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미친 사나이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그랜드 캐니언 같은 대자연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던 한 사내가 있었다. 남극의 오로라에 눈을 떼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녹아내리는 빙하에 갈 곳을 잃은 북극곰, 속이 비치는 바닷가도 조금씩 오염됐다. 이때 사나이는 결심했다. 누리고 있는 것을 원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행동(Action)’이 필요하다고. 그렇지만 이 액션은 단발성이 아닌 지속가능하길 원했다. 그래서 회사를 설립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수익구조, 2년 만에 회사는 몇 배의 성과를 거뒀다. 이 사나이는 바로 27살의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다.
트리플래닛은 게임 애플리케이션이라고만 단정짓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 수익구조를 설계했나.
김형수 대표: 일단 트리플래닛을 큰 틀로 설명하자면 앱을 내려받은 뒤 사용자가 게임을 해서 클리어(Clear)하면 사용자가 맨 처음에 붙인 이름의 나무를 심어준다. 이 중에 게임 화면에 들어가는 요소에 기업의 로고나 이미지를 넣어서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는다. 또 ‘스타숲’이라는 것도 조성하고 있는데, 이는 연예인 팬들이 스타의 이름을 붙인 나무를 심는 경우가 많다는 데서 착안했다. 이 외에도 기업이 수목 활동을 하러 가는 사회공헌활동(CSR)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2차 광고 효과가 있어 요즘엔 많은 기업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스타숲은 누가 떠올렸나. 기발한 아이디어다.
내가 떠올렸다. 초창기에 보니까 예를 들어 신화 팬들은 나무를 심을 때 ‘신혜성’ 나무를 심더라. 그래서 팬클럽에 연락했다. 해당 스타의 이미지도 제고할 수 있고,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렇게 2NE1과 신화창조 숲이 조성됐다. 이 부분이 굉장히 반응이 좋다. 최소 500만원이고 2000그루를 심는 데 4500만원가량을 받고 있다.
실제로 트리플래닛 사무실 안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연예인의 이름들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화환 대신 쌀을 기부하는 팬들의 ‘사회공헌활동’이 이제는 환경 문제를 개선하는 데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었다.
초기에 비해 얼마나 성장했나.
매년 두 배씩 플러스 성장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광고비가 나가선 안 되지만 광고를 하기로 협약을 맺은 기업들의 광고비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더블 에이’와는 쓰레기가 마구 버려지는 서울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나무를 심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서울시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만약 이 자투리 공간에 나무가 있으면 쓰레기 투과율이 80%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올해 식목일 때 숲이 25개 가량 만들어졌다. 지난해 한 해 동안 12개 숲을 조성한 것에 비하면 속도가 빨라졌다.
회사 인원은 많이 늘었나.
처음에는 5명이 시작했다. 군대에서 인연을 맺어 여기까지 온 후임,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가 모여 시작했다. 지금은 11명인데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마케팅 업무는 외주를 줬다. 총 가용인력은 20명 정도다.
군대 후임과 일을 시작했다니, 약간 강압(?)이 있었나 의심된다.
아니다. 나는 육군만을 위한 방송을 제작하는 육군본부 방송국에서 군인 생활을 했다. 배우 조인성 일병, 배우 공유 이병, 가수 안칠현 병장과 함께 복무했다. 군 생활을 한창 할 때인 2009년 11월경 아이폰 출시 기사가 실린 영문 잡지를 봤다. 그때 지금 공동 창업자이자 개발자인 후임과 ‘이걸로 뭔가 하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강압은 없었다. 1살 많은 후임이었지만 좋은 관계였다. 나는 군대에서 남을 혼내거나 하는 악습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실제로 그런 문화를 만들어왔다. 군대에 있을 때였지만 카이스트(KAIST)에 개발자 모집 공고를 내서 제대하자마자 사업을 시작했다. 그 개발자는 현재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 개발자가 우리와 인연을 맺었을 때 나이가 대학교 2학년이었다. 나이가 어렸을 때다. 지금도 종종 연락한다.
초창기 사업자금은 어디서 마련했나.
정말 제대하자마자 닥치는 대로 일했다. 3년 만에 1억원을 벌었다. 고등학교 때 장묘 문화 개선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상을 받았다. 나무를 베는 매장, 유해한 공기를 배출하는 화장보다는 수목장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런 방송 제작 경험을 살려서 외부 일거리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초기 자금을 마련했다.
