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를 쓴다
배기환
하얀 눈을 걷으니 그 속에 숨겨진
장미의 알몸에선 붉은 향기가 흐르고
목련의 알몸에선 흰 숨결이 흐른다.
그래 장미야, 그리고 목련아
겨우내 칼날 같은 그 추위 견디며
얼마나 마음 시려했느냐?
살갗이 찢어지는 세찬 폭풍우에 아픔을 겪고서야 비로소 움트기 시작하는 저 꽃망울들, 그렇다 장미꽃 한 송이 한 송이는 아름다운 아픔 한 송이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소식이 두절되었던 그에게 빨간 향기 그윽한 아픔 한 송이를 전하기로 하였다.
잠시 침묵을 뛰어넘고 꽃대 속에서
은은하게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분명 티베트의 어느 사찰에선가
은은하게 들려왔던 싱잉볼 소리 같다.
나는 읽던 성경을 덮고 그 음악에 취해
또 그에게 시 한 편을 쓴다.
----배기환 시집, {시간은 기억의 수레를 끌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