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클리퍼스냐, 워싱턴 위저즈냐. 2003년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앞두고 길버트 아레나스(Gilbert Arenas·24)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레나스는 고향 팀인 클리퍼스에서 뛰고 싶었지만 동전 던지기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기로 했다.
그의 선택은 동전이 일러준 워싱턴이었다. NBA(미프로농구) 워싱턴 위저즈의 포인트 가드 아레나스는 기인(奇人)이다. 아레나스의 독특한 정신 세계는 그의 이름을 딴 ‘길버톨로지(Gilbertology)’라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
아레나스는 원정 경기를 떠나면 호텔방에서 꿈쩍하지도 않는다. 다섯 시즌 동안 아레나스는 단 6번, 자신의 고향인 LA에서만 호텔 밖을 나왔다. 그는 호텔에 머무르며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며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기행만큼이나 지독한 근성도 아레나스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그는 애리조나 대학 입학 당시, “네가 대학 경기에 뛸 수 있는 시간은 0분이다”라는 말에 이를 갈며 백넘버 0번을 달았다. 그 후 그는 결국 0번을 달고 수퍼스타로 성장했다. 하프타임 때는 쉬지 않고 비디오 포커게임에 몰두한다. 이 역시 한순간이라도 경쟁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레나스가 승부에만 집착하는 냉혈한은 아니다. 그는 홈이든 원정 경기든 경기가 끝나면 자신의 유니폼을 관중에게 던져주는 서비스를 잊지 않는다. 화재로 집을 잃은 10세 소년의 평생 후견인이 되어 경기가 없는 날, 소년과 쇼핑이나 볼링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따뜻한 면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레나스의 실력. 지난주 평균 40.3점을 기록하며 ‘이 주의 선수’에 선정됐다. 현재 평균 득점 29.4점으로 리그 3위. 워싱턴은 아레나스의 활약 속에 동부 콘퍼런스 남동부지구 2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