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싸움은 접어두기
지소가 나간 것도 그들은 모른 채 싸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흡사 부부들끼리의 싸움과 비슷했다.
칼로 물 베기라지만… 역시 물건을 던지는 건 좀 심한 듯 보였다.
원목탁자가 공중에서 날아간다…
찌그러진 후라이팬도 날라간다…
주방에서 식칼이 날라온다…
연희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는 듯 싶더니 식칼을 피한다.
그리고는 바락, 하고 소리를 지른다.
“미쳤어요? 식칼을 던지게? 제가 그거 맞고 죽으면 어쩌려고요!”
“몰랐나…?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서는 우리 둘 중 한명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에? 뭐라고요? 그런 거라고는 말 안 했잖아요!”
“기본 상식인 줄 알았지. 그렇다고 내가 죽을 순 없잖아.
마계건 인간계건 수많은 나의 팬들이 슬퍼할 텐데…
차라리 나보다 면상이라도 못난 네가 죽는 게 낫지 않겠어?”
“지금 거기서 왜 얼굴 이야기를 꺼내요?!”
“그럼… 너 같으면 천상 자연 얼굴을 좋아하겠냐,
아니면 너 같은 마력을 투입해서 이뻐지려다가 조절을 잘못해서
대량투입해서 찌그러진 네 얼굴 같은 얼굴을 좋아하겠냐?”
“왜 내 얼굴을 예로 들어요? 나도 예쁜 얼굴이라고요!!”
“너보다야 지소가 낫지.”
“지, 지소… 어억… 혈압. 내가 나중에 성형 하고 만다! 하고 말어!”
“근데… 지소는…?”
“엉…? 아까까지 여기 있었잖아요.”
“그렇지… 근데 지금은 없어.”
“서, 설마 우리가 말하는 걸 들은 건 아니겠죠?”
“잘, 모르겠어. 나도 워낙 정신이 없어서.”
“어떻하면 좋아!! 드, 들었으면… 어떻하지?”
“설마 들었겠어?”
설마가 사람 잡는다.
미유와 연희는 싸우는 걸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당연한 것이 지금은 단순히 끊고 어쩌고의 문제보다는 미유의 정체가 탄로 났느냐,
안 났느냐가 중요했던 것이다.
물론 싸우는 동안 미유의 정체에 관한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으나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에 싸웠던 말이 기억도 나질 않았다.
“아저씨… 정말 어쩌면 좋아.”
“젠장! 이럴 때 마력이라도 있었으면!!”
“있었으면?”
“시간을 돌릴 수는 없어도 상황을 돌릴 수는 있어. 하지만…
아직 마력이 회복되지 않았어. 족히 한 달은 걸린단 말이야!”
“뭐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려?”
“우리한테는 1년도, 그리 긴 세월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텐데.
뭐 한 달이야 눈 깜짝할 새지. 물론 마계에서는… 하지만 여긴 인간계야… 후.”
“마력을, 억지로 뭐 회복시키거나 그럴 수는 없는 거야?”
“마력 증폭제가 있기는 해. 하지만 그걸 만들기엔 너무 힘들어.
여기서 구할 수 없는 재료들도 많고.”
“마력 회복제는?”
“그건 더 복잡하지!
난 그래도 약간 미세한 마력이 남아있어서 마력 증폭제로도 충분해.”
“난 일단 지소네 집에 전화 좀 걸어볼게.”
“그래.”
연희는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최신형이라 윤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액정까지 깨끗한
그런 핸드폰이었지만 지금은 핸드폰을 자랑할 때가 아니었다.
단축번호 7번을 꾸욱- 하고 누르고 몇 초 있자,
지소의 핸드폰으로 연결되었다.
지소는 단축키 7번을 차지할 정도로 연희에겐 소중한 존재였지만,
지소에겐 아닐지도 몰랐다.
“여보세요? 지소니?”
-응. 연희구나. 무슨 일이야?
“언제 나간 거야?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어.”
-오빠랑 네가 싸우려고 할 때 나갔어.
사랑 싸움에선 당연히 제 3인자는 빠져줘야 하는 거 아니겠니?
“…정말이니?”
-그럼 내가 그런 거라도 거짓말을 치리? 왜 그래.
오빠랑 화해가 되지 않은 거니?
“아니. 화해했어.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보자.”
