시골풍경은 처음 본다는 손 선생은 자전거가 대중교통수단이고 빈부격차가 없는 평준화된 삶(국민소득 6만불)과 그린에너지 풍차, 굴뚝 없는 지식산업, 다이옥신 발생이 전혀 없는 쓰레기 소각기술, 그리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완벽한 사회보장제도(소득세를 30%~60%까지 차등 부과로 재원 마련) 등 덴마크 자랑을 실 뽑는 누에처럼 하염없이 자아내고 있었다. 싱글 맘의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에는 우리나라를 비아냥대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다.

호자게르가아 농장주의 이름은 연 이였다. 그는 1999년에 유기농업을 시작하였으며 축산물과 햄, 소시지를 판매하는 마켓과 돼지 60두, 7ha의 밀과 옥수수, 보리를 재배하는 소농의 54세 홀아비였다.

 

일반 돼지보다 5배 높은 매출을 올리는 유기농돼지는 어린 돼지를 어미와 함께 충분히 방목하여 사육한 탓에 질병도 없다. 사료는 직접 재배한 밀과 보리 그리고 콩을 배합한 사료를 먹인다. 항생제 주사는 질병 발생시 2회까지는 법적으로 허용된다. 유기농돼지의 사육기간은 일반돼지보다 3배정도 길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지도 않고 돈을 모을 필요가 없어 오직 바캉스와 여행을 위하여 사는 그들만의 문화라고 했다. 자아현실에 도달한 고등국가 국민생활상이 이런 것이란 말인가? 인생 참 단조롭고 허무하겠다. 덴마크 사람들은 참 심심(무료)하겠다. 그래서 유럽은 철학이 발달하고 우울증 환자가 많은 것 일가? 늘 긴장하고 복닥거리는 생활의 연속으로 우여곡절의 파고를 타는 우리인생은 스릴과 재미는 있지만 많이 피곤한 삶이기도 하질 않는가?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묻혀서 많은 망상에 엉켜버린 마음을 가두고 실 말미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그때 이구동성의 합창이 터졌다.

“저게 뭐야? 野(가설)시장 같은데...”

“무슨 축제 같기도 하고..., 기사님께 물어보죠?”

“겨울이 오기 전에 3주 정도 여는 지역축제와 같은 야시장인데 이번 주말에 폐장 한답니다.”

“차를 돌릴 수 없나요? 구경하고 갑시다.”

“그들의 문화를 알려면 저런 곳을 보아야하는데.....”

“다음 관광에 차질이 생기는데 감수하겠습니까?”

“기사님께 양해를 구해보죠. 약속된 일정 외에는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이라서 기대는 하지마세요.”

 

그렇게 얻은 기회로 64유로(15명)의 입장료를 내고 가설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설은 모두 넓은 초원위서 설치되어 있었으며 캠핑카처럼 이동이 가능한 차량을 개조한 부스였다. 어린이 놀이시설이 중앙과 양쪽 가장자리에 있고 대부분 옷을 파는 부스들이었다. 여름옷에서부터 한겨울 밍크코트까지 판매되고 있었는데 가격이 만만찮았다. 군데군데 생활잡화점, 골동품점, 소시지와 햄을 파는 곳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네 전통시장처럼 북적거리는 먹자골목은 없었다. 손 선생이 맛있다고 자랑한 자두는 맛이 없었고 가게 주인이 자랑하는 돼지껍질 튀김은 돼지똥 냄새에 동료들은 켁켁거리며 뱉어버렸다.

비싼 입장료만큼의 값어치를 했는지 의문을 두고 200년 동안 7명의 국왕 대관식을 올렸다는 프레드릭스보고 성에 도착을 했다. 햄릿의 무대가 되었다는 크론보그성, 건축왕 크리스티안 4세가 지은 로젠버그 성, 안데르센 동화의 인어공주상 등 모두가 중세 이후의 문화유산이건만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관광명소로 만들어 놓은 부러움을 느꼈다. 오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의 반성과 자각이 필요한 부분이질 않는가?

