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ah Carey 새로운 출발 다짐하는 ‘Ms. Butterfly’와의 짧은 만남, 그러나 긴 이야기들
"Didn''t you teach me to follow my heart?"
머라이어 캐리의 신곡 ''Through The Rain'' 뮤직 비디오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대사다. 어쩌면 바로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일지 모르겠다. 자신의 경력을 자신이 결정하고 또 수행해나간다는 것은 대중 음악계에 몸담은 모든 아티스트의 바람이지만, 사실 실제로 그것을 이루어가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진정 자신이 하고픈 음악에 매진할 수 있게 된 그녀는 그래서 더욱 자신감 넘치고 또 밝아 보였던가 보다. 비록 해외 평단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고 차트상에서의 성과 또한 예전 같지 않더라도, 대신 그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와 음악적 열정을 되찾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야구는 원래 9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더 재미있어지는 법이다. 1박 2일 간의 짧은 일정 동안, 참 많은 행적과 자취, 그리고 논란을 남기고 간 그녀를 뒤따라보았다.
Press Conference
11월 30일 서울 강남 고속 터미널 근처의 모 호텔. 본디 오후 3시로 예정되어 있던 기자회견이 다소 지체되고 있었다. 신문 및 방송, 인터넷 음악 관련 사이트 그리고 심지어 영화 잡지에서까지 총출동한 매체 관계자들 대부분이 이 거물급 월드 스타를 맞이하기 위해 ''모처럼 제 시간에'' 군집해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그녀가 3시 종 땡 치자마자 단상에 올라 환한 미소를 지을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녀는 거의 4시가 다 되어서야 회견장 내부로 걸어들어 왔다. 취재진에게 허락된 사진 촬영 시간은 단 3분. 가수 측에서, 혹은 기획사에서 부탁을 하는 관습에 익숙한 일부 언론 매체들의 시각에서는 지각하고도 사과 한 마디 없었던 그녀의 태도는 이미 충분히 비난거리를 제공한 상태였다. 참석자들에게 폭탄 테러를 의식해 가급적 두터운 외투는 벗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고, 회견 내내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12년 역사를 요약한 영상물과 ''Through The Rain''의 뮤직 비디오 시청이 끝나고 그녀의 국내 소속사인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사장의 인삿말과 간단한 소개 그리고 꽃다발 증정식이 이어졌다. 이내 착석한 그녀는 무척 여유롭고 또 편안한 모습이었다. 한・미 양국 경호원과 음반사 스태프의 눈을 피해 잠입하는데 성공한 몇몇 온라인 팬 클럽 회원들이 그녀에게 깊은 애정과 반가움을 표시했고, 그녀는 미소와 손짓으로 화답했다. 그녀가 평소 팬들에게 램(Lamb) 혹은 빅 내스티(Big Nasty)이란 애칭을 사용해 가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을 새삼 체감케 하는 장면이다. 바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주어진 시간은 애초의 20분에서 조금 늘어난 25분. 신변잡기를 묻는 해외 기자들에 비해 수준 높은 음악적 질문이 쏟아진 것에 그녀도 매우 만족해하는 듯 보였다.
지난 1999년 6월 25일의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 공연 이후 첫 방문이다. 하지만 공식적 프로모션 투어로는 이번이 처음인데 방한 소감은 어떠한가?
사실 어제 밤에 아주 늦게-실은 이른 새벽 3시 경-이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팬들이 공항까지 아주 많이 마중 나와줘서, 첫 인상은 아주 좋다. 이 기자 회견이 첫 공식 일정이니 앞으로 한국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앨범은 당신이 [콜럼비아] 그리고 [버진] 레코드를 거쳐 [데프 잼/유니버설]로 이적한 후 발표하는 첫 앨범이다. 그래서 기존에 당신이 함께 했던 음반사를 통해 진행한 작업과 틀린 점이 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 보충 설명을 부탁한다.
사실 이번 앨범은 녹음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진정 내 마음 속에서 원하는 바대로 너무나 자유로운 기분으로 스튜디오에 들어가 곡을 만들고 또 노래했다. 가사나 멜로디 면에서도 전보다 훨씬 더 정직하다 하겠고 감정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티스트적인 면에 충실 하게 만들어진 앨범이다. 과거 앨범들과 달리 내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어냈다는 만족감이 아주 크다. 내 음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앨범을 거의 다 완성한 후, 나의 앞으로의 경력을 어떤 음반사와 함께 진행해야 옳을지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숙고했다. 이 모든 상황을 지극히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또 실천에 옮긴 점이 내 자신을 너무나 행복감에 젖게 만들었다.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음반 레이블 [모나크(MonarC)]에 대해 묻고 싶다. 레이블 명 역시 나비의 일종을 일컫는 것이라 들었는데, 그렇다면 이 역시 당신의 ''나비'' 컨셉트와 일관성을 가지는 것인가? 또 CEO의 입장에서 회사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아울러 다른 신인 아티스트들을 육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그렇다. 나비의 일종이다. 1997년 발매했던 [Butterfly] 앨범의 재킷 앞면 사진을 유심히 보라. 어깨에 호박색의 작은 나비 한 마리가 앉아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언제나 그 상징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만든 레이블의 타이틀도 그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하고 싶었다. 또한 스펠링이 약간 다르고 또 제일 앞 철자 ''M''과 마지막 철자 ''C''가 대문자로 되어 있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아울러 MC는 내 이름의 약자이자 애칭이기도 하다.
