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童詩) 창작과 올바른 지도법
노원호
1. 동시(童詩)란 무엇인가?
- 동시는 어린이다운 생각과 느낌, 어린이다운 마음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시.
즉, 어른인 시인이 어린이다운 마음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쓴 시.
- 동시도 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로서의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 동시는 성인시가 갖추어야 될 모든 바탕 위에 동심(童心)을 한 개 더 얹어 놓은 것임.
2. 동시의 특수성
- 어린이가 알 수 있는 말을 씀
- 표현의 소박성
- 시가 내포하고 있는 사상이 어린이에게 이해될 수 있는 것
- 어린이의 생활이 소재가 됨(시인이 아동의 심리 상태에서 써야 됨)
3. 좋지 못한 동시와 좋은 동시
1) 좋지 못한 동시
- 상식적, 상투적인 작품-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없이 남의 생각을 흉내 낸 작품. 상투적인 작품은 사물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보지 않고 피상적으로 보기 때문에 생김(문학은 상투성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 장식적인 작품-어린이들이 착하고, 곱고, 귀엽고, 예쁘기 때문에 동시도 막연히 곱고, 귀엽고, 예뻐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됨. 동시가 곱고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정서가 아름다워야 됨
- 추상적인 작품-문학은 인간의 삶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예술. 어린이들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싫어함. 구체적이고 내용이 풍부하며 생동감 있는 것을 좋아함. 동시를 쓸 때는 눈에 보이 듯, 손에 만져지듯, 지금 앞에 서 있듯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진 것
- 기계적인 작품-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작품. 시에서 대상을 본다는 것은 마음의 눈으로 본다는 것이지, 카메라 렌즈처럼 기계적으로 본다는 뜻이 아님. 마음의 눈으로 보면 나무를 보아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임.
2) 좋은 동시
- 사랑의 마음이 담긴 시 : 읽는 사람을 감동시킴
눈물 노원호 눈물이 나온다. 야단을 맞고 돌아선 내 눈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눈물을 훔치고 | 어머니를 바라보는 순간 어머니도 눈물을 닦고 있었다. 어머니 그리고 눈물 그 생각에 나도 한참 눈을 감고 있었다. |
- 표현이 구체적이고 이미지가 선명한 시 : 생동감을 줌
혼자 노는 아이 노원호 집 앞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 모래를 헤집다가 시소에 올라타다가 배를 대고 엎드려서 그네를 타다가 | 미끄럼틀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그러다 해가 기울자 어디론가 사라진다. 놀이터에 남겨진 아이의 발자국 이 밤에는 무엇을 하고 놀까? |
-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을 깨우쳐 주고 새로운 것을 발견한 시 : 신선하고 참 신함
강물 노원호 강물이 흐르다 바람의 손목을 잡고 소곤거린다. 천날 만날 아래로만 흐를 줄 알았지 제 속을 들여다보지 못한 강물 | 이제야 알았나 보다. 제 가슴에 내린 하늘이 그렇게 파란 것인 줄을. 가을날 강물은 눈이 더 파래진다. |
- 어린이의 생활과 경험이 일치하여 어린이가 공감하는 시 : 친밀감이 있음
상처 노원호 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 하나 연필 잡기가 불편하다. 친구와 싸운 일 때문에 잠도 설친다. 손가락에 난 상처나 마음의 상처나 | 나를 괴롭히는 것은 다 마찬가지 그러니 고 작은 상처를 빨리 떨쳐버릴 수밖에 그러나 뾰족한 생각은 나지 않고 싸운 친구 얼굴만 자꾸 떠오른다. |
- 새롭고 독창적이며 상상력이 풍부한 시(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시) : 생각할 여유를 줌
바람이 되어 노원호 언덕 위에 오르면 바람이 됩니다. 남쪽 하늘, 초록빛 들판을 바라보며 양쪽 어깨에 날개를 답니다. 바람은 끝도 없이 떠납니다. | 무지개빛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캄캄한 밤하늘에 별을 수놓기도 하고 지칠 줄 모르고 훨훨 날아다니는 나의 바람 키 큰 미루나무 꼭대기에서는 해를 잡고 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립니다. |
4. 동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 동시를 많이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교과서의 동시만으로는 부족하다)
- 너무 기계적이고 자세하게 분석해서는 안 된다.(동시를 즐기도록 해야 한다)
- 동시 교육은 감상이 위주가 되어야 한다.(문제를 풀 듯 표현이나 내용을 자세히 이해 시켜서는 안 된다)
- 동시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쓰도록 한다.(예쁘게 꾸미지 않는다)
- 표현이 구체적이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한다.
