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주인이 되어 완전연소하자
행불선원 월호스님
미디어에 글을 올리면 독자가 따르고, 얼굴이 비치면 시청자가 몰린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명쾌하다 보니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한다. 그런 가운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생기게 하니 스님이 누구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많이 배워서 일까 아니면 타고난 것인가? 지리산 국사암에서 불교방송 강의를 위해 지난 19일 상경한 월호(月瑚)스님을 이천 행불선원에서 만났다. 최근 종단에서 교수아사리로 위촉받은 월호스님은 소위 ‘늦깎이’다.
대학졸업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동국대 선학과 석.박사과정을 마친 후 ‘부처의 행’을 시작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가며 뿜어내는 스님의 대기설법(對機說法)은 학창시절 ROTC 교관에게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그 가치는 스님이 출연하는 방송을 통해 그대로 확인됐다. 3년 가량 진행됐던 불교방송의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스님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스님은 매주 마다 지리산 국사암에서 서울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정성을 들였다. 당시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방송을 통해 불자가 되는 이가 많았다. 심지어 자살을 목전에 둔 사람이 방송을 듣고 다시 용기를 내어 열심히 살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발원의 종교다 …
‘아는 만큼’ 전하고 ‘가진 만큼’ 베풀자
불교신문에 연재했던 ‘선가귀감’은 <할! 바람도 없는데 물결이 일어났도다>는 책으로 나와 스테디셀러로, 현재 진행 중인 불교TV의 ‘삶은 환타지다’는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개원한 이천 행불선원은 스님이 서울에 이어 두 번째 일구어낸 조계종 제13교구본사 쌍계사포교당이다. 행불이란 수행불행(修行佛行)의 약자이다. 부처의 행을 수행한다는 의미이며, <육조단경>에 나오는 말이다.
스님이 쌍계사 금당선원에 살면서 참선하고, 육조단경을 새롭게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이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 되었다.“수행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문안의 수행과 문밖의 수행입니다. 불지견(佛知見)에 입각한 수행이 문안의 수행이고, 중생지견에 입각한 수행이 문밖의 수행입니다.
내가 아무리 바보 천치 같고 삼독(三毒)에 찌들어보여도 ‘본래부처’라고 확신하는 것이 불지견, 인간에 대한 절대 긍정사상입니다.”이런 사상에 입각해서 스님은 매달 둘째, 셋째 주말에 행불수행 철야정진을 해왔다. 처음에는 지리산 국사암에서 시작했는데, 서울 부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때로는 300명이 넘는 경우도 있어 작은 암자로서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웠다. 결국 불자들의 십시일반 동참으로 경기도 이천에 행불선원을 열게 됐다.승가대학과 재가불자 그리고 일반 대중을 위한 강의와 지도를 병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세속에서 석.박사과정을 모두 마친 스님으로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중한 원력이 바탕일까. 스님은 “전생에 부처님 제자였을 것”이라며 “선지식의 가르침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한다. 출가 전에는 독실한 불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출가 후에는 은사 스님에게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출가전의 마음공부와 학위과정, 그리고 출가 이후 강원, 선원 체험이 밑거름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또한 강사로서 강원에서 한문원전을 반복해서 가르치고, 언론을 통해 쉽게 불교 강의를 해온 것도 체계를 세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
|
|
사진 김형주 기자 |
이른바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하는 것이다.활동력은 서원에서 나온다. 스님은 근래 세 가지 서원을 세우고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법륜을 굴리겠습니다’ ‘행불하겠습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법륜을 굴리겠다는 서원이다. 밥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방송하는 것도, 불사도, 심지어 죽는 것도 법륜을 굴리기 위해서 하고자 노력한다. 스님에게도 세상이 무상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래서 마음공부에 몰두했고, 동국대 선학과에서 선(禪)에 관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간공부는 어지간히 했으니 출세간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곧바로 쌍계사로 출가했다. 늦은 나이였지만 행자시절을 거쳐 강원, 선원에 다니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느끼니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다. “생애 최고의 탁월한 선택”이었다.은사 고산스님은 한마디로 아버지와 같은 분이다.