정말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휘하에 들여, 사업적인 면에서도 번창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미 많은 아티스트들과 접촉을 시도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특히 재능이 대단한 신인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요즘 음악 산업계가 기본기 혹은 실력보다 겉모습을 근사하게 포장하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여 온 탓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신예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아울러 그간 서로 잘 알고 지냈던 사람들 가운데에도 음악에만 전념한다는 이유로 녹음 계약을 따내지 못한채 방치되어 곤란을 겪었던 많은 이들과도 접선을 시도해 오고 있다. 가스펠 가수들의 음반도 발매할 계획이다. 노래를 정말 근사하게 잘 하는 친구들을 많이 알고 있다. 현재 작업이 진행중인 아티스트 가운데에는 걸 그룹도 하나 포함되어 있다. 래퍼 한 명과 보컬리스트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도 이제 고작 14살, 13살에 불과하지만. 실력은 정말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친구들과 작업하는 게 너무나 즐겁다. 새롭고 신선한 에너지로 재충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곡 ''Through The Rain''을 너무 좋게 들었다. 가사를 보면 역경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 그리고 희망을 북돋아줄 만한 것들이 가득한데, 가사도 직접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곡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사실 나는 이미 그 전부터 앨범 수록곡 대부분의 가사를 직접 만들어왔다. 여기에서 대부분이라 한 것은, 일부 리메이크 곡이나 커버 곡들의 경우 이미 기존에 만들어진 가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곡을 쓴다는 것은 그 자체가 치유의 과정이다. 또한 억지로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내 안에 들어 있는 것을 쏟아내고 또 그러한 일련의 과정 가운데에서 내 스스로가 먼저 치유받는 느낌이 든다. 작년 한해, 언론 매체는 물론 참 많은 사람들이 나의 개인 생활을 마구 과장해 보도하고 또 거짓 기사를 써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벌써 몇 년 전 일을 다시 들춰내지 않나...난 그저 너무 지쳐 있었을 뿐이다. 강압적으로 짜여진 엉터리 스케줄은 지구상 어느 누구라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할 수준의 것이었다. 하루에 23시간이나 일해야 했다. 그것도 석 달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말이다. 차츰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런 와중 도저히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날조된 이야기들이 들려와 도저히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결국 외부와의 연을 끊고 그저 곡을 쓰고 노래하는 일에만 전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시기 내가 처음으로 완성한 곡중 하나가 바로 ''Through The Rain''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사 하나 하나가 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자고 다짐을 한다고 할까. 물론 일상에 지쳐 낙심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나 역시 예전에 가수 되는 일이 쉽지 않아 낙심해 있을 때, 라디오에서 들려온 이름 모를 곡을 통해 큰 힘을 얻었던 경험이 있다.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그 외 다른 곡들 가운데에는 이런 느낌의 곡이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훨씬 더 업템포 곡들도 있고 아니면 매우 멜랑콜리한 곡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의 통일성을 고려한다면, 이 곡을 싱글로 하지 않거나 아예 빼버렸어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그 어느 것보다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하고 싶었기에, 첫 싱글로 정했던 것이다.
이번 앨범 수록곡을 보면, 트레이 로렌즈(Trey Lorenz)가 ''The One'', ''Clown'', ''Lullaby'' 그리고 ''Subtle Invitation'' 등 모두 네 곡에 백 보컬로 참여하고 있음이 눈에 띈다. 지난 ’92년 발매된 [MTV Unplugged] 앨범 수록곡 ''I''ll Be There'' 이후 꾸준히 함께 작업을 해 오고 있고, 지난 ’99년에도 함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와 변함없는 우정을 유지하며 함께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소감은 어떠한가?
아! 우선 그와는 데뷔 앨범에서부터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었다. 아니 실은 1집을 발매하기 이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람이다. [MTV Unplugged] 앨범에서는 듀엣도 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때부터가 아닌가 혼란을 겪은 듯 하다. 그는 정말 좋은 친구다. 노래 실력뿐 아니라 작곡가로도 매우 대단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친숙한 그 누군가와 창조적인 작업을 같이 한다는 것은 실로 흐뭇한 일이다. 이번 앨범에도 변함없이 참여해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마음껏 뽐내주어 고맙게 생각한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에게 다른 싱어와 함께 팀을 이루어 활동하는 것은 어떨까 제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잘 진행되어 그가 소속된 팀의 새 앨범이 [모나크] 레이블을 통해 출시될 것이 확실해졌다. 정말 괜찮은 곡들이 많다. 가스펠과 소울 음악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듣다 보면 흡사 그의 목소리에서 흡사 현대판 알 그린(Al Green)을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정말 대단한 가수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도 나와 동반해 이곳을 찾았다. 이 자리에도 와 있다. 오늘도 이곳 어딘가에 숨어서 이 회견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정말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재미있는 친구다.
그리고 보면 [Butterfly] 이후 줄곧 힙 합 적인 색채가 가미된 곡을 만들어 앨범에 수록하고 있는데, 이런 경향은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캠론(Cam''Rom)과 함께 한 ''Boy(I Need You)'' 그리고 제이지(Jay-Z)가 랩 피처링한 ''You Got Me''와 같은 트랙이 바로 그것이다. 작업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나 되며 또 앞으로도 계속 힙 합 스타일을 시도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내 음악에 대해 모두가 충분히 알고 있거나 또 이해한다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내 초기 곡 가운데에도 힙 합 비트를 바탕에 깔고 있던 곡이 더러 있다. 베이스 라인을 차용한다거나 아니면 루핑(looping) 같은 것을 사용해 변형시키는 등 말이다. 이모션스(The Emotions)의 1972년 앨범 [Untouched]에 들어 있던 ''Blind Alley''가 내 1993년 앨범 [Music Box] 수록 곡 ''Dream Lover''에 사용된 것만 해도 그렇다. 원곡이 가지고 있던 매우 대중적인 리듬 트랙을 힙 합 비트로 변형시켰고, 당시 작업을 주도한 데이브 잼 홀(Dave Jam Hall)은 기본적으로 힙 합 뮤지션과의 작업만을 고수하는 스타일의 사람이다.
노래를 들은 대개의 사람들이 “어? 노래 귀엽네. 팝 적이야. 약간 R&B 필도 있는걸. ” 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 겹 아래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전문적인 프로듀서나 DJ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구별해 내기 힘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고전 힙 합 루프를 새롭게 변형시키는 시도는 누구나 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을 나는 진작부터 해왔던 것이고, 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사실 힙 합적인 정서는 언제나 내 음악 속에 흐르고 있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힙 합의 메카라 불리는 뉴욕에서 자란 점도 이에 일조했을 것이다.
