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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정(꽃향기 가득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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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허브랑.식물 자료실 스크랩 먹을수 있는 꽃들
라벤더 추천 0 조회 29 10.10.19 01:0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사투 끝에 멧돼지를 포획한 후 모닥불을 활활 피워 놓은 우리의 호모에렉투스인들. 이제 그들이 할 일은 긴 꼬챙이에 멧돼지를 끼워 불에 굽는 일밖에 없습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가열차게 먹으면 되는 것이죠. 이렇게 음식을 불에 익혀 먹는 것을 화식(火食) 문화라 합니다.

불을 사용할 줄 알게 되면서 인류의 식생활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생식주의자들은 화식 문화를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습니다.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화식이 화(禍)를 부른다고 질타합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화식(花食)은 어떨까요? 먹을 수 있는 꽃을 알려 드립니다.


꽃을 왜 먹는 것일까
 

꽃은 식물의 생식기인데 그걸 먹는다니 몬도가네라구요? 엽기적이라구요?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아마 방금 한 말을 도로 가져가야 하실 겁니다. 어린 시절 아카시아나 사루비아 꽃을 쪽쪽 빨아 대며 맛있게 먹었던 경험이 있다면 말이죠. 요즘 아이들도 그런 걸 먹는지 모르겠지만, 몇십 년 전만 해도 진달래꽃ㆍ삐비꽃ㆍ찔레꽃 등은 훌륭한 간식거리였습니다.
꽃을 어디 아이들만 먹었나요. 남정네들은 두견주ㆍ도화주ㆍ매화주 등 말만 들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꽃술을 빚어 마셨습니다. 아낙네들은 찹쌀가루를 반죽해 진달래며 장미ㆍ국화를 넣고 번철에 지져 뚝딱뚝딱 화전을 만들어 냈지요.

 

 산과 들에 흔하게 피는 매발톱(왼쪽)과 패랭이(오른쪽). 모두 먹을 수 있는 꽃들이다.

그런 화식문화가 한동안 가물가물해지더니 요즘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식용꽃을 찾는 사람이 늘자, 농장에서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용꽃을 드라이아이스 넣은 스티로폼 상자에 진공 비닐포장까지 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국적 없는 웰빙 열풍이 이제 거기까지 갔구나 하면서 한탄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화식문화는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몇 해 전에 방영됐던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수라간 나인들이 참나리며 원추리로 음식을 만들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의 임금들도 꽃을 먹었던 것이지요.
옛날 사람들은 왜 꽃을 먹었을까요?

1. 먹을 게 많지 않아서
3. 풍년이나 화목, 득남을 바라는 마음에서
2. 꽃을 넣어 음식을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서
4. 꽃에 들어 있는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5. 음식의 음양오행을 맞추기 위해서

몇 번이 정답일까요. 사지선다에 익숙하신 분들은 보기가 다섯 개라 헷갈리시나요? 모두 정답이니 고민하지 마세요.
꽃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꽃집에서 파는 꽃을 무작정 드시면 안 됩니다. 꽃집에서 파는 꽃은 병충해 방제를 위해 농약을 쳤기 때문에 집에서 기르는 꽃을 드시거나 산야에서 자라는 꽃을 드셔야 합니다.


아카시아껌에는 아카시아가 없다

앞에서 아카시아와 사루비아를 잠깐 언급했는데 살짝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그 꽃나무는 사실 진짜 아카시아가 아닙니다. 진짜 아카시아는 열대지방에서 자생하는 아카시아속(屬, genus)에 속하는 나무로 노란 꽃을 피웁니다. 아카시아속에 포함되는 종은 약 1,300종 가량 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오스트레일리아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던 종래의 아카시아는 대체 정체가 뭘까요. 바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까시나무(Robinia pseudoacacia L.)입니다. 아카시아속이 아니라 로비니아속에 속하는 나무이지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아카시아' 대신 ‘아까시나무'라고 불러 주세요. 그렇다면 주머니 속에 곧잘 넣고 다녔던 아카시아껌도 ‘아까시껌'으로?^^

