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그랬어?!"
"응..?"
은하는 달려오면서 백귀야행이 한 모든 것을 다 보았다. 불과 몇초만에 이뤄
진 일. 지금 작은 체구의 백귀야행이 자신보다 큰 학생들 3명을 순식간에 눕
혀버렸다는 놀라움보다 백귀야행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컸다.
"왜 이 애들을 때린 거냐구!"
"그, 그건.."
"싸우는 건 나쁜 거야!"
겨우 첫인상일 뿐이었지만 화를 내는 법도 모를 것 같던 은하였기에 지금 백귀
야행은 심히 당황하였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지금 은하의 모습이 소중한 친구
인 혜성의 모습과 겹쳐보이고 있었다.
눈을 떴지만 그렇다고 해서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들을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는
백귀야행이었다. 그랬던 백귀야행 앞에 나타난 은하. 마치 죽은 혜성이 살아난
것처럼 느껴졌다. 설령 그 때 혜성이 죽지 않았더라도, 지금의 자신을 보면 틀
림없이 마음 여린 혜성은 백귀야행을 말렸을 것이다.
"미..안해.."
진심이 담긴 사과에 그제서야 은하도 잔뜩 화난 듯 보였던 얼굴을 풀고는 밝게 웃
었다.
"이제부터 싸우지 않으면 되지 뭐."
백귀야행의 머리를 쓰다듬는 은하는 제 3자가 보기에 꼭 친누나처럼 느껴졌다. 자신
이 지금 대체 누구의 머리를 쓰다듬는지도 모른 채 은하는 연신 생글생글이었다.
"여어."
실로 오랜만에 마주친 두 성범. 성범이 자신을 바라보며 웃자, 백귀야행도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용히 웃었다.
"이 녀석..우리 학교 교복 입고 있네..? 야, 대체 너 뭐냐..?"
얼떨떨한 얼굴의 지후가 한 물음에 성범이 한번 피식 웃고는 대신 대답했다.
"엄청난 녀석이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껄?"
"엄청나긴 뭐가 엄청나다는 거야! 이렇게 귀엽기만 한데!"
갑자기 빽 소리를 치며 성범에게 다가온 은하. 성범은 심히 당황하였다. 그리고
이 와중에 들려온 은하의 말..
"너도 싸움같은 거 절대 하지마, 알았어?"
'어떻게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 똑같을까..?'
한숨이 절로 흘러나오는 성범이었다. 이런 성범을 바라보며 지후와 만
구는 속으로 생각했다.
'영등포고 원정은 다 틀렸군, 젠장..'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