우리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어떤 개인을 특정한 범주 안에 한정지어 버리는 일이다. 예를 들면 어떤 가수에게 “넌 팝 발라드 전문이야. 혹은 넌 힙 합 가수야.” 하고 한계를 지어버리고 나면 실제로 그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난 내 음악이 그런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기를 원했다. 또 힙 합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듣기에도 부담 없는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싶었고 말이다. 그래서 적당히 현대적인 R&B 사운드도 가미했다. ''Through The Rain''은 ''Hero''나 ''One Sweet Day''와 같이 나의 발라드를 좋아하는 분들이 아직 아주 많다는 것을 배려한 것이기도 하다. 힙 합 음악,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전부터 즐겨 들었고. 그저 그것이 최근에 와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주류 장르가 된 것일 뿐이다.
이번 앨범 수록곡 ''Bring On The Heartbreak''에 관한 질문이다. 데프 레퍼드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록 음악을 리메이크한 이유도 궁금하고 또 왜 특별히 그 곡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한창 자라던 시절, 정확히는 6학년 때였다. 당시 그 곡을 무척 좋아했다. 리메이크를 함에 있어 강한 멜로디 라인과 화음 파트를 가진 곡이라면 어느 시대의 어떤 장르의 곡이라 할 지라도 새롭게 녹음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생 각이다. 매 앨범마다 한 곡 이상의 리메이크 곡을 수록해 온 나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번의 경우는 예상 밖의 특이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스태프들이 들고 다니던 CD 꾸러미에서 그걸 발견해 뒤늦게 결심하게 되었다. 특히 한 때 헤비 메탈 밴드라 불렸던 그룹의 곡을 리메이크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곡이 데프 레퍼드라는 밴드의 대표곡 혹은 아주 잘 알려진 히트곡은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더욱 매료시켰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마음껏 창작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고, 예를 들면 노래에 실제 연주로 된 오케스트라 편곡을 입히고 보컬에도 성가대 합창 비슷한 것을 추가하는 식으로 말이다. 원곡도 좋았지만, 내가 전혀 새롭게 빚어낸 재해석 버전도 맘에 든다. 이게 데프 레퍼드 노래였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그냥 있는 그대로만 듣고 즐겨준다면 좋겠다.
팬들이나 주위 사람들 혹은 어떤 사건을 통해 당신이 가장 감동받고 또 흥분된 기억이 있다면?
나는 내가 팬들과 매우 남다른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그러니 어느 한 팬을 꼭 집어내서 최고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게 저마다의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나의 어떤 곡이 영향을 끼쳤고 또 저런 상황에서는 이 노래가 용기를 주었다는 식으로 반응을 보인다. 내게 있어 팬들은 하나의 대가족과도 같은 의미이다. 내게 너무나 소중하다.
지난 ’99년에 방문한 후,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리고 바로 내일 공식적으로 한국 팬들과 만남을 갖기로 되어 있는데, 팬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잘 모르겠다. 다 비밀이다. 내일까지 기다려달라. 그 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것이다. 한국에 다시 오게된 것도 너무 좋고, 내일 팬들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그 역시 너무나 흥분된다. 전에는 내가 어느 나라를 방문하는지 혹은 내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에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그저 끌려다녔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을 내가 선택하고 주도할 수 있어 더욱 좋다. 내일은 내가 가진 많은 것들을 최대한도로 여러분께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기자회견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그녀는 퇴장하는 도중에도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고 역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같은 특유의 손짓과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후로 몇몇 매체와의 개별 인터뷰가 있었고, 저녁 늦게 스케줄을 마쳤다고 한다. 한편 호텔 로비를 어슬렁거리던 트레이에 의해 발견된 팬 몇십명은 머라이어와의 ''깜짝 심야 데이트''에 초빙되는 행운을 안기도 했다고 한다. 몇 명씩 그룹을 나누어 그녀의 방으로 초대되어, 담화를 나누고 사인을 받고 혹은 가벼운 포옹과 악수를 나누었다는 일은 팬들 사이에서 이미 전설이 되어 버렸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었다.
Fan Meeting
나중에야 알려진 일이지만, 이 팬 미팅 행사가 있기 전, 모 TV 방송국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그녀가 게스트로 선 일도 언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미군 장갑차 사건으로 인해 극에 달한 반미의식이 작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역시 스포츠 신문 지상을 통해 먼저 알려진) 몇몇 국내 인기 가수들의 지적 역시 감정적인 면이 적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프로모션 투어차 방한한 것이기에 라이브는 않겠다는 머라이어 진영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음 일정으로 잡힌 브라질 투어에는 라이브 공연이 포함되어 있었다. 애초부터 그렇게 계획이 잡힌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 방문은 본디 일주일간 머물기로 한 일본 홍보 행사 일정을 할애해 아주 힘들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확실히 온다고 결정난 것이 불과 며칠 전이었고 이 정도로 큰 가수를 국내에 들인 일도 별로 많지 않았던 탓에 준비하는 측에서도 곤란을 겪었던 것 같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충 참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전에 통보된 ''준비 품목과 요구 사항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따지고 들어가는 스타도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팝 스타들의 요구사항 리스트를 모아 놓은 사이트도 있질 않던가. 거길 보면 정말 가관인 스타들도 적지 않다. 생수 브랜드와 조명 위치 무대 장치 정도는 ''새 발의 피''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 말고도 10명 가까이 되는 현지 스태프들이 다소 과잉 충성하는 바람에 매사가 좀 뒤틀리기는 했다. 사전 녹화로 진행된 TV 쇼 프로그램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팬 미팅 또한 그들의 ''한국적 상황'' 이해 부족이 좀 심했다. 하지만 찍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한사코 셔터를 눌러대고 심지어 핸드폰으로 영상을 전송해댄 일부 팬들의 약속을 저버린 행동으로 인해 행사 자체가 자꾸 지연된 점에는 유감을 표명하고 싶다. 현지 스태프들에 의해 행사 자체의 취소설까지 논의되었다고. 하지만 결국 막은 올랐고 그녀는 단 위에 섰다. 본디 5시에 시작되려다가 6시 25분이나 되어서 막 올린 비운의 팬 미팅이여.
“안녕하세요?”