그런데 왜 나무를 심는 사업을 떠올렸나.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산소를 만들거나 대체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산소 발생 기계를 돌리려면 오히려 석유가 더 든다. 그러니까 이보다는 나무를 심는 게 더욱 도움이 된다. 나무는 생태계에 유익한 존재고,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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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무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나무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도 없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지만 나무를 심는 사람은 적다. 이는 곧 나무 관련 시장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대행해주면 심는 사람도, 심은 이후에 누릴 수 있는 효과도, 그리고 사업 모델을 구축한 우리한테도 좋은 일이다.
요새 나무 값이 많이 오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나무가 꽤 비싸다. 한국에선 보통 5만~6만원 정도다. 도시에 자라는 것들은 좋은 묘목이어야 하고 어느 정도 자란 것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몽골이나 중국은 좀 싼 편이다. 한 그루에 1000원 정도다. 작은 걸 심어놓고 그 지역 주민들이 기르는 형식이다. 나무는 온갖 종류를 다 심는다. 산벚나무‧산수유‧매화‧사과 나무 등을 심는다. 소나무는 요즘 잘 안 심는다. 소나무재선충으로 인한 피해가 많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지역 주민들이 무상으로 돌봐주는 건가.
아니다. 심은 뒤에 오랫동안 관리해야 하니 지역 주민들을 고용해 기르고 열매가 맺히는 나무에서 얻는 소득을 나눠준다. 나무 심고 사진 찍고 그냥 가버리면 대개 지역 주민들이 ‘쟤네들 뭐야’라면서 나무를 뽑고 그 땅에 농사를 짓는 경우가 있더라. 그래서 먼저 지역 마을의 유지를 만나서 구체적으로 사업 내용을 설명한다. 그러면 왜 심는지 알게 되고, 관리도 적극적으로 해준다. 몽골에서는 몽골의 국립대 산림학장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주고 있다.
땅 문제도 복잡할 것 같다. 사업 내용을 듣고 보니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조건이 많다.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복잡한 구조다. 사실 처음엔 많이 어려웠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파트너십을 맺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속력이 나는 건 체화하고 학습한 덕분이다. 기업 프로세스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 수백 번, 수천 번 사업 계획서를 고쳤다. 밤새는 게 기본이었다. 국내에 없는 모델이었기 때문에 기업을 설득하는 과정도 오래 걸렸다. 사업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한화가 함께 협력관계를 맺게 됐다.
부지는 정말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핵심 진입 장벽이었다. 기존에 한국에서 나무를 심는다고 하면 정부나 NGO(비영리단체)만 심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그 땅을 아무한테나 줄 수 없었다. 우리는 정부와 MOU를 맺었다. 임대 점용 허가를 얻어서 80년 동안 나무를 기른다. 해외 부지의 경우 NGO 단체(월드비전‧UN사막화방지기구‧유니세프 등)들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면 이제 순풍에 돛 단 듯 사업이 진행되고 있겠다.
최근에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한 역경이 있었다. 갑자기 홍수가 나서 심었던 나무들이 다 쓸려 내려가거나 태국의 시위로 그 나라엔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경우다. 남수단에선 폭탄 테러로 담당자로 일하던 지역 주민 2명이 죽었다. 이제 남수단에서는 사업을 못한다.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그곳에 가려고 하니 다들 말리더라. UN기를 타야 하는 데다가 근처에서 강탈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트리플래닛3가 나온다고 공지가 뜨더라. 뭐가 바뀐 건가.
게임이야말로 NGO가 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업데이트를 수십 번 수백 번 해야 하는데 외주로는 불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업엔 팀이 있고 그 팀이 관리할 수 있어서 게임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거다. 세 번째 버전은 기존 게임보다 역동적이라는 게 특징이다. 기존 게임은 ‘다마고치’처럼 화분을 기르듯 평온한 상태에서 나무를 키웠다. 하지만 몽골‧중국‧인도네시아‧태국 등 해외에 나가니 재난이 엄청 많더라. 그래서 홍수나 황사, 산불 등이 나는 환경을 사용자도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앞으로 목표는 뭔가.
8개국에 부지가 있는데 추가로 2~3군데를 얘기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과테말라와 캄보디아다. 올해 7월에는 미국 답사를 간다. 해외 스타숲 비즈니스는 셀러브리티(Celebrity)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콘텐츠들이 강해지면 캐릭터 사업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대표에게 ‘나무’란.
여자친구다. (사업 시작할 때부터 밀던 답변이라 지겹다는 말에 웃으면서) 새로운 버전으로? 나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어린이를 ‘꿈나무’라고 하는데, 이는 나무같이 자라라는 말과도 맥이 닿아 있다. 즉,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많은 혜택처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는 바람도 담겨 있고. 나무를 심지만 사람을 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잔소리 같다는 답변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