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04 인생 리스크와 기회2 - 내 인생의 로또 딸과 함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무엇을 하면서 지낼까?
강의, 심사, 지도도 없는데 매일 바둑, 신맞고, 무협소설, 만화, 유튜브를 하면서
서서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좋을까?
죽어도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떠났던 빙혼이었는데
먹고 살 일이 없어지니 다시 한국에 돌아왔고
딸도 한국에 돌아와 한국에서 취업하여 살고 있는데
빙혼이 한국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하여
어제는 딸과 함께 살았던 곳을 탐방하게 되었다.
경의중앙선을 타고 일산 탄현역에 내렸다.
결혼을 하고 돈이 없어 이혼하기 전까지 살았던 곳이다.
SBS 제작센터가 있어 식당에 가면 늘 연예인들을 만날 수가 있었고
SBS 거리 배경이 나오면 모두 탄현 거리에서 촬영을 하였던 기억이 났지만
아이는 4살 이하 시절이나 기억이 전혀 날 수가 없었다.
아이와 자주 갔던 황룡산 약수터를 찾았는데 모두 변해 버려 약수터는 사라졌고
아이를 맡기려고 찾아갔던 홀트 앞을 지나려니 입가에 쓴 웃음이 고인다.
그 때는 전철이 없고 기차만 간혹 있었고 탄현역은 당연히 없었고 일산역만 있었는데
탄현은 돈이 없는 사람이 온 것이 아니라 살기 좋은 단지로 변해있었다.
일산 재래시장을 돌아보고 커피 한 잔 마시고 택시를 타고 일산 호수공원으로 갔다.
육교 옆 자전거 대여점에서 1시간 5,000원 자전거를 빌려 호수공원을 도는데 너무나 좋다.
빙혼이 놀러다닐 때는 공원 조성이 미흡하여 나무도 작고 편의시설도 거의 없었는데
일산/고양 시민들은 축복받은 도시에서 살고 있어 부러운 느낌만 들었다.
차이나에 가서도 사는 곳은 늘 개발이 되기 시작하여 먼지속에 살다가 개발이 끝나면
이사를 가야 하는 팔자를 이때부터 시작되었나 보다.
저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도는데 날씨 좋지 바람은 시원하지 모든 것이 좋은데
빙혼 체력이 딸려 도중도중 쉬어야 하는 것이 서글픔이었다.
점심을 먹지 못해 아이는 샌드위치, 나는 우유 하나로 때우고 전철을 타고 행신역으로 왔다.
행신도 원룸은 차이나로 떠나기 까지 마지막으로 살던 곳이었고 빙혼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이와 슬픈 삶을 살았던 곳이었다.
이혼을 하고 빙혼이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심사라는 직업은 매일 출장이라
4살 아이를 키울 수가 없어 부모에게 여동생에게 홀트에게 심지어 목사를 찾아다니기도 했고
여자들을 사귀어 아이를 돌보게 할 방법을 찾다가 결국 못 찾고 차이나로 떠났던 곳이다.
행신역은 없었던 곳이라서 생소하였고 옛날 살던 곳울 찾을 수 있을까 하였는데
골목길 이리저리 찾아보니 곧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미장원, 순대국, 시립도서관, 마트, 교회도 이전 그대로였다.
아이와 자주 올랐던 공원은 오르는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다른 길로 공원을 찾았는데 내려오면서 마침내 옛날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와 하루종일 인생 탐방을 하였는데 아이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였고
빙혼만 아이와 어렸을 때 지냈던 추억에 잠긴 과거로의 여행이었다.
내가 몸이 좀 좋아지고 더 살아갈 수 있다면
다음에는 아이와 둘이서 놀았던 남산, 서울대공원, 창경궁, 북한산, 관악산 등도 가 보고 싶다.
속소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니 24,000보 이상을 걸었다.
온 몸이 노곤해지니 오히려 저녁에 잠을 자지 못하고 헤매다가 간신히 새벽에 일어났다.
내 목위에서 목마를 타고 놀던 아이가 이제는 어엿한 숙녀가 되어
오히려 나를 돌보고 있으니 세월무상과 감개무량이 겹치어 찾아온다.
이렇게 살자,
비록 인생 리스크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이렇게 즐겁게 살려고 한다면 또 따른 인생 기회가 오지 않을까?
게다가 내 인생의 로또 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