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안녕하세요?^^ 수녀님 그리고 민토 가족님^^ 얼마 전에 여행 겸 순례를 다녀왔어요.^^
조금 긴 글이지만 함께 민들레영토 가족분들과 나눕니다.^^ 그럼 행복한 시간 되시길 빕니다^^ -데레사2 올림^^
스페인 포르투갈 순례기(2024)
제목: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Gracias Senor Dios te bendiga)
김미경 데레사 글.
서문
기쁘고 설렌 마음으로 7박 9일 동안 스페인 포르투갈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여러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순례 여정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쓴 여행기부터 날짜별로 체험한 이야기들을 일기 형식으로 써 봤습니다.
*기간: 2024.2.6.(화)~2024.2.14.(수) 7박9일, 아시아나항공, 하나투어, 26명, 약 400만원. 현지 가이드: 김부겸님
*여정: 바르셀로나-사라고사-마드리드-살라망카-파티마-리스본-세비야-론다-그라나다-발렌시아-바르셀로나
* 미리 쓰는 여행기 (순례를 떠나기 전에 미리 쓴 여행기입니다)
안녕? 2024.2.6.~2024.2.14.까지 7박 9일로 스페인 포르투갈 순례를 떠난단다. 오늘이 2월 3일이니까 세 밤만 더 자면 인천 국제공항 아시아나 비행기에 오를 거야. 멋지지 않니? 57세 2월에 이런 멋진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지 미처 몰랐지. 알았다면 어린시절과 청년기 시절, 그 힘들었던 고난의 세월을 더 기쁘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하신 이 커다란 축복을 어찌 다 말로 감사 표현을 할 수 있겠어!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야. 은평구립 도서관이나 구산동 도서관마을에 들러 순례를 위한 자료를 찾아보곤 했지. 그 순간도 나를 채우고 키워주는 소중한 이끄심이야.
내가 순례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은 좀 오래 되었어. 2018년 이탈리아 순례를 시작으로 기회가 되면 꼭 가려고 마음의 준비를 해왔지. 이스라엘로 가려고 했는데.....전쟁이 일어나서 못 간 거야. 터키도 나라 상황이 어려워 결국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선택했어. 패키지로 가는 거라서 마음의 준비만 하면 될 일이야.
마음이 벅차서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지 뭐야. 그랬더니 잘 다녀오라고 10만원을 주는 다은 어머님, 5만원을 주신 모니카 자매님 같은 분도 계셨어. 다들 잘 다녀오라고 응원해 주고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지. 파티마 가면 기도해 달라는 분도 있고 참 좋은 일이지. 여정을 먼저 이야기해 볼게.
2월6일(화)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거야. 성가족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공원을 들를 예정이야. 4시간을 버스 타고 사라고사로 가. 거기서 하룻밤을 잘 거야.
2월7일(수)은 필라르 성당에 들를 거야. 중식으로 빠에야를 먹는다고 해.
2월 8일(목)에 4시간을 버스로 이동하여 마드리드에 도착해. 마드리드에서 중식으로 한식을 먹고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왕궁, 마요르 광장을 둘러 볼 거야. 이날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해
2월 9일(금)엔 마드리드에서 살라망카로 3시간 반을 달려서 갈 거야. 살라망카 대성당, 조개의 집(공공도서관)을 들른다고 하네. 중식을 먹고 다시 5시간을 달려 포르투갈 파티마로 간다고 하네. 거기 성모마리아 대성당 들른대
2월10일(토)은 파티마에서 1시간 반 달려 리스본으로 갈 거야. 거기서 벨렘지구(대항해 시대 유적들), 벨렘탑,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들르고 툭툭이라는 선택관광이 있는데 나는 타지 않을 거야. 그래서 걸어서 주변을 돌아볼 거야 그리고 바로 리스본에서 세비야로 6시간을 달릴 예정이야. 세비야에서 저녁을 먹고 쉬지.
2월 11일(일)은 세비야 대성당 외관, 스페인광장, 세비야 왕궁(알카사르)를 들르고 2시간 버스 타고 론다로 가. 론다에서 또 2시간 반을 버스타고 그라나다로 갈 거야.
2월12일(월)은 그라나다(시에라네바다 산맥 기슭), 알람브라 궁전, 헤네랄리페정원,알바이신 지구 조망을 한 후에 발레시아로 갈 거야. 5시간 반이나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하니 굉장하네. 이날부터 날이 맑아서 참 다행이야.
2월13일(화)은 발렌시아에서 다시 버스를 4시간 타고 바르셀로나로 갈 거야. 거기서 카사밀라, 카사 바트요 등 람브라스 거리를 걷고 저녁19:30분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란다.
여정을 살피며 날씨를 미리 보았어. 그런데 8일 중 4일은 비가 내리고 4일은 맑아서 그래도 다행이야. 주로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은 맑을 예정이고 마드리드, 살라망카, 파티마, 리스본, 세비야까지 4일 동안 비가 온다고 해. 다행히 그라나다와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이렇게 후반에는 비가 그치네.
2018년 이탈리아 순례에서도 비가 계속 왔는데 이 날짜에 유럽은 비가 많이 내리는 기간인가 봐. 비가 내리는 것도 운치 있고 고요하니 내면으로 침잠할 좋은 기회가 될 거야. 비록 맑은 하늘과 구름 일출과 석양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이국땅의 빗소리를 감상하고 식물이나 나무들은 비를 맞으며 어떤 느낌을 받을 지 상상해 보는 것도 기쁜 일이야. 비는 그렇고 온도는 4도에서 8도까지 아침기온이 낮구나. 낮기온은 11도에서 15도로 한국과 비슷한데 약간 따뜻할 정도야. 그래도 따뜻하게 입고 가야할 거 같아. 바닷바람이 차서 체감온도가 좀 낮다고 하네. 한낮에 태양 아래에선 더워도 그늘에서는 또 춥다고 하니까 되도록 따뜻하게 입고 가는 것이 좋겠어.
에스파냐 왕국은 한국보다 2.3배가 넓다고 해. 입헌군주국이고 내각책임제이며 수도는 마드리드야. 종교는 67%가 가톨릭이야. 지방과 주로 나뉘는데 카탈루냐 지방(바르셀로나주) 아라곤 지방(사라고사주), 카스티야 라만차 지방(하엔주) 무르시아 지방, 안달루시아 지방(세비야주, 그나나다주, 카디스주, 말라가주)발렌시아지방(발렌시아주) 카스티아이레온지방(살라망카주, 아빌라주, 세고비아주) 중앙에 마드리드주 등이 있어. 노트필기를 한 걸 보고 적어서 약간 오류가 있을 수도 있는데. 어쨌거나 스페인 나라는 여러 개의 지방이 있고 그 안에 주가 또 있어.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수도에 밀집해 있는 구도가 아니야. 각 주가 모두 골고루 특색을 갖추고 있어서 관광지로 어느 곳 하나 빠지는 곳이 없네. 굉장하지? 지중해와 접한 바르셀로나가 유명하고, 신앙인들에게는 아빌라주가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해. 대데레사 성녀가 태어난 곳이잖아. 근데 사라고사주는 대데레사 성녀가 돌아가신 곳이야.
그리고 카스티야 라만차 지방은 세르반데스 돈키호테로 유명한 곳이기도 해. 이번 여행에서는 안 가는 곳이야. 스페인은 세르반데스를 보유한 나라이니 그만큼 그 땅을 밟을 가치가 있지. 세르반데스는 손목 하나를 잃고 감옥에도 갇혀보고 하면서 인생의 밑바닥을 다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굴의 의지로 돈키호테를 썼다고 해. 얼마나 처절한 절규가 웃음으로 승화되어 문학이 되었을까 생각하니 장애를 가진 모든 분들에게 힘을 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
스페인의 역사를 잠시 살펴볼게. 1134년에 살라망카대학을 세웠고, 1469년에 아라곤과 카스티야가 만나 에스파냐 왕국이 세워졌다고 하네. 1492년에 무슬림 왕국인 그라나다를 정복했고, 이사벨 여왕이 콜럼버스를 후원했대. 1516년에 통일 스페인이 되었고 펠리페 2세가 수도를 마드리드로 옮겼대. 세르반데스도 16~17세기에 등장했고, 1898년에 미국과 전쟁해서 식민지를 잃었다고 하네.
1936년~1939년에 스페인 내전이 일어났어. 프랑코 독재가 시작된 거야. 1975년에 카를로스 1세가 입헌군주국 민주화를 시작했고, 1970년대 경제가 성장했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이뤄졌고, 스페인 4대 축제로는 발렌시아 불꽃축제, 세비야 4월 축제, 팜플로나 산페르민 축제, 부뇰 토마토 축제가 있다고 해.
도시별로 인물을 살펴보면 피게레서에 달리, 바르셀로나에 가우디와 미로, 마드리드에 벨라스케스와 고야, 세비야에 크리스토퍼 콜롬버스, 말라가에 피카소, 그라나다에 이사벨 1세 등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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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구엘공원에서 찍은 사진
여기부터 여행 및 순례기 입니다. 천천히 읽어보시면 기쁨이겠습니다..^^
간단한 소감을 댓글로 주시면 다음 순례기를 쓸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24.2.6.(첫째날)
* 새벽미사를 성당에서 참례하고 순례를 시작합니다.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신 사도 요한 신부님께서 미사 강론으로 우리 삶의 방향이 어딘지 기억하며 살라고 하시는 말씀을 기억하며 출발합니다.
* 비행기 안에서( 비행높이 고도 11,582m, 비행속도 835km/H, 남은 시간 5시간 47분
기내식으로 새우밥을 먹고 5시간 47분만 더 가면 바르셀로나. 스페인에 도착하면 어떤 새로운 하느님이 기다리고 계실까? 섬세하게 주님을 만나고 싶습니다.+아멘
* 2.6.(화) 밤 11시 30분경(우리나라 시간) 비행기 안, 모니터로 여행 정보를 보니 현재 데살로니키 위를 지나고 있습니다. 베니스도 곧 다가옵니다. 밟아본 땅만이 내면 세계에 새겨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순례는 ‘새로운 하느님’을 뵈옵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소리로 오실까요?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듣고 받아적으려고 합니다.
* 2.6.(화) 현지 시각 저녁 6시경에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합니다. 공항이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이나 이탈리아 로마의 공항에 비해 소박합니다. 디귿자로 조금 걸어 나오니 ‘하나투어’ 팻말을 들고 있는 김부겸 현지 가이드님이 특유의 무표정으로 맞이합니다. 긴 머리를 묶었습니다. 처음보는 얼굴이지만 익숙합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포스가 느껴집니다. 가이드님은 스페인어를 아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한국 사람입니다.
