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춘천교대 11학번이자 학군단 53기를 지내고, 전역 후 현재는 경기도에서 초등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몇달전에 고인물 시리즈로 시리즈도 올리면서 오랫만에 교대 시절도 떠올리곤 했습니다.
석친 여러분은 지금 기말고사 준비로 정신없겠네요.
학교 현장에서도 슬슬 2학기 성적처리 기간이 닥쳐와서, 밀린 나이스 기록 정리하느라 정신없습니다.
토요일 밤 늦게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몇달 전 학군단이 폐지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서 입니다.
학군단 폐지에 대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정말 크고, 학교측이 폐지를 취소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조금 긴 글이지만, 석친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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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은 인터넷인만큼 좀 편하게 적겠습니다 ^^;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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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가 바로 국방의 의무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남자들은 (또는 지원을 희망하는 여자들은) 반드시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면 군대에 입영하게 되어 2년에 가까운 기간을 군대에서 보낸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보통 1학년 2학기 또는 2학년(대략 21살~22살)이 되면 휴학과 함께 군대에 입영한다.
그런데, 교대에 입학한 미필 남학생들은 좀 다르다. 대부분이 4학년까지 쭉 재학한 후, 임용고시를 붙고 난 후 학교에서 1년 정도 근무하다 입영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꼭 군대를 그런 공식처럼 가야만 하는걸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거다.
자신만의 뜻이 있어서, 아니면 어떤 목적이 있어서 병이 아닌 간부로 군 생활을 하고 싶다면, 그런 사람들은 어떡할까?
그렇기에 국방부에서는 간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크게 3가지로 간부(여기서는 군 장교)를 뽑는다.
1. 육군 사관학교 (수능 보자마자 대학교 4년을 군사훈련 받고 장교 임관 / 기본 10년 복무)
2. 육군 3사관 학교 (대학교 2년 다니다가 편입해서 2년간 군사훈련 받고 장교 임관 /기본 6년 복무 )
3. ROTC=학군단 (대학교 3학년때부터 방학마다 군사훈련 받고 장교 임관 / 기본 2년 4개월 복무)
춘천교육대학교에서는 학군단이 존재하고. 이 때문에 1995년부터 지금까지 468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임관하는 기회를 받았다.
춘천교대만 학군단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경북대 같은 각 지역의 지거국에는 대부분 학군단이 설치가 되어 있으며,
사립대는 학군단 유치가 곧 자신들의 대학교 위상이 올라간다고 생각해서 학군단 유치에 적극적이다.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면, 국방부는 일정 기준 이상의 대학교에게 학군단 설치를 하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모집하는 것과 같다.
(학군단을 통해서 대학교를 홍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동서울 버스터미널에도 커다랗게 걸려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학군단은 분명히 좋은 일인데, 왜 춘천교대는 학군단을 올해를 마지막으로 공식 폐지했을까?
학교측이 제시한 이유를 본다면 다음과 같다.
1. 학군단 지원자가 너무 적다!
2. 근데 돈은 매년 514만원이나 들어간다!
3. 총학생회에서 학군단에 왜 예산 주냐고 따진다!
4. 학군단 여성 후보생이 있는데, 그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 없다!
5. 학군단에서 훈련 받느라 임고 떨어지고 수업 방해된다!
6. 그러면서 학군단에서 군사학으로 수업 듣는데 2년동안 6학점이나 챙겨간다! 이건 다른 학우들에 비해서 특혜이다!
7. OO님 say: "군대에서 명령에 복종하는거 배우는게 미래를 가르치는 초등교사에 어울리지 않다.
그리고 왜 교대에서 학군단을 운영하는가? 폐지해야 한다." - 2018년 OO 행사에서 (※ 이름은 가리겠습니다.)
= 따라서 춘천교대학군단은 폐지해야 한다
이 주장에 대해서 한번 제대로 따져봅시다.
1. 학군단 인원 수가 너무 적다!
→ 최근 5년간 춘천교대 학군단 인원 수가 평균 24~25명이다. 옆 동네 강원대학교 학군단 인원은 60~70명이다.
그런데, 강원대학교가 신입생을 한해에 3200명 뽑을 때 춘천교대는 신입생을 340명 뽑는다.
거기에 교육대학교에 남학생이 여학생 보다 현저하게 적은 것을 고려한다면, 춘천교대 학군단은 인원 모집이 나름 선방하는거다.
절대 춘천교대 학군단이 경쟁력이 없지 않다. 오히려 강소(작지만 강한) 학군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위가 2018년 춘천교대 신입생 선발계획 / 아래가 2018년 강원대학교 신입생 선발계획)
2. 근데 돈은 514만원이나 들어간다!
→ 춘천교육대학교 예산총액이 2018학년도 기준 195억이다. 그 중에서 514만원이다.
11학번인 내가 학군단 다녔을 때는, 학군단에 약 3천만원이 배정되었다고 한다. 약 1/6 수준으로 깎였다!
아무리 교육대학교가 가난하다지만, 국방의 의무를 자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지원한 학생들에게, 그것밖에 지원 못하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오히려 학군단은 춘천교대에 돈을 조금이나마 기부한 적도 있다. 돈 새는 구멍으로의 취급이 아쉬울 따름이다.
(대학교에 발전기금 전달한 기사. 초상권이 있으니 개인 얼굴은 가렸다)
3. 총학생회에서 학군단에 왜 예산 주냐고 따진다!
→ 총학에 직접 확인해보니 예산관련해서는 의견 제시 한 적 없다고 한다.
4. 학군단 여성 후보생이 있는데, 그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 없다!
→ 이건 인권문제다. 여성 후보생이 있는데 시설이 없다고? 그럼 만들어 줘야지!
