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을 손쉽게 통과한 지현에게는 이제 단 2번의 대결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지현은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대결에 임하기로 마음먹으며 4강을 시작했다.
이번 모델은 긴 머리를 가진 12살 초등학생 여자 일란성 쌍둥이들이었고, 주제는 모델의 마음을 읽어서 머리 모양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현은 무대 위로 올라왔고, 상대 미용사도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대는 지현의 어머니인 영미였다. 현역 미용사였던 영미는 지현이 미용으로 진로를 정하고 싶다고 했을 때 미용계의 힘든 점을 지현에게 겪고 싶게 하지 않았고, 자신의 미용실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함은 물론 학비도 지원해주지 않았다. 결국 지현은 장학금을 받아 간신히 대학에 다녔으며, 졸업 후에는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그런 영미를 이 대회에서 다시 본 지현은 진심으로 이기기로 마음먹었다. 지현은 쌍둥이 언니를, 영미는 쌍둥이 동생을 배정받으며 대결이 시작되었다. 영미는 현역 미용사답게 요즘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염색이 유행한다는 최신 정보가 있었고, 모델의 피부색과 잘 어울리는 갈색으로 염색한 뒤 고데기로 웨이브를 넣어 완성했다. 반면 지현은 최근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여주인공의 중단발 C컬 펌을 시술했는데, 모델은 아직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두 미용사는 각각 모델의 머리를 완성했고 심사가 시작되었다. 심사 결과 심판들은 만장일치로 무승부를 선언했고, 모델들의 심사가 시작되었다. 쌍둥이들은 먼저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리고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거울을 본 쌍둥이 동생이 말했다.
"이런 머리는 싫어요! 저도 언니처럼 해주세요!"
쌍둥이 언니도 말했다.
"전 제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그러자 심사위원들은 왜 동생 쪽의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에 대해 물었고, 그에 대한 답이 돌아왔다. 바로 쌍둥이 동생의 머리가 자신들을 방치하고 학대한 친모와 같은 색으로 염색되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예은은 지현의 승리를 선언했고, 영미의 목에는 커트보가 둘러졌다. 예은은 영미의 머리에 바리캉을 들이밀며 차분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통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머리를 해주면서 아이가 머리를 마음에 들어할 지를 생각하지 않는데, 전 그게 아니라고 봅니다. 기술적으로는 굉장히 훌륭했으니 앞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영미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미용하고싶다는 딸 마음도 몰랐는데, 당연한거죠..."
그렇게 새치가 가득한 단발머리였던 영미는 누가 봐도 깔끔하게 머리가 밀렸고, 지현은 그런 영미를 안아주며 말했다.
"엄마, 그래도 역시 난 엄마를 못 따라가. 앞으로 나한테 많이 알려줘. 나중에 엄마 머리도 해줄게."
그렇게 차가운 대회에서 훈훈한 장면이 나왔고, 관중들은 환호했다. 영미는 그런 딸을 안고 통곡했으며, 이를 본 예은은 관중석에 박수를 부탁했다.
그렇게 결승이 시작되려 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