한곳에 모여 있는 여행 동행자들을 만났습니다. 비행기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온 모녀 가족, 고향 광주에서 올라온 네 가족, 신대방동에서 온 세 가족,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온 네 자매, 서울 동쪽끝에서 온 네 가족, 하계동에서 온 고모와 조카, 인천에서 온 신혼부부, 여학생 둘을 동행한 부부, 그리고 나. 이렇게 아홉팀으로 구성되어 순례를 시작합니다. 비행기 동행인 지윤네 가족, 식사 동행인 준혁네 가족이 이번 여행에서 특히 밀접한 인연으로 다가옵니다.
첫날인지라 숙소에 배정받은 후 시차 적응을 위해 잠을 먼저 청합니다. 잠이 안 와도 눈을 감고 조용히 머뭅니다.
*2월7일(수) 둘째날. 바르셀로나. 천재 건축가 가우디, 성가족(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 사라고사.
스페인의 새벽 5시. 테라사 지역에서 맞는 새벽. 기차가 지나갑니다. 양방향으로 숲이 우거진 마을. 짧은 기차가 거대 소리 내며 지나갑니다. 아라곤 왕국, 카탈루냐 왕국 갑니다. 여긴 바르셀로나 외곽 테라사 지역입니다. 하느님을 불러봅니다. 주여, 도우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이 나약한 종에게 평화와 건강을 주소서. 사람들의 기억에 스페인을 나눌 수 있도록 저를 감화시켜 주소서. 매 순간 매일 당신의 기적 체험하나이다. 기쁨으로 이 기적 당신께 돌리며 한량없는 감사와 보배로 살게 하소서. 아멘
아침 호텔식 식사 맛이 최고입니다. 이탈리아나 동유럽의 조식과 비교가 안 됩니다. 피망 파프리카 양파 감자 버섯을 올리브유에 볶은 야채 반찬 맛있어 조그마한 조리기구로 세 번 떠서 먹습니다. 1인석 옆자리에 외국인 남자가 왼쪽, 외국인 여자가 오른쪽에 일정 거리 두고 나란히 앉아 함께 먹습니다. 마음으로 소통하며 조용히 먹습니다. 가끔 서로 얼굴 돌아봅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 보여주고 조용히 응원합니다.
김부겸 가이드님은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그저 영상으로만 보다 직접 눈앞에 그 모습이 펼쳐지니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합니다. 아직 공사 중인 측면을 보았는데 사람의 힘이라기보다 무언가 신의 손이 움직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희뿌옇게 흐린 상태라서 그런지 몽환적으로 보입니다. 가이드님은 여기저기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알려줍니다.
저는 잠시 멈춰 서서 가우디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건축물 가까이 가니 꼭대기에서 바닥까지가 수직으로 된 절벽입니다. 높이가 170미터 정도 된다고 하니 고개가 아플 정도입니다. 곧 무너질 것 같은 아찔함을 안고 가만히 서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조각을 하나하나 바라봅니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도 없는 거대함 앞에서 호흡을 멈춥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지어졌고 잘 보존되어 오고 있는지 놀랍습니다. 인체의 신비만큼 건축도 신비로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가우디가 조각했다는 우측의 탄생 파사드를 통해 내부로 들어갑니다. 돌로 된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천장에 나뭇가지들이 서로 어깨를 붙잡고 나란히 서서 하늘의 빛을 틈새로 허락하고 있습니다.
기둥도 나무 껍데기처럼 되어 있고 나무 옹이에는 중요한 문양들이 그려져 있는데 거기에 불이 들어옵니다. 타우 십자가를 문득 바라봅니다. 놀랍습니다.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상징인 타우 십자가를 여기에서 보다니요.
측면의 스테인레스로 빛이 스며 듭니다. 붉은색 초록색 다양합니다. 빛의 아름다운 향연을 성당 내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고개를 땅으로 떨굴 수가 없습니다. 한없이 천장만 바라봅니다. 나약한 인간이 하느님을 바라보듯이 넋을 잃고 나무 꼭대기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봅니다.
가우디가 이 성당을 설계하는 데만 십 년이 걸렸다는 말도 있고, 설계도 대신에 모형으로 만들어 건축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가우디 사후에 새로 부임한 건축가는 이 성당을 제대로 분석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 성당의 시초는 가우디가 아니었고 다른 사람이었다고 해요. 가우디가 죽은 후로도 무수히 많은 건축가들이 이 건물을 가우디 뜻을 기리며 지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롭게 첨가되는 건축재료들의 색깔이 조금 달라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성당 내부의 예수님 십자가를 보니 무릎을 많이 구부리고 계십니다. 고개를 떨구고 계셔서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저 우릴 위해 기꺼이 순명하시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뵙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자유시간이 주어져 다시 성전 안으로 뛰어 들어가 고개를 한없이 하늘로 향하며 타우 십자가를 찾아보았지만 이번에는 안 보입니다. 성전이 넓고 방문객들이 많아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며 제대를 향해 고개 숙이고 조용히 빠져나와 일행과 함께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구엘공원은 성가족 성당보다 더 많은 순례객들이 보입니다. 구불구불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편히 쉽니다. 외국인 여자가 편하게 앉아 있는 곳 바로 옆에 저도 앉아 하늘을 바라봅니다.
모처럼 여유를 갖고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너나없이 즐거운 얼굴들입니다. 어린이들도 많이 보입니다. 특히 유럽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참을 푸른 하늘과 공원을 품에 안고 앉아 있다가 비를 모아 저수장으로 쓰이는 기둥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거기 기둥 하나가 마치 50년 이상 된 나무처럼 두껍습니다. 수십 개의 기둥이 위를 받치고 있습니다. 사기그릇을 조각조각 만들어 붙인 모형이 천장에 보입니다. 그 기둥 숲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가우디님의 소리입니다. 이 기둥 건축물을 만드실 때 사람들에게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보게, 이쪽에 이것을 더 놓아봄세. 저쪽에는 저것을 제대로 놓아보게나. 내가 강조했잖은가!”
하는 가우디의 목소리였습니다.
다른 건축 인부들에게 소리를 높여 말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건축 현장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백여 년 전에 지어질 무렵 가우디와 인부들은 사명감을 갖고 주님 품 안에서 이 건축물을 지었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저처럼 조그마한 동양인이 그들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니 그 시간대로 저를 초대해 준 것입니다. 즐겁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이는 듯합니다. 건축물이 튼실해서 어제 갓 지어진 것처럼 탄탄합니다. 그들의 꼼꼼한 손길이 묻어나고 그들의 영혼의 움직임이 주님 품안에서 서로 통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점심으로 해물 요리 빠에야를 먹습니다. 김부겸 가이드님은 바르셀로나 바닷가로 우리를 이끌어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스페인 정통 음식을 소개했습니다. 음식점 바로 앞에 바다 선착장이 있고, 야외 탁자에는 외국인들이 갈매들과 함께 여유롭게 음식을 먹습니다.
우리 일행은 내부에서 커다란 솥에 요리되어 나온 빠에야를 푸짐하게 접시로 담아 먹습니다. 그 맛이 일품입니다. 음식 탁자 동행인 아동복 디자이너 선생님 가족분들과 맛있게 먹습니다.
이번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한다는 따님은 그 눈빛이 초롱초롱합니다. 살아 있다는 생명력을 거기에서 느낍니다. 젊은 예수님께서 그 자매님의 눈빛과 표정 안에 살아계심을 느낍니다. 우리 성당 출신 도미니코 신부님을 닮은 아드님은 순수함과 솔직함으로 식탁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선생님은 따님과 아드님을 동행하여 순례길에 나선 그리스도인이십니다. 하늘이 맺어준 식탁 인연에 감사하며 함께 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다음 목적지인 사라고사로 향한 길입니다. 비가 잘 내리지 않아 카탈류냐 지방에서 아라곤 지방으로 오는 길목이 사막화 되어 있습니다. 나무들이 자랄 수 없어 풀들도 흙들도 모두 말라 있습니다.
흙이 드러난 산이 있고 산세가 완만합니다. 농촌 동네가 너무나 평온해 보입니다. 땅은 넓고 인구가 작으니 그런가 봅니다. 소나무들도 보이는데 하나같이 작고 귀엽습니다.
황량한 들판에 가끔 아몬드 나무가 마치 매화처럼 꽃이 피어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비가 안 내려 우기가 겨울인데 조금 내리고 만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가 잘 안 자란다고 해요. 올리부 나무가 척박한 땅에 잘 자라서 그 나무가 전 국토에 퍼져있습니다.
사라고사 가는 길에 트랙터를 몰고 데모하러 가는 농부들의 긴 행렬을 보았습니다. 바르셀로나로 향해 들어오는 성난 농부들의 마음을 만나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농기구가 우리나라 경운기와 달리 마치 자동차처럼 생겼습니다.
스페인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지평선이 많다는 것입니다. 한반도의2.3배 우리나라의 5배 크기를 갖고 우리나라 인구 정도의 사람들이 그 넓은 땅에 분포되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농업이 주요 일터인 사람들이 굉장히 많겠지요.
농부들은 한마음이 되어 트랙터를 몰고 그저 도심으로 모이는 것으로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순례팀은 7시간 정도 지체된 경우도 있다고 해요. 다행인지 우리 팀은 길이 엇갈려 원래의 일정인 사라고사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이번 순례의 아주 중요한 목적지 중 하나가 저에게는 ‘사라고사’입니다. 이유는 예수의 데레사 성녀가 이곳 강생 수녀원에서 영면하셨기 때문입니다. 필라 성모 대성당을 먼저 방문한 후에 가이드님에게 물었습니다.
“대데레사 성녀가 돌아가신 강생수녀원(성육화 카르멜회 수도원)이 어느 방향인가요?”
“아, 여긴 이 방향으로 1km 정도 가면 있습니다.”
하고 구글맵을 통해 일러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프린트해간 구글지도에도 필라르 성모 대성당 옆에 에브로 강이 흐르고 그 강과 반대편이 사라고사 대학교가 있고 그 옆에 수도원이 있습니다. 그곳을 향해 저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데레사 성녀님, 저 한국에서 온 김데레사입니다. 당신처럼 예수님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고 침묵 중에 물으니 성녀가 저편에서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구요? 잘 왔어요. 무이비엔(좋습니다). 예수님을 사랑으로 담는 일은 어렵지 않아요. 자매의 모든 것을 내어놓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대답할 수 없었어요. 가진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직장도 가졌고, 노후 준비를 위해 매달 일정 금액 넣고 있는 적금과 예금을 가졌습니다. 건강을 가졌고 마음 깊은 곳에 삶에 대한 의욕도 굉장합니다. 이렇게 부자인 제가 모든 것을 예수님을 위해 내놓을 수 있을지......생각이 좀 필요해서 답하지 못하고 말았어요.
