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가승

[백암산인]

아버지가 평생을 소중하게 관리하신 물건이 있습니다. 

난리(전쟁)가 나면 다른 것은 다 버려도 이것만은 꼭 가지고 가야한다며 챙기신 가죽 가방입니다.

그 가방 안에는 집과 토지의 등기장 같은 재산에 관한 문서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집안 식구들의

빛바랜 사진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 특별히 아버지께서 자식들에게 꺼내 보이시며 가장 중요한 물건이라고 강조하신 것이

우리 집안의 직계만을 기록한 가승(家乘)이었습니다.

가방 속의 물건 중에도 다른 것은 또 다 버려도 이 가승만은 꼭 지켜야 된다는 것이 아버지의 신념이셨습니다.

1960년대와 2010년 두번에 걸쳐 편찬했던 인쇄본 족보와 달리 할아버지를 기준으로 우리 집안의

직계 조상님들만 간략하게 기록한 것이고 한지를 잘라 손바닥만하게 제본한 종이 위에 세필로 직접 쓴

것이라 지금은 가보처럼 그 가방에 여전히 보관하고 계십니다.

 얼마 전 아버지 댁에 들렸다가 아버지로부터 가져다 보관하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아버지께서 평생 애지중지 간직하셨던 물건이라 아직은 때가 아니다 싶어 우선 보관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사진만 찍어 두었습니다. 

밀양박씨 규정공파(낙촌공파를 거쳐 숙민공파로 분파됨) 23세손인 할아버지 대에 필사한

가승을 다시 살펴 보면서 저 홍천땅 백암산 기슭에 고단한 인생의 짐을 풀었던 입향조 할아버지

(16세손 壽자 度자) 의 숨결을 느낍니다.

 △ 1623년 인조반정 시 몸을 피해 홍천땅 백암산 기슭으로 내려온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이복수]

삼봉! 소중한 유산 잘 보관하시길 바랍니다...

[소리(화선)]

역사가 느껴집니다...날... 박물관에 보관 될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안재학]

참으로 귀중하신 조상님의 얼을 간직하고 계시군요. 잘 보관하셔서 후대에까지 널리 맥을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햇님]

역사드라마 보는거 같아요,, 예날에 나왔던 "토지" 가 생각이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