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북한산 보루길은 나름 가파른 길이다. 그래서일까? 살짝 위기의 순간도 없지 않았다. 보루길을 오르는 도중 라님의 교회에서 함께 오신 여자분 – 권사님 – 의 다리에 쥐가 났다. 아마 그 전날도 일을 하시느라 나름 바쁘시고 몸도 힘드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나섬을 하신 탓인 것 같다. 일단은 비상으로 간단한 종아리 마사지와 안티프라민으로 응급 처치를 했는데 그래도 나름 다리가 무거우신 것 같았다. 약간 자신 없어 하시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도장이 뭔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길을 이어가셨다. 아마 도장 보다는 함께 걷기 위함일 것이다. 이런 기회 아니면 멀리 부천에서 홀로 북한산 둘레길을 걷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은 구간도 그리 길지 않다. 그리고 사실 다락원 길 도중, 원도봉 입구와 호원 고등학교 입구 등 몇 개의 장소에서 전철역으로 나름 탈출 통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는 이왕이면 깔끔한 인증 마무리까지 하시고 가시겠다고 계속 걸으셨고 드디어 도봉산 탐방지원센터에서 화려하게 마무리를 하실 수 있었다.
혼자라면 어쩌면 그 자리에서 말 것을, 여럿이기 때문에 소위 젖 먹던 힘까지 내서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혼자가 아닌 여럿의 힘이 가끔은 오버 페이스를 불러 일으키는 부작동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잠재력을 끌어 내는 것은 틀림은 아닌 것 같다.
18. 보루길 막바지에는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냇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나름 손과 얼굴을 씻으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는데, 시간이 충분하면 탁족을 해도 좋을 곳이다. 내가 혼자 걸을 때는 반드시 들려서 쉬고 가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봄 시즌에는 겨울내 산에 있던 차가운 얼음이 녹아 내리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 물의 차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뜨거워진 발을 물에 담그면, 마치 뜨거워진 쇠가 물을 만나서 지지지직하고 담금질을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발은 더욱 시원해지고 또한 쇠처럼 강해지고, 그래서 나머지 길을 이어갈 수 있는 추진 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19.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그리고 Y 계곡이 선명하게 보이는 도봉산 지역을 옆으로 두고 다시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야 하는 타임이다. YMCA 청소년 다락원 수련원을 지나 어제의 마지막 코스인 도봉옛길에 올랐다. 그런데 누군가 이 곳의 난이도를 물었다. 난 그 물음의 이유를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나도 그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봉 옛길은 난이도 하로 되어 있는 구간이다. 그렇지만 절대 하가 아니고 중 정도 된다. 자운봉으로 가는 산길 중간에서야 비로소 길을 멈추고 도봉 탐방 지원센터로 내려가는 길을 만난다. 나름 난이도가 비교적 높은 곳이다. 아마 그 질문을 던지신 분도 비슷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도봉 옛길도 쉬운 길이 아니다. 물론 도봉사에서부터 무수골까지는 난이도가 낮다.
20. 간식~, 간식!, 간식?... 더운 날씨 때문에 간식이 간간히 공급이 되어야 오랜 길나섬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어제의 북한산 둘레길 구간이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길이다. 가뜩이나 땡볕 아래서 걷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또한 원래 예보에 기온도 28도 정도에 머문다고 했는데, 30도까지 올랐다. 오히려 구름과 비가 그리울 정도였다. 그래서 제때에 가끔씩 소위 여자분들 화장품에서 이야기하는 모이스춰라이징 즉 보습 같은 수분이 공급이 아닌 보급이 되어야 함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물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름 간식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나름 한번 보다는 여러번 나누어서 취식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에도 순서가 있어야 함이다. 빨리 먹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 구분이 있어야 하고, 그 구분에 따라서 배낭 안에 순서적으로 적층을 해야 한다. 마치 담 쌓는 것 같이 아래에는 오래 가도 좋은 것을 위치하고 제일 위쪽에는 빨리 먹어야 하는 것을 놓아야 한다. 배낭에는 위쪽에만 문이 있기 때문이다. 배낭에도 아래쪽에 문이 있으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위로만 문이 있는 것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데 최근에 이렇게 많은 분들하고 다녀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간식 순서 같은 것을 별로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또한 간식을 많이 갖고 다니지도 않아서 무심했다. 또한 생각도 방만해서 뭘 잘 흘리고 다니기도 한다. 어제만 해도 도봉산 탐방 지원센터에서 도봉산역으로 가는 도중에 길가에 손수건도 흘리고 다니기도 했다. 다행히 뒤에 오는 어떤 행인이 주워주었다.
각설하고, 여여님의 참외를 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런데 내 참외에 대한 생각은 피안의 세계로 까마득히 잊혀졌다. 가뜩이나 불행하게도 참외를 배낭 내에서 가장 아래쪽에 넣고 그 위로 다른 간식들을 올려 놓았다. 이렇다 보니 사단이 벌어졌다.
길 도중에 간간히 간식을 풀었는데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배낭 안에 잘보이지도 않고 하여, 그냥 내가 정신이 없나? 싶기도 하고 해서 별 의심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배낭 정리를 하다 보니, 제일 아래쪽에 참외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아공~.. 아마도 여여님 때문에 참외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렸고, 또한 배낭 아래쪽에 있는데 세심하게 보지 못해서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간식이 몇 개가 있는지도 정확하게 몰랐으니 그냥 생각 없이 다닌 것이다.