언젠가...... 데레사 성녀님의 말씀에 ‘네’라고 응답한 날이 올 것 같습니다.
2월8일(목요일, 셋째날) 사라고사에서 마드리드行,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왕궁, 마요르 광장.
사라고사에서 하룻밤을 자고 새벽을 맞이하였습니다. 예수님을 체험하고 싶은데 자꾸만 악령이 날 흔들려 합니다. 사라고사에서 하느님께 귀의하신 데레사 성녀님의 귀한 삶의 마지막 순간을 호흡합니다.
어제 필라르 성모 대성당에서 느낀 거지요. 스페인은 커다란 성당 안에 영이 살아 계시구나, 생각했지요. 사라고사 호텔에서 푹 잘 쉬었습니다. 새벽을 달리는 차들도 멋집니다. 날씨도 지형도 도시 풍광도 한국과 닮았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넓고 여유가 있다는 것, 집들도 높지 않습니다. 고딕식 중세풍 이런 것도 거의 없습니다. 다른 유럽지역과 좀 다릅니다. 새롭게 비상하는 젊은 나라 같아요. 역사의 풍파가 심해서일까요? 여러 왕조들이 모여서일까요? 여긴 아라곤 지방입니다. 그 옛날 서고트족이니 무어족이니 하는 시련을 딛고 지금은 가톨릭 국가로 살며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일까요?
신대륙 발견으로 마치 스페인이 세계주인인 것처럼 식민지화했던 과거로 해서 안 좋은 생각도 갖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나라엔 예술이 있고 즐거움이 있고 여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호감이 가고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 안정되어 있습니다. 이 기쁨을 한국에 돌아가서 꼭 알리고 싶습니다. 아멘
마드리드로 향하는 길목에 풍력발전이 있습니다. 시계방향으로 풍력차들이 돕니다. 여긴 지평선의 나라 같습니다. 카스티야 라만차 지방, 전깃줄이 사람 양어깨 들린 모습처럼 세워져 있습니다. 구릉지 같은 풍경입니다. 회색 구릉지. 낮은 골짜기 구름, 바위산도 아닙니다. 산을 깎은 것일까요? 푸석푸석한 느낌의 돌멩이 산, 흙같은 산.
스페인은 사랑입니다. 이토록 신의 사랑과 은총이 가득한 곳이 또 있을까요? 신의 축복이 많은 곳, 그라시아스(Gracias) 그게 감사 인사라니요. 오! 하느님의 땅 스페인이군요. 하늘도 맑고 가지런한 흙들, 나무들, 논보다 밭이 많습니다. 잘 다듬어진 밭, 여긴 나무숲이 좀 더 있습니다.
사라고사에서 마드리드 가는 길, 평화 그 자체입니다. 약간의 구릉, 마을들, 기차 철로도 있고요. 완만한 구릉에 나무들이 키가 낮습니다. 돌산 깎은 도로벽이 보입니다. 고속도로 벽이 돌벽입니다. 구릉, 풀, 푸릇한 봄날씨. 돌이 붉은 색입니다. 평지마다 잘 닦여 있습니다. 밭으로. 흙들이 황토입니다. 황토밭, 아주 넓은 밭. 이렇게 넓은 땅은 처음 순례합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비슷할까요? 순례하며 고난도 받고 해야 하는데 지금 너무나 편안합니다.
오늘은 어떻게 도전해 볼까요? 순례니까요. 이 나라 사람들은 이 넓은 국토를 어찌 기행할까요? 숲도 적고 흙만 많은데 말이에요. 아예 고속도로 벽이 흙벽입니다. 집은 아주 가끔있고요. 그저 빈 공간입니다. 하느님이 들어오실 수 있는 빈 공간. 마드리드 行 1시간 40분이 지나자 나무들이 보입니다. 여긴 숲이 좋습니다.
스페인은 제조업, 관광업, 농업이 주요 업이고 아몬드 나무꽃, 오렌지밭, 레몬밭, 올리브밭이 있는데 전 세계40%를 수출하고 있다고 김부겸 가이드님이 말합니다.
친환경 에너지로 투자하고 제약투자, 우주항공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하네요. 나사 소프트웨어 절반이 스페인 기술이라니 말 다했네요. 도로 표지판을 보니 Castilla De Lamancha를 지나고 있습니다. 카스티야 라만차 지방입니다. 돈키호테 작품 공간이기도 하네요.
가이드님의 안내에 의하면 스페인은 어린이의 경우 축구 유학을 많이 오고요. 청년은 건축이나 음악 분야로도 유학 온다고 합니다. 친절하고 인종차별이 없는데 오히려 이민자들이 인종차별한다고 해요.
스페인은 본인이 우선이라고 해요. 이사벨 1세 여왕과 페르난도 2세 왕의 결합으로 에스파냐가 만들어졌지요. 마드리드는 18세기 이후에 발전했다고 해요, 부르봉 왕조가 들어서면서 파리를 모티브로 했다네요.
사암 재질의 퇴적암이라서 모양을 다듬기가 쉽고, 건물들이 노란빛이 많으며 스페인은 남부, 중부, 북부로 여행하려면 세 번은 와야 한다고 가이드님이 조언합니다.
그런데 우리 일상에서 이렇게 먼 나라에 한 번 오기도 쉽지 않아요. 이번 하나투어 순례 일정은 그런 의미에서 뜻깊습니다. 중부와 남부의 중요 거점지를 둘러볼 수 있으니까요.
마드리도에 도착할 무렵 몸에 이상이 느껴집니다. 아침에 조식 호텔식에서 평소 끊었던 단 음식을 먹고 유제품과 단백질을 먹어서인지 콩팥이 자리한 왼쪽 등이 몹시 땅깁니다. 걷기가 힘들 정도로 걷다 멈추다 하면서 프라도 미술관을 향했습니다. 몸이 아프니 순례의 힘도 처지고 꺼집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예수님의 소리를 듣고 새로운 하느님을 뵈옵는 일이었습니다.
비는 내리고 몸은 아프고 거리는 혼잡스럽고 저절로 객지의 어려움이 어둠으로 다가왔습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도 왠지 밝은 그림보다는 고야가 말년에 그렸다는 어둠의 그림들이 저를 당기고 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그림들, 자꾸만 땅 밑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의 그림 앞에서 마음을 지키느라 애씁니다. 그림 가까이 다가가니 형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먼 거리에서는 뚜렷한데 말이에요. 신비합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바라본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그림이 마음을 위로해 줍니다. 이유는 라헐판 코에이라는 소설가가 쓴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는 책을 통해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그림을 이미 익숙하게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왔기 때문입니다.
벨라스케스가 그린 무염시태 성모상 그림 앞에서도 마음이 하늘로 이끌어 올려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성물방에서 이 그림들을 구입하였습니다.
솔 광장에서 가이드님이 자유시간을 2시간이 주었습니다. ‘알무데나 성당’이 문이 닫혀 들어갈 수도 없고, 주변에 다른 성당도 찾지 못한 채 비 내리는 광장에 홀로 섰습니다. 일행들은 저마다 카페로 들어가기도 하고 장을 보러 가게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저는 광장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아픈 왼쪽 옆구리 콩팥을 쥐고 서서 가만히 정지해 봅니다. 아무래도 식료품 가게에 들러 먹거리를 사서 먹고 싶었습니다.
힘겹게 한참을 걸어가니 식료품점이 나옵니다. 거긴 1유로에 사과가 2개입니다.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한국보다 많이 저렴합니다. 사과 4개와 물을 한 병 사서 계산대에 오니 마치 어린아이 같은 귀여운 얼굴의 청년이 미소를 짓습니다. 양파처럼 동그랗게 생긴 얼굴이 빛이 납니다. 친절로 가득 담겨 있어서 저절로 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드리드 한복판에 이렇듯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식료품점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빵을 많이 파는데 가격도 저렴합니다. 아픈 옆구리를 붙들고 내려와 솔 광장으로 왔습니다.
비가 내리는데도 바닥에 엎드린 거지 한 명이 보입니다. 동전을 70센트를 던지고 다시 마요르 광장 쪽으로 걸어갑니다. 문구점에 들어가 스마일 펜시를 샀습니다. 잔돈이 또 생겼습니다.
솔 광장으로 되돌아옵니다. 그 거지가 다시 엎드려 있습니다. 동전을 또 꺼내 툭 소리가 나게 넣었습니다. 거지는 계속 엎드려 있습니다. 저의 나눔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때 경찰차가 차로로 다가옵니다. 거지가 일어나 앉습니다. 그러면서 저와 눈이 마주쳤어요.
“도와주세요. 선행을 베풀어 주세요.”
하는 눈빛이었습니다. 비를 맞고 있는 표정이 좀 어두워서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달려가서 1유로짜리와 20센트짜리를 넣었습니다. 그러자 저를 바라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땡큐 땡규’합니다. 저도 끄덕이며 그 자리를 피합니다.
순간 거지가 안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 거지가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솔 광장 측면에 스페인 출발 0km 원형 바닥을 바라보며 서 있다가 문득 그 거지가 엎드렸던 곳을 바라봅니다. 아직도 안 보입니다. 그가 다시 나타난다면 지폐를 주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나타납니다. 저는 순식간에 달려갔습니다. 그가 엎드려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고 팔뚝과 고개를 땅으로 묻은 채 검은 양손에 플라스틱 투명 커피잔을 들고 있습니다. 비는 계속 내리는데 우산도 없이 엎드려 있습니다.
저는 다가가 거지님의 옷소매를 잡아당겼습니다. 아까 1유로 20센트 동전을 받으며 바라본 저를 기억하는 거지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그러냐는 표정입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Gracias Senor Dios te bendiga”
수첩에 적어간 대로 읽었습니다. 이 말의 뜻은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거지님이 왜 이런 말을 하나 하더니 제 손에 들린 지폐를 보면서 굉장히 밝아졌습니다.
지폐를 받아 들더니 지은 그 미소는 제가 어느 나라에서도 만나지 못한 천사의 것이었습니다.
“난, 이 형제 안에 살아 있는 예수다.”
이렇게 말씀하시며 나를 바라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하며 쏟아졌습니다. 그분의 그 기뻐하시는 모습 안에서 나의 아픔이 모두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왼쪽 옆구리가 걷기 불편할 만큼 계속 아팠었습니다. 그런데 그 체험 후 옆구리는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이드님이 정해준 시간이 다 되어 일행이 솔 광장 중앙에 모이자 그 이야기를 조용히 꺼냈습니다. 공감하는 이는 거의 없고 가이드님조차 이상하다는 느낌을 드러냈습니다.
“이곳에서 정말 중요한 체험을 했어요. 거지분에게 제가 말을 걸었어요. 수첩에 써간 문장을 읽어 주었더니 그분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하트의 눈빛을 보내주셨어요.”