-그래. 내일 보자.
핸드폰 폴더를 닫고, 연희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미유가 눈빛을 보내자 연희는 고개를 저었다.
지소는 싸움내용을 못 들었다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소가 거짓말을 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아저씨. 지소가 만약 들었으면, 우린 어떻게 됐었을까?”
“나는 널 죽이고, 마력이 찰 때까지 한 달간의 여유를 즐기다
마력이 차면 마계로 바로 돌아가서 하신과 반란을 일으켰겠지.”
“꼭… 죽여야 해?”
“당연한 거 아닌가. 인간이 마족의 존재를 확실히 알게 할 수는 없어.
계약자가 아닌 이상. 그래서 보통 마족들은 계약자와의 계약이 끝나면
기억을 지우거나 혹은 죽이거나 아니면 계약자가 자연히 늙어 죽을 때 까지
계약자의 옆을 지킨다. 하지만 마지막 경우는 아주 드물지.
대부분 죽이거나 기억을 지운다.”
“그럼 날 기억을 죽이지 왜 하필 죽이려고…?”
“기억은 다시 되 살아날 수 있어.
지워도 흔적이 남아서 언젠가는 깨닫게 되는 것이 바로 기억이다.
기억이 지워진 계약자인 경우에는 기억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기억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죽기 직전에 파노라마처럼 기억이 되살아 나지.
하지만 곧 죽고 말아. 그렇지만 환생의 기억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다음 생에서도 마족의 존재를 어렴풋이 믿게 되는 것이다.”
“죽여도! 기억은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잖아.”
“그거랑 이거랑은 좀 다른 문제야. 더 이상 말하면 복잡해 져.
그래서 완벽주의자인 마족들은 죽이는 걸 택해. 나도 그 중에 속하고.”
그 말에 연희가 놀란다.
나지막하게 미유에게 묻는다.
“사람을… 죽여 본거야?”
“사람이야 많이 죽여 봤지.”
“계약자는?”
“네가 처음이다.”
“난… 계약 끊고 싶지 않아.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
“나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유희를 다 못 즐겼지 않나?
내가 이제까지 즐겨 본 건 백화점 뿐이란 말이다.”
“그럼, 다음주에는 놀이공원 가자. ‘강호랜드’ 도 우리 소유거든.”
“싸움은 일단 보류인가?”
“일단 보류하자. 난 아직 죽고싶지 않거든.”
“나도 마력이 없는 상태에서 쓸데없는 힘을 쓰고 싶지는 않다. 마찬가지야.”
“또 다른 계약 성립이네.”
“그렇지.”
그들은 다시 손을 잡았다.
한번 갈라지려고 한 금이나 그들이 자의로 일어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한번의 고비는 넘어 갔지만, 그 후로도 힘들지 않을까.
*18장 놀이공원 가는데 헬리콥터?
“뭐야 그게! 그렇게 잘나시다는 외모 다 망가지겠네.”
“이게 어때서 그래…?”
여기는 목숨을 담보로 마족과 계약중인 소녀의 집,
아니 있는 건 돈 밖에 없는 소녀의 저택이다.
다음주가 되길 손 꼽아 기다렸던가.
지소는 별다른 말이 없이 그냥 평소와 같았기에 연희는 그냥 넘겼다.
그리고 기대하던 놀이공원 가는 일요일.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차마 미유가 남자인데 남자의 옷 까지
직접 골라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은 연희는 옷 입는 걸 미유에게 맞겼었다.
하지만… 츄리닝을 자랑스럽게 입고 나온 우리의 마족 미유씨.
왜 그렇게 츄리닝을 집착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번 백화점에서
사 온 옷들의 반 정도가 다 츄리닝이었다면 믿을 것인가.
물론 이 츄리닝도 명품이라 보통 츄리닝보다는 라인이 살아나고,
게다가 미유야 워낙 잘생기고 키도 크니 뭘 입어도 옷이 잘 서지만…
그래도 츄리닝이라니!
계약이긴 하지만 미유는 여기서 엄연히 자신의 남자친구이자,
애인이었으며, 약혼식은 하지 않았지만 약혼자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자신과 결혼도 약속한 사이가 아니더냐.
물론 결혼역시 계약이겠지만, 하여튼.
계약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연희가 실제로 미유를 좋아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동네 가게 가는 줄 알아요?
