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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정다운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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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후기방 ◈ 스크랩 2013년 10월 5일 경남 양산 천성산
바위산 추천 0 조회 138 13.10.07 17:03 댓글 11
게시글 본문내용

 

코스: 흥룡사-천성산1봉-은수고개-천성2-짚북재-성불암계곡-내원사매표소

 

 

 

 

가보지 못한 100대 명산목록이 느리게 지워지고 있다.

멀고 먼 천성산을 다녀오면 16개가 남는다.

지율스님이 정상 주변의 화엄벌 습지에 서식하는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 단식을 했었지.

그래서 귀에 익은 이름이고 스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천성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완성되었단다.

다행하게도 여전히 도롱뇽은 잘 살고 있다 한다.

 

버스를 타고 소래 습지도 지나 들판에 나오면

무르익은 가을의 아침에 붉게 빛나는 동틀녁 햇살이

들판에 반사되어 금빛으로 빛난다.

한 떼의 기러기들이 저 노란 들판의 곡식을 먹으로 날아왔다가

느린 날갯짓으로 공중에 솟아 가을들판을 구경하고 있다.

황량한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그들이 코리아의 가을에 반해서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구경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인천에서 해가 뜨기 전에 떠나서 다섯 시간이나 걸려 흥룡사 입구에 도착한다.

시멘트 길을 올라 닿은 흥룡사에서 마침 점심 염불이 있다.

목청 좋은 스님이 나무관세음보살을 천천히 빨리 작게 크게 리듬에 태우고

엄청나게 반복한다.

저게 불가에선 무지하게 중요한 말인가보다.

염불이 무척 쉬운거 같기도 하고 아니면 저 지루한 반복을 참아내는 것 자체가

수행이겠군! 설마 쉬운 말로 날로 먹을려고 하기보다는 두번째가 맞겠지.

중독성이 강한 그 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산길로 서둘러 오른다.

 

가을은 맞지만 지금 단풍이 들어서는 안되지.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데 벌써부터 잎을 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나뭇잎들은 여전히 녹색이나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숙연하다.

그들은 느낌으로 안다.

한번의 붉은 폭발이 있고 그 다음엔 미련없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돌길이거나 폭신한 흙길을 한시간도 걷고 또 걸으면 능선에 닿고

저기 건너 능선에 벌판이 보인다.

저걸 화엄벌이나 하나 보다.

숲을 지나 그 벌판에 닿으면 알게 된다.

나무가 없어 대머리 같은 그 지역이 억새가 나부끼는 화엄벌이란 걸.

들판에서 갓 피어난 억새가 흔들린다.

반짝이는 억새가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려 휘청거리고

억새밭을 휘젓고 다니는 바람이 더 크게 흔들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바람이 억새를 피워놓고 이 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억새가 흔들리고 바람이 흔들리고 신이 난 바람이 내 가슴을 퍽퍽 치며

경상도식으로 터프하게 맞아준다.

천성산 1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25만평 화엄벌에 거주하는

온갖 종류의 억새들이 약속을 하고 한 날에 피어 올랐다.

그리고 그날 그 시간에 햇살이 빛나주기로 했으며

바람이 산자락 그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일제히 튀어 나온다.

때가 되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고

피어 오르고 흔들어주고 반짝여준다.

억새가 이날 하루만의 흔들림으로도 서로 엉켜서 모진 날씨를 견디면서

살아내는 보람으로 삼아 충분하겠다.

 

비스듬한 억새밭의 중심에 있는 정상으로 오른다.

어떤 이유로 산 능선에 지뢰를 묻었는지 모르지만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지뢰 때문에 철망이 쳐진 길을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지뢰덕분에 철망 안쪽에 사는 억새며 온갖 풀들이 어떤 간섭도 없이 살고 있다.

뚫려진 철조망 사이를 기어 정상에 닿는다.

정상이 버려진 공군기지란다.

세월 지나 버려진 드럼통에도 구절초가 들어가 꽃을 피우고 있다.

사방이 벌판이고 그 벌판에 억새들이 나부끼고 사이사이에

가을꽃들이 박혀 천성산 정상의 가을이 완성된다.

저기 북쪽으로 통도사 뒤 신불산 영축산 고원이 높다랗게 솟아 있다.

저기서도 지금 억새가 천지로 피고 있을 것이다.

들꽃이 피고 바람이 가슴을 퍽퍽 치며 자기가 다스리는

이 벌판의 가을이 어떠냐고 내게 묻는다.

참 멋지군! 잘 하는 짓이다.”

 

벌판을 지나고 은수고개도 지나 2봉으로 간다.

2봉은 바위덩어리로 되어 있다.

워낙에 화암늪에서 나부끼는 억새에 압도되어서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원래 일봉이 원효산이고 이봉이 천성산이라는데 말하자면

산도 구조조정을 당해서 각각 천성산 1, 2봉으로 이름이 변한거란다.