“말을 걸었다구요?”
하면서 일행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분들은 몰랐습니다.
사랑이신 주님은 그렇게 가장 가난한 이를 통해 우리에게 오시고 우리를 축복하심을 직접 체험한 날입니다. 땅바닥과 붙어있던 그분 이름은 묻지 못했지만, 앞니가 다 빠진 그 초라한 행색의 노인도 주님의 축복을 빌어주자 말로 다할 수 없는 미소를 그 사랑의 눈빛으로 제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하느님은 그렇게 그분과 함께 살아계십니다. 신앙인만이 그 깊은 사랑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녁 식탁에서 동행한 자매님 가족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자매님은 교회에 다니는 그리스도인이라 눈빛을 빛내며 금방 받아들였습니다.
“자매님, 저는 이 순례에서 하느님의 소리 예수님의 소리, 성모님의 소리, 성인 성녀의 소리를 듣고 싶고 기도하고 있어요.”
하고 말하자 자매님이 말했습니다.
“성당에서요?”
“아니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피조물, 자매님의 마음을 통해 저에게 들려주시는 그 음성을 듣고 싶어요.”
“예....”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음 코스로 길을 걸으며 나는 자매님과 하느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녁에 야간 투어가 있지만 가지 않고 쉬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마드리드에서 체험한 사랑은 깊습니다. 미구엘인지 뭔지 하는 전통시장을 현대화한 공간에도 들렀습니다. 가격이 비쌌지만 여행객들이 붐볐습니다. 깔끔하게 차려진 과일이며 햄버거 모양의 음식이며 갖가지 특산품이 한입에 넣기 좋도록 되어 있습니다.
음식보다 사람들 얼굴을 바라보며 그곳을 지났습니다. 그때까지도 아팠던 신장이 솔광장에서 주님을 뵙고 다 나았습니다.
2월 9일(금) 넷째날. 마드리드에서 살라망카 대학, 살라망카 대성당, 조개의 집, 파티마 대성당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식물들에게 좋은 단비입니다. 그런데 내리는 비가 부드럽습니다. 어젠 주루룩 소나기로 내리다 그치더니 새벽에 본 땅과 하늘이 입맞춤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살라망카로 갑니다. 15세기에 십자가의 성 요한이 다닌 대학교가 있습니다. 800년이 되었다는 살라망카 대학교, 십자가의 성요한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가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는 그곳, 그를 키워낸 대학교, 그가 키워낸 무수한 현대 영성가들, 대표적으로 토마스 머튼이 생각납니다. 대성당에 들러 주님의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오늘은 건강을 생각해서 조식을 조심합니다. 견과류를 조심하고 단 음식도 조심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매일미사 책에서 오늘의 말씀을 새깁니다.
“주님, 저희 마음을 열어 주시어 당신 아드님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하소서. (사도16,14)”
*살라망카 가는 길
빌바오를 지나고 있습니다. 집들이 다닥다닥. 긴 터널이 있네요. 마드리드에서 살라망카를 향합니다. 지명이 coruna도 있습니다.
살라망카 가는 길은 안개가 자욱합니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온 세계가 가득 안개입니다. 이 길목엔 마을이 종종 있습니다. 듬성듬성, 소도시가 이어집니다. 집 지붕이 뾰족합니다. 나무들이 우거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닮은 그러나 고속도로 옆에 이런 마음이 있음이 신기합니다. 세고비아 표지판이 보입니다. 투우소들이 목장에서 풀을 뜯고 있습니다. 검은색 붉은 색 투우소들. 비가 내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풀을 뜯습니다.
광활한 대평원이 펼쳐집니다. 아득히 멀고 거기 나무들, 조그마한 나무와 목초지가 널려있습니다. 마을은 조그맣습니다. 숲이 평지에 있고 돌들이 쪼개져 있습니다. 즉 바위가 쪼개져 그 사이에 있습니다.
광활한 지평선이 좁은 순례자의 마음을 쫙 펼쳐줍니다. 바윗돌들이 아주 많습니다. 아빌라를 지나고 있습니다. 황토 흙벽, 또다시 지평선입니다. sierra 표지판이 보입니다.
스페인 국토는 잘 다듬어진 하느님의 정원 같습니다. 국토 전체가 이토록 커다란 정원은 처음입니다. 스페인은 축복받은 땅이구나 싶습니다. 땅도 붉은 황토흙이고 풀들도 나무도 평지에 어쩜 이토록 잘 다듬어질 수 있을까요? 국민들이 부지런하구나 싶습니다. 사라고사에서 마드리드로 오는 길의 황량함에 비해 살라망카 가는 길의 이 비옥함은 숲 자체가 정원인 세상, 중세에도 그랬을까요?
Toledo.표지판도 보입니다. 갈수록 숲이 우거진 국토를 봅니다. 아빌라와 살라망카가 갈림길에 들어선 표지판이 보입니다. 논밭이 너무나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맑게 개다 비오다 합니다. 지평선 인근에 마을도 없는데 땅은 가지런합니다.
그 누가 이 광활한 땅에 와서 농사를 짓는다는 말인가요? 마드리드 식품점의 싼 농산물의 비결이군요. 오른쪽 평야만 봤는데 왼쪽에 마을이 있습니다. 모든 게 경이롭습니다. 하느님의 창조물의 경이로움을 보는 눈을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살라망카 가는 길, 휴게소에 들러 산책하고 있는 주변 현지인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을 뿐인데 어디서 왔냐고 묻습니다.
“소이 데 꼬레아” 라고 말했어요. 우리말로 적어간 수첩을 보고 읽은 거죠. “메 야모 데레사”라고 말하자 그분이 웃으며 말했어요. “무이비엔” 제가 이 낱말을 현지인 세 명에게 들었습니다. 이 뜻은 “좋습니다”는 뜻이에요. 데레사 세례명을 가진 것을 이야기하면 누구나 현지인으로서 반깁니다. 그리고 꼭 하는 말이 “무이비엔”이라고 하며 미소 짓습니다. 어느 지역에선가 현지인 자매님에게 웃으며 인사하면서 “소이 데 꼬레아”라고 했더니 “미소 어쩌고 저쩌고” 합니다. 나중에 구글번역기로 ‘미소’를 쳤더니 “고맙다”는 뜻이 검색 되더군요. 그 자매님은 제게 고맙다고 말한 거 같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메 야모 데레사”하며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러자 그분이 또 웃으시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습니다. 그 후 “무이비엔”하십니다. 마음이 서로 통하는 순간이었어요.
살라망카 가는 길에 만난 현지인 아주머니는 저에게 스페인어를 잘 한다고 했습니다. 겨우 한두 문장 했을 따름인데요. 현지인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치 십자가 성 요한과 데레사 성녀가 저에게 들려주는 소리 같았어요. ‘무이비엔’하고 말이지요.
2~30마리 새떼들도 흥겨워서 논밭 위로 춤추며 날아갑니다. 아, 이 푸르른 국토를 지평선으로 가진 나라, 스페인은 진정 축복입니다. 계속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르러집니다. 밀밭을 지나며 2월 9일의 밀밭은 천국의 생명력이 가득 찼구나 싶습니다.
하느님도 이 땅 깊은 곳에서 기재개를 펴시고 계시는구나 생각합니다. 풀 한 포기 하나도 다 주님 뜻 안에서 솟아나옴을 알기에 주님을 찬미합니다.
지금 Avila-salamanca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밭에 씨뿌리는 기계 같은 게 보입니다. 멀리 공장도 한 개 보입니다. 냇물이 어딘가 흐를 것 같습니다. 역시 냇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논들이 다시 봄을 기다리고 있어요. 씨앗을 받으려고 몸통을 넓히고 있습니다. 물도 머금고 옆집 사람들과도 손잡고 있습니다. 풀이 솟아나도 웃으며 받아들일 땅들, 밀밭으로 야채로 성실한 농부가 이미 밭 경작을 시작한 곳도 많습니다. 이 나라는 겨울임에도 봄입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이미 왔습니다. 기름진 황토흙입니다.
살라망카에 도착합니다. 대학교, 대성당, 15세기에 지어진 것과 그 후에 지어진 곳, 대성당 앞에서 데레사 성녀의 발자국을 보았습니다. 조그마한 표징입니다. 가이드님이 알려주어서 알았지요. 성당 안에 들어가서도 살짝 기웃거리기만 하고 나왔습니다. 일행이 다른 쪽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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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망카 대학 정문 사진(십자가의 성 요한이 다닌 학교)
살라망카 대성당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넌 지금 어딜 향해 가고 있느냐? 순례자로서 넌 순례길에 무슨 짐이 그리 많으냐? 나를 따르는데 전대도 지팡이도 필요없는데.....넌 지금 네가 만든 나를 따르고 있는 건 아니냐?”
하고 물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거 같아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순간 데레사 셩녀도 십자가 성 요한도 그곳에서 웃고 계십니다. 지나가는 길거리 자유롭게 걷는 현지 젊은 형제 대학생 틈에 웃고 계십니다. 식당 앞 자유로이 음식 들고 계신 여대생 옆에도 데레사 성녀도 십자가 요한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살라망카 점심은 야채수프와 생선요리입니다. 맛있습니다. 고귀한 가치는 식사 안에도 있습니다. 당근, 버섯, 양송이, 강낭콩 비슷한 완두콩, 흰살 생선이 몸을 보호합니다. 직원들도 예쁘고요.
살라망카에서 포르투갈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논밭에 푸릇한 싹들이며 지평선, 황토흙으로 된 논밭, 동그란 나무들, 소들이 들판에 방목되어 있습니다. 누가 안 훔쳐 가나 봅니다. 붉은 흙의 향연이라고 할까요? 논이 온통 붉은색입니다.
일직선 고속도로는 막힘 없이 쭉 뻗어 있습니다. 상행과 하행선이 분리되어 있어요. 포르투갈 82km 남기고 비가 내립니다. 비가 세차게 내립니다. 빗물 세례를 받습니다.
성 십자가 요한 님도 살라망카 대학 학생일 때 대성당에 다녔겠지요. 성인의 깊은 신앙심과 시심(詩心)을 기억합니다.
궂은 날에도 꿋꿋하게 살아 여기까지 왔듯이 이 비오는 날에도 주님 뵈러 달려갑니다. 성모님을 도구로 사용하신 하느님, 파티마에서는 또 어떤 하느님을 뵈올 수 있을까요?
아! 땅 위의 나무들이 비를 너무 반가워합니다. 포르투갈 국경 근처 구름이 산처럼 생겼습니다. 흰구름 산입니다.