가게 갈 때도 이렇게는 안 입겠다!”
“그럼 너는 드레스 입고 놀이공원 가냐?”
미유가 연희의 옷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발랄한 핑크빛의 우아한 원피스를 입고 나온 연희였다.
물론 여기까진 좋았지만…
그 원피스는 적어도 드레스처럼 바닥에 끌리지는 않았지만
수 없이 박힌 반짝거리는 큐빅에 레이스에 프릴이라니.
어린아이들 재롱잔치 때 신데렐라 연극을 할 때 입고 나올 법한 옷이었다.
아니면 바비인형 공주님이 입을 법한 옷.
아직 성인이 아니기는 하지만 거의 성인이 이런 옷을 입다니…
츄리닝이나 드레스나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그래도! 이게 치마 중에서는 가장 무난한 거란 말이에요.”
“그럼 바지 입어!”
“싫어요. 지난번 백화점 때 바지 입었으니까 이번엔 치마 입을 거란 말이에요!”
“너 마음대로 해!”
연희는 미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얼굴이 그렇게 못생긴 것도 아닌데 마구 비하하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뭐, 얼굴 정도야 확실히 미유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다이어트와 몸매 관리를 한 몸이란 말이다.
자신과 같은 가느다란(?) 몸에는 이 원피스가 딱이라고 며칠 전에
디자이너한테 조언까지 들어 왔는데…!
다른 남자들은 침만 흘리면서 쳐다보건만 미유는 왜 저러는지.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가…?
혹시 입맛처럼 이상형도 이상하거나 근육투성이의 남자가 아닐까?
서, 설마… 연희는 고개를 저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집 밖으로 나오자 검정색의 잘빠진 차가 한 대 기다리고 있다.
연희가 부른 기사였다.
미유는 이미 뒷 자석에 앉아 있었고 연희도 미유 옆에 탑승했다.
“가죠.”
미유를 다룰 때와는 다른 의외의 도도한 말투가 연희에게 흘러 나온다.
역시 환경이란 무서운 것이다.
교통이 슬슬 막히자 연희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차라리 헬리콥터를 부를 걸 그랬어!”
“헤, 헬리콥터….”
“비행기로 가기에는, 거리가 좀 짧잖아? 내 개인 헬리콥터가 있거든…
그거 쓰면 더 빠를텐데. 오늘이 휴일이라는 걸 깜박했어.
아저씨!! 좀 더 세게 밟아요!”
아저씨, 라는 말에 미유가 흠칫했다.
하지만 방금의 아저씨란 호칭은 운전하고 있는 운전수에게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뭐 연희가 마족이라면, 간단하게 마력으로 순간이동은 손 쉬울 텐데…
그러고 보니 연희는 보통 인간이 아니지 않은가.
미유는 히죽 웃었다. 보통 인간이 아닌 자신의 계약자다.
마족의 계약자니까 마족의 능력 일부를 쓸 수 있게 되었단 말이다.
“계약자.”
“무슨 일이에요?”
“내리자.”
“엑? 왜요?”
앞 뒤 다 잘라먹고 무조건 내리자고 투덜거리는 미유 덕분에
시내 한 복판에 내려지게 된 그들이다.
여름이라 더운 날씨에 연희는 짜증을 냈다.
“뭐에요! 도대체 왜 내리자고 한 거에요?”
“….”
미유는 아무 말 없이 복잡한 시내의 틈바구니를 찾았다.
시내에도 좁고 어두 컴컴한 골목길은 존재한다.
연희를 그 곳으로 밀어 넣었다.
연희의 표정이 굳는다. 그리고 순식간에 붉어졌다.
“어머, 어머… 지, 지금 뭐 하려는 거에요?”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얼굴이 아주 홍당무 같아.
우리 계약할 때 기억 나?”
“계약할 때요…? 당연하죠. 아저씨가 내 앞으로 이렇게 와서 내 손을 잡고…
음, 그 때 뭔진 모르지만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건 왜요?”
“그때 기분이 묘해진 건, 아마 내 마력 때문일 거야.”
“마, 마력?”
“그래. 계약자 중 일부는 마족의 능력을 쓰기 위해서 계약하는 자들도 많지.
그래서 마족이 자신의 능력 일부와 함께 마력을 흘려 넣는 거야.
