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르 브룅의 <잠든 아기 예수님>
샤를 르 브룅의 <잠든 아기 예수님>, 1655년경
요람에 기대고 있는 왼편의 어린 세례자 요한이 아기 예수님을 깨우려고 다가서자, 성모 마리아는 검지손가락을 세우며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제지하고, 성 안나는 막 잠든 아기 예수님에게 하얀 이불을 조심스럽게 덮어주려고 한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메온과 요셉과 엘리사벳의 표정이 어둡다. 엘리사벳은 낙타 털옷을 입은 어린 요한의 허리띠를 잡아당기며 슬픈 표정으로 잠든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다. 그 뒤에 요셉은 손을 턱에 괴고 고뇌하며 잠들어 있다.
성모 마리아 뒤에서 푸른 옷을 입고 두 손 모아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는 노인이 바로 시메온이다. 아직 아기 예수님은 어른이 되어서 겪게 될 수난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잠들어 있다. 그림 속의 아기 예수님이 빠져드는 잠은 고난이 닥치기 전에 주어진 잠시 동안의 평온함을 상징한다.
따라서 화가가 묘사한 아기 예수님의 잠은 휴식과 재충전의 잠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징적인 내용을 그림으로 잘 표현했던 르 브룅은 고양이의 쫑긋 선 두 귀를 통해 고요 속의 긴장감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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