행사 자체가 KMTV를 통해 녹화 방영될 것이었기에, VJ 이원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고, 무대에 오르자마자 그를 통해 귀엣말로 엿들은 한국어 발음치고는 매우 능숙한 한국어 인사가 머라이어 그녀가 내뱉은 첫 대사였다. 팬들의 장기 자랑이 끝나고도 한참 뒤에 시작된 것이었지만 지쳐 온 몸을 배배 꼬던 모습은 간데 없이 팬들은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 몸짓 하나 하나에 적극적이고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든 팬의 모습에도 매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시 돌아오게 되어 너무 행복해요. 그간 큰 성원과 지지를 보내준 일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팬들과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라 정말 좋군요. 공항에서부터 너무나 큰 환대를 베풀어준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 열기와 열정이 바로 와 닿았어요.”
이어 팬들이 준비한 선물을 증정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양손에 안기에는 너무나많아손수레를 이용해 끌고 나와야 했던 그 선물들을 보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집에 팬들이 준 선물을 모아놓는 방이 있어요. 하나하나 다 풀어보고 거기에 잘 보관해 놓을 것이고, 웹사이트에 사진도 올려놓을 테니 나중에 확인해 보세요.”
선물 몇 개를 즉석에서 풀어보던 그녀가 한과 세트를 발견하자 “이게 한국식 케이크냐? 나보고 살 찌라고 그러는 거냐?”고 반문한 일은 장내에 폭소를 자아냈다. 앞서 거행된 머라이어 모창 및 립 싱크 경연대회에 참가했던 팬들을 무대로 불러 올려 한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어 팬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답을 해주는 ''즉석 Q&A'' 순서가 이어졌다.
앨범 수록곡 중 ''Clown''이라는 곡이 있는데, 누구를 향해 부르는 노래인가?
앨범에 담긴 개인적인 노래들 중 하나다. 꼭 누구를 지칭해 말했다기보다, 그냥 전 세계에 사는 수많은 광대 같은 사람들을 지칭한 것이라고 보아주면 좋겠다. 아주 웃긴 사람들 말이다. 사실은 여러분들을 위한 노래다. (웃음)농담이다.
몸매가 너무 좋은데 비결이 무엇인가?
아주 좋은 질문이다. (웃음) 하지만 나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그저 “고맙다.”고만 답하고 싶다.
뛰어난 가창력을 유지하고 또 목소리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달라.
늘 노래한다, 그게 묘책이다. 어머니가 오페라 가수지만, 특별히 무슨 훈련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노래가 내 인생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한 공연을 가질 계획은 있나?
내년 5-6월 경에 월드 투어가 계획되어 있다. 그 때 다시 와서 정식으로 공연을 하는 것을 협의중이다. 나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염려 말고!
이어 그녀에게 띄우는 공개 팬 레터가 낭독되었고 팬들이 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Through The Rain'' 후렴 몇 소절에 그녀는 몹시 감동한 듯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팬 미팅의 마지막 순서는 ''Through The Rain''의 실연 무대였다. 무대에는 피아노 한 대와 흑인 여성 셋으로 구성된 코러스 그리고 마이크 한 대 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비록 립 싱크로 노래하긴 했지만 면전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300여 명의 행운아들에게 그날 밤은 그야말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Exclusive Interview
오이 사이트 클럽 스테이션(http://www.oistation.co.kr/club/main.asp)에 위치한 [머라이어 캐리] 클럽을 위시해, [다음(Daum)]과 [프리챌(Freechal)] 카페 회원들까지 함께 질문지 작성에 참여해주어 이미 무기는 든든했다. ‘돌격 앞으로!’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뺄 거 다 빼고도 70개가 넘는 쓸만한 질문들이 수집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정들이 하나같이 뒤로 미루어지고 비행기 탑승 스케줄은 2시간이나 앞 당겨진 바람에, 애초 예정되었던 30분간의 인터뷰 시간 배정은 (예상대로)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약간의 협상이 진행된 끝에 결국 정확히 10분의 시간이 허락되었다. 그런데 그 중 3분은 어중이 떠중이들이 기념 사진 촬영을 하겠다고 몰려드는 통에 잘라먹혀 버렸다. [oimusic]과의 인터뷰를 마치는 대로 바로 공항으로 떠나야 하는 형편인 것을 이해해 달라기에 뭐라 군소리도 못했다. 독점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했다. 결정적으로 음반사 직원들은 이미 파김치가 되어 있어서 뭐라 한들 더 놀라거나 충격받지도 않을 것이 분명하다. 미리 마련된 조용한 방을 찾아 들어갔다. 그녀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맞아주었다.
동경 시부야에서 있었던 뮤직 비디오 촬영이 많은 화제를 낳았다고 알고 있다. 두 번째 싱글 ''The One''을 위한 것이라 들었는데, 먼저 일본 방문 당시의 이야기와 촬영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그리고 그 곡을 두 번째 싱글로 삼은 까닭은 무엇인가? 한국계 미국인 조셉 칸(Joseph Khan)과의 작업은 즐거웠는가?
조셉 칸과 나는 그간 수차례나 뮤직비디오 작업을 함께 하기 위해 서로의 스케줄을 조정하고 또 이런 저런 협상을 거쳐왔었다. 하지만 근 4년간, 매번 안타깝게 수포로 돌아갔던 것이 이번에야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그와의 작업? 정말 근사했다. 사실 아직 비디오 촬영 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어서 내용이 어떻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좀 이른게 아닌가 싶다. 12월 중순 경 뉴욕으로 돌아가 작업을 속개해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그리고 두 번째 싱글로 ''The One''을 결정한 것은, 주위 측근들이 그 노래가 ''Through The Rain''과 여러모로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곡이라 추천해 주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업템포 곡이기도 하고, R&B적인 느낌도 강해서, 흑인 음악을 전문으로 트는 라디오 방송국에서도 반응이 좋으리라 생각했다. 일본에서의 촬영 과정은 의외로 난관이 많았다. 무엇보다 미리 알고 몰려든 팬들이 만 명 이상 되어 일본 경찰들과도 약간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경호원들 역시 매우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던 것이 사살이다. 그렇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motions] 앨범 이후에 꾸준히 이어졌던 첫 싱글 정책이 이번에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 공교롭게도 그간은 늘 한 단어의 업템포 곡이 항상 앨범의 첫 번째 싱글이었던 것이 생각나서 하는 말이다.