포르투갈은 천만 인구에 농업국가이며 코르크 참나무를 생산한다고 해요. 나무들에게 흰색 이끼 같은 게 끼어 있는데 뭔가 소름이 돋습니다. 왜 나무들이 이끼옷을 입고 있을까요?
스페인과 국경이 따로 없다고 해요. 다시 비가 내립니다. 송아지들도 야외에 나와 있습니다. 바위들, 낮은 바위가 많습니다. 조금 더 가니 비가 그치고 다시 햇빛입니다.
마을이 있고 밑둥이 굵으나 가지가 낮은 나무들이 이어집니다. 꿈에서 본 듯한 풍경입니다. 여기부터 숲이 우거집니다.
그러자 하늘의 무지개로 순례자를 환영하는 포르투갈, 이 나라는 전쟁에서도 보호받은 나라라고 해요. 파티마가 있는 나라에 도착했으니 이제 온전히 새롭게 변화되기를 간청합니다.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평화의 나라 포르투갈, 양쪽에서 무지개가 뜹니다.
“얘야, 너희를 위해 보여주는 무지개를 보았느냐?”
“예, 보았습니다. 주님!”
나의 첫 포르투갈 이미지는 하얀 구름, 산 같은 커다란 구름입니다.
포르투갈 초록숲은 우리나라 같습니다. 파티마에 가까울수록 그렇습니다. 넓은 산에 숲이 있습니다. 산이 높지 않습니다. 마을도 아기자기 옹기종기. 나무들이 빽빽합니다. 징표로 무지개를 세 번 보여주시며 일행을 환영하시는 하느님, 뜨거운 태양빛으로 쏘여주시고, 암흑같은 비로 깨우시는 하느님, 졸면서 묵주기도 5단을 마무리하니 버스는 어느 덧 파티마 시내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식사로 고기가 나왔는데 무리해서 다 먹었습니다. 단백질 섭취가 좀 과한 하루입니다. 파티마 성당 바로 앞의 레지나 호텔 저녁 식사 시간, 저는 미리 공부해 간 인사말을 요리사에게 건넵니다.
“오브리가도(obrigado)”
그러자 나이가 지긋한 분은 웃으며 오브리가도 합니다. 그런데 젊은이가 갑자기 ‘힛’하고 웃습니다.
로비에 있는 포르투갈 분이 바로 잡아 주었습니다. 여자는 ‘오브리가다’라고 해야 한답니다. 오브리가다, 오브리가도 번갈아 발음하며 웃습니다.
김부겸 가이드님의 안내로 파티마 대성당에 들러봅니다. 6시 미사가 진행 중이라 조용히 멈춰 제대를 향합니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은 거양성체 시간이었어요. 잠시 숨을 죽이고 성체와 성혈을 향해 절을 했습니다. 그런데 일행이 모두 떠나가기에 저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나온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립니다. 저는 숙소로 들어가지 않고 다시 미사가 집전되는 곳으로 혼자 뛰어갑니다. 빗속을 빨리 걸으며 미사에 조금이라도 참례하려고 달립니다. 세상에나, 아직 미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도착하자마자 파견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꼴찌가 천국에 드는 느낌으로 파견을 받고 제대 앞으로 나아가 한참을 앉아 있습니다. 촛불이 밝혀져 있고, 미사가 매일 몇 번씩 거행되다 보니 성전은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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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 새로 지은 성전 제대 사진
“성모님, 제가 파티마에 올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감사해요.”
“예수님, 파티마 오기 전과 후로 삶이 새롭게 달라지기를 희망합니다. 도와주세요.”
순례 중에 기도를 성실히 바치지 못했고, 제 묵주기도가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는 관상을 합니다. 그동안 하늘로 올리는 기도를 못하고, 땅의 기도만 해 온 것입니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밤 9시 넘어 다시 로사리오 기도를 바치기 위해 우산을 쓰고 홀로 성당으로 나옵니다. 일행 중에는 나오는 사람이 없어 혼자 밤길을 걷습니다. 9시 10분경에 로사리오 기도하는 공간에 앉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고 빗방울이 등 뒤로 들이칩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9시 30분부터 로사리오 기도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발 딛을 틈 없이 꽉 찹니다. 비도 많이 내리는데 어디에 머물던 사람들일까요? 주로 본토 사람들과 유럽지역 순례자들입니다. 동양인은 별로 안 보입니다.
우리말로 바치는 기도는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계속 성모송을 바칩니다. 아울러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인 것 같아 떠올리며 묵상합니다. 사제로 보이는 분이 나오셔서 묵주기도를 진행하시고, 일반인이 올라가 묵주기도 주송을 합니다. ‘산타 마리아’라는 낱말만 들립니다. 40분 정도 기도를 길게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도 비가 내립니다. 이젠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씩씩한 발걸음으로 팔을 크게 휘저으며 걷습니다. 묵주기도가 끝나고 돌아가는 순례자들이 함께 걷습니다. 숙소가 큰 거리에 있고, 기도 장소에서 200미터 정도밖에 안 되니 안심입니다. 당일 밤에는 파티마에 와 있다는 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평온한 시간입니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니 내면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얘야, 새벽을 내게 봉헌하렴, 새벽기도를 하렴!”
자꾸만 이런 목소리가 내면에서 들립니다. 날이 밝아 알아보니 일행 중에 2명이 새벽에 일어나 성전으로 기도하러 갔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더욱 새벽 시간대에 부르심을 받았나 봅니다. 그럼에도 그 소리의 뜻을 알아채지 못했어요. 그저 일찍 세비야로 떠난다는 가이드님의 말만 기억하며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귀한 새벽 시간을 보내고 말았어요. 그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아침이 되자 새소리가 새롭습니다. 구름이 산 같은 나라 포르투갈, 지평선 위로 흰 구름이 보입니다. 기적을 느끼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간절히.
소들이 평야의 목초지에 자유롭게 풀을 뜯습니다. 이 그림 같은 풍경을 품에 안습니다. 물에 비친 하늘, 맑은 아침, 신재생에너지 태양광이 길게 있습니다. 포도나무밭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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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공원 사진입니다
2월10일(토) 리스본, 세비야, 론다
리스본은 새로운 풍광에 놀랍습니다. 도시에 퍼진 공원이 크고 넓습니다. 김부겸 가이드님의 안내에 따르면 1725년에 리스본에 지진이 일어났다고 해요. 당시 85%가 파괴되고, 20%가 죽었다니 대재앙이었지요. 이때 폼발 백작이라는 분이 건축학, 지질학을 파악하여 도시를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동상이 리스본에 커다랗게 놓여 있습니다.
점심으로 대구요리를 먹었어요. 노랑색인데 감자와 생선을 맛있게 요리한 거예요. 모두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맛이라면서 극찬합니다. 저도 마음속으로
‘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감동을 받았어요. 밥을 먹으면서 잠깐잠깐 식당 종업원들의 얼굴을 바라보았지요. 아주 생기있고 아름다운 얼굴들입니다. 마치 화가의 그림 속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맑고 화사합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게 되어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풍광은 기적 같습니다. 바다 위 다리를 건너며 느낀 것입니다. 리스본 사람들의 굉장한 창의성이 들어옵니다. 한두 사람이 아닌 국민들의 창의성과 깔끔한 성실성이 마음으로 들어옵니다. 이 나라 국민 근성이 느껴집니다.
포르투갈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국민인지 알겠습니다. 다리를 건너며 한강과 달리 압도적인 이 느낌은 뭘까요? 리스본에서 태어난 작은형제회 파도바의 안토니오 성인,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눈먼 자들의 도시>를 쓴 주제 사마라구를 떠올립니다. 그들이 순례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그들처럼 되고 싶습니다. 설교를 잘하는 성 안토니오처럼 말도 잘하고 싶고,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내어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주제 사라마구는 시대를 읽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주님 도우소서. 아멘
포르투갈 리스본을 떠나 스페인 세비야로 가는 길입니다. 맑고 높은 하늘이 멋지지만 바 닷바람이 너무 찹니다. 바람 세기가 폭풍우 수준입니다. 두 나라 국토 여행 후 우리나라 뉴스를 보니 너무나 좁아 보입니다. 저의 내면이 그만큼 넓어졌을까요?
이제는 누군가에게 들러붙을 이유 하나 없고, 누군가의 언행에 언짢을 이유도 없음을 알겠습니다. 이게 여행 순례 전과 후에 조금 달라진 증거 같아요. 그 마음이 계속 이어지기를, 특히 불쾌한 상황이 올 때 상대방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기를 희망하며 하느님과 동행하는 시간입니다. 아멘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소들, 자유 방목되어 그 모습이 좋습니다. 거기에 포르투갈 국민성이 있나 봅니다. 소들조차도 그 자태가 굉장히 얌전하고 고요하고 정적입니다. 한참을 가니 자유롭게 풀을 뜯던 양들이 비를 피해 나무 밑에 옹기종기 앉아 있습니다.
하늘의 반은 먹구름, 반은 흰구름입니다. 비가 내렸다가 금방 그치고 맑아집니다. 지평선이라 하늘의 두 가지 모습이 시야에 다 들어옵니다. 올리브나무밭은 거대합니다. 이파리는 버드나무잎과 비슷합니다. 몇 그루가 아닙니다. 전 국토의 산이면 산, 논밭이면 논밭에 온통 올리브나무 판입니다.
포르투갈은 노란꽃풀이 지천입니다. 바위벽도 고속도로 곁에 계속 있습니다. 양들이 너무 귀엽습니다. 조그마해서요. 양들의 삶터도 조그맣습니다. 가축을 풀어놓고 기릅니다. 밀밭의 새싹이 바람에 파도처럼 움직입니다. 평야의 올리브 모종밭도 보입니다. 나무 밑둥에 하얀 뭔가가 있어요.
기업형 대규모 농사입니다. 새들도 50마리 정도 날아갑니다. 우리나라 참새보다 더 크고 비둘기보다 작습니다. 길쭉하지 않고 뭉툭합니다. 그런데 날갯짓이 얼마나 신나 보이는지 모릅니다. 이 나라는 새들까지도 풍요롭습니다. 흙 위의 초록이와 노랑이들이 마음을 간질이는 시간, 냇가 농장에는 가축들이 옹기종기. 이 부지런한 나라는 논들이 모두 정돈되어 있습니다. 왜가리도 날고, 멀리 아몬드 나무도 꽃을 피웁니다.
구릉진 언덕은 초록 잔치. 낮은 구릉에 크기가 똑같은 나무들이 동그랗게 혹은 화초처럼 자랍니다. 나무줄기는 안 보이고 부채처럼 펼쳐진 이파리들만 보입니다. 올리브나무와 포도나무의 공존입니다.