 

차량을 개조한 서랍형 이동식 부스를 기억해두어야겠다. 그린벨트에서 그린투어와 접목하면 아주 유용한 방안이 될 것 같았다. 덴마크 학생들의 부추김에 맥주 한 병을 원샷하고 머리 위로 털어보이던 양회장의 호기와 니하운 항구의 까페거리에서 노천파티로, 그들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지하철 체험을 했다. 잘못 찾은 지하철출구로 동네 한 바퀴 저녁 산책을 했지만 고정된 일정표에 따라 움직이는 연수보다 자유 투어를 선택하였기에 野시장을 엿볼 수 있었으며 융통성 있는 기사를 만나는 행운까지 따랐기에 즐거운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

 

덴마크의 축산정책(덴마크에서 48시간이상 생활하지 않는 자에게는 축산농가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에 따라 종돈생산농가 방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연수동료 대부분이 채소농가였기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축산분야 이기도 했다.

200여 년 전 이곳을 점령한 네덜란드인이 경작지에 세운 관리사 같은 작은 집들이 있었는데 덴마크 정부가 시민들에게 주말정원으로 분양한 곳을 방문하기로 만장일치 동의를 했었다. 그 곳이 200년 전통(1892년 개소)을 자랑하는 주말정원 안노 베네리스트(VENNELYST)였다.

 

베네리스트는 주말농장의 개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주말 정원 이였다.

도시민의 정서를 치유하고 취미로 자연과 친숙해지는 휴식과 휴양의 개념인 것 같았다. 땅은 지방정부가 소유하고 건축물은 개인에게 분양하여 증개축이 가능하다고 했다.

개인이 연립주택처럼 집단으로 건축하여 분양사업 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도시농업의 모델을 유럽에서 따오면서 휴식과 휴양의 개념을 배제한 주말농장으로 농작물재배 목적으로 변질된 것인가 보다.

우리가 방문한 주말정원은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주말정원이라 했다. 그 곳은 주말인데도 많은 집들은 비워져 있었다. 대부분의 정원들은 여러 종류의 꽃과 잔디로 화단을 만들어 놓고 마당은 보도블록을 깔아놓고 그네, 탁자, 놀이기구 등 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주말정원 입주자들이 자율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축제를 열기도 한다는 상설무대도 있고 입주자를 위한 가게도 운영되고 있었다. 그린벨트 내에서 도시근교농업을 하는 동료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야시장에서 본 이동식 가계와 주말정원을 융합하면 새로운 사업모델이 될 것 같은 느낌을 함께 할 때 우리의 동질감이 더욱 진하게 전해왔다.

변경된 연수일정에 동의하고 주말정원에 관심을 쏟아준 동료들이 고맙고 감사할 뿐이었다. 시청사에서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오른손으로 칼을 빼어든 여신상 앞 국회의사당 출입문 위에 새겨진 고통스런 이의 모습이 품고 있는 의미를 들으며 전 국회의원이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중세 덴마크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인 시청사를 나와 신화의 여신을 모티브로 한 게피온 분수, 한때 선원들에게 술집 거리로 했던 니하운 항구의 고풍스런 건축물과 배들의 조화를 보며 덴마크와 이별 준비를 했다. 아마리엔보 궁 왕실근위병과 기념사진을 추억으로 담고 함부르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4시간 30분의 기차여행은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우리나라 무궁화열차 수준의 전동차로 8량의 열차였는데 기차에서 먹는 점심과 차창으로 펼쳐지는 이국의 풍경이 감미로운 선율로 들려왔다. 코펜하겐에서 출발한 기차가 기장이 세 번이나 바뀌는 것도 신기한 일인데 8량의 기차가 여객선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그렇게 바다를 건너 함부르크에 도착을 했다. 독일 가이드는 박 선생이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알스터 인공호수 주변에는 빼곡히 줄지어 늘어선 부스에는 온갖 음식과 맥주를 팔고 작은 공연도 이루진 것 같았다. 알스터 호수 축제라 했다. 걸어 다닐 수 없이 몰려든 인파속을 헤집고 우리도 축제의 인파속으로 스며들어 보았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북위 60도에서 남쪽으로 종단하는 긴 여행이었다. 구릉으로 펼쳐진 들판에는 밀 수확이 마무리되고 있었고 옥수수 수확도 한창 이였다. 그런데 그 넓은 들에서 일하는 사람도 볼 수 없었다. 뾰족한 종탑이 마을 마다 많기도 하건만 교회에는 한 평생 네 번만 간다고 했다. 태어날 때, 세례 받을 때, 결혼할 때, 죽어서 장례할 때라고 했다. 그만큼 자주가지 않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목사가 공무원이라니 그럴 법도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함부르크 스파이셔 슈타트 세계무역항을 지나는 것 같아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가이드 박 선생은 질문할 틈을 주지 않고 국토면적, 인구, 행정, 주요관광지 등 통상적인 독일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는 농업에 관련해서는 질문을 못하게 했다. 섣부른 지식을 전달해서는 안대니 헤센주 농업기술센터에 질문하라고 했다. 미리 질문서를 작성해주면 빠짐없이 질문을 하겠다지만 여행사 최 사장과의 약속과는 크게 어긋난 것이라 의아하고 허탈했다.