5. 시적 창의력을 높이는 방법
1) 경이의 눈, 감동의 눈
- 어린이의 말과 생각이 어른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음.
- 어린이들의 말과 생각을 옮겨 적으면 한 편의 동시가 되기도 함.
- 어른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실도 의문과 경이로움으로 받아들임.
- 어린이들은 사물을 늘 새롭고 생생한 의미로 파악함.
반딧불 박두순 히야, 저것 봐라. 엉덩이에다 반짝반짝 빛을 달고 다닌다. 작지만 제 힘으로 | 빛을 만들어 어둠을 밝힌다고 자랑이다. 작은 빛도 스스로 내는 게 얼마나 즐거운데……. |
2) 자명한 사실이나 현상에도 의문을
- 동심은 당연하고 분명한 사실에도 ‘왜?’하는 의문을 가짐.(해가 뜨는 분명하고 자명한 사실에도 ‘왜 해가 떠?’하고 의문을 갖고 질문을 함)
- 해가 뜨는 자연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과학자의 몫이고, 시인은 시적인 해석을 해야 함.(너를 만나고 싶어서 뜬다)
사다리 이준관 우리들은 참 많은 사다리를 갖고 있지. 지붕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뭉게구름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많은 별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날아가는 사다리 (그것은 우주선이지) | 물방을로 된 사다리 (그것은 무지개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사과를 따지. 사과를 따면서도 왜 사과는 열릴까? 하고 생각하는 왜? 왜? 왜?로 된 사다리 끝없는 사다리. |
3) 풍부한 아이디어
- 어떤 대상이나 현상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연상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찾아내어야 함. 그러려면 평소에 사물을 집중적이고 깊이 있게 관찰하여 다양한 연상을 하여야 함.
- 풍부한 상상력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다양한 연상에서 시작됨.
조그만 돌멩이 하나 오규원 해질 무렵 가난한 골목을 혼자서 걸어가다가 무심코 걸어가다가 주웠다. 토끼풀꽃 옆에 얌전히 앉은 조그만 돌멩이 하나 어쩌면 고구려 때 적군을 몰아내기 위해 쌓은 성벽에 끼어 있었을 어쩌면 백제나 신라 때 아름다운 절이나 탑이었을. | 어쩌면 먼 머언 옛날 단군 할아버지가 처음 밟은 큰 바위였을. 어쩌면 앞으로 바다를 메울 때 필요할 어쩌면 더 깨어지고 부셔져서 벼와 보리 옥수수와 콩을 키우는 부드러운 흙이 될 이 조그만 돌멩이. |
4) 발상의 전환
- 고정적인 사고의 틀을 깨고 발상 자체를 전환해야 함.(‘나는 누구일까?’도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면 다 다르다)
- 관점을 바꾸어서 바라보면 얼마든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음.
- 교사는 융통성 있는 생각으로 기존의 생각이나 사물의 가치를 부정하고, 항상 다양한 관점으로 대상을 보아야 함.