황토밭에 포도나무밭이 이어집니다. 양팔을 옆으로 쭉 뻗은 느낌의 포도나무들, 키가 아주 작습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타우 십자가 모양입니다. 황토흙에 붙박이 된 친구들이 온 몸을 꼬면서 올라와 있습니다.
땅과 더욱 가까운 나뭇가지 줄기, 나무 몸통, 구불거리고 두꺼운 포도나무. 양손으로 주님을 찬양하는 손목을 닮았습니다. 집단으로 찬양합니다. 사람들을 위해 나무로 살아도 만족하는 느낌이 듭니다.
세비야 가는 길의 고속도로는 칸막이가 확실합니다. 튼튼한 철제입니다. 상하행선 사이가 2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문득 생각이 듭니다. 이 순례를 왜 하고 있을까? 하느님의 소리, 성령님의 소리, 성인 성녀의 소리는 어디에서 들을까? 그러다 출렁출렁 흐르는 과달게비르강을 지납니다. 콜럼버스 시대의 교역로라고 하네요. 엄청 생동력 있게 흐릅니다.
세비야의 노을은 불덩이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거칩니다. 어쩌면 사이프러스 나뭇가지가 바람에게 인사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파티마에 머문 시간이 너무나 짧아서 아쉬움이 크지만 백미는 두 나라의 대자연과의 합일입니다.
사람이 만든 건축물이나 인공 조형물도 멋지지만 하늘 아래 보존되고 가꾸어진 지평선과 붉은 흙, 잘 자란 올리브나무숲, 붉은 노을, 맑은 하늘, 세찬 비바람까지 모두 순례자에게 새로운 하느님으로 다가옵니다. 자연은 참으로 멋진 하느님이십니다.
또다시 이 두 나라를 찾게 된다면 아마도 이 멋진 국토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순례자를 대하는 현지 사람들의 성실성도 한몫합니다. 길거리를 걷다 문득 미소를 보내봅니다. 그럴 때마다 같이 웃어주고 인사를 나눠주고 손을 내밀면 기꺼이 손 내밀어 나눕니다. 저절로 마음속에서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더듬거리며 기초적인 문장을 말하면 ‘무이비엔’하고 공통적으로 답을 보내줍니다. 그 순간의 기억들이 순례자에게 하느님을 보여줍니다.
2월 11일(주일) 세비야, 론다, 그라나다
포근한 세비야의 새벽, 기온도 영상입니다. 공기가 서울에 비해 맑습니다. 갑자기 한국에 있는 사람들 생각이 납니다. 졸작 <사랑의 힘> 문집을 읽으시고 여행비를 챙겨주신 다은 어머님과 모니카 자매님, 설날 복 많이 받으라고 문자를 보내준 소중한 분들 덕분에 신나게 지내고 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더욱이 하늘로부터 제공되는 깊은 삶의 에너지가 있어서 기쁩니다. 인생은 귀한 것,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라고 늘 마음에 품고 살게 하소서. 성모님처럼 주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 해야 할 과업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하루를 또 시작합니다.
세비야 숙소에서 호텔식으로 조식을 먹었는데 몸에 좀 이상이 옵니다. 낯선 음식이 결국 6일차 되니 크게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몸의 통증 앞에 세비야 대성당을 만나면서도 아무런 마음의 움직임이 없습니다.
세비야 알카사르 왕궁을 돌면서도 그런가 보다 합니다. 무어인들의 정교한 건축 솜씨에 놀랍기는 한데 그런가 보다 합니다. 이 소중한 순간들이 무료하게 흘러갑니다. 가이드님은 정교한 문양을 가리키며 설명하지만 아이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입니까? 하며 받아들일 줄 모릅니다.
비는 내리고 몸은 아프고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쉴 곳을 찾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가이드님은 스페인광장이란 곳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이날은 순례 기록이 없습니다.
기억에 의존하여 몇 줄 써 봅니다. 스페인 광장은 굉장히 크고 넓습니다. 각 지역의 지도가 그림과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산을 들고 천천히 왼쪽부터 자세히 바라봅니다. 스페인 국토가 커다란 지도와 함께 소개됩니다. 아직 이 나라를 파악하지 못한 초보 순례자에게 이 지도는 성실한 안내자입니다.
각 지방의 주가 표시되어 있고 구체적인 지명이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잘 정리되어 있는데 좌우로 40군데 정도 됩니다. 자유시간 30분 안에 다 볼 수는 없어서 왼쪽을 다 본 후에 오른쪽은 뛰어가야 했습니다.
워낙 넓은 광장이라 천천히 걸어서는 다 볼 수 없습니다. 비를 맞으며 아픈 몸을 움켜쥐며 순례자는 뜁니다. 이런 모습을 누군가 사진으로 남겨 이튿날 저에게 보여줍니다. 놀랍습니다. 관찰자가 있었다니요. 광장이라 가능한 일이겠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여유 있게 자리 잡고 실내에서 보고 있습니다. 저는 무슨 이유인지 비를 맞아가며 준비해 간 자료를 펼치고 광장을 헤맵니다.
스페인광장을 마련한 아이디어는 바로 이 나라를 소개하려는 의도일 것입니다. 각 지방의 독특한 문양과 지도를 마련하여 저처럼 초보 순례자들에게 안내판 역할을 하는 이 공간이 참으로 소중합니다.
땅이 넓어 다 가볼 수 없는 곳을 지도와 그림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 순간 행복합니다. 특히 ‘아빌라’ 지명을 발견하고 가슴이 뜁니다. 주보 성인 데레사 성녀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Avilla 글자 앞에서 한없이 기뻐합니다. 데레사 성녀와 만난 듯이 미소를 지어 봅니다. 성녀가 순례자를 포옥 안아주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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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빌라 지명이 있는 지도(스페인 광장, 세비야)
안달루시아 지방 세비야에서 론다 가는 길은 지평선도 없고 옥토는 아니지만 골짜기와 나무들이 보입니다.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았을 듯한 원시림 그 자체로 보입니다. 나무에 이끼가 끼어 있고 하늘로 향해 굽은 나뭇가지가 굉장합니다. 한두 종이 아닙니다.
수백 수천 그루의 나무들이 이끼 옷을 입고 가지는 까만색으로 존재합니다. 순간 몸에 전율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저토록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을까, 눈을 감아도 떠오릅니다. 척박한 환경에도 잘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론다에 도착하니 비바람이 굉장합니다. 데레사 성녀의 왼쪽 팔을 모신 성당 앞에서 로컬 가이드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한국말을 제법 잘 하십니다. 함께 우산을 받치고 걸으며 전망대로 향합니다.
론다 절벽 앞에서 아찔함을 체험합니다. 우산이 갑자기 뒤집힐 정도로 비바람이 거셉니다. 온 몸에 비를 맞으면서도 절벽을 바라보려는 순례자들이 보입니다.
로컬 가이드님과 인사를 나눕니다. 그리고 먼저 묻습니다. “메 야모 데레사 김, 아빌라 데레사!” 그러자 놀라시며 ‘무이비엔’ 하십니다. 아빌라 데레사 성녀 유해가 근거리에 모셔셔 있으니 말입니다.
자유시간이 주어지자 데레사 성녀가 안치된 성당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오전 미사 후에 성당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다행히 데레사 성녀 초상화가 성당 벽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성녀를 바라보며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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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의 대 데레사 성녀 왼팔이 있는 성당 사진
“데레사 성녀님, 저예요. 한국에서 온 데레사예요. 어떻게 하면 성녀님처럼 예수님과 깊이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반가워요. 멀리서 왔군요. 잘 왔어요. 제 이름으로 살아간다니 고맙네요. 난 수녀로서 오직 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맞이했어요. 평생 그 한 마음으로 주님과 일치해왔어요. 마음을 잘 모아보세요. 시련도 고통도 주님 뵈옵는 길이고 도구입니다.
마음 무너지는 일 없게 잘 관리해요. 쉼 없이 다가오는 부정적 요소를 알아채고 뿌리치며 흔들리지 말아요. 관상기도에 들어가는 일 잊지 마세요”
데레사 성녀님을 통한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빗속을 뚫고 다시 론다 전망대로 갔습니다. 거기 헤밍웨이 작가님이 머문 집도 보였어요. 절벽 밑으로 계단이 났는데 그 중간 지점에 외따로 자리 잡고 있더군요. 절벽의 위용 앞에서 작가적 상상력이 더욱 충만했을 듯합니다.
론다에서 그라나다 가는 길은 올리브밭입니다. 국토가 아주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이 넓은 국토의 흙들이 모두 다듬어지고 깔끔합니다. 인구도 부족한데 어떻게 이 넓은 땅의 올리브 농사가 가능할까요? 아마도 기계화된 농사 방법이 있나 봅니다.
그라나다 가는 길엔 산이 비교적 높습니다. 어떤 부분은 산 중간에 커다란 굴이 뚫려있습니다. 아마도 광물을 캐는 광산이 있던 곳인가 봅니다. 스페인 농부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요? 농토는 광활한데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2월 12일(월)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헤네랄리페, 알바이신 지구 조망, 왕실 예배당
그라나다의 새벽, 동이 터오려는데 새들이 먼저 알고 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중세 언제던가요,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 점령한 무어인들 후손, 새소리 그 맑음 속에 그 핏줄 흐르고 있을까요? 땅이 넓은 나라여서일까요, 순례자의 마음도 넓어집니다.
그라나다는 이슬람교도의 마지막 거점지라고 해요.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기슭에 있다고 하는데요. 비를 통한 안개 때문에 그 산맥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안개 너머에 산맥이 있겠거니 짐작하며 헤네랄리페로 향합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여름정원이라고도 하는데요. 14세기 초에 조성된 곳이라고 해요. 지금도 매일 관리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꽃들과 나무들이 아주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미로처럼 꾸며진 정원에서 길을 잃기 쉽습니다. 저 역시 딴 생각하느라 가이드님의 말을 잠시 듣지 못해 길을 잃었어요. 물론 가이드의 부름을 수신기 이어폰으로 듣고 알았지만 그분은 그 상황에서 제 이름만 불렀습니다.
“김미경 선생님, 어디 계세요?”
차라리 그때 “정원 끝자리 노란 건물 앞으로 오세요.” 했더라면 그쪽으로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답니다. 아찔했던 그 순간 이후로 잠시 넋을 잃고 말았지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기타 음악을 작곡한 배경 장소로 갔습니다. 조그마한 분수들이 가운데로 모아지고 있고 주변에 화초들이 멋지게 자라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풍경을 보며 작곡을 했다 하는데 당시 저는 길을 잃어 혼이 나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멍하니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윽고 정신을 차려 주님께 묻습니다.