이동시간이 길어 가이드가 길을 안내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전달하는 시간이 대부분이 될 것이므로 그 나라의 농업 전반에 되하여 사전에 공부하고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안내하고 설명하기로 사전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배짱을 내민 것인가? 아니면 유럽식, 독일식 생활사고 인가? 독일식 생활 사고는 남의 눈치를 개의치 않고 상대에게 자기중심으로 행동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한다고 했다. 즉 일을 많이 하려고 하지도 않고 빨리 하려고 서두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서비스정신이 제로인 상태로 배려하는 마음이 메마른 인정머리 없는 사회란 것이다.

고장난 CD로 하이델베르그가 배경이된 ‘황태자의 첫사랑’이란 영화로 가이드는 지루한 시간을 매웠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70센트를 지불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특별한 체험과 그들의 휴게실 문화를 느껴보고 점심식사를 위하여 라우터바흐 마을로 들어갔다.

독일의 주말농장으로 알려진 클라인 가르덴은 작은 정원이란 뜻으로 우리나라에 잘못 전달된 말이라 했다. 독일에는 방학기간에 이루어지는 가족단위의 농촌체류형 체험마을(Ferien hof)과 주말정원(Schreber garten)이 있다. 독일 역시 주말농장의 개념이 아니라 주말정원의 개념으로 휴식과 휴양의 작은 별장처럼 이용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도시농업은 생활농업과 공동커뮤니티 주말농장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데 취미생활에 지원을 하는 국가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는 사실을 각인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의 주말정원의 운영방침이 참고 되어야 할 것이다.

 

라우터바흐는 농가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에코 관광농원으로 성공한 독일의 대표적인 ‘페리엔호프’라 했다. 마을까페에서 점심 식사 반주로 독일맥주로 목을 축이고 체험농장을 살펴보았다.

까페에는 여러 사람들이 점심식사와 맥주잔을 담소와 함께 나누고 있고 축사에는 외갓집에 놀러온 아이처럼 6~7세 되어 보이는 아동 2명이서 소먹이 주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소 모형을 만들어 놓고 젓 짜는 체험을 할 수 있게 해놓은 것 외에는 별다른 시설이 없는 전형적인 축산농가 뿐이었다.

마을공동체 관련자나 마을 주민이라도 나와서 페리엔호프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으면 금상처마였을 텐데, 아쉬움을 두고 돌아서야 했다.

일요일인 탓일까? 지나다니는 마을주민이 하나 없는 고요한 마을이었다.

페리엔호프는 특별히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방학동안 자연속의 농촌생활을 즐기는 휴양의 계념이란다.

하지만 학교와 관계를 맺고 자연학습과 관계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체험비를 받아 농가소득에 일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중에 헤센주 농업기술센터에서 확인한 사실이었다.

독일의 장미 40%을 생산한다는 바드 나우하임 ‘스테인푸르츠’ 장미꽃 재배지에 도착하였을 때도 방문객 띄엄띄엄 다녀 갈뿐 농장주는 보이질 않았다.

1868년에 장미 첫 재배하여 매년 많은 방문객이 내방하고 장미축제를 개최한다는데 수박 겉핥기라 아련한 미련만 남긴 견학 이였다.

                                                                    

프랑크푸르트 시티 호텔에 여장을 풀고 농업연수 중간 점검 간담회를 가졌다. 여느 연수에서 느낄 수 없던 자유 투어로 야시장과 그 들의 축제 속으로 들어가서 느낄 수 있던 감정과 기차를 싣고 운항하는 여객선의 경험 등 은 호평을 받고 주말정원은 우리 근교도시농업에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동거리가 길었던 점과 공식방문이 아니어서 의문점을 풀지 못한 것이 아쉬움 이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헤센주 농업기술센터(LBH-Steuerberatungsgesellschaft mbH)관계자는 독일 농업인의 평균 경작지는 27ha 이고 소득은 일반국민 소득의 1/3정도라고 했다. 농업기술센터 안에는 농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농업전문학교와 유통센터가 있었다.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은 농가소득향상을 위한 농가지원, 정보공유와 농업인의 권익대변 활동이라 했다.

