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재에서 1시간여 오르는 노고단대피소까지의 넓고도 순탄한 포장길은 수월했다. 무넹기 고개(코재). 무넹기는 '물이 넘쳐 마을로 들어온다' 라는 뜻을 가진 "무너미" 에서 유래됀 것이라나.
대피소(산장)주변에서 잠시 쉬어 재점검하고는 이어 돌계단을 15분 정도 오르니 가시거리 몇 미터 안되는 짙은 안개 속 노고단 고개(해발 1,430m)에 이른다. 노고단이란 늙은 시어머니를 위한 제사터를 말하며 우리 말로는 할미단이라고 한다.
안개 속에 조망은 없고, 잘은 몰라도 돼지령을 거쳐 임걸령으로 가는 나무 숲사이로 돌뿌리, 나무뿌리 사나운 길을 한참이나 뒤딸아 가는데.. 한 두 방울 떨어지든 비가 제법 소리내어 뿌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배낭카바를 씌우고 우의를 착용했지만 차에 우의를 두고 왔다는 올짱님은 그 열기에 아랑곳없다. 파도치듯, 나무가지사이로 밀려오는 바람소리며 나무잎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에 앞을 헤아려 가기에 겨를이 없었지만.. 언듯, '산중문답의 별유천지'를 반추해본다.
노루목이 가까워지는 가파른 너덜길에서 서너번 가쁜 숨을 고루며 멈쳐갈때 잠시 비는 소강상태라서 여유있게 반달곰 출연지역을 지나 삼도봉(1,533m)에 먼저 와 그런대로 배낭을 풀어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다. 앞으로 가야할 벽소령은 멀고도 먼 11,3km인가보다. 이곳 삼도봉에서 연하천대피소까지는 5km 거리인데 3시 30분까지 서둘러 도착 예정이다. 다시 굵어지는 비에 배낭을 짊어지고 우의를 입었다.
화개재로 내려가는 550 나무계단은 15분이라했지만, 비에 젖고 무거운 하중에 내려 딛을 때 마다 무릎이 부담스러워 역겨웠다. 또.. 내려갈수록 이어 고도를 높여 올라가야할 깔딱고개가 심히 걱정됐다.
계속 내리는 비로 군데군데 물에 찬 물구덩이 등로에 신발이 빠지는 등,
주능선이 아닌 숲속길 너덜지대의 비속을 헤치며 마냥 가고 오르는 토끼봉, 명선봉은 참말로 지루하고 막연했다.
그렇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정신없이 연하천대피소에 이르니 4시 조금전일까. 뉘집 안방만한 비좁은 대피소에 비를 피해 모여든 산객들로 들어 설 여지없이 꽉 찼는데 라면을 먹거나 쭈구려앉아 잠에 빠진 이도 있다.
'구름속에 물줄기가 흐르고있다' 라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연하천의 샘물은 사계절 마르지 않는다고 식수대에서 나오는 두줄기 물이 풍요롭다.
마시고 물병에 채우고 배낭에 손이 닿는대로 쵸콜릿이며 사탕이라도 꺼내 들엇다.
올짱님은 훨씬 앞서 이곳에 도착해 산장주인을 만나뵙고 사정 끝에 비닐우의와 우리 회원의 떨어진 등산화를 마련해 놓았다니!!...
이제 여기 후미에 남은 일행은 9명인가? 지체없이 2시간 반을 더 가야 일몰 전에 벽소령산장에 여장을 풀고 취사와 휴식이 가능하단다. 가다보니 다행이 비는 멎어 우의를 벗고 누군들, 먼저 가야할 생각으로 혼자라도 있는 힘을 다해 앞서갔다. 두어번의 로프를 타고 암벽을 오르는가하면 벽소령 바로 직전 심한 너덜지대는 돌과 작은 바위 조각만 앙상한 징검다리를 건너 듯 돌을 밟고 갔다. 어두워지는 먼산허리에 안개를 바라보며 허겁지겁 벽소령산장에 도달해 시간을 물으니 6시 30분경이라 했다. 이내 날은 캄캄해졌고 한참이나 기다려 올짱님의 도움으로 복지사 3명과 우리 동료 2명은 랜턴을 밝혀가며 만고 끝에 1시간 이상 늦게서야 찾아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전맹과는 달리 야맹증은 말대로 야간이동이 문제다.
8시가 다 된 시간에 코펠을 꺼내 최미영대리와 나는 산장 밑 70미터 지점에 있다는 식수를 찾아 왼손에 랜턴,오른손에 냄비 들고 어둠속 비탈길을 조심스레 나섰다. 아래층 취사장에서 신대리가 끓인 라면과 데워진 햇반을 들고 1층 출입문 밖 컴컴한 식탁에서 여럿이 모여 앉아 때늦은 요기하며 지친 몸을 달랬다.
벽소령은? 이곳에서 보는 달빛이 너무도 희고 맑아서 푸른빛으로 보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오늘의 날씨로는 꿈 같은 이야기일쎄!
벽소령은 지리산종주 코스의 중간에 해당하며, 음정과 의신으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있는 곳이라지..
이튿날 이른 새벽에 세차게 바람부는 밖을 나와 일을 보며 시컿먼 먹구름 소용돌이 치듯 밀려가는 하늘을 봤는데.. 결국, 태풍주의 발령으로 입산통제한다는 연락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8시 30분 하산하게 됐다.
첫댓글 수고하셧습니다...지치고 힘들지만 모든이의 뇌리속에는 더더욱 깊은산행....다시금 도전할수 있다는 곳이....위안으럽니다
내 블로그에 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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