“주님, 제가 왜 가이드님의 만남의 장소를 듣지 못했을까요? 시간만 귀에 들렸을 뿐 어디로 모이라는 장소는 전혀 안 들렸어요. 그저 말한 그 자리에 모이는 줄로 알았지 뭐예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주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평소에 제가 얼마나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중요한 메시지를 흘려보내며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하는 귀한 체험입니다. 상대방의 말뿐 아니라 주님의 말씀마저도 얼마나 오랜 세월 그렇게 귀를 닫고 살아왔을까요? 먹먹함 앞에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고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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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 내 정원 사진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라고 해요. 아랍 양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 문양이 아주 섬세합니다. 만다라로 익숙한 문양은 저리가라입니다. 바닥부터 벽 천장 모두 신비로운 문양입니다. 크고 작은 문양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이슬람 아랍 나라에 존경심이 일었습니다. 예술혼은 어쩌면 신에 대한 경배의 마음이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궁전에는 더 이상 아랍인들이 거주하지 않고 그저 흔적만 남았지만, 그 공간에 거주했을 사람들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이슬람국가에도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편견으로 그동안 아랍인들을 무섭게 느꼈지만 알함브라 궁전을 막상 방문하고 보니 그분들도 우리와 똑같이 귀한 존재임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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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 문양 사진
궁전을 빠져 나오는데 기타를 들고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일행이 지나자 갑자기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음악을 켭니다. 감동입니다. 그 음악가와 눈이 순간 마주쳤습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어요. 그러자 그쪽도 살짝 웃습니다. 그의 기타 가방에 유로화 지폐를 넣었어야 하는데....머뭇거리다 일행과 휩쓸리며 나오고 말아 순례 내내 아쉬움이 일었습니다. 결국 저에게는 그 수염 난 아랍인 기타리스트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되었네요.
알바이신 지구는 13세기 무렵에 조성되었다고 해요. 알함브라 궁전에서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건물의 특징이 흰색이며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될 만도 합니다. 이유는 그곳은 멀리서 조망만 했을 뿐인데도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비가 내리고 있는 중에도 그곳만은 밝고 환하게 보입니다.
가이드에게 물으니 무어인들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0%인데 그 후손들이 살고 있다고 해요. 눈동자가 검고 머리가 갈색이라고 하니 우리와 비슷하네요.
왕실 예배당도 알함브라 궁전 안에 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 보았는데 너무나도 화려합니다. 예수님의 공생활이 제대 벽면 십자가 밑에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현재 미사가 멈춘 상태라서 그런지 예술품으로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제대 위 십자가를 오랫동안 올려다봅니다. 예수님은 순례자에게 뭐라고 말씀하실지 그분의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분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가이드님의 이사벨 여왕 이야기가 더 크게 들립니다. 아무래도 소통이 쉽지 않습니다. 그저 바라본 것만으로 만족하며 길을 나섭니다.
점심으로 가지 튀김과 하몽, 꼴뚜기 요리가 나왔어요. 하몽은 돼지의 뒷다리를 통째로 잘라 소금에 절여 1년 정도 건조 숙성해 만든 요리입니다. 가지튀김이 한 접시나 나와서 평소 튀김을 끊었던 제겐 맛은 있지만 몸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어요.
아울러 꼴두기 요리를 먹었는데 어찌나 큰 꼴뚜기인지요, 한국에서의 멸치 사이에 낀 조그마한 꼴뚜기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엄지손가락만큼 커다란 꼴뚜기가 나왔는데 즐겁게 먹으려 노력합니다.
음식을 거의 먹자 음악을 선물합니다. 전통음악 연주자들이 옷을 갈아입고 나와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흥겹게 노래를 한 곡 뽑습니다. 음악이 저장된 cd를 사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그분들을 축복하고 미소를 짓습니다. 그분들에게 15유로를 봉헌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시 기회가 오지 않겠지만 또 그 순간이 온다면 아낌없이 내놓을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그라나다에서 발렌시아 가는 길을 소개합니다. 아몬드 나무가 많습니다. 한국의 매화나무처럼 꽃이 피어 있습니다. 구릉이나 산지가 다른 곳에 비해 많습니다. 광활합니다. 지평선은 아니지만 무지 광활합니다. 올리브 숲도 보입니다. 나무가 산자락을 덮었습니다. 올리브 산의 연속입니다. 우리 농촌과 비슷합니다. 나무 사이로 집이 듬성듬성 보입니다.
이 사람들은 뭘 해서 먹고살까요? 농사를 짓겠지요? 야채를 심었네요. 이 광활한 땅이 부럽습니다. 물은 어떻게 줄까요? 포도나무와 비닐하우스가 많습니다. 귤나무밭도 굉장합니다. 새들이 높이 납니다. 까만색입니다. 참새보다 조금 더 넓적합니다.
낮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그 앞에 논밭이 있습니다. 그 밑에 집들이 있습니다. 집들은 나무 사이에 있고 듬성듬성합니다. 농기구 만드는 회사가 보입니다.
귤나무밭이 고속도로 가에 쭉 있습니다. 농부의 자녀로 자란 저는 농부들이 물을 어떻게 줄지 궁금합니다. 갑자기 이 순례를 왜 하고 있는지 묻습니다. ‘데레사에게 주는 선물이야’라고 대답합니다. 아프면서 고생한 나날에 대한 위로라고 속에서 말합니다.
이 넓은 귤밭의 귤을 따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올까 생각하는 순간 예수님께서 물으십니다.
“얘야, 넌 빛이 되었느냐, 넌 사랑이 되었느냐?”
파티마에서 이 순례를 하기 전과 후의 데레사로 구별되기를 기도드렸었지요. 주님, 다시 예전의 악습으로 되돌아가지 않게 도우소서. 아멘.
포도나무밭만 계속됩니다. 여긴 소들이 갇혀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목초지에 풀어놓고 기르는데 그라나다에서 발렌시아 가는 길목의 소들은 우리에 수십 마리가 갇혀 있어요. 이유는 그들이 풀을 뜯을 목초지가 없습니다. 비가 잘 내리지 않아서인 듯합니다.
포도밭이 기계화되고 체계화 되어 있습니다. 이건 개인이 하는 게 아닌 기업형 농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들 사이의 거리가 일정하고 줄 맞춤이 빈틈없이 반듯합니다. 나무들의 크기도 물론 같고요. 아주 정교한 예술품입니다. 이 나라는 잘 살 수밖에 없구나 싶어요. 나무들이 수천만 수억만 그루입니다.
아몬드 나무밭도 줄이 딱딱 맞습니다. 열 손가락을 하늘로 향하는 나무들, 나무 종자밭이 이어집니다. 가는 나뭇가지입니다. 농부들이 넓은 밭을 가꾸느라 쉴 틈이 없겠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지역은 빈집이 보입니다. 논 가운데 흙담집들의 지붕이 다 날아가고 없습니다. 담도 무너져 있습니다. 그런 빈집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성실한 스페인 농부들 손길이 보이는 들판입니다. 1~2년 보고 짓는 농사가 아닙니다. 적어도 100년~200년을 내다보고 짓는 나무 농사입니다. 순례자로서 인생을 그렇게 살고 있을까 돌아봅니다. 이 어린 나무부터 나무를 새롭게 심는 나라, 밭 농작물이 나무인 나라, 한해살이 벼를 심거나 한 계절 야채를 심는 우리나라 농촌에 비하면 이 나라는 후손들을 위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발렌시아 가는 길은 공기도 맑고 하늘의 흰 구름이 곧 내려와 손에 잡힐 듯합니다. 대자연의 순수함으로 마음이 맑게 헹궈집니다.+아멘
발렌시아는 순례하지 않고 숙소에서 하룻밤 잠만 잡니다. 음식이 낯설어 동행인들이 손을 대지 못합니다. 청국장 냄새가 납니다. 다른 지역에서 똑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었을 때는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이 지역은 냄새가 나고 유리컵에도 땟국물이 가득 찼습니다.
동행한 순례객 절반이 음식을 먹지 않고 버거킹으로 향합니다. 저는 차려진 음식을 거부하면 저녁을 굶어야 하기에 맛있어하며 먹습니다. 애쓰고 차려낸 손길에 감사하면서요. 숙소는 편안하여 푹 잤습니다.
2월 13일(화) 마지막날 바르셀로나 까사밀라, 까사바트요, 람브라스 거리, 보케리아 시장
드디어 마지막 날입니다. 바르셀로나는 다른 지역에 비해 순례객들이 많습니다. 여기저기 붐빕니다. 특히 람브라스 거리와 보케리아 시장은 우리나라 명동 거리 정도 될까요? 이곳에는 걸인들이 많습니다. 여기저기 보입니다. 성당을 찾아 들어가니 입구에서 9유로를 받습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미사가 집전되지 않고 유물이 된 공간이었어요. 건물 내부에는 검은 곰팡이들이 천장에 보입니다. 아울러 성인성녀 조각상들에는 먼지가 쌓였습니다. 보존되지 못하는 열악한 유물이었어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이 주변에 보케리아 시장이 있어서 시끄럽고 붐비다 보니 고요히 기도할 공간으로 마땅하지 않아 미사가 봉헌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신자들이 모여든다면 성전이 살아 있을 텐데요, 아쉬운 마음을 안고 한 바퀴 돌아 기념품을 사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였어요. 안색이 시커멓게 병든 이가 건물 귀퉁이에 힘없이 앉아 있습니다. 걸인처럼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멍하니 있습니다. 신발을 보니 세탁한 지 오래되었고 옷차림도 노숙인 수준입니다. 발걸음이 저절로 멈춥니다. 이분 안에 계신 예수님께서 저를 부르시는 느낌입니다.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Gracias Senor Dios te bendiga)”
하고 스페인어를 그대로 읽으며 눈을 바라보았어요. 병든 노숙인은 처음에 동양인이 왜 다가올까 하고 의아해했는데 좀 큰 지폐를 건넸더니 눈빛이 빛나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도 그분이 건강을 회복하기를 희망하며 돌아섰습니다.
이 넓은 땅에 몸이 아프면 이렇게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나라에서도 복지가 있을 테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그 복지를 찾아 나설 힘조차 없는 모양입니다.
누군가 손잡아 이끌어 주기를 희망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보케리아 시장으로 향합니다.
시장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음식은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먹기 좋게 잘린 과일류와 젤리나 초콜릿류, 먹음직스러운 빵류가 눈에 바로 들어옵니다. 돼지고기 뒷다리 숙성한 하몽도 보입니다. 연신내 연서시장이 떠오릅니다. 활기가 넘칩니다.
전 세계 순례객들이 이곳 보케리아 시장에 와서 먹거리를 사서 먹고 힘을 재충전해 갑니다. 대부분 눈이 반짝거리는 젊은이들입니다. 저는 블루베리를 두 통 사서 나눠 먹었어요. 한국의 1/4 가격입니다. 맛있습니다.
