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발인식 법문
이 세상에 나타난 것은 반드시 숨은 것을 바탕함과 같이 드러난 성자의 배후에는 반드시 숨은 무명(無名)의 성자가 있는 것입니다. 대사모님께서는 숙겁의 서원과 인연으로 사부(師父)님 같으신 주세성자의 고행 대각시(苦行大覺時)로 부터 회상 창건과 중생 교화에 이르시기까지 그 밑받침이 되시고 숨은 보좌역을 유감없이 다하시었으니 그 공덕이야말로 사부님과 우리 회상의 교운으로 더불어 무궁할 것이며 정토회원(正土會員)의 제일위로서 만대의 사표가 되실 뿐 아니라 앞으로 무수한 무명 성자 배출의 밑거름이 되실 줄 확신하는 바입니다. 사부님께서 평소에 말씀하시기를「사람의 영식(靈識)이 이 육신을 떠날 때에는 처음에는 그 착심을 따라가게 되고 다음에는 그 업을 따라 받게되어 한없는 세상에 길이 윤회의 고통을 받는다」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열반시에는 그 착심을 여의고 그 업을 초월하는 것이 가장 요긴하오니 그러시기로 하면,
첫째, 크고 굳은 원을 세우셔야 하겠습니다. 대사모님께서도 사부님을 모시고 남 모르는 숨은 공부와 사업을 하시어 수많은 교도의 어머니요, 일체생령의 어머니가 되셨지만은 내생에도 더욱 큰 서원으로 바로 이 회상에 찾아오시어 성불 제중의 대원을 성취하시어 일체생령의 어버이가 되어 주시기를 믿고 바라옵니다.
둘째, 생사(生死)는 가고 오는 것이요, 인과(因果)는 주고받는 것임을 깊이 깨달으셔야 하겠습니다. 대사모님께서도 언젠가 말씀 하시기를「생전에 내가 먼저 풀고 마음 안정하는 공부를 주로 해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과 같이 생사도 가고오며, 오고가는 것이니 일체를 해탈하시고 인과는 주고 받으며 받고 주는 것이니, 내가 먼저 풀어 나가시면 마침내 천업(天業)을 돌파하고 죄복을 자유하여 천지가 내집이요, 전 생령이 내 권속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큰 집에서 큰 살림을 하시는 사부님과 삼세제불제성님과 영생을 같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생전에 한번 더 가고 싶어하시던 영산 성지에 모시지 못한 것이 유감이오나 육신이 가시는 영산은 밝고 뚜렷한 한 생각에 있사오니 아무쪼록 생전에 못다 하신 모든 일을 다 놓으시고 평소의 그 큰 서원과 정진심으로 맑고 두렷한 한 생각에 의지하소서.
-원기 57년 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