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주유
구월 셋째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다. 하늘은 며칠째 흐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궂은 날씨는 아침나절까지고 오후부터 쾌청한 하늘이 드러날 것이란다. 올가을 아직 높고 파란 하늘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가을 들머리 태풍이 연이어 지나 혼란스러웠다. 이후에도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 아닌 우중충한 날씨에 비가 연일 내렸다. 풀잎에 맺힌 이슬도 보질 못하고 백로가 지나갔다.
주중 닷새를 거제에서 머물다 금요일 일과를 마치면 곧장 창원으로 복귀한다. 퇴근 시간대 이웃 학교 지기가 연사 마을로 차를 몰아와 동승해 간다. 거가대교 해저터널을 지난 가덕도에서 신항만으로 건너간다. 용원으로 들어 터널 세 개를 지나면 김해 장유다. 대청계곡에서 창원터널을 지나 25호 국도를 따라가다 도청 뒤에서 시내로 든다. 거제에서 창원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지난주는 창원으로 복귀한 토요일은 열차를 타고 물금으로 갔다. 강변으로 나가 용화사에서 임경대로 올라 최치원이 낙동강을 굽어보며 남긴 한시를 음미했다. 화제 들판에서 요산 김정한의 ‘수라도’ 작품 배경 토교마을을 지났다. 4대강 자전거 길에는 주말을 맞아 라이딩을 나선 이들이 질주했다.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원동까지 걸어 다시 경전선 무궁화호를 탔다.
이튿날 일요일은 이른 아침 창원 천변으로 나갔다. 퇴촌삼거리 자투리공원에서 수변 산책로 따라 명곡로터리에서 두대 체육공원 숲으로 들었다. 마스크를 끼고 산책을 나온 이들을 여럿 만났다. 창원수목원으로 올라 명찰을 단 나무들을 둘러봤다. 충혼탑 사거리에서 교육단지로 들어 연전 내가 근무했던 여학교 교정 잔디운동장을 둘러보고 국화공원에서 일찍 핀 구절초 꽃을 봤다.
일요일 점심나절 팔용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현행 버스를 탔다. 주말마다 익숙한 동선이었다. 연사 와실로 들어 아침과 저녁 끼니는 손수 해결하고 닷새를 머물렀다. 아침 일찍 와실을 나서 들녘을 빙글 둘러 학교로 향했다. 화요일 새벽에는 연사 정류소에서 첫 차로 운행하는 외포행 시내버스를 타고 장목 연안을 둘러 교정으로 들었다. 수요일 퇴근 후는 연초천 하류로 나가봤다.
창원으로 돌아가면 어디로 길을 나서볼까 몇 군데 떠올렸다. 북면 감계로 나가 소목고개로 올라 작대산 임도를 따라 걸어볼까 싶다. 산중 레이크힐스 골프장엔 캐디를 대동한 골퍼들이 샷을 날리고 있을 것이다. 산허리로 난 임도를 따라 걸으면 이맘때 피어난 마타리나 참취꽃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쑥부쟁이나 구절초도 피어날 테다. 칠원 무기에서 산정을 거쳐 양미재를 넘는다.
중리 삼거리로 나가 함안 대산 들판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타도 좋다.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선 칠원에서 대산 들판으로 가는 버스다. 마산동 근처에서 내려 장포마을로 가면 남강이 낙동강에 합류한다. 용화산 북사면 합강정과 반구정을 거치면 강 건너 남지가 훤히 드러난다. 용산양수장 상류로는 개비리길이다. 계내에서 철교 건너 남지에서 시외버스로 마산으로 돌아와야 한다.
마산역이나 댓거리로 나가 70번대 버스를 타면 진동으로 간다. 대현 종점으로 가서 봉화산 허리로 난 임도를 걸어도 좋다. 임도가 개설된 지 몇 해 되지 않지만 길섶에는 가을에 볼 수 있는 야생화들이 피어날 것이다. 무슨 꽃이 피어나는지 궁금하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멧돼지라도 만나면 움찔 놀라기도 하지 싶다. 서북산이 봉화산으로 건너가면서 베틀산이 지맥으로 뻗었다.
며칠 뒤 추분이고 추석이 뒤따라온다. 금년에는 코로라 감염이 우려되어 선산 벌초와 차례도 큰형님과 조카만으로 조촐하게 보내기로 했다. 추석과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 즈음 주말에도 연휴가 이어졌다. 틈이 날 때마다 산자락을 누비고 강둑을 걸으련다. 시간이 남으면 바닷가로도 나가보련다. 지난여름 긴 장마와 폭염으로 못 다 나가본 곳으로. 그나저나 대중교통 이용이 문제다. 20.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