가을 신현득 돌각담 너머로 감나무 긴 팔이 감을 들고 아가 손에 와 닿아요. -이거 내가 익힌 거야. 맛 좀 봐. | 탱자 울 밖으로 사과나무도 아가 손에 사과 하나 놓아 주면서 -이거 내가 익힌 거야. 맛 좀 봐 줘. |
5) 호기심과 엉뚱한 생각
- 어린이들은 호기심이 많음.
- 호기심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고, 일상생활에서 무심히 보아 넘긴 사물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함.
- 상식을 뛰어넘는 엉뚱한 생각이 좋은 시를 만들어 냄.
물뿌리개 하늘 김용섭 봄비 오는 하늘은 물뿌리개지. 땅 속의 씨앗만큼 꼭 그 수만큼 | 갖가지 씨앗만큼 꼭 그 만큼 뚫린 물구멍 고른 물구멍 |
6) 생각의 힘-시의 싹
- 시는 생각과 느낌을 짧게 압축하여 쓴 글
- 생각은 발상과 착상이고, 느낌은 감정과 정서임.
- 동시 속에 담기는 생각은 너무 어른스러워도 안 되고, 너무 어린이 티를 내어서 유치해도 안 된다.
- 동시는 어린이다운 사고와 감동이 중심이 되어야 함. 그러나 너무 기발한 생각만 앞세우다 보면 시에 깊이가 없어지고, 생각과 말의 장난에 빠지기 쉽다.
7) 작품을 고치고 다듬기
- 시는 설명이 아니고, 감동을 표현하고 노래하는 것임.
- 시는 암시와 여운을 남겨야 함.
동시 창작 지도의 실제 |
1. 무엇을 쓰게 할까?
가. 평소 생활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일, 즐거운 일, 슬픈 일, 몸소 겪은 일
①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고마우신 그 은혜 영원히 난 잊지 않을 거야. | ② 선생님 정도일(4학년) 우리 선생님 전근 가시던 날 철봉대 옆에 혼자 앉아서 한 바퀴 철봉을 휙 돌고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았어요. |
나. 관찰에서 새로 발견한 일
① 필통 필통 속에는 연필, 자, 지우개가 있다. 글씨 쓸 땐 연필이 나오고 틀린 글자 지울 땐 지우개가 나온다. 필통은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보물 | ② 필통 황양훈(2학년) 필통 속을 몰래 들여다보면 자, 연필, 칼이 재미있게 얘기한다. 내가 글씨 쓰려면 제자리로 가서 가만히 누워 있다. 모두 나 몰래 얘기하나 보다. |
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
별 노희석(1학년) 별은 나 하늘을 보면 천사 같지요. 오색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고 싶어요. | 하늘에서 별과 얘기도 하고 싶고 놀고도 싶어요. 별은 언제나 나의 친구. |
2. 어떻게 쓰게 할까?
가. 행과 연으로 나누어 쓴다.
나. 말을 아끼고 간결하게 쓴다.
다. 설명적인 말은 쓰지 않는다.
라. 말의 앞뒤를 바꾸어 쓴다.
마. 알맞은 비유를 쓴다.
바. 새로운 것을 찾아 쓴다.
사. 꾸미지 말고 솔직하게 쓴다.
아. 공연한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
자.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는 쓰지 않는다.
차. 모든 사물이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3. 동시 쓰기의 기초 연습
가. 사실에 따른 생각이나 느낌 쓰기
나. 말의 앞뒤를 바꾸어 쓰기
다. 줄글을 시의 형태로 바꾸어 쓰기
라. 두 사람이 한 행씩 서로 번갈아 가며 지어 보기
4. 동시 쓰는 과정
제목 정하기 →글감 찾기 →주제 정하기 →개요 짜기 →동시 쓰기
→다듬기
<감상 작품>
나무의 귀
노원호
바람이
나무의 귀를 닦아 주었습니다.
햇살도 귀를 어루만져 주면서
“너는 좋은 말만 들어야 돼.”
“좋은 말만 들어야 돼.”
하고 손까지 잡아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예쁜 꽃과 잎을 피웠습니다.
