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역시 수님의 발 넒음이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 직동 공원에 들어서면 안골길 포토존이 있다. 약간은 밋밋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흰색 벽인데, 사실 조금 뜬금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각자 인증용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래서 길동무 들 각자 모델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그 뒤에 다른 누군가도 역시 셀피를 찍기 위해서 우리 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 분으로 짙은 선글래스를 끼고 있었다. 드디어 길동무의 인증 사진 찍기를 마치고 직동 공원으로 중심으로 향하는데, 그 분도 역시 셀피를 마치고 우리 뒤를 따라 걷는다. 내가 마침 제일 뒤에 있어서 혹시나 하여, 북한산 둘레길이나 또는 소풍길을 걸으시냐고 여쭈었다. 북한산 둘레길 안골길의 일부는 의정부 소풍길 1코스에 해당된다. 그래서 많은 부분이 겹친다.
그랬더니, 현재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다고 하신다. 그런데 그 분 말씀이, 길동무 줄 제일 앞에 계신 분하고 그 뒤에 여자분을 유투브 길동무 영상에서 보셨다고 한다. 아하~ 아마도 수선생님께서 올리신 서울 둘레길 영상을 통해서 수님과 반님을 보신 것 같다. 그 분 말씀은 둘레길을 걷기 위해 유투부에서 다양한 영상 검색을 하였는데 그 중에서 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영상을 보셨고 다른 어떤 영상보다도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하신다.
정황을 수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수님은 본인을 알아보시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즐거워하시고, 잠시 두 분이 나란히 이야기도 하고 걸으셨다. 내가 올려 놓은 사진 중에 알 수 없는 한 사람이 수님과 걷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분이다.
그런데 마침 우리는 점심 장소로 찾아 들어가는 중이었고 그 분은 앞으로 계속 길을 이어 가시는중이었지만 가시면서 왠지 길동무와 헤어짐을 아쉬워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분 말씀 중에 수님께서 열심히 카페 홍보도 하시는 것 같은데, 실제로 가입까지 이어질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역시나 유투부는 인기 최고의 플랫폼이고, 그 곳에 노출됨은 매우 큰 임팩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수님의 홍보 역시 알아줄 만 하다.
14. 점심은 정말 화려했다. 이렇게 오래 진득하게 배부르게 먹어본 것이 언제였던가 싶다. 일단 그 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박도 나오고, 또한 부천팀에서 김밥이 쏟아졌다. 방울 토마토도 그냥 낫 개 수준이 아니라 한 봉지로 나왔다. 정말 살을 빼려고 나왔다면 점심만으로도 역풍을 맞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은 만큼 간다고, 많이 먹기 때문에 먼 길을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수님은 등산을 오신 것 같이 코펠에 비빔밥을 만들어 오셨다. 나 같으면 집에서 비빔밥을 만들어서 가져왔을 터인데, 역시 맛있게 먹는 법은 현장에서 뭔가를 직접 만들어 드시는 것일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것이 오랜 연륜에서 나온 것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그 밥의 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나 카메라를 드시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시는 그 기저에는 밥 힘이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화려강산의 점심을 마치고,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려니 무거운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아고~. 바로옆에는 분수도 나오고 시원한 나무 그늘도 있는데, 그 아래서 한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길동무에게서는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겠지?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아고 바랄 것을 바래야지. 쌀쌀 맞기 그지 없는 수님과 이 길동무에서?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바랄 것을 바라자.^^
15. 훨씬 가벼워진 배낭을 어깨에 들고 나머지 길을 계속 이어갔다. 안골 길 중간에는 찻길을 옆에 두고 땡볕 길 존을 통과하게 되는 구간이 있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서는 북한산 환경 지킴이들이 둘레길 클린데이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강화 나들길의 우리두리 선생님 생각이 났다. 이 분들의 손길 때문에 둘레길이 깨끗해지고, 걷기 좋은 길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역시나 환경에 관심이 높으신 라님의 눈빛이 반짝임이 느껴졌다.
특히 이 안골길은 땡볕 구간 때문에 내게도 더웠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어서 도로길 옆의 숲 속 길로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더 걸으면 안골 길을 마치고, 그 다음에는 또 하나의 챌린지 코스이기도 한 보루길에 접어 든다.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북한산 둘레길 21개 코스 중에 난이도 상인 구간이 세 개가 있다. 하나는 명상길인데 약간의 논란이 있다. 이 짧은 거리에 바위 구간 하나를 살짝 통과하게 되는데, 그 때문에 난이도가 상인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아무리 해도 어려운 장애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만 추정해보면 형제봉 아래의 나름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설하고, 나머지 두 개의 상 구간은 바로 산너미길과 보루길이다. 아마 그 높이 때문에 상 등급이 메겨진 것 같은데 아무튼 상대적으로 다른 코스 대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보루길은 은근히 길게 느껴지는 길이다. 실제 거리는 그리 멀지 않으나, 그 다이내믹 때문인지 이상하게 길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심정적인 장거리에는 아마도 다른 구간과 달리 아취 퍼고라가 몇 개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보루길 전체적으로 한 3~4개의 퍼고라가 있다.
