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광진구에서 A커피숍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얼마 전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받을 때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이유도 있지만 평소보다 지원자가 몰려 예전보다 외모가 예쁜 여학생을 뽑을 수 있었다고 한다.
#2 부산에 사는 최모(62)씨는 골다공증·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하지만 구청의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일을 시작했다. 몇 개월 전 남편이 집세를 벌기 위해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한 사실을 구청 관계자가 알게 돼 기초수급자 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에 따른 경기침체로 여성들의 일자리가 남성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여성들의 '좋은 일자리'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특히 20대 대졸 여성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반면 50~60대 여성의 취업은 크게 늘었다. 공공근로사업 등 생계형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여전히 부족한 대졸 여성 일자리 ‥ 베이비부머 세대 '생계형 일자리'로 내몰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0대 여성 취업자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만6000명 줄었다. 연령대별로 볼 때 감소폭이 가장 컸다. 20대 남성 취업자 감소폭인 1만6000명 보다 1만명이나 많았다.
일자리 선택폭이 넓지 않은 60세 이상의 여성 노인의 일자리가 13만9000명 늘어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50대 여성 노인의 일자리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7000개가 늘었다. 중년 및 노인 여성의 생계형 취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추산에 따르면 2015년이면 여성 인구가 2530만3000명을 넘어서 남성 인구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성들의 좋은 일자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여전히 부족하다.
우선 대졸들의 일자리가 밀집된 도시 지역에서는 남자 취업자가 여성 취업자 수를 월등히 앞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시지역 남자 취업자 비중은 61.3%로 지난해 60.7% 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여성의 경우 39.3%에서 38.7%로 낮아졌다.
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금 근로자, 이른바 '월급쟁이'의 비중은 남성이 63.3%에 달한 반면 여성은 36.7%에 그치고 있다. 특히 2년이상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일자리는 남성이 66.4%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33.6%)의 2배 가량이다.
대졸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63.3%로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89.3%)을 크게 밑돌고 있다. 여성취업자 중에서도 고졸이 38.8%로 대졸 이상의 취업자 비중 21.9%를 크게 앞섰다. 반면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75%로 남학생 70.2%를 앞지르고 있다.
◆ 설 땅 잃는 맞벌이 여성들
녹록지 않은 맞벌이 환경도 20~30대 여성들의 취업을 막는 원인 중 하나다. 결혼 적령기인 30대에 접어들면 여전히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1.4%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30대의 경제활동률은 55.4%에 그쳤다.
맞벌이를 해도 삶이 팍팍한 탓이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 맞벌이, 가사 노동시간이 부족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한 달 소득은 496만원으로 외벌이 가구의 소득 격차는 126만원(34%) 차이 난다. 하지만 가사 노동시간이 부족해 발생하는 삶의 질 저하와 같은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맞벌이와 외벌이 가구의 소득 격차는 56만원(15%)에 불과하다.
일하는 여성들의 불만족스러운 생활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어린 자녀를 두고 일하는 이른바 '워킹맘' 중 24%만 결혼 생활에 만족하는 반면 전업주부는 2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불만족한다는 답은 워킹맘이 31%로 전업주부 25%보다 높았다.
지난달 집안일 때문에 일을 그만둔 여성들은 15만7000명,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둔 여성들은 2만1000명으로 전년대비 각각 2.8%, 1.5%씩 늘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들이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에서 보육시설 여건을 대폭 확충하는 등 결혼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막아주는 장치들이 지금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