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우리 군인들이 다시와서 우리들을 트럭에 태우고 김천 기차역으로 갑니다.
그리고 우리가 내린 곳은 대구 역입니다.
말로만 듣던 대구역이 엄청 커보입니다.
여기서도 국군이 트럭을 가지고와서 우리들을 태우고 대구 도립병원으로 갑니다.
우리가 대구 도립병원으로 가는동안 대구시내가 온통 흰옷을 입은 피난민들로 가득합니다.
전국의 피난민들이 모두 대구와 부산지역으로 몰려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대구도립변원에 도착을 하자 웬 송장 썩는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나는 어린이들만 있는 작은 병실로 옮겨졌는데 그곳에는 나까지 4명의 어린이가 아주 작은 나무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그런데 대구 도립병원이 얼마나 더운지 숨이 헉헉 막힙니다.
가뜩이나 조그만 병실에 창문도 하나뿐인데 선풍기가 없을 때이기에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이 부채질을 해 주지만 우리형들과 황간에서 헤여진 후 나 혼자이기에 누가 부채질을 해 줄 사람도 없고
소변이 마려워도 똥이 마려워도 누가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정 참을 수 없으면 아이들의 어머니에게
"오줌이 마려워요, 똥이 마려워요"
라고 하면 그들이 도와줍니다.
대구 사람들의 목소리가 무척 큽니다.
밖에서 하루종일 떠드는 소리가 귀가 먹먹할 정도입니다.
창밖은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은행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나는 너무 외로워 혹시 어머니가 살아서 돌아올 것만 같아 하루 종일 문만 바라보고 있거나 창밖의 은행알을 세고 있습니다.
형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몹시 보고 싶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