그 마력은 각각의 마족들 고유의 것이니까 누구의 계약자인지는
금방 알 뿐더러 계약한 마족의 특유 능력까지 웬만한 건 다 가능하지. 가자.”
“어딜요?”
“놀이공원.”
“어떻게요?”
“나는 마력이 없으니까… 이렇게지.”
미유가 아까 전부터 기분 나쁜 웃음을 히죽히죽 거리며 보내왔다.
뭔가 떨떠름함을 안고 연희는 미유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
배고픔에 시달리며 ...
골뱅이가 땡기고 있어요.
여러분은 뭐가 땡기시는지?
*19장 놀이공원 도착
미유가 츄리닝을 입고 쪼그리고 앉아서 바닥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몇 분째인가?
아까 차를 내리지 않고 그대로 갔었다면 벌써 도착하고도 남은 시각이었을 텐데.
연희의 표정은 이미 짜증으로 굳어있다.
아까 미유가 츄리닝을 입었을 때도 반대를 그렇게 했건만
그대로 입고 나온 마족의 특유의 못된 성질.
역시 그 성질에 걸맞게 무작정 차에서 내려놓고 순간이동은 웬 걸.
악취가 나는 골목길로 끌고 가서는 몇분 째 바닥만 훑고 있다.
상당히 깨는 모습이긴 했지만,
역시 어떤 깨는 모습이라고 해도 미유는 멋있다. 어울려도 보인다.
물론 어울려 보인다는 건 욕이겠지만… 칭찬이기도 했다.
순간이동 하는데 찾아야 할 게 꼭 있다면서 시간을 흘려 보낸지
그렇게 또 몇 분이 지났을까 미유의 탄성이 흘러 나온다.
“찾았다!”
“찾았어요?”
“응. 근데 너 말야… 반말을 하려면 반말을 쓰고,
존댓말을 하려면 존댓말 좀 하는 게 어때? 내숭도 아니고.”
“내 마음이에요. 그나저나 찾았으면 얼른 가요.”
“짠!”
미유가 자랑스럽게 손에 꺼내든 것은 버려진 나무 젓가락이었다.
황당하다는 연희의 눈길이 한참동안 젓가락에 닿아 있었다.
“아저씨… 그, 그거….”
“순간이동을 도울 안내원이야.”
엉뚱하다. 너무 엉뚱하다. 엉뚱하다 못해 황당하다.
결국 이 버려진 나무 젓가락 찾는데 몇 분을 버린 것인가?
나무 젓가락은 바로 이 골목에 나가면 있는 편의점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미쳐. 바로 옆 편의점에 가면 얼마든지 구하고도 남을 거 잖아요!!”
황당함이 열 받음으로 전환되었다.
여전히 미유는 맹한 표정을 짓는다.
“무슨…?”
“인간계 공부 제대로 한 거 맞아요? 아 진짜!! 시간 허비 했네!”
“싫음 너 혼자 지금 가던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얼른 가야죠!”
씨익- 그제서야 미유가 미소 짓는다.
더러운 이물질이 묻어 까맣게 변색된 나무 젓가락 한 짝을 들고
놀이공원 오면서 챙겨온 생수를 꺼냈다.
생수에 나무 젓가락을 담근 후,
나무 젓가락이 물을 머금자 그걸로 바닥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바닥은 콘크리트가 아닌 시멘트라 그런지 잘 그려졌다.
기묘한 모양이다. 게다가 복잡해 보인다.
저런 걸 어떻게 다 외우고 다니는 걸까.
미유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확인 한 연희였다.
정신없이 바닥에 그려지는 모양에 눈길을 뺏긴 연희를 보며
벌써 다 그린 미유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연희를 바라 보았다.
“이 안에 서 봐.”
“네? 아, 네.”
연희는 미유의 옆에 조심스럽게 섰다.
미유가 아직도 손에 잡고 있는 이동술을 그린 나무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린다.
탕- 하고 가벼운 나무 재질이 떨어져서 데구루루 굴러가자
하얀 빛이 그들을 감싸는 듯 하더니 사라졌다.
그들의 모습과 이동술은 사라졌다.
아직 바닥에 남아있는 물을 머금은 나무 젓가락 만이 그들의 행적을 알려주었다.
* * *
연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까 만 해도 분명 칙칙한 골목길이었는데 지금은 놀이공원 안에 서 있었다.
