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천호, 동아시아 2023.02.14. 늘팀 김지은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 10년 전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나 구호만 요란할 뿐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나라. 석탄 소비 세계4위, 석탄 투자 세계3위,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는 개인의 인식이 높은 나라. 온 세계가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가고 있는데도, 재생에너지 비율을 낮추는 희한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자식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갈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한 현실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기과학자 조천호의 과학적 이해와 설명이 우리를 깨워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으로 이 책을 함께 읽게 되었다.
홀로세
‘완전한 시대’인 홀로세(Holocene)라는 이름은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시기라는 뜻이다. 빙하기에는 태풍이 매년 여러번 휩쓸고 지나가면 복구의 의미가 없으므로 혹독한 기후에서는 농업을 할 수 없어 사냥꾼이자 채집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2만 년 전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후퇴하고 간빙기인 홀로세에 들어서면서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완전한 시대’가 열리고 기후변동성이 매우 작아 신석기로의 전환이 일어났다.
홀로세에서도 건조해진 지역에서는 문명이 약화되거나 소멸되기도 했지만 기후가 더 안정적으로 바뀐 지역은 문명이 꽃을 피웠고, 기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 제국의 힘도 함께 약화되었다.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태양계가 은하수의 알맞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원시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하는 등 우연이 누적되어 오늘날의 지구 대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문명은 인간 지성의 필연적 결과라는 오만을 저지르고 있지만, 지구 역사를 보면 좋은 기후 조건을 만난 덕에 일어나는 우연한 사건일 뿐이다.
인류세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의 거대한 힘과 겨룰 정도가 되는 인류세에 들어섰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통해 억겁의 세월 동안 태양 에너지를 축적한 석유와 석탄, 즉 화석 연료를 태워서 발생하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가속이 일어나 홀로세 이전 수백만 명뿐이던 인류가 75억명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가속으로 1만 2000년 전부터 지속해온 홀로세가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인류는 생태계에서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제는 전체를 왜곡하여 인간의 활동이 태양에너지 변화, 화산 분출 빙하 주기와 지각판 운동보다 더 큰 크기와 속도로 지구에 영향을 준다. 지구시스템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의 힘을 능가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 수백만년 뒤 인간이 살던 지층에는 생물 다양성 감소, 바다 산성화, 파괴된 숲, 빙하 감소와 가라앉은 섬의 흔적,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캔이 박혀 있을 것이다. 지구는 별 문제 없이 보일 수 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구가 복원력이 높을 때는 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음의 되먹임이 작용한다. 견딜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 우리가 누리는 기후와 우리가 의존하는 생물 다양성은 홀로세의 환경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홀로세는 우리가 아는 한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품이라는 말처럼, 기후는 날씨의 30년의 평균적인 장기적 균형상태를 말한다. 기후변화는 명백하다. 기후변화 부정론은 기후변화는 없다-> 태양, 화산의 결과이다-> 흑점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적응하면 된다로 변천해 왔다. 그러나 이제 과학 저널에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이 아니라는 논문은 게재할 수 없게 되었고, 과학자들의 99%가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으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평균 기온이 약 1도 상승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시속 100킬로미터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차가 이상해져 시속 2,000킬로미터 이상으로 질주하게 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우리 몸이 당뇨병으로 혈당을 조절할 수 없게 되면 심장질환, 뇌졸중, 신부전, 실명과 같은 수많은 합병증이 발생하듯, 기후온난화로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면 기후가 변덕스럽고 불확실한 상태가 될 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식량 생산 감소, 생물 다양성 파괴 등이 급격하게 일어난다. 지구는 인간이 가하는 온실가스라는 충격을 받아 인간에게 태풍, 폭염, 가뭄,홍수 등의 극한 날씨로 되돌려준다.
*500만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편차. 최근에 가까울수록 빙하기와 간빙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300만년간 기후가 변동이 컸다. 또한 2℃를 넘은 적은 없다
1.5℃ vs 2.0℃
현재 지구평균기온 1℃상승한 지구에서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지만, 1.5℃이상이 되면 세계 모든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2℃를 넘으면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파국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10년마다 거의 0.2℃씩 데워지므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2040년경에 기온 상승이 1.5℃에 달할 것이다. 1.5℃에서 2℃까지 상승하면, 같은 비율로 단순히 커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가 다시 원인을 키워 큰 변화를 일으키는 ‘양의 되먹임’이 시작된다. 스프링을 조금 늘렸다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너무 많이 당기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특성과 같다. 2℃를 넘게 되면, 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안정적 기후 조건을 제공했던 홀로세 기후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2018년 IPCC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1.5℃로 제한할 경우 2℃상승과 비교회 영향력 차이를 분석했는데, 1.5℃ 이내로 막으면 2℃에 비해 인류에게 닥칠 기후변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P127) 또한 1.5℃이내 상승을 제한하면 2℃에 비해 빈곤에 직면하게 될 인구를 수억 명 줄일 수 있다.