서독의 농업은 가족형 농업으로 동독의 농업은 협동조합형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다. 엄격한 심사와 규정에 따라 경작자에게 직불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융자의 이율은 2%이하라고 했다.

농업인 자격을 취하는데 특별한 규제나 혜택은 주지 않지만 농업계 학교을 졸업하거나 전문교육을 받으며 농업기술센터나 농민연맹으로부터 정보와 기술전수를 받을 수 있어 농업경영에 유리하다는 설명도 있었다.

전체국민의 3%만이 농업인이고 농업의 이직이 늘고 있다고 했다. 호기심 어린 농업이민에 대한 질문에 독일어 시험만 통과하면 그냥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슈레브 가르텐에 대한 궁금증은 풀 수 있었으나 유기농업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고등국가의 직업과 일의 개념은 우리나라의 자유경제체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높은 소득세를 내고 교육과 노후를 보장 받고 주어진 시간을 여유롭게 휴양과 여행으로 즐기는 그들의 삶이 경쟁과 생존의 논리로 역동적으로 때로는 각박하게 자극받으며 사는 우리네 삶과 비교할 때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가치관의 문제가 아닐까?

나는 어떤 가치관으로 살고 있는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스스로 반문해보았다. 조직을 위한 일이라고 나의 삶 일부를 제쳐두고 앞장섰는데 오해와 원망으로 얼룩진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너무 많은 고민과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

그렇게 철학자의 흉내를 내고 있을 때 독일 제일의 관광지 하이델베르그에 도착했다. 점심에 독일 소주(알콜 38%)로 반주를 하고 하이델베르그성과 시가지 자유 투어를 시작했다. 서역 만리 고행으로 이곳에 왔는데 하이델베르그성 껍질만 보고갈 수 없다는 합의로 50유로를 주고 일행 10명은 입성을 했다.

엘리자베드 문과 건축사의 쌍둥이 아들 이야기, 22만2천 리터 오크통을 지키는 난장이 페어케오, 르네상스식의 웅장한 궁전 프레드리히 궁 등을 내가 안내를 하고 넥카강과 뽀족한 종탑들과 빨간 지봉이 오밀조밀한 하이델베르그 구시가지를 내려다보면서 기념사진도 담아 두었다.

달리는 차창으로는 한결같이 빨간지붕과 높게 솟은 종탑이 있는 마을 그리고 넓게 펼쳐진 구릉으로 된 들판이 지겹도록 그려지고 있다. 앵무새처럼 조잘대던 박 선생은 동독인의 눈으로 본, 통독 이후의 고충을 다룬 영화로 이동시간의 무료함을 달래려했다.

저녁나절 로텐부르그에 입성을 했다. 후기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호텔과 까페로 마을을 이루고 있었으며 외각성벽을 잘 보존하고 있었다. 아쉬움이라면 많은 부분이 시멘트로 매워지거나 땜질이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시간에 ?기여 관광객을 위한 쌍두마차를 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었다.

 

마르크트 광장에 넘처나는 인파와 주변 까페의 손님들은 모두가 시청사에서 펼쳐지는 인형극을 보러온 관광객이란다. 그 옛날 왕이 적장에게 항복하고 백성을 살리기 위하여 맥주 1리터를 단숨에 들이켰다는 전설을 오후5시 재현하는 인형극이라고 했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시청직원들도 전통으로 이어받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지만 별것도 아닐 수 있는데 수많은 관광객을 모우는 마력은 무엇일까? 깊이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바이에른 주 프라이징의 자원 재활용 실천농가에서는 출입을 견제하여 멀리서 도둑견학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바이에른 주 사람들은 원칙과 합리주의를 따지는 타주의 독일인과는 다르게 호탕한 성격과 부지런한 근면성을 가졌다. 기사가 바이에른 사람이고 융통성 있는 분이라서 그렇게라도 견학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단다.

축산 농가의 시설과 축산 분뇨와 퇴비를 이용하여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다시 전기를 만들어 인근마을에 공급하며 잉여전기는 전력회사에 판매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옥수수와 유채를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생산은 환경론자들의 부족한 식량자원의 낭비라는 여론에 밀려 점차 줄고 있는 추세라 했다.