하지만 두 봉우리 모두 원효랑 관계가 있다.

통일신라의 라이벌 고승인 원효와 의상 중에서 원효가 이 산을 먼저 접수를 했군!

그래서 1봉이 원효산이고 2봉이 원효가 중국에서 온

천명의 중생을 제자로 받아들여 입산시킨 곳이라서 천성산이란다.

절 짓기의 평생 경쟁자인 의상이 오기 전에 해치운거지.

 

내려간다.

성불암 계곡과 공룡능선의 갈림길이 되는 짚북재도

사실은 원효가 천명이나 되는 제자들을 북을 쳐서 모이게 하는 장소였다고 한다.

여긴 속칭 완벽한 원효의 나와바리였다.

정말 원효가 이곳에 와서 북을 치며 중국사람들을 밥을 먹이며

공부를 시켰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통일된 신라의 혼란기에서

백성을 어루만져 주던 현인인 그를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전설을 만들어 감사하고 기억하고 싶어했나 보다.

 

가파른 계단을 타고 짚북재로 내려와 성불암 계곡을 따라 내려온다.

미끈한 활엽숲이 얼마나 우거졌는지! 단풍이 들 때면 여기도 난리가 나겠다.

몇 달이나 가뭄이 이어졌다는데 그래도 워낙 깊은 산이라 계곡에 물이 흐른다.

발을 담그고 6시간 동안 내 몸을 받쳐 준 발을 위로한다.

계곡에 무늬진 돌이 멋지다.

이렇게 멋진 곳이니 지율스님이 무리를 해서라도 그냥 그대로 두고 싶어했겠지.

 

 

 

흥룡사를 향해 가는 길

 

흥룡사

 

 

흥룡사 뒤 등산로  초입

 

화엄벌의 억새 

 

 

 

 

 

 

 

 

 

 

옛 공군부대 주둔지 흔적인지? 지뢰밭이라 못 들어가게 하는 철조망인지? 

 

지뢰가 있어 철망을 쳐서 습지가 보호되고 있음 

 

정상 주변에서 구절초가 피며 가을이 되었다. 

 

천성1봉 주위 벌판 

 

천성1봉,  전에 공군기지였다.

 

드럼통 안에서 사이좋게 살아가는 억새와 구절초  

 

억새벌판, 화엄벌 

 

 

화엄벌에 어울린 가을 꽃

 

오른쪽에 바위덩어리로 보이는 천성2봉을 향해 가는 길

 

바람이 흔드는 억새 

 

왼쪽 천성2봉을 향해 간다.  

 

 

괴상하게 생긴 나무 열매 

 

 

 

천성2봉 

 

짚북재 갈림길 

 

성불암계곡으로 내려오는 길 

 

추측에 산에 오는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난거 같으네. 

 

성불암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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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10.07 18:02

    첫댓글 섬세하고, 부드럽게 써내려간 후기글~
    읽으면서 원효대사의 역사공부도 한수 배우며, 마치 천성산을 다녀온듯하네요~~

    원효 ,, 어두운밤에 해골 바가지로 샘물을 마실때 꿀맛이었는데..
    날이 밝아 해골 바가지인것을 확인하고는 구역질을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 납니다.

  • 작성자 13.10.07 21:51

    아 별님이 안오셔서 이 대장님이 저를 길바닥에 버려두고 가버렸답니다. 억세가 얼마나 좋았는데 오셨음 엄청 좋았을텐데.......

  • 13.10.08 10:14

    이런~~~어쩌다가...담에 모시러 갈께요

  • 작성자 13.10.08 15:26

  • 13.10.08 15:53

    ㅎㅎ 바위산님 산행글 언제 올라오나 기대했는데~
    감사합니다~그림과 산행기 잘봅니다~

  • 작성자 13.10.08 18:54

    넹,, 고생 많으셨어요. 좋은데 델고 가 주셔서 캄사~~

  • 13.10.08 18:00

    오랜만에 함께 산행해서 즐거웠습니다... 진한 감동 후기도 짱!
    수고 많으셨습니다

  • 작성자 13.10.08 18:55

    그러게요. 십년지긴데 일년에 한번씩 보네요. 잘 지내시고 또 봅시다.

  • 13.10.11 09:08

    섬세하신 바위산님답게 후기글 꼼꼼하게 잘쓰셨네요~~
    한자한자이해하면서 산행을뒤돌아보면서잘읽었습니다~~

  • 작성자 13.10.11 12:03

    ㅎㅎ 뭘 한자한자 이해까지 하시면서 그냥 편하게 읽으시잖구요..오늘 덥네요. 거기 바람부는 언덕에 억새가 생각나네요. 감사합니다.

  • 13.10.11 19:33

    아름다운가을에 멋진사진과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역시 바위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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