내 첫 앨범의 첫 싱글이 무엇인지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 발라드 넘버 ''Vision Of Love''였다. 이번에 발라드 곡 ''Through The Rain''을 첫 싱글로 삼은 것 역시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면 좋겠다. 데뷔 앨범 시절이 그러했듯, 이번에 나는 내 음악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게다가 ''Through The Rain''은 지극히 개인적인 가사를 담은 곡이어서 이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곡이 전하는 메시지나 희망을 노래한 점 등이 특히 그러하다. 다행히 팬들도 그런 면을 이해해주고 또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시니 고맙기 이를 데 없다. 참 놀라운 일이다.
팬들이, 특히 대개의 한국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앨범으로 [Butterfly]가 손꼽히는데 머라이어 본인이 최고로 뽑거나 혹은 자주 듣게 되는 자신의 앨범이 있다면?
아! 그런가? 영광이다. 하지만 이제 내 베스트 앨범은 [Charmbraclet]이다. 사실 그 전까지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했던 앨범이 [Butterfly]라는 사실과 비교해 볼 때,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 앨범을 통해 최초로 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를 획득했고, 앨범 타이틀도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정했던 것이다. 나비 상징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부터가 아니었던가. 이번 신보는 내가 내 인생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 구태여 말하자면 [Butterfly Part. 2] 앨범 정도로 평가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수록곡 가운데 ''Sunflower For Alfred Roy''라고 아버지께 바친 노래가 있는데, 아버지 알프레드(Alfred Roy Carey)가 지난 여름 작고한 이야기는 이미 들어 알고 있다. 그 곡을 만들게 된 배경을 알고 싶고, 또 해바라기를 보면 아버지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음. 지난 7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너무나 슬펐다. 해바라기는 부모님이 결혼 초기부터 함께 길렀던 화초들 중 하나였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랬던 것이라 그 당시에는 이 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임종을 앞둔 그를 보기 위해 병원에 갔을 때, 무슨 꽃을 사가지고 가면 좋을까 미리 물어봤던 적이 있다. 평소 꽃가루 알레르기를 심하게 앓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는 해바라기를 추천해 주었다. 그래서 방 안을 가득 채울 만큼 잔뜩 사가지고 갔더니 매우 기뻐하셨다. 그래서 이번에 ''Through The Rain'' 뮤직 비디오 후반부에 등장하는 교회 장면에도 해바라기 꽃을 사용했다. 아버지에 대한 추모의 정을 담은 것이다. 그래서 늘 해바라기 꽃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Sunflower For Alfred Roy''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정을 담은 곡이다.
이번 새 앨범에는 ''Heartbreaker'' 같은 기존 머라이어 스타일의 업템포 곡이 제외된 대신, 그루브(groove) 감이 넘치는 미디움 템포 소울 넘버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게 된 까닭이라면?
캠론과 함께 작업해 이번 앨범 두번째 곡으로 실린 ''Boy(I Need You)'' 같은 경우, ''Heartbreaker''와 거의 같은 리듬 트랙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 업템포 트랙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제이 지(Jay-Z)가 게스트 래퍼로 참여한 ''You Got Me'' 역시 업템포 곡이다. 저메인 듀프리가 완성한 ''You Had Your Chance'' 역시 비슷한 느낌의 곡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는 그 외에도 많은 다른 느낌의 곡들이 함께 들어 있고, 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미디움 템포 그리고 발라드 성향의 곡들로 꾸며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앨범 전체를 차근차근 다 들어보면 보다 다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업템포 곡들도 많다.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와 ''Yours''를 불렀다고 들었는데, 이번 앨범에는 당신 혼자 부른 솔로 버전만 실렸다. 듀엣 버전은 아주 사장된 건지? 아니면 B 사이드 싱글로 실리는지?
그렇다. 그 곡은 일종의 리믹스 버전으로 간주해 다음 번에 ''Yours''를 싱글로 발매할 때 함께 수록할 계획이다. 곡 자체도 좋지만, 그와 함께 한 버전도 아주 훌륭하다. 싱글 발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 토크 쇼 [오프라 원프리(Oprah Winfrey)]에 출연해 ''My Saving Grace''를 열창했다고 들었는데, 2집 앨범에 담겼던 ''The Wind''를 생각나게 하는 가스펠 곡이다. 가스펠 곡이라는 점으로 인해 생각난 건데, 분명 당신도 종교를 가지고 있고 또 그래서 기도도 열심히 할 것으로 믿는다. 요즘에는 어떤 기도를 하며 지내나?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다양한 주제와 기도 제목을 가지고 기도를 하고 있다. 어느 한 가지를 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 ''My Saving Grace''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곡이고, 매우 영감이 뛰어난 곡이다. 내 믿음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앨범 가운데에서 특히 소중하게 여기는 곡인지라 그 쇼에 출연해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하던 도중 그 곡을 부르기로 했던 거였다. 설사 아직 내 음반을 구입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그 곡만큼은 꼭 들어봐 줬으면 했다. 내게 아주 중요한 곡이다.
다시 또 성탄 시즌이 돌아왔는데, 당신 노래 제목처럼 이번 크리스마스에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은 무엇인가(What Is ''All You Want For Christmas'')?
일단 만사를 제쳐놓고 휴가를 가질 계획이다. 팬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스키도 타러 갈 계획이다. 흥겹게 축제를 즐기며 휴가 기간을 보낼 작정이다.
oimusic 2003년 01월호 양중석
Mariah Carey 정말 그녀에게서 모든 시련의 폭풍우는 다 지나간 것일까?
이제 그녀에게 몸매 드러나는 원피스만 입으라 종용할 사람은 없다. 그 때문일까? 한 밤중 군것질도 마다 않아, 바디 라인도 예전 같지 않다. 제 아무리 포토숍 기술이 발전해도 이제 [#1''s] 앨범 재킷 느낌의 이미지 창출은 힘들게 되었다. 그녀를 정상에 올린 스탠더드 팝 디바 노선에 결별 선언한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옥타브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카랑카랑한 진성 고음도 이제는 지난 음반 속에서만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이 부르는 노래 가사에서처럼 ''무지개''를 발견할 것을 믿어 준 팬들로 인해 그녀는 재기의 날갯짓을 시작하게 되었다. 2002년이 다 저물어 가는 12월 초 공개되는 ''새 부대에 새 술'' 신보 [Charmbracelet]이 그 결정판이다. 이제 그녀의 ''제3막''을 이야기해보자.