사루비아는 우리말로 깨꽃이라 부릅니다. 브라질 원산의 귀화식물이지요. 영어로는 보통 ‘샐비어(Salvia)'라고 부르는데 샐비어가 어쩌다 ‘사루비아'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맥도날드를 ‘마꾸도나르도'라고 발음하는 일본식 영어 발음과 사돈의 팔촌쯤 되는 관계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그깟 이름이 무슨 상관이냐고,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는데 어떻게 바꿔 부르냐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김철수를 계속 박철수라고 부르면 김철수씨 입장에서는 무척 황당할 것 같습니다.


식용꽃의 대부, 한련화

트렌드를 제법 안다는 사람에게 “요즘 식용꽃이 유행이라지요?” 하고 물으면, 십중팔구 한련화 얘기가 제일 먼저 나올 겁니다. 그만큼 한련화는 식용꽃의 대표선수라 할 수 있습니다. 한련화가 각광을 받은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웰빙 열풍이 불고 식재료로 허브가 주목을 받을 때 한련화도 대중적인 보급이 이뤄졌으니까요. 하지만 18세기 말 편찬된 농업백과사전 <임원경제지>에도 한련화에 대한 기록이 나오니, 한련화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산 세월이 최소한 200년은 되는 셈이지요.

한련화 잎으로 만든 김치를 한련저(旱蓮菹), 잎이나 줄기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을 한련강회라고 합니다. 한련저ㆍ한련강회…. 음식 이름에서 어딘가 고색창연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급조된 이름은 아닌 듯한데, 포털 사이트의 백과사전에 이 음식들이 버젓이 등재돼 있는 걸 보면 꽤 오래전부터 한련화가 식용으로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련화는 밥ㆍ김치ㆍ나물ㆍ샐러드 등 안 쓰이는 곳이 없는 멀티 플레이어입니다. 꽃잎을 다져 주먹밥에 넣어도 좋고, 잎을 따다 강된장을 넣고 쌈으로 먹어도 좋습니다. 한련화는 먹었을 때 매운 맛이 납니다.
그래서 씨를 갈아 후추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열매를 식초에 절여 피클로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식으로 된장이나 고추장에 푹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한련화(旱蓮花, Nastertium)는
봄에 씨를 뿌리면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쉬지 않고 꽃을 피우는 한해살이 화초다.
붉고 노란 꽃이 큼지막하게 피는 데다
덩굴성이라 걸이 화분에 심어 공중에 매달아 놓으면 아주 멋스럽다.

혹시 한련화 쌈에 관심 있는 분을 위해 노하우 하나 알려 드릴까요? 질소 비료를 많이 주면 꽃이 덜 피는 대신 잎이 무성해집니다. 그러면 쌈 싸 먹을 양이 충분해지겠죠.
한련화에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아주 풍부해 감기 예방에 아주 그만이라는군요. 항균작용을 해서 기관지 염증에도 효과가 있고, 또한 지방을 분해해 비만 해소에도 좋다니 여성분들이 특히 눈여겨보셔야겠습니다. 하지만 위와 장에 궤양이 있는 사람은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니 주의하세요.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럽지만, 하얀 꽃잎은 맛도 좋지


자, 이쯤에서 돌발퀴즈를 하나 내보려고 합니다. 양희은이 “○○○ 피면 내게로 온다고, 노을이 지면 피리를 불어 준다고 그랬지”라고 읊조렸던 꽃, 장사익이 “○○○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라고 고백했던 꽃, 이연실이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라고 노래했던 꽃. 이 꽃은 무엇일까요?

좀처럼 감이 오지 않는다면, 결정적인 힌트를 드리지요. ‘자주고름 입에 물고 눈물 흘리며 이별가를 불러주던' 옛 임을 자꾸 생각나게 하는 꽃…. 이제 아시겠죠? 바로 찔레꽃입니다. 장미과에 속하는 찔레꽃은 우리나라 산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토박이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중가요로부터 곧잘 러브콜을 받곤 합니다.