하루 종일 바깥에서 뜨스한 배낭 안에서 고이 간직되어 다시 집에 도착한 참외는, 나름 고단위 “숙성”되어서 거의 나만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공~ 도봉 옛길 즈음에 풀었으면 큰일 날뻔 했네~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일 위칸에 놓았으면 좋았을 뻔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산너미 길 위나 또는 안골길 앞쪽에서 풀었으면 가장 적당했다. 그런 측면에서는 여여님의 참외가 사패산 입구에서 풀렸기 때문에 시기가 적절했다. 아무튼 이번 일을 기점으로 그런 세심한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여름에 아이스쿨러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여름에는 식품 건강에도 조심을 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장거리용 대용량 배낭이나, 또는 거점이 있는 상황이면 중간 중간에 얼음을 사서 보충하고 다닐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길나섬하는 상황은 그것이 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그래서 일까? 누군가 그랬다. 여름에는 겨울에 비해서 해가 길어져서 걸을 수 있는 거리가 길어지는 것, 그리고 눈이 없기 때문에 길이 미끄럽지 않은 것 이외에는 겨울보다 걸을 수 있는 환경이 좋은 것이 없다라고 했다. 물론 걷기 좋은 시진의 본좌 격인 봄과 가을을 제외하고는 겨울이 걷기에 더욱 적합한 상황인 것 같다. 그래서 겨울이면 오히려 여러 걷기 동호회들이 활성화 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1. 무사히 도봉산 탐방 지원센터에 도착을 했고, 인증 과정도 마쳤다. 그래도 역시 도봉산 탐방지원센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는 대장도 있어서 체계적으로 인증 관련 과정을 기록하고 있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정릉 탐방지원센터에는 그냥 메모지에 기록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사하게 “본부” 탐방지원본부에 전달되어 인증 뱃지가 도착되었지만, 아무래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두 센터가 차이가 남을 알게 되니, 도봉산 탐방 지원센터와 아까의 넉넉했던 마음 씀씀이의 회룡 탐방 지원 센터 등 도봉산 지역이 더 좋아지게 되었다. 역시 석가탑보다는 아직은 다보탑?
그리고 우리는 즐겁게 웃으면서 농담을 하기도 했다. 만일 최모 선생님이라면 절대 택도 없는 일이었다는. 아마도 도장 한 개, 사진 한 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검사했을 것이라며 깔깔 웃었다^^ 그래서 일까? 무사히 남은 길 잘 마치시라는 회룡 탐방 지원센터의 그 직원 분의 말씀이 다시 한번 고맙게 느껴졌다.
22. 오래간만에 길동무와 함께 마침 가장 좋아하는 길, 그렇지만 절대 쉽지 않은 길 중의 하나인 북한산 둘레길을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여러 번 자주 다니는 길이지만, 내게도 쉽지 않은 길이었다. 잘하는 것도, 자신이 익숙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하면 갑자기 어눌해진다. 북한산 둘레길은 쉽지 않은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던 길나섬이었다. 그럼으로써 산에 대한 경외로움은 늘 갖게 되는 것 같다. 여기에는 더운 날씨도 한 몫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분들이 정말 열심히 걸었다. 그리고, 그리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넘치지만, 지난 3월 1일 그리고 2일, 주문도 볼음도 강화 나들길 12, 13코스 이후에 뵙고 싶은 분들과 오래간만에 함께해서 참으로 좋았던 걸음이었다. 늘 그 자리에 계신 분들이다.
더불어 라님과 함께 오신 부천팀의 두 분이 마침 “도구가서” 때 뵈었던 분이라서 너무 반가웠다. 이제 도구가서라면 길보다는 두 분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연보다는 인연이라고 할 단계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강화나들길 19코스 상주산 가늘 길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을 다시 되찾을 수 있게 혁혁한 도움을 주시고 아직서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반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모~ 상대적으로 젊음이 어르신 분들에게 옮겨갈 수 있다는 위험(!)과 남모르는 위협(!)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북한산 둘레길을 마치셨음에 축하를 드린다.
두 해 전의 바쁘심을 뒤로 하고 이제는 늘 수님의 충성 고객으로 길을 함께 하시는 유머 선생님과 강인한 체력의 비켜이 선생님, 그리고 끊임 없이 객원 길꾼을 공급하시어 이제는 부천이 낯설지 않게 만드신 라님에게도 감사의 말씀과 축하를 드린다.
이제 길동무도 섬머 타임이고 간헐적으로 길나섬을 하신다고 들었다. 모~ 좋은 길이면 언제건 또 함께 길을 나서고자 한다. 모두 건강하시고, 다음에 또 뵐 것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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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 함께하다보니 이렇게 계사판도 넘치고 아름다운 글들도 볼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교회에 갈시간 입니다. 단지 지금 류현진이 지고 있어 마음이 무겁네요^^*
오래간만에 멀리서 아드님이 오셔서 마음이 분주하시겠습니다. 그런 와중에 변함없는 동영상과 댓글 잘 읽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 가족들하고 즐거운 시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어제 오래간만에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변함 없는 분주함과 열정, 늘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제의 하루를 너무 잘 정리해주셔서 먹지 못한 참외의 상태가 떠올라서 웃으며 잘 보았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히 보내시고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길위에서 뵙겠습니다 ^^
ㅎㅎ. 참외 당연히 버렸습니다. 아고…. 저의 칠칠치 못함에 괜한 참외와 그걸 이고 지고 다니느라 제 어깨만 고생했네요. 냉장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제가 그 격이 아닌가 모르겠네요. 어제 즐거운 도보였습니다. 정말 잘 걸으시더군요.
길나섬에 문제점과 대책까지
예전에 무슨일이 생기면 보고서에 발생 상황과 현재의 문제점 차후의 대책론을 작성하던때가 상상됩니다.
요즘배낭들 아래 분리부분이 있어서 빨리 꺼내기 쉽게된것들 많던데요.
저도 하나있는데 사용 은 안해봐서 후기는 쓸수없군요.
앗 그런 배낭이 이미 나와 있군요. 검색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