'혹시 나 때문에 학군단 폐지되는거 아닐까?' 라고 여성 후보생이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는거 아닌가?
초등학교에서도 여성도 군인을 지원할 수 있고, 국가를 지키는데 남녀가 따로 없다고 가르친다.
옆동네 경인교대는 여성 후보생이 지원해서 우수한 성적 받은 것을 홍보하는데, 춘천교대는 시설 없으니까 폐쇄한다?
맞는말이라고 보시는지?
5. 학군단에서 훈련 받느라 임고 떨어지고 수업 방해된다!
→ 물론 학군단 힘들다. 아침 6시 반에 나와서 단체로 운동해야 되고, 군사학 수업 추가로 들어야 되고, 암기할 것도 많다.
그래도 성적 나쁘게 나오지 않았다. 다 무사히 졸업했고, 나는 학군단 하면서 1년 내내 졸업논문 쓰면서 임고 합격했다.
그렇다고 학군단 하면 임용고시 떨어지느냐? 아니다. 합격률 좋다.
내가 15학년도 임용고시 쳤을 때, 학군단 동기 8명 중에 7명 합격했다. 경기도 친 동기들 다 좋은 등수로 발령났다.
오히려 똥줄타게 공부한다. 왜냐고? 임고 합격하건 말건 내년에는 무조건 군대 가야되거든. 진짜 빡세게 공부한다.
6. 그러면서 학군단에서 군사학 수업 듣는데 2년동안 6학점이나 챙겨간다! 이건 다른 학우들에 비해서 특혜이다!
→ 일반적인 대학교에는 계절강의가 있는걸 가장 잘 아는게 바로 대학교 측이다. 대학원은 방학중에 잘만 운영한다.
그리고 6학점이나 챙겨 간다는데, 학군단은 6학점을 받기 위해 군사학 과목을 선택하고,
방학중에 충북 괴산 군사훈련장에서 군장메고 한달동안 훈련 받는다. 훈련다녀오면 바로 수업 스타트 한다.
그리고 이 제도는 대한민국에 학군단이 있는 모든 대학교에서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혜? 방학중에 한달동안 아침 6시에 기상해서 구보뛰고 소총 사격하고 철조망 치고 삽질하고 60km 행군하는게 특혜라고?
(군장매고 훈련하는게 아닙니다. 놀랍게도 방학때 특혜(?)를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 '남들보다 수업을 더 많이 한다' 고 느껴진다는 의견이 있어서 본문 수정했습니다. 일반 학생이나 학군단 후보생이나 들어야 하는 총 학점은 같습니다. 군사학 과목은 학군단 후보생이 선택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전공 선택으로 특정한 수업 듣듯이요. 의견 감사합니다.)
7. OO님 say: "군대에서 명령에 복종하는거 배우는것은 미래사회 인재를 가르치는 초등교사에 어울리지 않다.
그리고 왜 교대에서 학군단을 운영하는가?" - 2018년 OO 행사에서.
→ OO님 의견대로라면 병역의무 마친 선생님들은 미래 교육에 적합하지 않은건가?
명령 복종에 대해서 말인데, 여러분이 초등교사 되고 반 배정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바로 학급 규칙 세우는 거다.
규칙이 없고 교사가 원칙을 세우지 않은 교실은 분명히 붕괴한다. 미래사회 인재를 가르치기 앞서서, 바로 지금 이 교실, 사회에서
규칙을 지키는 일을 먼저 배워야 한다. 현재에 대한 이해와 참여가 없는 미래 교육은 파도 앞에 모래성과 같다.
(※ OO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학교에 중요한 분이라고만 알고 있으세요. 고소미는 무서우니까요.)
옆동네 경인교대에서는 학군단을 어떻게 홍보하는지 살펴보고, 다시 한 번 학군단 폐쇄가 옳은 일인지 생각해보자.
출처 : http://www.ginue.ac.kr/index.html?menuno=886
(같은 교대인데, 학군단에 대한 두 학교의 인식은 너무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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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교육대학교 중에서 학군단이 현재까지 운영되는 곳은 경인교대와 춘천교대 단 2곳이다.
물론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달라지면 변하는게 세상의 이치라지만, 그렇게 사라지기에 춘천교대 학군단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사립대학교에서는 유치 경쟁을 하는, 지원만 잘 해준다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이런 학군단을 왜 학교 자신의 힘으로 폐지하려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학군단 후배님들에게 항상 좋은 일이 있기만을 바란다.
첫댓글 이런이유면 정말 안 없어졌으면 좋겠네요ㅠㅡ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6번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어요! 6학점 더 들으려고 일반학우들보다 수업 더 듣는거 아니지 않아요? 군사학에서 6학점 받으니까 그만큼 수업 빼던데.. 마지막에 보니까 총 이수 학점 같았어요! 시비 아니구 진짜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글 작성자입니다. 질문 감사합니다^^
이수해야 하는 전체학점은 똑같습니다. 예를 들어 100학점을 이수해야 하면 일반 학생이나 학군단 후보생이나 똑같이 100학점 들으면 됩니다. 다만, 아무수업이나 뺄수 있는건 아니고 전공 선택과목(예: 과학-생물교재탐구2)에 대해서 군사학으로 성적을 대체하는 겁니다.
전공 필수과목은 반드시 들어야 하지만, 전공 선택과목은 학과 내에서도 일부만 듣는거니까요.
@새턴로켓 네네 그런데 본문만 보면 마치 학군단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보다 추가로 수업을 하나 더 듣는 것 처럼 느껴져서요!
@늴리니리니리니 의견 감사합니다 ^^
57기 12 58기 13 59기는 6명으로 준거보면 속상하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