맥주의 도시 뮌헨은 대도시답게 북적거리는 인파와 맥주축제의 원조 까페에서는 관광객의 손에든 맥주가 넘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조금은 나른한 시간 우리들은 바이에른주 농민연맹(Bayerischer Bauern Verband)를 방문했다. 축산 중 양계에 관심 많은 이 회장도 답을 구하는데 턱 없이 부족했고, 관광을 즐기려던 양 회장도 그렇고 나 역시 농민조직의 운영체계와 회원 간의 갈등해소나 공동의 지표 설정과정이 많이 궁금했는데 조직의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연맹의 사무국 책임자는 독일농업과 바이에른주 농업을 수치로만 나열하고 있었다. 바이에른주 농업인의 95%가 연맹에 가입해있으며 연맹의 경영은 회원들의 회비와 타기관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농업연맹의 역할은 농업컨설팅 전반의 사업과 정보제공 권익옹호 활동을 하고 있다.

바이에른 농업은 소농이 많으며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휴일에 농사를 하는 부업농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질문에 다소 엉뚱한 답변으로 장항하게 설명하는 사무국 직원은 독일인 특유의 고집스러움이 있어 다소 따분한 시간이 되기도 했다. 충분한 해답을 얻지 못한 동료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마리엔 광장에 있는 신 시청사는 네오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라 했다. 다른 시청사 주변과 마찬가지로 시청광장 가장자리는 수많은 파라솔 아래 노천까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오후 6시 정각에 시계탑에서 20여분 펼쳐지는 인형극을 글로켄슈필이란다. 박 선생은 이것을 보기위하여 수많은 관광객들이 노천까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는데 우리는 행운이 따라 정각에 도착하여 볼 수 있었단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발 디딜 틈 없이 마리엔 광장을 매운 사람들이 썰물 지듯 빼져나갔다. 대구시 청사에도 저런 종탑을 세워 관광객을 유치하면 어떻겠느냐는 박 선생 말에 어가행열과 강강술래 같은 인형극도 괜찮겠다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시청직원들은 시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청사 1층의 가계임대료로 받는다는 박 선생은 독일국민은 공무원이 일을 못해도 나무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서두르지도 않고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한다. 대신 자신의 편이에 맞추기 때문에 서비스정신과 배려는 기대할 수 없단다.

아내의 손에 이끌려 2개의 종탑이 인상적인 성모 성당에 들러 사고 없이 연수를 마치게 된 것을 감사하며 참배를 했지만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과 두고 온 농장의 걱정으로 불안한 마음에 복잡한 심정이었다.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면 나아질까하는 심정으로 어설프게 접어든 길목에서 길을 잃었다. 조금만 더 골목을 뒤져보면 아는 길을 찾을 수 있겠지 했는데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두려움이 생겨났다.

내가 준비한 삶을 접어두고 타인의 꼭두각시로 번뇌하는 내 모습을 길 잃은 미아로 표현하고 그려놓은 것 같았다. 원점인 마리엔광장으로 돌아와서 다시 찾아보아도 기억은 묘연하고 더욱 헷갈리기만 했다.

나는 새로운 조직의 책임자로 서면서 조직원 모두가 동반자로 여기며 일해 왔는데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그들과 나는 같은 방향을 걸어가는 동행자였던 것이다. 연수자 각 개인의 관점에 따라 수확은 다르겠지만 나는 이번 연수가 농업연수자 모두에게 방학동안 가족과 함께 농촌에서의 휴양을 뜻하는 페리엔 호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번 연수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탓일까? 아니면 행운이 따른 자유투어로 색다른 체험으로 견문을 넓힌 기쁨에 도취 탓일까?

고등국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지난 몇 년간 계획한 생활로 돌아가야겠다고 정리를 했는데 갈등은 왜 존재한단 말인가?

그렇게 고민하고 갈등하던 생각들을 뮌헨공항에 두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연수기간동안 빼곡히 메모했던 수첩까지 두고 왔다는 사실을 파란 하늘이 눈부셔서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김해공항을 떠나오면서 알았다.

이제는 도시농업에서 덴마크의 베네리스트와 독일의 슈레브 가르텐, 페레인 호프을 벤치마킹하고 여유로운 삶으로 비취는 고등국가 국민의 가치관을 나의 삶 속으로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 나의 동반자와 생각을 나누어야겠다.

 

 

2012년 9월 9일

 

現鏡 곽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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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9.29 07:49

    첫댓글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정말 좋은 내용에 체험 수기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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