1.5℃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2010년 수준에서 45% 줄여야 하며, 2050년에는 순 제로(net zero, 탄소 배출량이 흡수량과 균형)에 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석탄발전을 2050년까지 거의 중단해야 하고, 재생에너지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기사용량의 70-85%를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50년에 2010년 수준의 75-90%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그러나 파리협약에서 각국이 서약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킨다 해도 2100년에는 기온 상승이 3℃가 될 예정이다. IPCC 특별보고서는 0.5℃ 더 낮추려는 목표는 모든 측면에서 광범위하며 전례 없는 변화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일은 지금부터 시작되어 향후 10-20년 이내에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2020년대가 지구의 심각한 파괴를 막을 수 있는 인류의 마지막 기회이다. (p129)
1.5℃ 목표 달성을 위해 IPCC 특별보고서에서 투자할 예산은 2.4조 달러로 2℃보다 약 12퍼센트 높지만, 세기말까지 20조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고, 세계적 불평등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런던정경대 니콜러스 스턴 교수는 스턴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이 세계가 경험한 가장 큰 시장의 실패가 기후변화라고 주장한다. 지금 기후변화 대응을 전혀 하지 않으면 이번 세기 중반에 기후 비용이 세계 GDP의 5~20%에 이를 것이다. 그 어떤 나라도 이 정도 비용을 사용하면서 정상적 재정을 꾸릴 수 없으나, 반면 지금 행동에 나서면 1%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탄소를 줄이는 것이 경제성장의 장애물이 아닐 뿐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기후 불평등
기후변화는 원인 제공자와는 다른 세대와 다른 지역의 사람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온실가스의 약 70%는 세계 인구의 20% 이하가 거주하는 선진 공업국에서 배출되었지만, 기후변화 피해는 세계 온실가스 3%만을 배출한 저위도에 사는 가난한 10억명에게 집중된다. 피해는 같은 국가 안에서도 소득 수준이 낮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거주 환경이 불량한 사람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 홍수가 발생하면 지하에 사는 사람이 더 어려움을 겪고 폭염에는 쪽방촌 작은 방에 사는 노인이 더욱 고통받는다. 빈곤층을 줄이려면 기후변화와 불평등을 해결해야 하며 공적 시스템을 통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다. 탄소 배출을 통해 부를 이룬 국가들이 가난한 나라도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은 부자국가들이 자기들만 비싼 음식을 먹고 나서 가난한 이웃을 초대해 차만 같이 마시고 음식 값을 나누어 내자고 말하는 것이다. (p205)
물 분쟁
세계은행은 20세기가 석유 분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 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ival) 한국이 물 부족을 심각하게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많은 양의 식량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농축산물의 생산 유통 소비 폐기 과정에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가상수는 288톤. (국내 물 소비량 125억톤) 다른 나라에 물이 부족해도 우리나라에 물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미세먼지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가 오염먼지에 시달린다는 것은 재원의 문제도 아니고 기술의 문제도 아닌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와 집행 의지의 문제다. (180p) 산업계 입장에서는 비용증가를 의미하는 것. 작은 먼지가 거대 산업 문명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게 먹고 쓰고 버리고 사는게 맞느냐고.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은 과학적 증거가 없어 해결책이 아니며, 정부의 기준 강화, 규제 강화와 집행,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등의 근본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조치들은 이해관계의 충돌로 골치 아프고 껄끄럽기 때문에 쉬운 해결책으로 요행을 기대하는 것이다.
존재 방식, 정치 행위에 도전해야 하는 문제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한 1997년 교토의정서 이후, 실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배출량을 전혀 줄이지 않는 시나리오를 따라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이 분명하고 절박한데 왜 대응은 이처럼 지체되는가? 우리는 성공에 취해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현대 위험은 인류 문명의 실패가 아닌 성공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그 심각성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통해 현재의 생활 방식과 산업 구조를 바꿔내는 사회 변혁으로 해결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위험은 인류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 세상에 관한 사고방식과 정치 행위에 도전해야 하는 문제다. 인류는 지금 생산하는 것 만으로도 인류전체가 풍족하게 나눌 수 있는데, 왜 생산을 더 증가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고 기후변화를 더 일으켜야 하는가? 지구가 기후변화의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그 원인은 이산화탄소를 과다 복용해서 건강을 잃을 탓이다. 지구공학은 여기에 약을 처방하는 셈인데, 가장 단순하고 안전한 해법은 근본적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건강한 몸에는 그 어떤 약도 필요없다.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를 앞에 두고 위기를 맞는 이때, 기후 변화 대응에 능력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매우 절박한 시점인 것 같다.
첫댓글 지은씨... 드디어 나타나셨구요.. 독후감을 읽으니 한 권의 책을 다 읽은 느낌이 납니다. 사실 우리가 고령화 출산율 저하, 인구절벽이야기를 하지만 지구에는 75억명의 인구가 넘쳐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인간의 관점에서 지구의 인구를 줄여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땅 한반도가 지구적 관점에서 우리 것이 아닐진대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닌지요. 과격하고 무식하고 대안이 없는 문제제기 같지만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하고 AI 로봇의 과학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면 굳이 아이들 더 낳자고 애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후손이나 자손들을 낳을 상황과 구조가 되면 언제든 사람들이 낳을 것이고요. 지금 성장동력 떨어진다고 난리치는 것도 지금의 우리 관점, 우리의 인식, 기대에 맞춰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소멸이 하나의 방법 일 수 있다는 것에 .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