“때로는 엄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상하기도 하면서, 깊은 속정을 지니신 분입니다. 특히 상좌들에게는 엄하기로 소문난 분입니다. 어떤 때는 정말 별 것 아닌 일로 심한 꾸중을 받은 적도 있어요. 실망감에 걸망을 쌀까 말까 궁리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견디기를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50대 중반 나이에도 경책해주는 분이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안거 때도 결제에 들지 못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스승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이자 발원의 종교입니다. 수행과 깨달음이라는 한 축, 그리고 발원과 보살행이라는 한 축이 있습니다. 이러한 두 축을 모두 갖추면 좋겠지만 우선은 자기 형편에 맞게 해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른 바 ‘아는 만큼 전하고 가진 만큼 베풀자’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전할수록 알게 되고 베풀수록 갖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불교의 핵심사상은 무아설과 공사상이다. 이것을 너무 어렵게 알고들 있지만 사실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고정된 ‘나’가 없기에 어떠한 나도 만들 수 있으며, 텅 비어 있기에 무엇으로든 채울 수 있다.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그것은 내가 선택한다. 내 작품이기 때문이다.
불교는 결코 허무주의나 염세주의적인 종교가 아니다.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종교다. 신과 인간의 스승인 부처도 될 수 있는데 무언들 될 수 없으랴? 행복도 불행도 내 작품이다. 이런 자신과 배짱을 가지고 자기창조를 해나가는 것이 불교의 진정한 매력이다. 이러한 매력덩어리 불교를 만난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다. 웃고 또 웃을 일이다.
웃자, 웃을 일이 생긴다. 웃을 일이 생겨서 웃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웃음으로써 웃을 일이 생기게 만드는 것은 참다운 불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명쾌하다. 그래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여기서 자신의 주인이 되어 완전연소하는 것’이다.
밥 먹을 땐 밥 먹을 뿐, 잠잘 땐 잠잘 뿐, 인터뷰할 땐 인터뷰할 뿐, 죽을 땐 죽을 뿐이다.”세 방향이 탁 트인 신식법당 설법전. 통유리로 눈을 돌리면 자연과 하나가 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스님은 오늘도 부처님의 진실한 제자로 오직 법륜(法輪)을 굴릴 뿐이다.
靑山疊疊彌陀窟
滄海茫茫寂滅宮
欲識佛祖回光處
日落西山月出東
푸른 산 첩첩 미타의 굴이요 / 푸른 바다 아득히 적멸의 궁전이라. / 불조의 회광처를 알고자 한다면 / 해 서산에 지니 달 동산에 오르더라. (원효대사)
■월호스님은…
고려대 졸업 후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동국대 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4년 쌍계사 조실 고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청하스님을 계사로 사미계와 비구계를 수지했다. 쌍계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해인사 봉암사 등의 선원에서 7안거를 성만했으며 고산스님으로부터 강맥을 전수받았다.
법호는 자응(慈應). 천수경 풀이 <아발로키테슈와라, 당신은 나의 연인>을 비롯해 <영화로 떠나는 불교여행> <휴식> <세어본 소만 존재한다>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행복도 내 작품입니다>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 <문 안의 수행 문 밖의 수행> <할! 바람도 없는데 물결이 일어났도다> 등의 저서 가운데 10쇄(刷)는 넘나드는 것도 여러 권 있다.
현재 쌍계사승가대학 교수이자 행불선원 원장으로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 이천 행불선원은…
이천 행불선원은 행불(修行佛行) 수행하는 곳이다. 누구나 ‘본래부처’라는 확신을 갖고 문안의 수행을 하는 것이다. 행불수행은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참회를 통한 자기정화, 둘째 발원을 통한 자기전환, 셋째 기도를 통한 자기확장, 넷째 참선을 통한 자기확인, 다섯째 행불을 통한 자기창조이다. 매달 둘째 주말과 셋째 주말에 행불수행 및 <법화경> 마스터과정 철야정진을 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법화경강좌가 열리며, 매주 일요법회에는 불교입문강의를 한다. 초하루기도와 합동천도재도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번 하안거부터 진행되는 ‘월호스님과 함께 하는 꾸띠수행’이다.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간 잣나무 숲속에서 정진을 한다. ‘꾸띠’란 원래 개인수행초막을 의미한다. 조그만 텐트를 가져와 숲속에서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아울러 7월말 8월초에는 3차에 걸쳐 청소년 및 가족수련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본지는 세계걷기운동본부와 공동으로 오는 28일 금강산 건봉사 일원에서 ‘월호스님과 함께하는 산사음악회 및 등공대 숲길걷기’ 행사를 열어 “자기자신이 곧 행복한 삶의 주인”을 확인하는 귀중한 시간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