드디어 안골길을 마치고 보루길에 접어 들었다. 보루길 시작은 회룡 탐방 지원센터부터 시작되는데, 그 무엇보다도 어제 가장 재미있는 일이 이 곳에서 벌어졌다. 어제의 하루를 모두 보상받을 만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16. 안골길에서 점심을 먹고 또한 전체적으로 오래 동안 걸어왔기 때문에 나름 각자 개인적으로해결을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중간 간이 화장실을 활용했는데, 여자분들이 가기에는 조금 그랬다. 어쩌면 긴 머리에 하얀 얼굴, 그리고 입가에는 빨간 한 줄…^^의 그녀가 나타날 줄도 모르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곳이 회룡탐방 지원 센터였다. 마침 안골 길 막바지 단계였고, 또한 보루길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님께 이건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고, 더불어 그곳에서 산너미 길과 보루길 인증 도장을 받으셔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왜냐면 도봉산 지구에는 워낙 방문자가 많아서 바쁜 곳이어서, 분산해서 도장을 받는 것이 오히려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나도 회룡 탐방지원센터에서 도장을 받았었고, 나름 친절한 국립공원 관리 공단 직원 때문에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수님께서는 그 곳에서도 인증 도장을 찍어주냐고 물으시곤, 그렇다고 말씀 드리니 그럼 그곳에서 화장실도 가고 도장도 받자고 하셨다.
드디어 탐방지원 센터에 도착을 했는데, 마침 사무실 안에는 아무도 안 계셨다. 그런데 바깥에서 어떤 중년의 탐방지원센터 여자 직원 분이 전화를 하고 계셨던 것이다. 전화를 금방 마치시더니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셨고, 인증 도장 받으러 왔다고 알려드렸다. 그랬더니 어디를 다녀왔냐고 해서 14~15코스를 걸었고 오늘 나머지도 다 이어 간다고 수님께서 말씀을 하셨다. 이와 더불어 수님께서 앞서 찍으신 산너미길과 안골길 인증 사진과 더불어 예전 우이령길 사진을 꺼내서 보여주시려고 했는데 그 직원 분이 되었다고 괜찮다고 하셨다. 그러더니, 14코스부터 15코스까지 2개의 도장은 물론 앞으로 가야 할 16~18코스의 3개의 도장과 더불어 몇 주 뒤에 있을 예정인 21코스 우이령길까지 전체적으로 “무려” 6개의 도장을 모두 꺼내 놓으시더니 모두의 수첩에 찍어 주셨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느냐? 이론상으로는 길나섬 끝이고 드디어 둘레길 완주 인증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수님께서는 재빠르게 다음 탐방 지원센터인 도봉산 탐방 센터에서 인증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하시고, 그곳으로 빠르게 이동을 하시기 시작했다. 역시나 머리가 팽팽 도아가시는 것이다. 마침 나의 경험에서도 그렇고, 또한 어제 그 탐방 지원센터분의 말씀도 그렇고 인증에는 대략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인증을 미리 앞당겨서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길나섬 동력이 떨어져서 앞으로 걸어야 할 남은 16~18코스는 물론 나중에 걸어야 할 21코스도 길나섬을 하지 않을 짜가 길동무팀은 아님을 알기 때문에, 미리 인증을 하나 또는 나중에 하나 별차이가 사실 별 차이가 없었다. 단지 기분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 홀가분함은 사실 존재하는 것이었다.
첫댓글 보루길은 첫 번째 사패산 3보루만 너무면 그런데로 어렵지 않은데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산 하나를 넘다보니 조금은 지루하고 힘들었던 기억때분에 힘든 구간인듯 합니다. 그래도 아래 내용들이 길동무들을 즐겁게 하다보니 어제는 동행 못한 4기 길동무들이 생각이 나더군요. 함께했으면 좋았터인데^^*
네. 약 4주 뒤에 우이령 길을 걸으실 것 같은데, 그때 인증 신청하고 하면 이론적으로 2달 뒤에 인증서와 뱃지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제와 같은 fast track으로 우이령길을 걸으실 때 즈음에는 인증이 완료되었겠지요? 늘 모노톤으로 같은 길나섬 같지만, 매번 다른 경험과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또 길을 나서게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즐거운 길나섬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동영상의 힘이 대단하네요 앞으로도 썬글라스는 꼭 써야겄네요 미리 인증이 다 된 수첩은 ㅎㅎ
더운날의 물 한모금의 시원함이랄까요. 빼먹은 숙제 100점 맞은 느낌 입니다
^^ 어제 길나섬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매번 같은 북한산 둘레길이지만 다른 느낌인 것 같습니다. 특히 여러명이 함께 하는 길은 그래서 추억의 장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싶네요. 또 다른 길에서 뵙겠습니다. 평화 누리길 정모, 그리고 두 주 동안의 휴지기,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