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로 이 땅에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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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금)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씻고 성당으로 가니 5시 30분이었다.
사목회장님 부부는 늘 그렇게 맨 앞자리에 앉아 묵상을 하고 있었다.
나도 아침기도를 바치고 묵상을 했다.
6시 새벽미사에는 17명이 참석했다.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공통점 중 하나는 두 분 모두 감옥에 갇힌 것이다.
헤로데 임금은 요한의 형 야고보를 칼로 쳐 죽이고,
베드로도 잡아 감옥에 가두고 경비조에 맡겨 지키게 하였다.
“그리하여 베드로는 감옥에 갇히고
교회는 그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였다.”(사도 12,5)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유신독제에 저항하다가 감옥에 갇혔던 지학순 주교님을 위해
신자들이 끊임없이 기도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은 1965년 원주교구의 창설과 함께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되어,
1970년대 초반부터 한국의 사회정의와 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가,
1974년 내란선동과 긴급조치 위반으로 체포되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되었는데,
감옥에 갇혔을 때 지학순 주교님의 석방을 위한 기도문의 사진이
제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배경에는 창살을 잡고 있는 손이 있고,
그 창살 사이로 빛이 들어오며,
그 앞에 지학순 주교님이 양심선언을 하는 모습이 편집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학순 주교님의 사목표어가 “빛이 되라.”였고,
그분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진정 빛이 되신 분이셨다.
지 주교님이 석방되어 원주 역을 통해 입성하시는 날,
원주 역에서부터 원동주교좌성당까지 신자들이 시가행진을 했는데,
어린 저도 부모님과 함께 참여했고,
‘순교자 찬가’와 ‘주여, 임하소서.’ 등을 부른 기억이 나고,
그분의 정신이 저에게 평생 큰 영향을 주었다.
베드로는 헤로데에 의해 감옥에 갇혀 두 개의 쇠사슬에 묶인 채 있었고,
문 앞에서는 파수병들이 감옥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더니 감방에 빛이 비치는 것이었다.
천사는 베드로의 옆구리를 두드려 깨우면서,
“빨리 일어나라.”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베드로의 손에서 쇠사슬이 떨어져 나갔고,
베드로는 천사의 지시에 따라 허리띠를 매고 신을 신고,
겉옷을 입고 천사를 따라가니 문이 저절로 열렸으며,
밖으로 나가 어떤 거리를 따라 내려갔는데,
천사가 갑자기 그에게서 사라져 버렸다.
그제야 베드로가 정신이 들어 주님께서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헤로데의 손에서 자기를 빼내어 주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는 지학순 주교님이 석방된 것도,
또 베드로가 감옥에서 풀려난 것도
모두 신자들의 기도의 힘이라고 믿는다.
우리도 많은 사람의 기도의 힘으로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다.
사도 바오로는 에페소 감옥에 갇혀
자기의 사목활동을 돌이켜보면서 제자 티모테오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이미 하느님께 올리는 포도주로 바쳐지고 있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다가온 것입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
의로운 심판관이신 주님께서 그날에 그것을 나에게 주실 것입니다.”(2티모 4,6-8)
우리도 우리의 죽음 앞에서 바오로 사도처럼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다.’고 고백할 수 있을까?
구원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그것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천국을 여는 열쇠는 무엇일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그 해답을 알려주셨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7,18-19)
천국을 여는 열쇠는 용서에 있다.
우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우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용서하지 않으면
마지막 한 푼까지 다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갇혀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어두운 이 땅에 빛을 밝히기 위해서는 용서해야하고,
용서하기 위해서는 기도해야한다.
신자들의 기도의 힘으로 지학순 주교님과 베드로 사도가 감옥에서 풀려났듯이
우리가 기도할 때 우리도 우리를 가둬두었던 원한의 감옥에서 풀려날 것이다.
그리고 용서를 통해 원한의 감옥에서 풀려날 때 이 땅에 빛을 밝힐 것이다.
미사 후에 친교실에서 아침을 먹었다.
형제 6명, 자매 6명이 식사를 했다.
사람이 적으면 메뉴도 적다.
누가 없으니 샐러드도 없고,
누가 없으니 과일도 없으며,
누가 없으니 디저트도 없었다.
그래도 빵과 달걀프라이, 베이컨과 오이, 요플레와 커피 등으로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하는데 선교부장님이 왔다.
“어서 와서 식사를 드세요.”
“아닙니다. 늦게 일어나서 입맛이 없습니다.”
“그럼 커피라도 드세요.”
“예, 그러겠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음식도 먹게 된다.
결국 선교부장님도 식사 자리에 합석했다.
식사 후에 사목위원들은 앰프를 시험하고 야외미사 준비물들을 챙겼다.
나는 사제관에 돌아와 주보원고를 써서 이메일로 보내고,
푸생의 성화해설을 두 편 썼다.
푸생의 모세 이야기만 가지고 연작으로 글을 쓰려는 계획 대로이다.
오후에는 2층이 얼마나 덥던지,
시원한 1층으로 내려가 TV를 보면서 휴식을 취했다.
2층의 열기는 밤이 되었는데도 쉽게 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