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칼럼11 - 어린이날 특집 KBS TV 퀴즈프로그램『1대 100』에 출연하다

[이솝정]

어린이날 특집 KBS TV 퀴즈프로그램

                              『1대 100』에 출연하다

 

올해 들어 월례회 모임에 한 번도 참석 못한 것이 가시처럼 목에 걸려있는 차에 걸려온 전화 한 통.

동시문학회 홍보차 섭외한『1대 100 퀴즈프로그램』출연진에 나를 끼워넣었다는 골자였다.

최다불참이라는 죄의식을 갖고 있던 터라 거절할 입장도 아닌 나는 무조건 승낙을 했다. 그래도 명색이 선생인데 1단계에서 떨어져 쪽팔리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도 컸지만 반면에 호기심도 컸다. 도대체 1대 100은 어떤 퀴즈프로그램이며 녹화한것은 얼만큼 편집되어 내보내질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라고나 할까?

드디어 녹화하는 날!

KBS 신관공개홀에서 만난 우리들은 1단계에서 모두 떨어지면 창피하니가 우리만 아는 신호를 만들자고 했다. 답을 아는 사람이 1번이면 오른쪽 귀를 잡고, 2번이면 왼쪽 귀를 잡고, 3번이면 고개를 끄덕이기로 했다. 우리가 낸 아이디어에 감탄해며 녹화장으로 들어갔다.

『1대 100』작가는 오늘의 출연진들을 모아놓고 어떤 식으로 진행할거니까 꼭 이것만은 지켜달라고 당부하였다. 나눠준 유인물에는 녹화진행순서와 100인 출연자의 주의사항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단체로 온 팀에서는 구호를 준비하라고 했고, 동시문학회에서는 누가 인터뷰에 응할 것인가를 물었고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바로 녹화에 들어갔다. 너무도 짧은 사전준비에 놀랐지만 더욱 놀란건 퀴즈석에 의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텔레비전으로 볼 때는 앉아서 편하게 퀴즈를 푸는 것처럼 나오는데 그것은 착시에 불과했다. 그리고 우리를 더욱 당황하게 한 건 단이 너무 높아서 뒤에 있는 패널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컨닝은 물건너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보인다고 해도 위에서 따가운 조명이 때리고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우리만의 수신호는 엄두조차 내지 못할 일이었다. 우리는 자포자기하고 오늘 운에 맡기기로 했다.

드디어 사회자인 손범수가 등장을 했다.

밝은 분홍색의 마이가 눈에 띄었고 목소리가 녹화장을 울렸다. 바리톤의 목소리는 대중을 압도하고도 남아서 작아 보이는 키, 얼큰이가 모두 먹혀들어갔다. 평범함에도 못미치는 신체구조가 목소리 덕을 본 케이스라고 우리는 입을 모았다.

1인 패널로는 80년대의 청춘스타 탤런트 강석우가 나왔다.

젊었을 때도 꽃미남이었지만 중년인 지금도 아주 럭셔리했다. 곱게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희은 강석우의 여성시대’ 라디오 진행자답게 오랜 관록에서 나오는 유창함이 묻어나왔다.

100인 패널엔 탤런트 전원주와 김형일, 가수 김도향, 김성수 성진우 그리고 한스밴드가 나왔다. 성진우는 노래를 생라이브로 불렀는데 정말 가수라는 생각이 들만큼 노래를 잘했다. 똑같은 가수지만 김성수는 가수라기보다는 녹화 내내 웃겨서 개그맨 같았다.

리허설도 없이 바로 1단계 문제풀이에 들어갔다.

난 3단계까지 잘 올라가다가 4단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1번과 2번 중에 고민을 하다가 1번을 눌렀는데 아뿔사 떨어지고 말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택시는 <시발택시>이다. 시발은?
1 최초의 택시회사 이름	2 한자 始(처음시)와 發(쏠발)	3 자동차 엔진소리를 표현한 의성어

정답은 2번이다. 예전에 스크랩까지 해둔 내용인데 틀리다니 바보 멍충이!

