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가인문학교실 개학하다
최 화 웅
세상 사람들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를 걱정한다. 나는 일주일을 두 번으로 나누어 3일과 4일로 나누어서 '어떻게 살까?'를 생각한다. 사흘은 화, 목, 토요일로 투석치료를 받고 나흘 중 일요일은 미사참례와 월요일은 인문학 강의, 나머지 이틀은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을 만난다. 그래도 일주일 내내 하루 100페이지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한두 편의 글을 쓴다. 산책은 빠뜨리지 않고 나가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성찰한다. 다른 사람들의 일주일과 나의 일주일은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다. 나는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처럼 일주일을 두 번으로 나누어 산다. 그렇다고 쫒기거나 조바심을 내지는 않는다. 건강한 사람들만큼 여유롭고 충분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는다. 누구에게나 꼭 같이 주어진 해돋이로부터 해너미를 겪는 하루를 좀 더 유익하고 가치 있게 지내려고 할 뿐이다. 외롭고 쓸쓸하다거나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홀로 외롭다는 ‘홀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고나할까?. 스스로 고독을 맞아 즐기는 혼자 있을 권리, 즉 나만의 고독권(孤獨權)을 키운다.
석 달 동안의 긴 겨울방학 끝에 예가인문학교실 제4기 개학을 앞두고 가슴 설렌다. 개학 2주 전 수강생을 상대로『읽고 생각하며 쓰는 삶』이라는 주제로 13강의 강의일정과 진행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매주 월요일 저녁 8시부터 90분 동안 아파트 커뮤니티홀에서 공개강좌로 누구나 참여하고 청강할 수 있다. 부산 광안동 쌍용예가 아파트 입주민과 이웃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매주 A4용지 5~6매의 교재를 제공한다. 인문학교실은 퇴직 이후 내가 오랫동안 꿈꾸어온 지역사회를 위한 재능기부로 지난해 1월부터 자원봉사로 시작했다.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를 성장시킨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현장이다. 처음에는 아파트 입주민이 중심을 이루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이 나 인근 남천동과 대연동에서 멀리서는 화명동에서도 강의에 참여해 성황을 이룬다. 열성수강생 중에는 부부도 있고 모자간도 있다. 우리는 인문학 공부를 통해 세상 모든 이에게 참 좋은 선물이 되고자 스스로 다짐한다.
예가인문학교실 제1기는 2016년 1월 4일 첫 월요일에『인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2월 29일까지 8강을 강의하고 이어서 3월 4일부터 5월 30일까지『생활 속의 인문학』을 주제로 11강의 제2기를 끝내고 석 달 동안의 긴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9월 5일부터 시작하여 11월 28일까지 13강으로『삶의 뿌리, 인문고전을 읽자』를 통해 어렵게만 느껴왔던 사서삼경과 호메로스의 대서사시『일리아드』와『오뒷세이아』를 맛보고 제4차 산업혁명의 미래와 중강현실을 공부했다. 초청강사로 전 부산외국어대 임실 교수가『일본 속의 한국역사』를 시낭송회를 이끌고 있는 김옥균 시인이 빔프로젝트로『음악감상을 통한 세계일주』를 강의하기도 했다. 지난 한 해 동안은 부산문화회관과 금정, 해운대문화회관의 음악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고 강의가 끝낸 다음 일요일 오후에는 <낙동강 에코버스>를 함께 타고 낙동강 하구를 돌아 다대포 아미산 정상에서 낙조와 윤슬을 즐겼으며 <씨티투어>에 나서 감천문화마을과 산복도로 등 우리가 사는 부산 변방의 삶을 둘러보기도 했다.
3월 새봄과 더불어 시작하는 제4기『읽고 생각하며 쓰는 삶』에서는 수강생들이 원하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생활화하기로 했다. 첫 강의 ‘일기 쓰기’다. ‘일기를 어떻게 쓸까?’ 에서는 먼저 초등학생이 되자고 했다.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자녀들에게 “공부하라, 책 좀 읽어라.”라고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한 달에 시집 한 권 읽지 않고 한 줄의 글도 쓰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일기를 쓰면서 잃어버린 자신을 만나서 삶의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아이들이 던져놓은 동화를 찾아 읽고 신문 사설과 칼럼부터 읽기로 했다. 일기(日記, diary)는 나의 하루를 성찰하고, 나의 역사를 남기려는 성스러운 작업이다. 일기는 꾸미지 않는 솔직한 생각의 표현이 생명이다. 일기는 나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수행(修行)의 첫걸음이다. 문학의 한 장르로서『안네의 일기』와『난중일기』,『백범일기』등을 소개하고 백세 가까운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한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다"는 생에 대한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일상에 대한 추억과 감사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
자신의 일기는 기회 있을 때마다 다시 읽어봄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기로 했다. 이번 학기에는 10권의 동화와 시집을 읽고 일기를 쓰며 세 차례 글쓰기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첫 주에는 ‘봄’을 주제로 두 번째 주에는 ‘나의 봄’, 세 번째 글쓰기 제목은 ‘나는 누구인가’를 교안에서 미리 제시했다. 틈틈이 책 읽고 생각하며 글 쓰면서 가사를 맡아 아이들 낳아 키우고 가정을 돌보는 바쁜 일상의 반복과 주부들이 생각하는 현재와 미래, 그리고 젊은 시절의 사랑과 추억을 되살려 잃어버린 자신, 즉 나를 찾으려고 한다. 인문학 강좌가 있는 매주 월요일 저녁이 즐겁다. 나는 인문학 강좌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의 삶을 살찌운다. 사무엘 울만은 그의 시 ‘청춘’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고 했다. 우리의 행불행과 젊음과 늙음은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아~행복하여라. 나의 하루여, 나의 인생이여!
첫댓글 정말 대단하십니다...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예가인문학교실의 성공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행복한 삶을 응원합니다.^^
사실 인문학교실 참여하시는 분들 부러웠어요.
일기도 쓰고, 책도 읽으며 매주
그리움님의 강의도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마음의 영성카페가 있어 참으로 행복합니다.^^
인문정신의 목표는 글쓰기와 책읽기입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인문학의 요체이구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남을 우리의 삶이 무엇일까요?
미래가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듭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책을 가까이 하시고 복음 말씀 안에 사시는 국장님 새 봄에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하올 시몬씨,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가까이에 산다면 가서 끼어앉아 듣고 싶습니다. 인문학 강좌를.
아니구요. 선생님을 특강 강사님으로 모셔야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