"산다는 게 어떤건지 잘 모르겠어요. 전 지금 제 삶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점 만큼은 여러분들도 잘 알아주셨으면 해요. 휴식이 필요함을 절감합니다. 그래서 전...이제 한 인간으로 돌아가...휴식을 취할 거에요."
잠적 직전 그녀가 직접 공식 홈페이지(http://www.monarc.com/mariahcarey)에 남긴 메시지 중 일부다. 정말 그랬다. 1970년 5월 27일생 뉴욕 토박이인 머라이어에게 지난 2001년은 서른 고개를 갓 넘긴 자수성가형 아티스트인 그녀로서도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시기였다. 전 남편의 쉴 새 없는 태클이 끊이지 않은 일도 이미 그녀 혼자 견뎌내기에 버거운 수준이었다. ''Loverboy'' 그리고 ''I''m Real'' 사이에 벌어진 샘플링 도둑질 시비는 최근 토니 브랙스턴과 제이 지 사이에서 오간 논쟁과 매우 흡사한 양상을 띠고 있었다. 이에 관해 어브 고티와 자 룰이 힙 합 매거진 [XXL]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진실에 가까운 답변을 주기도 했다. 심리 불안정과 과로로 쓰러진 그녀는 결국 [Glitter] 관련 홍보 활동을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접게 되었다.
묵은 때를 벗기고 새롭게 몸담은 [EMI]와의 밀월이 사운드트랙 앨범 [Glitter] 그리고 첫 영화의 총체적 실패로 파국을 맞았다.
지난 1월 말, [EMI]와 결별한 그녀가 2월 3일 개최된 [슈퍼보울] 결승전에서 미국 국가 ''The Star Spangled Banner''를 부른 것은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 찬 휘트니 휴스턴의 버전과는 사뭇 다른 그러면서도 그 어느 해의 것보다 독창적인 러브 발라드로 변모된 곡을 들고 나온 점도 그러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녀가 단순히 스케줄 펑크 내지 않기 위해 그 자리에 선 것이 아니라는 사살이다. 그녀가 자신이 출연한 두 번째 영화 [Wisegirls]의 시사회가 벌이진 [선 댄스 영화제]에 참석한 일도 바로 그 즈음이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이 갈 길을 정해 놓은 상태였기에 지난 해와 같은 흔들림은 겪지 않아도 좋을 만큼 충분히 강해져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이후 그녀의 거취를 놓고 이런 저런 추측이 분분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그녀가 (예상대로)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휘하의 거대 레이블 [아일랜드/데프 잼(Island/Def Jam)]에 적을 두게 된 일이 공식 발표되었다. [콜럼비아] 시절 [Crave] 레이블을 창립해 얼루어(Allure)를 발굴, 프로듀스했던 것처럼, 이번 계약에는 머라이어 자신의 레이블 [모나크(MonarC)]를 가진다는 조건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군주 혹은 주권자라는 뜻을 가지는 ‘monarch’라는 단어는 제주 왕 나비를 지칭하기도 한다니, ''나비 부인''이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그녀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명이다. 제이 지, 자 룰, 아산티 등을 레이블 동료로 가지게 된 만큼, 앞으로 펼쳐질 작업이 훨씬 더 검고 거칠어질 것은 자명해 보였다. 여러 음반사의 러브 콜과 물밑 협상이 진행되던 와중에도 그녀는 음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4월 말 경, 홈페이지에 공개한 음성 메시지를 통해서도 “녹음 작업 및 제반 사항으로 인해 훨씬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모든 일이 정말 잘 풀리고 있습니다.”라 말했다. 그렇다. 그녀는 분명 “바쁘게 지내고 있고, 일이 잘 풀리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 벌어지는 음반업계의 정치적 풍랑 속에서 중심을 잃고 표류했던 그녀, 지쳤으니 쉴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던 그녀가 바쁜게 좋다니? 그녀 뿐 아니라 수많은 측근과 골수 팬들이 왕왕 해온 말들을 통해 이 아이러니한 진술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그녀가 정말로 사랑하는 일은 스튜디오에 틀어 박혀 ''곡을 만들고 녹음하는 과정'' 쪽이라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녀 역시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인지라 흥행 여부 또한 무시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녀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엔터테이너(entertainer)라기 보다 아티스트 혹은 뮤지션에 가깝다고 느끼고 또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한지 오래였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어디 그렇던가. 앨범 작업에 한창이어야 할 지난 여름, 그녀를 둘러 싼 두 가지 소식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하필 둘 다 그리 좋은 일들은 아니었다. 우선 그 첫 번째가 지난 7월 4일 그녀의 아버지 알프레드 캐리(Alfred Roy Carey)가 사망한 일이다. 그녀는 지병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임종을 곁에서 지키기 위해, 녹음 작업이 한창이던 이탈리아 카프리 섬을 떠나 뉴욕으로 돌아왔다. 세살바기 어린 시절 그녀를 버린 사람이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였던가 보다.
두 번째 악재는 래퍼 겸 영화 배우 에미넴과의 결별 소식이, 에미넴의 측근 J. R. 왓킨스가 펴낸 [Cleaning Out My Closet]을 통해 세상에 낱낱이 공개된 일이다. 한 걸음 더 나가 그는 삼류 언론 매체 [National Inquirer]와의 인터뷰에서 “머라이어는 에미넴이 딸과 보내는 시간들을 질투하였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녀의 대변인은 ‘이건 말도 안 되는 우스운 일’이라 일축했지만 절대적인 인기를 구가중인 에미넴과 관련된 사안인지라 아무래도 피해자는 머라이어 쪽일 수 박에 없었다. 에미넴은 디트로이트의 한 라디오 방송국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나에 대한 책을 쓰는 사람들은 결국 쓰레기 트레일러 주택으로 돌아가게 된다.”라고 말해, 사태를 진정시켰다. 이 부분에 관한 서로의 이해 관계가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둘이 서로 무관한 사이가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로 이번 신작 앨범에 일곱번째 트랙으로 들어앉은 ''Clown''은 도입부에도 “넌 우리가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말아야 했어.”라는 가사가 등장하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곡을 프로듀싱한 인물이 에미넴의 측근인 닥터 드레라는 사실.