미유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음을 흘리고 연희의 손을 끌었다.
“가자. 야, 입장권 돈 굳었다.”
절약성을 내 비친 미유가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이 흐흐, 하고는 웃는다.
연희에게 입장권 2장의 값은 엄청난 껌 값이었지만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는 ‘강호그룹’ 의 소유니까 공짜가 아니던가.
게다가 놀이공원은 처음 보는 미유의 휘둥그래진 까만 눈동자가
마치 아이 같아서 귀여워서 일까.
혹시 예전에 자신의 뺨을 긁은 그 꼬마도 여기에 오면 다 아이처럼 변할까.
연희는 무의식 중에 뺨을 매만졌다.
자연스럽게 아물어가는 상처는 이제 푹 파인 김이 없다.
옅은 흉터는 여전 했지만.
“그렇게 신기해요?”
아이처럼 마냥 신난 듯 둘러보는 미유에게 물었다.
연희는 어렸을 때부터 거의 매일 와서 놀았던 곳이라 별 감흥이 나질 않았다.
“응. 신기해. 다 기계야!”
“당연하죠.”
“이거 도대체 뭐로 움직이는 걸까? 마력?”
“풉… 마력이요? 아마 전기가 아닐까요?”
“전기? 야아… 정말 신기한데.”
눈을 어디에 둘 줄 몰라 허둥대는 미유를 끌고 연희는
자유 이용권 2장을 구입하지 않고 갈취(?)했다. 자기 소유,
엄연히 말하면 자기의 부모님의 소유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저것은 공짜였다.
“뭐부터 탈래요?”
“저거! 저거!”
“…장난해요?”
미유가 가르킨 것은 개구리 모양의 기계로서 폴짝폴짝
뛰는 듯이 상하로 움직여 대는 놀이 기구였다.
그리고 안내판에 써 있는 글.
[8세 미만의 어린이만 탑승가능]
처음부터 시작이 순탄하지가 않다.
연희는 또 골이 아파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연희를 이해할 수가 없는 미유에겐 해맑은 표정만이 가득했다.
☆
; ㅅ; 아... 진짜 배고파요.ㅜ_ㅜ
*20장 놀이공원 유희 (1)
“아아아악!”
“꺄아아아아!”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강호그룹’
이 소유하고 있다는 ‘강호랜드’ 다.
현재 이 ‘강호랜드’ 에 비상이 걸렸으니,
‘강호그룹’ 의 둘째 자제 분께서 친히 이 곳을 납시셨다는 것이다.
그것도 어떤 남정네와 함께.
보통 남정네도 아닌 굉장히 잘생긴 남정네와 함께 말이다.
친구분 인가? 라고 생각하기에는 나이차가 좀 있어 보인다.
“흐음.”
놀이공원 관리자이자 ‘강호그룹’ 의 회장의 비서이자 저택의 집사인
한 상영씨는 놀이공원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가씨(연희)를 키워온 그였다.
지금은 독립했지만, 아가씨가 독립한 후로는 이 놀이공원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독립한지 처음으로 이 곳으로 오신 것이다.
그런데 저 옆에 붙어 있는 떨거지는 대체 뭔지.
외모가 굉장히 뛰어나다.
게다가 활달하고 활발하며 당찬 성격인 듯 하다.
아가씨의 남편 감으로는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혹시 아가씨께서 저 사람을 남편 감으로 정하신 것인가?
물론 반대는 하지 않는다.
자신은 영원히 아가씨의 편일 것이니.
성격은 좋게 보이나 다만 저 남자가 헤프냐 헤프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저 정도의 외모라면 수 없는 여자들을 울리고도 남을 외모.
무언가 야망을 품으면 더 날카롭게 변할 날카로운 눈매가 상당히 마음에 드는 그였다.
“지켜 보겠습니다. 회장님껜 물론 비밀로 하겠습니다. 아가씨.”
그의 손은 바빠졌다.
놀이공원 전체의 카메라를 다 그들에게 집중시키기 위해서 일까.
* * *
“저것도 타보자!”
“으아! 아저씨, 이제 좀 그만! 잠시 쉬었다가 타요.
네? 배고프단 말이에요!!”
“싫어. 저거 꼭 탈 거야.”
미유가 손으로 가르킨 것은 바로 회전목마.
