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석모도 해명산-낙가산-보문사 등산>
올 가을에는 10월, 11월의 주말마다 가을철 단풍 산행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토요일, 일요일은 지인들의 자녀 혼사가 있어서 자주 참석하고, 집안 행사가 있어서 친척들의 모임도 있고, 수업비평연구회 연구위원들과 연구활동도 하기도하고, 강의 원고 작성과 강의, 학교컨설팅 보고서 작성 및 자문도 해야했습니다.
못내 아쉽고, 지나고 보니까 괜히 후회스러울 정도로 바쁘게 보낸 시간이 허전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모처럼 오늘(12월9일)은 작심하고, 지인들과 함께 석모도 해명산에서 보문사를 품고 있는 낙가산까지 4시간의 등산을 결행했습니다.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고 상쾌한 바닷바람이 그리운 마음에서, 장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강화도로 향했습니다.
오전 11시쯤, 석모 대교를 건넜습니다. 석모도를 연결하는 도로가 생기면서 배를 타고 가는 사람은 없는 것같습니다. 드디어 해명산에서 낙가산을 거쳐 보문사로 내려가는 종주 산행의 시발점인 '전득이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석모도는 서해의 낙조 감상의 빼어난 장소로 유명하며, 섬 전체가 '해명산-낙가산-상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어디서나 4면 8방으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바다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어서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바라보는 경치가 뛰어나며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후련함,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며 심호흡하는 즐거움은 돈의 가치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약 4시간의 산행 코스에서 막걸리를 파는 등산 노점상을 3군데서 보았습니다. 다리가 놓여진 이후에 석모도를 찾는 등산객들이 많이 늘어 났다는 증거가 될 것같습니다. 특이한 것은 강화 인삼 막걸리를 파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 인제의 생막걸리를 팔고 있어서 얼핏 이해하기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관광버스를 타고와서 단체 등산에 나선 일단의 무리들은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분들이 많았습니다. 등산 경력이 꽤 오래되신 분들인지 휘적휘적 걸음걸이가 경쾌하게 보였습니다. 뽕짝 노래를 계속 틀면서 흥얼거리는 어르신 뒤를 따라 가는 입장은 귀를 고문하는 듯해서 고역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풍광이 너무 좋아서 빨리 갈 수가 없었습니다. 쉬엄쉬엄 가다가 전망이 좋으면 그냥 바위에 앉아서 쉬기도 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산행코스였습니다.
계속해서 능선을 타고 힘들지 않게 약 7킬로미터에 이르는 산행코스의 종착점은 보문사였습니다. 사찰의 주차장은 거의 꽉 차서 더이상 주차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 왔습니다.
천년 고찰 보문사는 대구 팔봉산의 갓바위 부처와 더불어 일명 '눈썹바위'에 조각된 마애불좌상이 있어 속세에 더 유명해진 사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4대 관음기도 도량의 하나이면서 '보문사'라는 이름 그 자체로 유명한 사찰이지만, 마애석불좌상이 '기도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영험함을 믿는 불교 신도들이 전국에서 많이 찾는 절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마침 산행을 마치고 마애석불좌상 앞에서 바다를 조망하고 있는데, 스님의 축원축수하는 말씀이 마이크를 통해서 흘러나왔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니까 웃음이 저절로 나오고, 듣는 귀를 의심하게 하였으며, '이게 뭐지?'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습니다.
"부천시 범박동의 000불자님 자제분이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기를 기원합니다. 서울 신당동에 사는 000불자님의 막내 아들이 수능에서 1등급 소원성취를 빕니다. 전북 전주시 평화동 000불자님의 늦게 결혼하는 따님이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기원합니다......"
접수처에 헌금을 낸 불자들의 소원을 스님이 마이크로 외치면서 축원축수하는 모습이 상당히 이례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보문사 주차장에서 석모도 섬을 순환하는 마을 버스를 탔습니다. 왜냐하면, '전득이고개'에 주차한 승용차까지 이동하는 수단은 택시도 없고, 오로지 마을 버스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버스를 타고 해명초등학교 앞에서 내려서 약 500미터를 걸어 올라가야 '전득이고개'에 주차한 승용차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다시 산행을 온다면, 차를 보문사 주차장에 주차하고서, 거기서 마을 버스를 타고 '전득이고개'로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교훈이 바로 경험의 축적이요, 체험의 지혜임을 깨달았습니다.
이왕 석모도에 왔으니까 늦은 점심 겸 저녁을 "꽃게탕'으로 결정했습니다. 마침, 차에 기름을 넣기위해 찾은 주유소 사장님께 "외포리에서 어느 음식점이 가장 꽃게탕을 잘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서슴없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충남서산집이 제일 잘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충남서산집"에 가서 꽃게탕을 주문하여 식사를 하였는데, 그야말로 꽃게탕의 국물이 끝내주었습니다. 이 음식점을 찾아온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주인장한테 왜그렇게 손님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31년 전통의 음식점이며 그동안 세번 확장하여 이전하였다고 했습니다.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에 소개된 이후에는 더욱 손님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여행은 오감이 즐거워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그중에서 맛있는 음식이 으뜸이라고 하는데, 비록 한끼의 식사일지라도 만족을 느끼는 식당에 대한 추억은 두고두고 즐거움을 주는 것같습니다.
이번 석모도 산행에 대한 만족도는 150% 정도인 것같습니다. 등산 길이 힘들지 않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4시간 동안 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더구나 산행 내내 계속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서 가슴이 탁트이는 시야와 상쾌한 기분은 덤으로 받는 선물같았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13F335A2BDECC15)
<산행코스 : '전득이고개' 출발(11시 20분쯤)-해명산-방개고개-새가리고개-낙가산-절고개-보문사(오후 3시쯤 도착) 도착>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93A335A2BDEF125)
해명산에서 능선따라 산행을 하다가 1시간 가량의 지점인 방개 고개에서 쉬고 있을
때, 마침 기러기떼가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보여서 핸드폰을 꺼내서 찍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78D335A2BDF1416)
보문사가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능선 길목에서 바다와 아랫쪽을 바라본 풍광입니다.
썰물 때라서 바다의 갯벌이 마치 지도를 그려 놓은 듯해서 '한폭의 추상화'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6FBC335A2BDF6B0D)
* 보문사 :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4년(635년)에 회정대사가 개창하면서 ‘낙가산’으로 명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주문 현판에 "낙가산 보문사"로 적혀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9F9335A2BDF3105)
* 마애석불좌상 : 1928년 금강산의 표훈사 주지 이화응 스님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스님이 눈썹바위 밑 암벽에 조성한 이 마애불은 높이 9.2m, 너비 3.3m이며, 보문사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습니다.
- 시선을 돌려서 앞바다를 바라보면 앞바다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섬과 해변을 감상할 수 있는 조망대가 됩니다.
첫댓글 수려한 글과 정보 안내 감사합니다.
10여년전에 보문사를 간 기억이 있는데 내년봄에나 한번 다녀와야 겠네요~
강화 석모도 다리가 개통되어 보문사를 쉽게 갈수 있어 좋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