계절이 바뀌고 영화 제목처럼 ''뉴욕에도 가을이 찾아올 무렵'', 머라이어 캐리의 새로운 싱글 ''Through The Rain''이 MP3 파일의 형태로 먼저 인터넷에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 공개된 것은 라디오 방송 내용을 리핑(ripping)한 조악한 음질의 것이어서 재고의 가치도 없었지만, 신곡에 애타하던 팬들에게나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깎아내리려 드는 안티 세력 모두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 10월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소위 ''CD 음질''이라는 단서가 붙은 고음질 파일이 나돌기 시작했다. 당연히 CD 음질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그래도 단 한 번을 듣더라도 바로 “전형적인 머라이어 캐리 표 파워 발라드로구나.” 하는 생각을 접지 못하게 만들 정도는 되었다.
최근 맷 데이먼(Matt Damon) 주연의 첩보물 [본 아이덴티티(Bourne Identity)] 사운드트랙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 키보디스트 겸 작곡가 라이오넬 콜(Lionel Cole)과 머라이어 캐리 본인이 직접 작사・작곡에 열성을 다해 완성한 ‘Through The Rain’은 그야말로 혼신을 다해 노래한다는 느낌을 주는 보컬 파트를 동반하고 있었다. 배리 매닐로(Barry Manilow)의 1981년 톱 텐 싱글 ‘I Made It Through The Rain’를 기억하는 올드 팝 팬들에게도 어필할 가사들이다 . 하늘을 뚫을 듯 질러대던 고음 가창을 그리워하던, 초기 팬들에게는 너무나 반가울 건강한 소리들을 뽑아냈다.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준비하는 브리지 부분 ‘Don''t hesitate, stand tall and say’이 특히 그렇다. 그 10초 동안, 그녀는 자신의 컴백을 다름 아닌 ‘음악’ 그 자체를 통해 알리고 있다. [Butterfly] 이후 가장 개인적인 앨범이 될 것이며, 자신의 음악사에 있어서도 일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던 그녀의 말이 더욱 와 닿는다.
‘Through The Rain’의 싱글 차트 성적이 궁금하다고? 라디오 방송국에 서비스된지 한 달 가량 시간이 지났음에도 지난 11월 중순께 [빌보드] 어덜트 톱 40 차트에서 17위에 진출한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최근 컴백한 중견 여성 싱어들의 첫 싱글이 죄다 힘에 부친 모습을 보였던 것에 비추어 보면 아직 속단은 이르다는 생각이다. 미국 현지에서 있었던 신보 청취 모임(Listening Session)에 참가했던 매체 관계자 및 평단 역시 바로 전작 앨범인 [Glitter]의 경우 ‘Last Night A DJ Saved My Life’와 같은 몇몇 곡에만 국한되었던 호평을 앨범 전반에 거쳐 쏟아냈다. 죄다 측근만 모아놓아 팔이 안으로 굽은거다 싶어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타사 아티스트 토니 브랙스턴의 몇 마디가 힌트가 될 것이다.
“저는 아샨티(Ashanti) 스타일의 힙 합/R&B 트랙도 아주 좋아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머라이어 캐리야말로 그 방면에 있어 선구자죠. 다들 그녀의 단점만 논하려 들지만, 그 이면의 것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쉽게 잊으려 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미 ’90년대 중반에 래퍼 올 더티 배스터드(Ol'' Dirty Bastard)와의 듀엣으로 완성한 리믹스 싱글 ''Fantasy''를 한 번 상기해 보라고요. 다들 대체 그녀가 제 정신인가 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경향이 너무나 자연스럽죠. 전 이제 그 때 그녀의 의중이 어땠는가 이해할 수 있게 되 었어요. 정말 잘 하고 있어요. 머라이어. 앞으로 계속 매진하길!”
리믹스 트랙 제작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 심지어 제목만 같은 전혀 별개의 곡을 탄생시켜오기까지 한 그녀가 이번 [Through The Rain] 싱글 CD 앨범에 담은 곡은 오리지널 버전을 포함해 모두 4곡이다. 전형적인 클럽 버전 댄스의 믹스도 일품이지만, 켈리 프라이스(Kelly Price) 그리고 조(Joe)가 피처링한 R&B 리믹스는 또 그 나름의 매력을 물씬 풍긴다. 동부 힙 합의 제왕 제이 지와 환상의 콤비 플레이를 선보여 온 비트의 연금술사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가 프로듀스했다. 예전 ''Breakdown/The Roof'' 그리고 ''I Still Believe''의 싱글 리믹스 버전에 필적하는 참신함과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 11월 중순, 호주 [HMV] 세일즈 차트에서 2위로 데뷔했고, 필리핀에서는 4주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영미 지역을 제외한 여러 국가에서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11월 하순 1주일간의 장기 프로모션 행사가 확정된 일본 역시 거의 축제 분위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1월 첫주 에어플레이 차트 5위에 올라서는 등 서서히 반응이 나타나고 있어 소문만 무성한 11월 말 내한설이 실현될 경우 엄청난 파급 효과를 자아낼 것이 분명하다.
리믹스 싱글의 우수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키치(kitschy)한 감이 없지 않았던 머라이어식 뮤직 비디오 노선은 이번에 성큼 업그레이드되었다. [HBO]를 통해 절찬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시리즈 [The Sopranos]에 출연 중인 제이미 린 시글러(Jamie-Lynn Sigler)가 주연으로 나선 단편 드라마를 삽입해 뮤직 비디오계의 명장 데이브 마이어스(Dave Meyers)가 지난 9월 29일-30일 양일간 촬영했다. 일단 머라이어에게 노래와 연기를 모두 맡기지 않은 점이 전과 다르고, 간간이 모녀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장면들을 삽입해 차별화를 꾀했다. 아울러 [MTV] 시청자 들을 사로잡아온 데이브 특유의 색감과 화면 처리가 돋보인다.