맨 처음엔 그 개구리 같은 기구부터 시작해서 유치의 절정 놀이기구만 찾아 다니는 미유였다.
재미나 스릴이라고는 없고 지루하고 길기만 한 놀이기구.
아까 전에도 꼬마열차인가,
꼬마기차인가 그것을 몇 번이나 돌려 탔던가!
샛노란 옷을 입은 병아리 같은 유치원생 들의 찌릿한 눈빛을 받아오며.
그 유치원 생들이 떠드는 말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저것 봐. 다 큰 어른이 조그만 기차에 탔어. 바보 같아. 의자에 끼겠다.]
요즘 유치원 생들은 너무 악랄했다.
연희는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서 얼굴을 들지도 못 한 걸 떠올리며 한숨을 폭폭- 내쉬었다.
이번이 몇 번째 인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오늘 늦은 저녁쯤에는 바이킹을 타겠지.
“일단 먹고 해요. 배고프다고요!”
“그치만… 저거.”
“계약자의 명령이에요!”
“쳇… 치사하기 짝이 없군.”
“아저씨는 유치하기 짝이 없어요!”
벤치에 앉은 연희는 투덜투덜 거리며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자신이 손수 새벽에 일어나서 만든 도시락이었다.
비록 생수는 아까의 때 묻은 젓가락이 들어간 덕분에 못 먹게 됐지만
생수 정도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문제이니 크게 신경 쓸 건 없었다.
3단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차례차례 열면서 연희는 뿌듯함을 느꼈다.
1단은 김밥, 2단은 새우튀김과 유부초밥, 3단은 각종 과일…
마지막으로 후식은 사랑을 전달한다는 러블리 특수 초콜릿!
“음후후훗.”
너무 만족스럽다. 특히 저 초콜릿.
며칠 전에 인터넷 광고를 보고 구입한 신제품 초콜릿이다.
프랑스 제 아주 값비싼 고급 초콜릿과 함께 사랑의 묘약을
재 조합해서 만들었다는 러블리 초콜릿.
사랑의 묘약이니 당연히 거짓말이겠지만 사랑 향기가 듬뿍 들어간
이 초콜릿을 보는 순간 느낌이 팍- 하고 왔다지.
초콜릿 상자를 조심스럽게 들어서 코에 가져갔다.
향긋한 장미 향이 잔뜩 묻어난다. 역시, 나의 느낌은….
물론 그런 연희를 이상한 눈길로만 바라보고 있는 미유였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생물이야.
아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뭘 봐요? 얼른 먹어요!”
미유의 이상한 눈길을 느낀 연희가 부끄러움에 괜히 신경질을 냈다.
미유가 손으로 김밥을 냅다 집어 먹었다.
연희는 우아하게도 현란한 무늬가 세밀하게 새겨진 포크로 찍어 먹는다.
냅킨이 없는 관계로 핑크 빛 꽃무늬 손수건을 받혀 두는 걸 절대로 잊지 않는다.
김밥과는 굉장히 안 어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연희는 요리를 잘 하지 못했다.
사실 새우튀김은 산 거였고 김밥도 겨우 만든 것이다.
모양은 돈을 주고 산 데코레이션 덕택에 번지르르 했지만 맛은 심각하게도 별로였다.
하지만 워낙 미유의 입맛이 특이하니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다,
바로 연희의 의견이었다.
역시 미유는 군말 없이 먹는다.
“아저씨, 맛있어요?”
“응.”
역시, 그럼 그렇지. 억지로 먹으려니 힘들다.
배고프긴 하지만 뭘 사먹으면 그만이니…
연희는 포크를 내려 놓았다.
“다 드셔야 해요!”
“응.”
역시 먹을 걸 입에 물고 있으니 말 수가 적어졌다.
미유가 자기가 만든 엉터리 김밥을 먹는 동안 연희는 자기가
먹을 다른 것을 사와야 겠다고 생각하여 단단히 일러 두었다.
“여기서만 드셔야 해요. 다른데 가시면 안되고,
누가 사탕 줘도 따라가시면 안 되요!”
“난 인간계 사탕에 흥미 없어.”
“그럼 누가 끓인 콜라 줘도 따라가시면 안 되요!”
“그 녀석 죽이고 콜라만 뺏을게. 걱정말고 다녀 와.”
