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부서지는 가을 햇살 속에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떠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몸부림치는 한 낮의 여름열기를 가쁜 숨으로 힘겹게 밀어내며 오르는 광명시 도덕산~구름산 트레킹 코스도 결코 쉽게 볼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큰 산이 건 작은 산이 건 산을 쉽게 보지 말라는 엄홍길 산악인의 말처럼 그 산을 오르기 위해서 흘려야 하는 땀 만큼만 산은 자신의 모습을 내준다고 하듯 도심근교의 산이라지만 서너 시간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중에 흘린 땀만 부지기수(不知其數)가 아니었나 싶다.
무한불성(無汗不成)이란 말처럼 땀 흘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일이란 없다고 하듯이 이번 트레킹 일정을 도심 속 걷기라고 쉽게 생각하고 참석한 동문 산우들은 나름대로 몸 고생과 마음 고생을 거치른 숨소리를 통해 느끼며 아주 잠시겠지만 가을과 함께 영글어 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이번 재금산의 광명시 도덕산~구름산 트레킹을 준비하며 인터넷을 슬그머니 뒤져봤더니 광명 시민들과 더불어 타지인들 까지 자연 경관을 즐기려고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 자연공원이라고 하여 광명시의 센트럴 파크쯤으로 여기며 가볍게 나갔는데 친구들도 역시 그런 마음으로 트레킹에 참석 했다지만 결론은 모두 힘든 여정 이었다고 한다.
이번의 트레킹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밑이라 참석 인원이 적을 것이라 예상 했는데 의외로 많은 동문 산우들이 참석했다고 하며 축제 분위기였고 우리 25회 동기들도 최대로 많은 8명이라는 인원이 참석하여 여타 기수들의 많은 부러움을 사기도 하였다.
하여튼 편한 마음으로 출발하였고 경기도 오산의 상철이와는 사전 약속대로 전철에서 도킹하여 집합 장소인 철산역 2 번 출구에 오전 8시 40분경 도착해 보니 바위를 닮은 친구 익균이가 빙그레 웃으며 자기가 제일 먼저 왔다며 유세를 떠는데 항상 맨 꼴찌에 겨우 도착하던 놈에게 인생을 역전 당한 기분이 들어서 어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기분 나쁘지 않은 건 항상 곁을 지켜주는 바위 같은 친구이기 때문이리라.
그 뒤를 이어 멋진 산악인 진덕기친구를 끝으로 남자들 4 명은 다 왔고 9 시를 넘기며 귀여운 참새알 이성희친구가 급한 성질답게 큰 보폭으로 세이프 존으로 들어오고 이어 사임당을 닮은 교과서 주부 김옥중 친구가 무게감 있는 걸음으로 들어오며 잠시 후 백작 귀부인 홍혜실 친구가 자가용 편으로 아름다운 몸짱 김난주 친구와 같이 등장하는 것으로 하여 처음으로 8 명이나 되는 동기들이 이번 재금산 트레킹에 동반하며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탄생하게 된다.
인생이란 하루하루의 삶이 도전의 연속이라는데 그것은 내일의 태양이 항상 다시 뜨기에 일상이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고 삶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에만 발전을 하므로 어제까지의 일은 이월(移越)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머무는 과거가 되며 오늘은 항상 뉴~버전으로 만들어지는 뉴~데이가 되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참된 고수는 결코 아는 자가 되지 않고 언제까지나 배우는 자가 되기 위해 마음의 문을 닫지 않고 늘상 열어 둔다고 한다.
오늘은 또 어떤 시간들이 우리 곁을 비켜가며 추억을 만드는 소중한 재료가 될지 모르나 시간의 걸음은 미래형 현재형 과거형 세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미래는 주저하며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며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는 말처럼 오늘 우리는 다시 오지 않을 현재라는 시간들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붙잡고 트레킹의 충실한 내용물을 앙꼬(anko)로 만들어 넣은 후 시간의 벗인 영원 속으로 돌려 보낼 것이다.
절기는 분명히 가을이지만 한 낮의 열기는 여름의 끝자락에 해당되는 날씨로 인해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무뎌진 발길을 재촉하는데 가끔씩 불어주는 깔끔한 가을바람에 가끔씩 주변을 돌아 보면 메뚜기도 한철이듯 한해살이 풀들의 시들어 가는 모습속에 드리워진 가을을 발견하고 멋진 공중제비를 펼치는 천둥벌거숭이 고추잠자리도 보이고 인기척에 놀라 급히 자리를 피하는 땅개비와 왕땅개도 눈에 띄는걸 보면 역시 가을이란 계절은 이미 우리 곁에와 같이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모처럼 가을 맞이 트레킹이 된 기분을 만끽하며 8명의 친구들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는데 나이 탓인지 살아온 환경 탓인지 걷는 모습이 제 각각인데 귀부인 혜실이는 가랑잎 나풀거리듯하고 참새알 성희는 성질땜에 걷지 못하고 뛰는 참새처럼 급한 성질로 보폭이 너무커 기우뚱 거리고 처음 참석한 옥중이는 힘에 부치는지 세상사를 다 짊어진 무거운 걸음으로 말수마저 없고 몸짱 난주는 댄스스텝리듬으로 꼿꼿이 걷는데 그 각각의 모습이 거친 삶의 파고를 헤치며 인고의 세월을 다스려온 노련한 중년들 다운 아름다움이 묻어나기에 경이로운 존경심마저 드는 것은 열심히 삶을 살아온 자만이 갖는 특권들일 것이다.