2월 15일(목) 아침 7시 한국. 직장 출근 1시간 전의 기록
한국에 돌아온 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파티마 오기 전과 후로 구별되는 인생이기를 기도했습니다. 오래 기억 남는 것 몇 가지 떠올려 봅니다.
마드리드에서 만난 거지의 눈동자와 미소. 빗속에서 엎드린 그에게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스페인의 지평선, 초록들판(밀밭), 올리브나무 밭, 끝없는 올리브나무 숲, 포도나무, 아몬드 나무, 스페인의 자연, 국토의 2/3가 자연입니다. 숲이 올리브 나무이고 올리브나무가 숲입니다. 산이 높지 않고 얕습니다. 구릉지입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넓은 공원, 푸른 바다, 선착장. 굉장한 자연이 리스본에도 있습니다. 리스본이 얼마나 사람을 끄는 공간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스페인은 무언가 질퍽하다는 느낌이라면 포르투갈 리스본은 정갈하고 맑다는 느낌입니다.
성당이 건축물보다 신앙심이 더 중요합니다. 성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은 건축물이 유명한데 내부는 순례객들이 신앙심 없이 오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지럽습니다. 고요히 기도할 공간이 아닙니다. 건축물 자체는 예술품처럼 아름답습니다. 가우디는 신앙 안에서 이 건축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후손들이 그것을 이어가면서 덧댄 흔적들이 이질감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그 면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외부는 그냥 미완성으로 그대로 두었다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순례객들이 성전 안에 들어와 고요히 기도하며 가우디의 혼을 만나고 나아가 성전 안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라고사 가는 길의 황량한 벌판과 민둥산도 스페인의 한 모습입니다. 누구나 그런 면이 있으니까요.
살라망카 대학교와 성당을 방문했을 때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이 대학교를 졸업한 십자가의 성 요한을 젊은이들 미소 안에서 보았고, 성당 앞 바닥에 청동으로 박힌 데레사 성녀의 발자국을 통해 성녀의 흔적이 살아 있는 곳임을 느꼈습니다.
포르투갈 파티마-비오는 밤 9시 반 로사리오 기도를 낯선 세계인들과 함께 바쳤습니다. 그런데 비바람이 치고 추워서 기도에 집중을 잘 못했고, 영적 에너지를 받기 힘들었습니다. 대성전의 미사에 잠깐 참여한 것으로 감사를 드려야 했습니다. 일정상 밤에 숙소만 잠깐 활용하고 다음 일정으로 떠났기 때문에 세 목동이 살았던 공간에는 가볼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성모님이 발현하신 지점이 대성당 바깥 부분(cova du iria)에 있는데 그곳에도 가볼 수 없었습니다.
론다: 마치 저를 기다렸다는 느낌의 공간입니다. 현지 토박이 로컬 가이드님과의 소통도 값진 순간이었고, 비바람을 뚫고 전망대에서 아찔한 바닥을 내려다보며 살아 있음을 체험합니다. 헤밍웨이가 머문 공간도 바라보고, 데레사 성녀의 왼팔이 모셔진 성당도 있어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세비야에서 론다로 가는 길목의 자연은 굉장합니다. 원시 그대로의 숲같아요. 깊은 계곡의 이끼낀 나무들, 괴기스럽게 뻗어나간 검은 나뭇가지들의 숲, 다시 볼 수 있다면 기적이겠습니다.
그라나다 왕궁 별장과 성당, 정원(헤네랄리페)는 사람의 힘으로 그저 지어진 공간이라기보다는 하늘에 봉헌된 인간의 영적 무늬의 집합체라고 생각됩니다. 무어인들의 신비로운 신앙심이 문양들에 들어가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이슬람의 전통이 살아 있는 아랍지역도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사람이 만든 궁의 정원이나 성당도 중요하지만 순례자에게 더 큰 스승은 자연이었습니다. 하늘이 내린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향기로웠습니다. 자연 속에 머무시는 거대한 하느님을 뵙고 왔습니다.
현지 가이드님이 여러 지식적으로 굉장하신데, 조금은 지쳐 보였습니다. 전 팀을 보내고 당일에 곧바로 우리 팀을 받아서 휴식 시간이 없었던 탓이겠지요. 힘을 회복하시길 빕니다.
동행인들이 한 분 한 분 즐거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고맙게도 식탁 동행을 해 주신 세 분, 비행기 동행을 해 주신 두 분, 홀로인 저에게 사진을 찍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한 마음입니다.
호텔 조식은 건강식이 아닙니다. 첫날 바르셀로나 호텔에서 먹은 조식만 건강식이었어요. 나머지 호텔에서는 대부분 몸에 맞지 않는 음식들이 많아 평소 약했던 몸이 더욱 아팠습니다. 호텔식 조식을 조심해야 합니다.
음식들 대부분 맛이 있습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먹은 바깔레아 대구요리가 가장 맛있었고, 바르셀로나 해변에서 먹은 해물 요리 빠에야가 맛있었습니다.
호텔 숙소는 비교적 정갈합니다.
날씨-7박 중 4박이 비가 내렸습니다. 특히 론다에서의 비와 파티마에서 비가 가장 아쉽습니다. 그라나다의 비도 아쉬웠어요.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볼 수 없었거든요. 왕궁 관람할 때 이슬비는 분위기가 있어서 괜찮았습니다.
스페인 공항 검색대에서 잃어버린 지갑을 찾은 일은 아찔합니다. 옷과 갖가지 소지품을 바구니에 담아야 하는 시간에 지갑을 맨 나중에 주머니에서 빼서 바구니에 살짝 올렸는데 그게 떨어졌는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걸 찾으려고 방방 뛰다가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막았습니다. 발만 동동 구르다가 다른 담당자에게 물으니 따로 빼놓았더군요. 아찔했습니다. 지갑에 카드와 주민등록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십년 감수하고 감사의 인사를 한없이 바쳤습니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 시차 적응을 한 후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출근하였습니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지금은 잘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하느님의 축복 안에서 순례를 무사히 마쳤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사람들에게 스페인 포루투칼을 나눌 기회가 오면 생생하게 나눌 이야깃거리가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지만 첨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하느님, 성모님, 성인성녀님, 성령님 고맙습니다. 아울러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무사히 돌아왔음에 감사드립니다. +아멘 (김미경 데레사 올림)
첫댓글 정말 글을 잘 쓰시는 분이시구나 ~느꼈고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데례사 성녀님을 뵈어 기쁘시겠네요 ~~
순례같이 하며 행복했어요 ㅎㅎ
우와, 이교영1님, 공감해 주시니 진심으로 감사해요..^^ 맞아요. 대데레사 성녀님을 뵙고 왔어요^^ 함께 순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한 참을 읽었습니다
귀한 시간 아름다운 추억 만드셨네요.
작은 소책자를 만들어도 될만큼 자상하고 세세하게
잘 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언제나 변함없이 따뜻한 솔방울님, 이렇게 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 그래도 소책자 만들어 주변 분들에게 나눠드리려고 해요...^^ 책 좋아하시는 어르신분들께 주로 드리려고요.^^ 아직 책자가 인쇄소에서 안 왔지만...벌써부터 행복합니다.^^
솔방울님께도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데레사님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여행, 순례기 마음나눔
감사드립니다
비온뒤 함께 뜨는
무지개처럼 고운마음
감사드립니다
늘 기쁨가득하시고 건강하세요
우와, 고수님께도 무지개가 떴군요...^^ 고맙습니다...^^ 고수님도 항상 하느님의 축복 안에서 잘 지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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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사님^^ 여행 후기 세심하게 나누어 주셔서 함께 동행한 마음입니다..😍 저도 성지순례 떠나고 싶습니다.🤗. 따뜻하고 친절하시고 사랑이 가득한 마음을 가지신 분 으로 느껴집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 )늘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
예, 류체칠리아님, 제가 오히려 더 고맙습니다..^^ 일기 형식의 긴 글이고 내용도 부족한데 따뜻하게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순례 여정은 가고 싶을 때 바로 떠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위의 글은 순례 중에 쓴 것 중심으로 엮은 것인데요...앞으로 글은 순례 후에 또 써가려고 합니다...류체칠리아님도 순례를 계획하셔서 꼭 다녀오시길 빕니다.^^미루시지 마시고요...^^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이 체칠리아 님과 늘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호텔조식 말씀에 미소 짓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달한 와플 등
공항지갑애기에 어디 여행시에는 꼭 어깨에 매는
보조가방에 지갑 핸드폰 등 함께 넣고 검색대 통과
하시면 잃어버릴 일 걱정 없습니다
사랑의 해인 수녀님♡ 시 문학탐방도
늘 머릿속에서 궁리하며 스케치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요
시문학 탐방 여행기
새처럼 자유롭게 다니고 싶습니다
예, 이해인 수녀님의 시문학 탐방 여행기 좋은 생각입니다...^^
마드리드에서 만난 거지의 눈동자와 미소 빗속에서 엎드린 그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라고 고백하는 데레사님의 글을 보며 저는 얼마나 많은 예수님을 그냥 지나쳤는지 잠시 생각해봤네요. 잔잔한 순례기 덕분에 그 공간에 함께 인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와, 바다의 별님, 함께 공감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주님을 네 번째야 겨우 알아봤어요.^^ 우리 안의, 우리 가까이의 주님을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소감 말씀 감사합니다^^ 주님 안에서 평온한 오후 되시길 빕니다.^^
성지순례를 떠나고픈 마음이 쓰나미로 몰려오는 순례 후기 감사합니다.
중간 중간에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 조바심을 가지고 집중했습니다.
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우와, 시냇물님, 고맙습니다.^^ 순례가 조금 힘들긴 해도 기쁨이 그보다 더 큽니다.^^ 신기하게도 지금은 너무나 건강해졌습니다.^^ 혹시 몰라 건강검진도 해 봤는데요...^^ 다 괜찮다고 합니다.^^ 순례의 은총같아요.^^ 시냇물님,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시냇물님께도 조만간 순례의 기쁨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순례기를 깊이있게 나누어 주시는 데레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긴글을 내리 읽으며 가슴에 담기는 진정성에 감동합니다.
글속에 데레사님의 고운 심성과 신앙심이 그대로 나타나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많이 깨우칩니다.
차분한 내공을 충분히 느끼며 스며듭니다.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
작은구름님, 반갑습니다. 작은구름님도 언제나 감동의 글로 기쁨을 주시는 거 같아요...^^ 순례중에 몸이 좀 불편해서 오락가락하는 글인데도 진심으로 읽어주시니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제 건강이 좋아져서 다음 순례를 준비하는 기쁨이 큽니다.^^ 또 언제 갈지 알 수 없지만요....신약성경 순례지를 꿈꿉니다... 작은구름 님의 건강을 빕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