“그럼 다녀올게요!”
연희는 내키진 않았지만 자리를 떴다.
배가 심하게 고팠던 것이다.
지루하기만 해서 짜증을 냈더니 배고픔이 더 큰 거 같다.
미유는 잘 있겠지…? 설마, 어딜 떠나지는 않을거야.
연희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
와아!! 드디어 계약유희 20힛!>_<♡
축하해 주세용~ 와와와 + ㅇ+ [☜미친X같다-_ -;;;;]
*21장 놀이공원 유희 (2)
“스테이크A 하나 포장.”
“네? 포장은 안 되는데요, 손님.”
놀이공원 안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찾아온 연희였다.
길거리에서 파는 솜사탕이라던지 구운 옥수수, 감자, 팝콘 등등…
그런 서민적인 것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입에 달달하게 붙기만 하지 않은가?
물론 김밥도 충분히 서민적이었으나 연희는 자신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은 예외였다.
“강 연희.”
“네? 무슨…?”
“신입인가? 아르바이트 생인가?”
“네? 아르바이트 생이요… 그런데 손님, 초면에 반말이라니….”
연희는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생과 다투고 있었다.
역시 신입은 못 쓴다, 못 써.
게다가 아르바이트 생이라니.
“여기 지배인 불러.”
“예? 지, 지배인이요?”
아르바이트 생은 당황하고 있었다. 지배인을 부르라니.
지배인을 부르라고 하는 손님은 뭔가 자신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부르라는 건데.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나, 하고 꼼꼼하게 따져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포장은 안되기에 그저 안 된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게 잘못이란 말인가?
게다가 이 손님. 초면에 반말이나 찍찍하고,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누구는 성깔이 없어서 저런다냐. 아니면 입이 없어서 이런다냐.
마침 저 쪽에서 지배인이 다가온다.
“무슨 일입니까.”
사무적인 말투로 안경을 쓴 겉 보기에도 깐깐해 보이는 지배인이 다가온다.
아르바이트 생에게 찌릿한 눈빛을 한번 날려준 후, 손님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데 손님은…! 이럴 수가. 비상사태다.
긴장함에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안경을 고쳐 쓴 지배인은 아까의
그 사무적인 태도는 어디로 가고 미소를 한껏 지으며 손님에게 아양을 떨 수밖에 없었다.
“아니, 연희 아가씨 아니십니까.
이 누추한 곳에는 무슨 일이신지?”
전혀 누추한 곳이 아니었다. ‘강호랜드’ 가 유명한 건 물론
그 놀이공원 안에 있는 이 레스토랑 역시 유명했다.
어느 유명 드라마들의 로맨틱한 장면이 나올 때면,
이 놀이공원과 이 레스토랑은 꼭 한번씩 나오는 명 장소중의 명 장소였다.
그 만큼 화려했고 값도 비쌌지만 맛은 물론이고 경치와 친절을
겸비 했기에 이 곳은 여전히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다.
“밥 먹으려고.”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그냥 먹는 게 아냐. 난 포장을 원해. 나가서 먹을 거라고.”
“예? 나가서요…?”
“응. 일행이 있어.”
일행이 있다면 일행을 데리고 와서 먹어도 될 텐데,
라는 생각에 지배인의 눈길이 묘해졌다.
물론 연희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미유는 입맛도 독특해서 분명 여기 음식도 맛 없어 할 게
분명한 데다가 이런 유명한 곳에 미유를 끌고 오면 분명
어디 연예인이라고 생각하여 몰려드는 사람들과 티비에 뜨는 건 시간 문제.
그럼 자신의 부모님도 알게 될 것이다.
준비가 아직 덜 됐다.
부모님이 아직 알면 안 된다.
“일행… 이요?”
“그래. 뭘 그렇게 묻지? 행동 똑바로 하지 못하겠어?”
“예? 스테이크A 10분 이내에 만들어서 포장해!”
연희의 엄한 말투에 지배인이 바로 꼬리를 내린다.
주방장에게 한껏 소리를 지른 지배인이 다시 웃음을 단 채 연희에게 말했다.
“그럼, 저 쪽 5번 테이블에 앉아서 10분만 기다리십시오.”
“그러지.”
안내한 5번 테이블은 놀이공원 경치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었다.
한 가운데 호수를 두고 있는 이 놀이공원.