어쨌거나 아름답게 펼쳐지는 자연미와 인공미의 적절한 조화를 느끼게 하는 도시 자연공원의 수려한 경관을 맘껏 즐기며 때로는 자연과 더불어 피사체가 되기도 하고 피조물이 되기도 하는 가운데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도덕산(道德山)도 구름산(雲山)도 우리들이 흘리는 땀과 열정을 잘 아는지 아낌없이 정상을 내어 주는데 언젠가는 꼭 이번 트레킹이 만들어 준 아름다운 추억을 다시 찾으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이 찾은 구름산 산림욕장은 올해 경기도 보건 환경연구원에서 실시한 경기도 주요 산림휴양지의 13개소 26지점 중에서 구름산 산림욕장의 피톤치드 발생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그 만큼 자연의 생태환경이 좋다는 것이고 또한 경기도 광명시는 지역을 대표하는 광명8경을 선정 발표했는데 제1경=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도덕산(183m) 정상 육모정, 제2경= KTX 역사의 낮과 밤, 제3경= 금 개구리가 서식하는 안터생태공원, 제4경= 관감당과 종택, 제5경= 동굴관광지로 개발을 추진 중인 가학광산, 제6경= 광명재래시장, 제7경= 구름산 산림욕장, 제8경= 광명한내(안양천)가 뽑혔다고 하는데 광명시는 이들 8경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시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광명 8경중 우리가 오른 제1경이라는 도덕산(183m) 정상의 육모정은 전망대에 올라서 바라보는 경륜장의 스피드 돔 모습과 어우러지는 광명시내의 풍경도 상당히 멋스러웠음을 아마도 오랜 시간동안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제1경을 땀과 열정으로 찍은 기분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도란도란 이야기 꽃이 피고 지는 사이 도덕산(道德山)과 구름산(雲山)의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길도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웠는데 솔직히 올라 갈 때는 힘도 들었지만 휴전선 철조망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노온정수장 곁을 지날 때는 기분이 완전히 방전된 상태였기에 그에 보상 받은 기분이라고 할 정도로 구름산 하산 길은 나무 원목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전망대도 있었고 자연보호 차원의 계단식 데크도 깔려 있어 나름대로 자연과 어우러진 조형미까지 하산의 기분을 업그레이드 해주었다.
이후의 시간들은 회식장소에 도착하여 광명시 도덕산~구름산 트레킹으로 지친 피로를 내려놓고 늦은 점심을 먹는 자리였는데 허기가 식욕을 자극하는지 평소보다 많은 양으로 포식을 하고 산악회에서 전하는 공지사항을 들으며 광명시 도덕산~구름산 트레킹의 시작과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였다.
트레킹 일정이 모두 정상적으로 마무리 되고 처음의 집합장소로 가는 길에 마치 영국의 백작 귀부인이나 고관대작의 안방마님 같은 인상으로 맑은 아침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홍혜실 친구가 다정하게도 황순원님의 장편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윤초시댁 손녀같은 모습으로 다가와 가을 바람에게 속삭이듯 오늘의 트레킹 일정을 마친 소감으로 깊게 새겨둘 좋은 말이 없겠느냐고 묻길래 “상산용이(上山容易) 하산난(下山難)” 이란 말을 해줬는데 이 말은 산을 오를 때는 쉽지만 내려가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 깊은 말이다.
아무튼 광명시 도덕산~구름산 트레킹에 동참하여 참된 우정을 나눠준 친구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는 것으로 트레킹 후기 글을 이쯤에서 마치지만 나름대로 부담감이 느껴지고 두려움 마저 생기는 건 갈 수록 이렇게 좋은 친구들에게 더 잘해야 하는 쓸데없는 책임감은 늘어나는데 비해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내가 현실적으로 갖는 유일한 두려움이다.
이제 곧 민족 최대 명절이라는 한가위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데 우리 금호25 친구들의 추석도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말처럼 즐겁고 보름달처럼 모나지 않고 둥글게 속이 꽉 차고 풍요가 가득한 추석 명절 잘 보내시며 행복하시길 빌어본다.
만사에 건승하시고 모두들 행복하시게 친구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