1인 패널인 탤런트 강석우는 6단계에서 떨어졌다.

흔히 골덴바지라 부르는 <코듀로이 바지>의 코듀로이는 프랑스어 [    ]에서 유래되었다. [    ]는?
1 임금의 밭이랑	2 부인의 주름살	3 하인의 손바닥

정답은 1번이다. 이걸 맞추는 사람은 의류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닐까?

최후의 1인은 9단계를 맞춘 시청자패널에게서 나왔다.

없는 한자음은?
1 녜	2 뇽	3 뉵

정답은 2번이다. 난 ‘녜’라는 한자어가 있다는걸 오늘에야 알았다.

상금을 타간 패널은 100인패널이 아닌 1인패널로 신청을 할만큼 대단한 실력자로고 했다. 퀴즈계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라나 뭐라나?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시고 화장실 갔다 와서 바로 두 번째 녹화가 시작되었다.

두 번째 나온 1인 패널은 한의사 정지행이었다. 유명인이라고 하는데 본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했다.

이번 문제도 난 멀리 가지 못하고 3단계에서 떨어졌다.

3번 버튼을 2번으로 잘 못 누른 탓이었다. 1번 2번 3번 버튼이 너무 가까이 있다보니 손가락 조절을 잘 못해서 실수한 탓이었다. 아까웠지만 할 수 없었다.

70년대 고고장에서 들을 수 없는 음악은?
1 이럽션의 One way ticket	2 아바의 Dancing queen	3 뉴키즈온더블록의 Step by step

정답은 3번이다. 알면서도 틀리다니 이제 뉴키즈온더블록의 노래를 듣나 봐라.

정지행은 9단계에서 떨어졌다.

한자가 다른 <지>는?
1 삼국지	2 초한지	3 수호지

정답은 3번이다. 요건 내가 맞출 수 있는 문제였는데.

마지막 10단계는 시청자 패널로 남은 가수 김도향과 이름 모를 여성이었는데 둘 다 아쉽게 오답만 눌러서 떨어지고 말았다.

국보를 견학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갔다. 볼 수 없는 것은?
1 청자사자유개향로	2 청자기린유개향로	3 청자칠보투각향로

정답은 2번이다.

청자기린유개향로는 국보 65호로 현재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나야 3단계에서 떨어졌지만 마지막 10단계까지 올라가서 어이없게 떨어진 김도향이는 참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프로그램 진행상 아쉬웠던 것은 어린이날 특집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에 관한 것은 다루어지지 않아서 왕실망이었다. 적어도 어린이날에 관계되는 것쯤은 다루어줘야 어린이날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1대 100 퀴즈프로그램을 보고 지하에서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거의 NG없이 3시간 넘게 녹화를 했는데 부회장님과 사무국장의 인터뷰를 꿀꺽 해드셨다는 것도 못마땅했다. 동요협회의 인터뷰도 짤라 먹고, 내 옆에서 문제를 풀던 기상청의 인터뷰도 짤라 먹고, 구호를 신나게 외치라고 하더니 구호는 하나도 나오지 않고, 다만 나온 게 있다면 백우선 부회장님과 조하연 간사의 얼굴 한번 비친 정도라고나 할까?

우리들은 무엇보다 5월 16일 토요일에 청계천 광장에서 ‘동시문학회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것을 홍보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긴장이 풀리자 우리들은 다음에 이런 앵벌이가 있다면 또 한 번 해보자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 날 월드컵공원 부근 식당에서 백우선 부회장님이 한턱 쏜 매운탕은 정말 꿀맛이었다.

[이솝정]

제 글을 제가 스크랩했어요^^

[blueshinji(서혜정)]

항상 출연하고 나면 남는건 아쉬움이죠 멋지게 다음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