하느님은
나무가 좋은 말만 듣는다고
꽃향기까지 하나 더 주었습니다.
그래선지 라일락나무는
지금까지
바람의 속삭임과 햇빛의 고운 결로만 짠
보랏빛 연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엄마라는 나무
신현득
엄마는
가지 많은 나무
오빠의 일선 고지서
소총의 무게 절반을 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오빠 대신
무거워 주고 싶다.
시집 간 언니 집에서
물동이 무게 절반을 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그 무게는 무게대로
바람이 된다.
동생이 골목에서 울고 와도
그것이 엄마에겐
바람이 된다.
뼈마디를 에는 섣달 어느 밤
엄마는 오빠 대신 추워 주고 싶다.
그런 맘은 모두
폭풍이 된다.
엄마라는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
바람과 빈병
문삼석
바람이 숲 속에 버려진
빈 병을 보았습니다.
“쓸쓸할 거야.”
바람은 함께 놀아주려고
빈 병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병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보오! 보오!”
맑은 소리로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돌고래
손동연
엄마
“돌고래야” 하지마
그냥 “고래야” 불러 줘
엄마 아들인
날 보고
누가
“요 돌머리야” 해 봐
엄만
기분이 어떻겠어?
고래도 그럴 거야
‘돌’자는 쏙 빼고
그냥 “고래야” 불러 줘
알았지?
양팔저울
박행신
누가 나에게
미움을 3g쯤 보내면
나도 그에게
미움을 3g쯤 갚아주고 싶어요.
누가 나에게
용서를 5g쯤 베풀어주면
나도 그에게
용서를 5g쯤 갚아주고 싶어요.
누가 나에게
사랑을 10g쯤 나누어주면
나도 그에게
사랑을 10g쯤 나누어주고 싶어요.
아, 나는 여태
양팔저울 위에 앉아있었구나
친구들의 무게를 꼼꼼히 헤아려가며
기울지 않으려고 날마다 저울질했구나.
감잎은 정말 착해
권영상
떨어진 감잎에 강아지가 똥을 눈다.
감잎이 그 순간 두 눈을 꼭 감고 온
몸을 옹크린다. ‘콩’하고 강아지 똥이
떨어진다. 강아지 똥에서 찡하고 흩어지는
냄새. 강아지가 침을 뱉듯 찔끔 오줌을
눈다. 바람이 강아지와 함께 코를 막고
저만큼 달아난다. 그 사이 감잎이 강아지
똥을 받아 돌돌돌 감싸 안는다.
‘오! 귀한 것’하고.
구석
이창건
나는 구석이 좋다.
햇살이 때때로 들지 않아
자주 그늘지는 곳
그래서 겨울에 내린 눈이
쉽게 녹지 않는 곳
가을에는 떨어진 나뭇잎들이
구르다가 찾아드는 곳
구겨진 휴지들이 찾아드는 곳
어쩌면 그 자리는
하나님이 만든 것인지는 모르지
그 곳이 없으면
나뭇잎들의 굴러다님이
언제 멈출 수 있을까
휴지들의 구겨진 꿈을
누가 거두어 주나
우리들 사랑도 마음 한 구석에서
싹트는 것이니까.
별 하나
이 준 관
별을 보았다.
깊은 밤
혼자
바라보는 별 하나.
저 별은
하늘 아이들이
사는 집의
쬐그만
초인종
문득
가만히
누르고 싶었다.
가랑잎의 몸무게
신형건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
'따스함'이라고 씌어진 눈금에
바늘이 머무를 것 같다.
그 따스한 몸무게 아래엔
잠자는 풀벌레 풀벌레 풀벌레
꿈꾸는 풀씨 풀씨 풀씨……
제 몸을 갉아먹던 벌레까지도
포근히 감싸주는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
이번엔
‘너그러움’이라고 씌어진 눈금에
바늘이 머무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