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유치환
가을이 접어드니 어디선지
아이들은 꽃씨를 받아와 모으기를 하였다
봉숭아 금잔화 맨드라미 나팔꽃
밤에 복습도 다 마치고
제각기 잠잘 채비를 하고 자리에 들어가서도
또 꽃씨를 두고 이야기-
우리 집에도 꽃 심을 마당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느 덧 밤도 깊어
엄마가 이불을 고쳐 덮어 줄때에는
이 가난한 어린 꽃들은 제각기
고운 꽃밭을 안고 곤히 잠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 작가 소개 : 유치환( 1908년~1967년)
현대 시인. 경상남도 통영출생. 본관은 진주(晉州). 호는 청마(靑馬). 준수(焌秀)의 8남매 중 둘째아들이며, 극작가 치진(致眞)의 동생이다. 11세까지 외가에서 한문을 배웠다. 1922년 통영보통학교 4년을 마치고, 일본 도요야마중학교(豊山中學校)에 입학하였다. 이무렵 형 치진이 중심이 된 동인지 《토성(土聲)》에 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가세가 기울어 4학년 때 귀국, 1926년 동래고등보통학교에 편입하여 졸업하고, 이듬해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였으나 퇴폐적인 분위기에 불만을 품고 1년 만에 중퇴하였다. 당시 시단을 풍미하던 일본의 무정부주의 자들과 정지용(鄭芝溶)의 시에 감동하여, 형 치진과 함께 회람잡지 《소제부(掃除夫)》를 만들어 시를 발표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 감상
매일 강아지와 산책을 한다. 퇴근해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하는 날은 아파트 주변과 집 가까이에 있는 작은 공원(도레미공원)을 걷는다. 가끔, 조금 더 나아가 도로변을 따라 걷는다. 도로변 자전거길 안쪽에 만들어진 꽃밭에 채송화, 맨드라미가 눈에 들어왔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꽃이다. 어릴 적 시골집 장독대옆 꽃밭이 생각났다. 봉숭아, 금잔화, 맨드라미, 나팔꽃, 그리고 채송화. 방울방울 빗물이 이슬처럼 맺혀있었다. 꽃집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귀한 꽃이다. 조심스럽게 손으로 만져 보았다. 때를 놓지지 말고 꽃씨를 받아야겠다. 그리고 1층 우리집 베란다 앞 화단에 꽃씨를 뿌려보리라. 고은 꽃밭을 안고 곤히 잠들고도 싶다.
첫댓글 '이 가난한 어린 꽃들은 제각기
고운 꽃밭을 안고 곤히 잠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가슴 속이 실제적인 마당보다 더 많은 꿈과 희망을 담습니다.
봉숭아 금잔화 맨드라미 나팔꽃보다 훨씬 더 많은 꽃들이 자라고 있지 않을까요?
초등학교때 국어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납니다.
서랍 속에서 꽃씨들이 달그락달그락 움직인다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 시도 마지막 두 행이 가슴을 울립니다.
좋은 시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