 

 찔레꽃 열매는 술을 담가 마시고,
오뉴월에 피는 하얀 꽃은 날로 먹거나 화전을 만들어 먹는다.

봄에 새로 돋아나는 연둣빛 순은 달짝지근한 맛이 있어, 겨자 소스를 넣어 샐러드로 만들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찔레꽃의 새순에는 진딧물이 엄청 꼬입니다. 진딧물도 그게 맛있다는 걸 아는 모양입니다. 찔레꽃을 두고 진딧물과 한바탕 쟁탈전을 벌이기가 참 민망한 노릇이지만, 몸에 좋다는 데야 그까짓 것쯤…. 찔레꽃은 이뇨작용에 좋으며, 목마름을 해소시키고 더위와 열을 내려 시원하게 해준다 합니다. 이번 여름에는 청량음료 대신 향기 좋은 찔레차 한잔 어떠세요?


차맛이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

신경 안정에 좋은, 네로도 즐겼다는 장미차

성격이 까칠하기로 소문난 네로황제, 알고 보면 그도 섬세한 남자였습니다.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시를 썼다고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 인형을 만들어서 바늘로 콕콕 찌르는 사람이 많았는지, 네로는 만성두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런 이유로 네로는 장미차와 장미푸딩을 즐겼다지요. 장미에는 신경을 안정시키고 창의력을 증대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네로가 시를 썼던 게 장미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결혼 첫날밤에는 장미차를 꼭 드세요. 이유는 상상에 맡깁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향기 좋은 목련차

봄이면 하얀 새가 날개를 펴듯 꽃잎을 활짝 벌리는 목련, 단맛이 나고 향기가 무척 좋은 목련 역시 차로 즐기기에 좋은 꽃입니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찻잔에 꽃잎을 넣은 후 뜨거운 물을 부어 바로 마시면 되고, 유비무환이 체질인 사람은 잘 말렸다가 일 년 내내 마시면 되겠지요. 목련을 꿀이나 설탕에 잰 뒤 마셔도 아주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중가요 가사도 바뀌어야 할 듯합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그 맛….

목련은 차로 마실 때 꽃잎이 누렇게 변해서 좀 아쉽습니다. 하얀 빛깔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으면 더 좋을 텐데요. 아무려면 어때요. 차맛만 좋으면, 아니 차맛만 예쁘면 다 용서되는 걸요.

나를 기억하세요, 물망초차

5ㆍ6월에 하늘색 꽃이 피는 물망초도 차로 마실 수 있는 꽃입니다. 물망초는 한 번도 이별을 겪지 않은 사람에게는 꽃을 보여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왼쪽 겨드랑이에 물망초를 품고 가다가 제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물어 보면 미래의 배우자 이름을 가르쳐 준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하지만 독일의 낭만파 작가 노발리스가 쓴 소설 <푸른 꽃>이 물망초를 소재로 했다는 건 사실입니다.

 

 유럽이 원산지인 물망초는 가을에 씨를 뿌려 봄에 꽃을 보는 한두해살이풀이다.
향이 무척 좋다.

참 이상하게도 찻물이 우러나면 물망초의 푸른 기운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꽃말이 ‘나를 잊지 마세요'이니 누군가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물망초의 푸른 빛깔을 가져가는 것일까요?

어버이날에 마셔 볼까, 카네이션차

어버이날이면 카네이션을 사서 부모님께 내밉니다. 그때 어떤 엄마들은 “먹지도 못하는 꽃, 돈 아깝게 뭐 하러 사와!”라고 말씀하십니다. 여태까지는 기분만 상하고 말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대답하세요. “엄마, 이거 먹을 수도 있거덩!” 네, 카네이션도 먹을 수 있는 꽃입니다. 꽃을 먹는 일은 블라디미르 비쵸스키의 4분의 4박자 노래처럼 즐겁고 경쾌한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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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8.07.04 13:18

    첫댓글 좋은정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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