5번 테이블은 창가 바로 옆이었고 맑은 호수가 보이는 곳이었고,
티비에도 여러 번 출연한 곳이라 누구나 앉고 싶어했으나
이곳은 특별 석이어서 앉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자리를 망설임 없이 연희에게 내주었다.
지배인은 아르바이트 생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뭐해! 5번 테이블에 최고급 과일 생크림 케이크와
쿠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가져 다 드려!”
“저 사람이 뭐길래….”
“넌 오늘 해고야! 알았어? 저 분이 바로 ‘강호그룹’ 의 둘째 자제 분이잖아.
그걸 몰라서 물어? 티비에서 못 봤어?”
“예에? 그, 그런….”
그 잘 나가는 ‘강호그룹’ 의 자제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는데…
외모고 출중해서 티비에서도 가끔 출연하는 ‘강호그룹’ 의 둘째 딸. 강 연희.
현재 소수이기는 하지만 팬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저 건방진 말투와 행동 때문에 안티도 엄청나다고…
그렇긴 하지만 누가 덤비겠는가?
엄청난 재력. 즉 돈과 외모, 지성까지 따라주는 걸.
정확히 말하면 ‘강호그룹’ 이 무서워서 안티들은 고개를 내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비밀리에 활동 중이기는 하지만….
아르바이트 생은 연희에게 최고급 과일 생크림 케이크와
쿠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가져 다 주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쨌거나 오늘부로 해고. 연희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요즘 같은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든 세상에…
이 시급 좋은 자리를 놓쳤으니.
몇 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겨우 들어 온 곳인데!
나도 오늘부터 안티할 거야!
그런 아르바이트 생에게 여전히 도도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고개를 저절로 아래로 떨구게 만드는 연희였다.
10분도 안 되서 스테이크A는 나왔고,
포장이 안 되는 것을 연희에게는 예외로 포장이 되어졌다.
“늦었군! 하여튼… 일 관리 똑바로 하긴 하는거야? 흥.”
마지막까지 꼭 긁어주는 연희다.
연희는 틱틱 정말 듣는 사람 열 받도록 내뱉어 주고는 레스토랑을 나섰다.
물론 레스토랑 안에서 시선이란 시선은 다 받았다.
연희도 어쨌거나 유명한 사람 중 한명이니까.
연희가 걸음을 재촉해서 아까의 그 벤치에 도달했다.
벤치에 도달한 연희는 열이 확 오르는 것을 느꼈다.
벤치의 주변엔 여자들이 가득했다.
자신보다 더 이쁜 사람부터 시작해서 못생긴 사람까지.
다 미유를 둘러싸고 있었다.
“오빠아, 진짜 잘생겼어요. 핸드폰 있어요?”
“어디 살아요? 네?”
“나랑 사겨요. 돈 줄게요!”
당돌한 여자들부터 시작해서 소심하게 가만히 미유의 옷자락만 붙들고 있는 여자까지.
그런 여자들에게 미유의 답은 한결 같았다.
“음… 미안.”
“에이!”
그런 답변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점점 늘어만 간다.
연희가 거칠게 여자들을 밀어낸다.
“꺄악! 너 뭐야? 아, 어떤 년이야? 너냐?”
“꺄아아아. 어딜 치고 지랄이야 지랄이!”
여자들과 미유의 시선이 연희에게 닿는다.
미유가 연희의 손목을 가볍게 잡고 확- 끌어 당겼다.
“이쁜이들, 여기 이 아이가 내 약혼녀야. 알겠지?
나 임자 있는 몸이니까 건들지 마. 큰 코 다쳐.”
“야, 약혼녀?”
“말도 안돼!”
“어… 저 사람, 강 연희 잖아!”
“뭐? 강 연희? 그 ‘강호그룹’ 둘째 딸? 세상에.”
여자들이 웅성웅성 거리고 연희의 존재가 확실해지자 슬금슬금 여자들이 달아난다.
확실히 돈이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다.
그런 여자들을 보고 연희는 터프하게 말했다.
“흥. 까불고 있어. 콱!”
“어머, 우리 자기 멋져요!”
거기에 한술 더 뜬 미유의 연기.
그 연기 덕분인지 연희는 더욱 빛나 보였다.
☆
계약유희 20 돌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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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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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유희 ♧ 17~21장
반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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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2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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