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정치시민넷,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 초청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방향' 강연회 열어
좋은정치시민넷은 지난 10월 18일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를 초청하여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하 변호사는 현재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로 농촌지역 환경문제 해결, 세금 감시, 선거제도 개혁 활동을 하고 있다.
다음은 하 변호사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요즘 하고 있는 일
<공익법률센터 농본>은 농촌·농민·농업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공익법률단체다. 농본으로 농촌지역 현안들이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다. 강릉 주문진 지정폐기물 매립장, 김제백산면 지평선산업단지 폐기물처리장 등 농촌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하고 있다. 지난 9월 18일에는 경북지역에서 산업·의료폐기물 문제로 간담회를 했는데, 그 전후로 경북지역 여러 곳에서 연락들이 오고 있다.
폐기물 매립장은 인·허가만 받으면 떼돈을 번다. 충북 충주에 있는 한 사업체는 5년 동안 1,65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그중 973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순이익률 58% 이상)을 올렸다. 20억 원을 자본금으로 출자한 주주들은 배당금으로만 5년 동안 822억 원을 챙겼다.
현행법령상 매립장의 경우 최대 30년을 사후관리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 관리해야 안전한지 장담할 수 없다.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입고, 사후처리는 지자체와 국가의 몫이 된다.
그동안 쭉 해 오던 권력감시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소송 끝에 검찰 특수활동비 등 자료 1만 6천7백여 쪽의 자료를 정보공개받았다. 현재 뉴스타파와 함께 분석을 하고 있는 중이다. 검찰특수활동비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지만, 사실 제 관심의 초점은 어떻게 정부의 투명성, 책임성을 높일 것인가에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농업·농촌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산업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예산낭비를 줄이고 부패를 없애려고 해도, 불평등을 줄이고, 서민·중산층의 삶의 문제를 풀려고 해도, 지방분권과 지역분산을 이루려고 해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려고 해도, 결국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고, 정치(대의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선거제도의 중요성
의회 선거제도의 양대 축
의회 선거제도의 양대 축은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이다. 다수대표제(우리나라에서는 ‘소선구제’라고 불림)는 지역구에서 1등 해야 당선되는 선거제도다. 1등이 아닌 후보를 찍으면 사표가 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가 시행하고 있다. 비례대표제는 전체의석수를 득율에 따라 정당별로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1900년 벨기에에서 시작되었고, 유럽대륙으로 확산되었다. 복지국가들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비례대표제는 정당명부식과 혼합형(연동형)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지역구에서 1등만 당선되는 다수대표제에서는 51%로 100% 의석을 차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다.
2023년 대한민국의 현실/비례대표제와 행복
2023년 대한민국은 행복지수가 세계 57위로 OECD 최하권이다. 우리는 왜 불행할까? 2022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0년 유엔행복보고서를 보면 행복도 상위권은 핀란드,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위스, 네덜란드 등으로 선거제도로 비례대표제를 둔 국가들이다. OECD 국가의 3분의 2 이상이 순수 또는 연동형(혼합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프랑스만 다수대표제를 두고 있다. 독일과 뉴질랜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결합한 연동형, 이탈리아, 일본 등은 병립형, 한국은 준연동형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다수 대표제는 양당제를 낳는 경향이 있고,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낳는 경향이 있다”-뒤베르제의 법칙
2023년 1월 13일 뉴스토마토 여론조사를 보면 ‘다당제로 전환해야’ 53.3%, ‘양당제가 옳다’ 27.7%로 우리 국민들은 다당제를 선호하는 나왔다. 2023년 1월 21일 MBC가 발표한 여론조사도 다당제가 56.8%, 양당제가 29.6%로 다당제가 높게 나왔다.
비례대표제를 하는 두 가지 방식
독일식 권역별/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대안으로, 첫 번째 독일식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소선거구제 지역구 선거와 정당투표 비례대표제가 결합된 형태다. 독일은 권역별(시도별)로 비례대표 후보명부를 작성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 출마가 가능한다. 단 비례대표 명부 고정형으로 당원투표로 선출하는 것을 의무로 한다.
독일은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지역구를 먼저 인정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비례대표로 채워준다. 예를 들어 총의석수가 300석이면, 정당득표율이 10% 경우 30석을 할당받아, 지역구에서 20석이 당선된다면, 비례대표로 10석을 받는 구조로 되어있다.
독일식 선거제도가 실시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이 충분해야 한다. 독일은 현재 지역구 299, 비례대표 299석으로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독일식 선거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전체의석수를 늘리든지, 지역구 의석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또한, 독일식 연동형 선거제도는 위성정당의 출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총 비례의석 47석을 30석은 연동형으로, 17석은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덴마크/스웨덴 대선거구(권역별) 비례대표제
두 번째로 덴마크, 스웨덴식 선거제도는 권역별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다. 유권자는 권역별 대선거구 투표용지에 정당도 선택하고 비례대표 후보도 선택한다. 비례대표 후보 선택이 개방형 명부로 되어 있어, 비례대표 순위가 정당이 아니라 국민들에 의해 선택된다.
