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8일부터 사흘간 전남 해남군 화원면 오시아노 관광단지에서 '땅끝바다 캠핑 페스티벌'이 열렸다. 해남군의 주최로 2014년 첫발을 내디딘 이번 축제는 전라남도 레저스포츠협회 주관, 광주일보․전라남도․한국관광공사 후원으로 진행됐다. 광주와 목포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7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축제를 빛냈다.
목초지를 찾아 떠돌며 살아가는 유목민 몽골족의 이동식 집인 게르(Ger)처럼 텐트는 야생으로 나온 우리에게 비바람을 피할 공간을 제공하는 임시 거처다. 가정의 취사도구는 코펠과 버너가 대신한다. 잠을 자고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이들만 있으면 일단 가장 기본적인 먹고 자는 것이 해결된다. 하지만 어디 그것만 필요하겠는가. 캠핑을 하다보면 식탁을 대신하는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 화로와 그릴 등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캠핑에 대한 열정은 장비에 대한 관심과 비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니 이 땅의 캠핑족들이라면 언젠가 한번쯤 거쳤을 열병의 시기를 기억하리라.
'땅끝바다 캠핑 페스티벌'에 참석한 참가가족
한반도 육지의 최남단, 땅끝에서 펼쳐진 흥겨운 캠핑 축제
남도의 가장 끝,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을 품은 해남까지 캠핑을 하러 달려온 이들에게 캠핑은 여전히 '뜨거운 그 무엇'이지 않을까.
막내가 태어나며 트레일러를 구입했다는 참가가족
해남의 아름다운 낙조 포인트로 유명한 오시아노 관광단지에서 펼쳐진 제1회 '땅끝바다 캠핑 페스티벌'을 구경하러 나섰다.
해남 화원면의 오시아노 관광단지 골프장
먼저 축제가 진행된 오시아노 관광단지부터 살펴보자. 오시아노 관광단지는 캠핑장, 축구장, 골프장을 갖춘 '복합문화휴양단지'로 숙박은 물론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목포구등대 포인트와 더불어 해남의 '낙조 포인트'로 유명하다.
해남 오시아노 관광단지 캠핑장 풍경
다양한 체험행사 중 최고의 인기는 바다카약과 승마체험
'자연과 하나 되어 가족과 함께 하는 축제'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목포와 광주 등 각지의 캠핑 동호회에서 참가한 700여 명의 캠퍼들이 함께 했다. 가족 단위로 모여든 참가자들은 비가 오는 속에서도 축제에 준비된 다양한 체험행사를 즐기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최고의 인기를 얻은 체험행사는 바다카약
아쉽게도 날은 흐렸다. 희뿌연 공기에 진눈깨비 같은 비가 흩뿌렸다. 28일부터 사흘간 펼쳐진 축제 일정 중 캠핑장 입성을 마친 첫날을 지나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된 것은 이튿날. 다도해를 바라보고 자리한 아름다운 캠핑장은 집집(?)마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아침을 맞았다.
최고의 인기를 얻은 체험행사는 바다카약
아이들은 비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우의를 챙겨 입고 캠핑장 곳곳을 뛰어다니며 놀기 바빴고 엄마 아빠들은 캠핑의 여유를 누리면서도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했다. 또 이번 행사를 후원한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지역의 다문화 가정 10여 가구와 아동센터 소속 어린이 40여명을 초청해 캠핑 체험을 공유했다.
최고의 인기를 얻은 체험행사는 승마체험
이번 축제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은 추억․힐링․낭만마당으로 각 테마에 맞는 다양한 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해남 배추로 김장체험 중인 참가자
먼저 카약과 승마체험 등의 레저체험과 기념품 만들기, 김장체험 등으로 구성된 추억마당은 흥미를 끄는 각종 체험 행사로 폭넓은 연령대의 참가자들을 불러 모았다.
비가 내려 몇몇 체험행사가 취소됐다
어린 자녀와 해남을 찾았다면 놓칠 수 없는 해남공룡박물관(우항리공룡화석자연사유적지)을 돌아보는 힐링마당도 참가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미리 신청한 600여명의 참가자들은 4개 조로 나뉘어 전문 해설사와 함께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공룡과 익룡 발자국을 살폈다.
우항리 공룡화석 자연사 유적지의 대형공룡관
마지막으로 줄다리기 등 참가자들이 단합할 수 있는 행사로 채워진 낭만마당도 축제 기간 동안 주무대광장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우항리 공룡화석 자연사 유적지의 익룡조류관
텐트, 트레일러, 캠핑카 등 다양하게 채워진 캠핑장 풍경
땅끝바다 캠핑 페스티벌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 캠퍼들이었다. 특히 어린 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이 많았다. 목포와 광주 등지의 캠핑 동호회에서 이번 축제를 신청한 캠퍼들은 각양각색의 텐트는 물론 캠핑카와 트레일러로 축제장을 채웠다.
"막내가 태어나자 텐트를 치기가 어려워졌어요. 텐트를 치는 동안 아이의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어서 트레일러를 구입했어요."
아이 셋을 둔 젊은 부부는 텐트에서 트레일러로 교체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미 유치원에 갈 정도로 자란 두 아이들과는 텐트로 캠핑을 다녔는데 막내가 태어나면서 트레일러로 교체한 것. 공간만 있으면 바로 캠핑을 시작할 수 있는 '편안한 캠핑'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흔히들 캠핑하면 '텐트' 만을 떠올리곤 하는데 아이가 어린 가정에서는 캠핑카나 카라반을 선호하는 경우가 제법 된다.
땅끝바다 캠핑 페스티벌 전경
아예 캠핑카를 지니고 전국 각지로 캠핑을 다닌다는 한 참가자는 "어디든, 캠핑장이 될 수 있다는 게 캠핑카의 매력"이라며 "텐트냐 캠핑카냐는 캠퍼 성향을 따라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따로 자가 차량이나 텐트가 필요하지 않고 캠핑카 한대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어디든 캠핑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캠핑카를 선택해서 좋은 점'으로 꼽았다.
땅끝바다 캠핑 페스티벌 전경
캠핑장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하나 둘, 노란 불빛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낮에 미처 띄우지 못한 기구가 떠오르고 모닥불에 감자 익어가는 냄새가 퍼져간다. 하루 종일 뛰어놀던 아이들은 하나 둘 잠들기 시작한다. 낮에 체험행사로 만든 배추김치를 맛보며 그렇게 첫해를 맞은 '땅끝바다 캠핑 페스티벌'의 밤은 깊어갔다.
땅끝바다 캠핑 페스티벌 전경
올해 처음 시작한 땅끝바다 캠핑 페스티벌은 캠핑 동호회나 (사)전라남도 레저스포츠협회(061-282-7543)에 직접 참가 등록을 한 이들에 한해 참여할 수 있었다. 캠핑 장비를 갖춘 캠퍼들에 한해 진행됐고 텐트당 1만원의 참가비가 있었다. 앞으로 매년 진행될 예정이니 봄이 시작될 무렵의 해남을 기억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