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묻다] 경희대병원 안과 김기영 교수
경희대병원 안과 김기영 교수./사진=경희대병원 제공 실명의 3대 원인 질환은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이다. 녹내장과 황반변성은 비교적 나이가 들어서 찾아온다. 그러나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로 인한 고혈당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서서히 다가온다. 혈당 관리를 하지 않으면 당뇨병 진단 후 5년도 채 되지 않아 실명에 이를 수 있다. 20~30대도 예외는 아니다. 당뇨 눈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은 혈당관리를 철저히 해야 막을 수 있다. 매년 안저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의 원인, 진단, 치료법에 대해 경희대병원 안과 김기영 교수에게 물어봤다.
-당뇨망막병증은 어떤 질환인가? 당뇨병의 만성 합병증이다. 당뇨는 고혈당이 혈관을 망가뜨리는 질환이고 망막은 우리 몸에서 미세혈관이 가장 많은 조직이다. 당뇨망막병증은 지속되는 고혈당이 혈관에 이어 망막 미세혈관까지 손상시키면서 시력 저하와 실명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실명의 3대 원인이라는데? 당뇨망막병증이 시력 저하로 이어지는 기전은 유리체 출혈과 황반부종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당뇨병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망막에 신생혈관이 생긴다. 정상 혈관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찢어지고 터진다. 이렇게 발생한 출혈이 유리체를 채우면 혼탁해지면서 시력이 저하된다. 또 망막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면 혈관 내의 단백질, 지질 성분 등의 삼출물이 망막 내로 누출된다. 이로 인해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의 모양이 변하고 두꺼워지며 부종이 생긴다. 황반부종이 정상 망막 구조를 변형시켜도 시력이 떨어진다.
두 증상은 대부분 말기까지 진행된 당뇨망막병증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하나만 발생하기도 하고 둘 다 발생할 수도 있다. 실명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유리체 출혈, 황반부종, 망막박리, 녹내장과 같은 합병증들이 비가역적으로 발생한 뒤의 얘기다.
-혈당 관리를 잘해도 찾아오나? 그렇다. 혈당 조절을 잘해도 고혈당 자체를 막을 순 없다. 당뇨병을 앓는 기간이 길어지면 유병률도 증가한다. 보통 유병기간이 6년~10년인 환자는 약 21%, 15년 이상 환자는 67%가 당뇨망막병증을 앓는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임상적 진단 기준은 안저검사 결과다. 안저검사는 망막 내 신생혈관 유무를 비롯해 미세혈관 이상, 출혈 여부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망막 내 신생혈관 유무에 따라 비증식, 증식 단계로 나뉜다. 비증식 단계에서는 점 출혈, 미세혈관 비관류, 삼출물 등이 관찰되지만 아직 신생혈관은 없다. 실제 시력 저하를 겪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환자가 자각할 수 있는 증상도 없다. 그러나 신생혈관이 생겨서 증식 단계로 나아가면 앞서 말한 황반부종과 유리체 출혈 등으로 시력 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김기영 교수가 당뇨망막병증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경희대병원 제공 -치료 옵션엔 무엇이 있나? 아직까지 초기나 중기 단계의 당뇨망막병증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는 없다. 현재 시행되는 안과적 치료는 모두 후기에서 효과적이다. 기본적인 치료는 망막 주변부를 레이저로 지지는 ‘범안 저레이 저광 응고술’이다. 이렇게 하면 망막에서 신생혈관 형성에 필요한 단백질, 즉 혈관내피세포 성장 인자가 나오지 않아 증식 단계로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최근에는 혈관내피세포 성장 인자를 억제하는 항체를 주사도 적용되고 있다.
-수술은 어렵나? 유리체에 출혈이 있거나 망막박리가 생겼다면 실명을 막기 위해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한다. 다만 예후가 좋지 않다. 수술은 쉽게 말해 눈 속에 기구를 넣은 다음 유리체를 빼내는 수술인데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았던 환자들의 혈액은 점성이 강하다. 완전히 제거하기 힘들어 수술의 목표가 낮은 편이다.
-당뇨는 완치가 없다. 당뇨망막병증의 치료 목적은 무엇인가?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고 부종으로 인한 망막 구조를 회복시켜 시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레이저술이나 항체 주사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치료 반응이나 재발 정도를 관찰하면서 안정될 때까지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 당뇨라는 병 자체가 완치가 아니라 평생 관리하는 질환인 것처럼, 당뇨망막병증도 치료를 통한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출혈이나 부종이 생겨도 충분히 관리가 되지만 인계점을 넘어가면 치료에 반응이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관리의 핵심은 무엇인가? 안저검사다. 증상이 없어도 최소 1년에 한번은 받아봐야 한다. 초기인 경우 6~12개월, 중등도인 경우에는 4~6개월, 심한 경우에는 3개월 주기의 안저검사가 권유된다. 중요한 건 당뇨병 진단 후 바로 받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진단됐어도 몸에서는 3~4년 전부터 고혈당이 시작됐을 수도 있다. 실제 당뇨병 진단 뒤에 안저검사를 받았더니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후기에 접어든 환자들이 꽤 많다.
-시력 저하 시점을 앞당기는 것들엔 무엇이 있나? 가장 나쁜 건 불량한 혈당조절이다. 특히 혈당이 오르락내리락하거나 잦은 저혈당은 당뇨망막병증을 빠르게 악화시키고 치료 반응도 좋지 않게 만든다. 그 외에도 고령, 당뇨의 유병기간, 고혈압 등의 심혈관질환, 높은 콜레스테롤이나 지질 수치도 위험도를 키운다. 이는 반대로만 하면 시력 저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혈당조절은 물론 혈압 관리, 고지혈증 조절, 식이조절, 체중감량, 금연 및 규칙적인 운동 등의 비수술적 치료법들이 유의미하다는 게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당뇨망막병증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뇨망막병증은 초기부터 후기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환자들도 다양하다. 이 중에는 당뇨병 발병 5년도 안됐는데 치료가 힘들 정도로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된 환자들도 있다. 대부분 20~30대다. 정말 속상해서 다그치면 젊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고 대답한다. 당뇨망막병증은 실명의 주요 원인 질환이긴 하지만 초기부터 관리하고 증상이 생겨도 제때 치료만 받으면 10~20년 간 시력저하 없이 지낼 수 있다. 최대한 빠르게 진단받는 게 중요하다.
경희대병원 안과 김기영 교수./사진=경희대병원 제공-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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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