선거제도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나
2022년 2월 27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실질적 다당제를 구현하고 다양한 민심을 받들겠다고 결정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같은 해 8월 28일에는 전국대의원대회를 열러 국민통합 정치교체를 위한 결의안을 93.72%의 찬성률로 통과시켰고, 이 결의안에서는 선거법 개정을 2023년 4월 중에 마무리짓기로 했다.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을 결의를 했지만, 하지만 이후에 결정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실시한 국민 500인 공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수가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답변하였고, 지역구 의원수는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높게 나왔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여성, 청년 등 다양한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으므로’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만이 아닌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을 수 있으므로’ 순이었다. 비례대표 선출방식으로는 ‘정당과 후보까지 투표하는 방식’인 개방형 명부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왔다.
현재 국회 선거제도 논의 상황을 보면 정개특위에서 실시한 500인 공론조사 결과도 무시되고 있고, 거대양당 간 밀실 협상으로 전환된 상태다. 거대양당의 야합으로 과거의 제도(병립형)로 후퇴할 우려가 있다. 현재 민주당은 ‘위성정당’ 방지를 전제로 한 준연동형과 비례의석 60석으로 확대 입장이고, 국민의 힘은 20대 국회까지 적용된 병립형으로 회귀하고, 비례의석 확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언론기사를 보면 여야가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로 하고 비례대표는 3개 권역으로 나눠 선출하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북부(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중부(대구·경북·대전·충청·강원), 남부(호남·부산·경남·제주) 3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를 선출하겠다는 것으로 지역 범위도 너무 넓고, 지역별 특성도 반영하지 못해 권역별 비례대표제 취지에 맞지 않다. 여야가 합의한 안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시민단체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권역은 시·도를 기본으로 하고, 인구가 많은 시·도는 분할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금 필요한 것들
최소한 준연동형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성정당 방지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위성정당 방지를 위해 비례대표 정수의 50% 이상 지역구 공천을 의무화해야 한다. 위성정당 창당 시 정당기호부여, 정치자금법 등에서 불이익을 줘야 한다. 이후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위한 범국민 정치개혁논의기구가 구성이 되어야 하며, 선거제도 논의는 국민참여를 통해서 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선거제도 개혁은 어렵다. 개혁의 불씨를 살려 총선 이후 지방선거제도 개혁 논의로 이어가야 한다.
2022년 지방선거는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최악의 선거였다. 508명에 달하는 무투표 당선자, 2018년 지방선거 때 89명이 무투표당선이 되었는데, 5배가 증가하였다. 대구, 전북, 광주의 광역의회는 지역구 절반이상이 무투표 당선되었다. 수도권 기초의회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속출했다. 2인 선거구에서는 거대 양당이 1자리씩 갈라 먹었다.
광역 지방의회의 표심 왜곡 현상이 매우 심각하게 나타났다. 국민의 힘은 부산시의원 선거에서 63% 비례대표 정당 지지로 시의회 의석의 95.7%를 차지했다. 울산에서도 국민의 힘은 57.9%의 정당 지지로 시의회 의석의 95.5%를 차지했다. 경남에서도 국민의 힘은 62.4%의 정당 지지로 도의회 의석의 93.75%를 차지했다.
기초지방의원조차 거대 양당 소속 당선자가 94.4%(2,987명 중 2,819명)를 차지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거대 양당 소속 당선자가 90.5%를 차지했는데, 그때보다 거대 양당 소속 당선자 비율이 올라갔다. 지난해 있었던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지방의원 중에 소수정당 소속 당산자는 24명에 불과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의 소수정당 당선자 107명에 비하면 대폭 줄었다.
지난 지방선거를 보면 투표율도 떨어졌다. 2018년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60.2%였는데, 2022년에 있었던 지방선거 투표율은 50.9%로 4년 만에 10% 가까이 떨어졌다. 그만큼 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많은 유권자가 투표장에 갈 이유를 차지 못한 것이다. 유권자로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싶은데, 투표용지라는 개관식 답안지에는 찍고 싶은 답이 없으니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많은 것이다.
국회부터 기초의회까지 일관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2024년 총선 이후 지방선거제도 개혁 논의 불가피하다. 지역정당인정을 전제로 기초의회까지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만이 아닌 개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에는 '유권자단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이 만든 정치적 결사체가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낼 수 있어 있다. 가령 2014년 바이에른주의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단체가 기사당, 사민당 다음으로 많은 당선자를 배출(전체 당선자 5,552명 중 16.88%(937명))하였다.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의 시의회 구성을 보면 13개 정당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4개 정당은 전국정당이고, 나머지는 지역정당이다. 일본의 경우는 생협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이 활동하고 있다.
올 10월 헌재는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정당법 조항에 대해 4대 5로 ‘합헌’ 결정을 했다. 현행 정당법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차단할 위험’이 있어 ‘위헌’ 의견이 많았는데, ‘위헌’ 결정이 나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1명이 모자라 ‘합헌’결정이 난 것이다. 비록 지역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정당법이 합헌 결정이 났지만 다수 재판관이 위헌 결정을 하였고, 계속 진일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