정규 앨범이 제이다키스(Jadakiss)가 함께 하는 보너스 트랙 ''Miss You''까지 끼워넣어 지난 11월 하순, 일본에만 먼저 발매된 일은 잊기로 하자. 우리도 그들만큼 CD 많이 팔아주면 메이저 직배사 본사 측에서 먼저 한국 팬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려 들테니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신보 [Charmbracelet]은 12월 2일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된다고 보면 되겠다. 우리 나라에 공개되는 것은 12월 3일이지만, 지구가 둥글어 시간차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나마 원래 내년 초 발매하는 것으로 했다가, 12월 10일로 앞당겨 지더니 거기서 또 일주일이나 당겨진 셈이다.
“현명하게 처신하는 것, 그것은 제게 늘 개인적이고 감상적인 면에서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타인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개인의 일부인양.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해주는 동기도 되고, 그래서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거요. 마치 노래처럼 말입니다. 팔찌는 이 많은 감정들을 포괄해, 하나의 앨범을 완성하게 하는 기본적인 토대를 나타냅니다.”
앨범 타이틀을 ''charmbracelet''으로 한 연유에 대해 궁금해 할 사람들에 위한 머라이어 본인의 설명이다. 모두 15트랙이 수록된 신작 앨범은 우선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사운드를 지향한 점이 먼저 귀에 감지된다. ''Through The Rain''은 말 할 것도 없다. 저메인 듀프리 특유의 뇌쇄적인 리듬 트랙과 머라이어 특유의 중저음 가성 창법이 만나 중독성 만점의 미드 템포 힙 합 넘버로 탄생한 ''The One''은 R&B/힙 합 팬들에게 더 잘 맞을 곡이다. 저메인은 이 곡 외에도 리드미컬한 발라드 ''You Had Your Chances''를 함께 작업해 완성해 놓았다. 머라이어와는 유독 발라드 트랙을 함께 작업한 일이 더 많았던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가 선사하는 또 한 곡의 슬로 넘버 ''Yours'' 역시 단번에 그 녀 스타일의 곡임이 감지된다. 그녀의 솔로 버전 외에 저스틴 팀버레이크와의 듀엣 버전도 함께 녹음되었는데, 이번 앨범에는 실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추후 싱글 B 사이드 트랙 정도로 공개될 공산이 크다.
수록곡 전부를 공동 작곡 및 프로듀싱한 머라이어가 특히 찰떡 궁합으로 생각하는 프로듀서 랜디 잭슨은 팝 발라드 ''I Only Wanted'' 그리고 가스펠 풍 발라드 ''My Saving Grace''를 작업했다. 후자의 경우 1991년 발표한 2집 [Emotions]에 담겼던 ''So Blessed''에 필적하는 호소력과 종교적 영감을 제공한다. 두 곡은 미국 프로모션 투어 당시 팬들로부터 가장 열화와 같은 반응을 자아낸 곡들이기도 하다. 역시 이들의 팀워크가 돋보인 ''Sunflower For Alfred Roy''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애잔한 가사가 일품이다. 한편 머라이어 본인의 개성이 더 강하게 부각되는 바람에 닥터 드레의 숨결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Lullaby'' 역시 속삭이듯 노래하는 그녀의 가창 스타일을 부각시켰다. 또 다른 닥터 드레 트랙 ''Clown''은 앞서 언급한 에미넴 관련 트랙으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전면에 내 세웠다. 세븐 오렐리우스(7 Aurelius)가 프로듀스 한 복고풍 소울 넘버 ''Subtle Invitation'' 역시 섬세하고 감미롭다.
세련미 만점 메탈 록 그룹 데프 레퍼드(Def Leppard)의 명반 [High ''N'' Dry](1981년, 폴리그램)에 담겨 히트한 ''Bringin'' On The Heartbreak''를 리메이크 한 부분에 이르면 입이 떡 벌어질 노릇이다. 곡이 히트한 당시 그녀는 12살에 불과했지만 이 곡에 대한 깊은 인상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밴드의 오리지널 음반이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다면 1995년 발표된 이들의 베스트 앨범 [Vault] 16번째 트랙을 확인해 보며 들어도 좋겠다. 세션 기타리스트 마이클 톰슨이 기타 파트를 담당하고, 기타 애드 리브 부분은 롭베 이컨(Rob Bacon)이 책임졌다. 데이빗 캠벨(David Campbell)이 스트링 파트의 편곡과 지휘를 책임져 풍부하고 감성적인 사운드를 구현한다. 저니(Journey)의 고전을 재해석한 ''Open Arms''의 경우에서보다 훨씬 더 창조적인 면모가 엿보이는 파워 팝-록 발라드.
위에 언급되지 않는 나머지 몇 곡 정도가 그나마 리듬 파트가 두드러진 트랙들이다. 파티 댄스 넘버라든가 업템포 트랙이라 하기에는 뭐하지만. 무척이나 익숙하게 들리는 샘플링을 사용해 친밀감을 한층 더한 ‘Boy(I Need You)’ 이야기부터 해 보자. 올해 7월 싱글 차트 4위까지 진출한 ''Oh Boy''의 일부가 삽입되었다. 캠론(Cam''ron)이 주엘즈 산타나(Juelz Santana)를 게스트 보컬로 맞아들여 완성한 원전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Boy’ 혹은 ‘Oh Boy’ 부분을 반복해 사용했다. 랩 세션도 캠론을 들여 진행했다. 당연히 중독성 만점의 힙 합 트랙이 완성된 것이다. 역시 저스트 블레이즈가 프로듀싱하고 제이 지가 랩 보컬 파트에 기꺼이 참여한 ''You Got Me''는 아기 목소리 비슷한 음성을 내는 [라카펠라] 레코드의 샛별 프리웨이(Freeway)가 담당한 보컬 연주가 곡 분위기를 살리는데 한 몫 톡톡히 했다. 아이스 큐브, 맥 텐(Mack 10) 그리고 WC로 구성되어 지난 1996년 싱글 ''Bow Down''을 히트시킨 프로젝트 힙 합 그룹 웨스트사이드 커넥션(Westside Connection)을 게스트로 들여 데미자(Damizza)가 프로듀싱한 ''Irresistible'' 역시 나름대로 경쾌하고 비트감이 살아 있다.
“저는 지금 최상의 상태입니다.”
캐리가 [뉴스위크(Newsweek)]지에 밝힌 내용이다. 남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스스로의 페이스에 맞춰 나갈 것을, 지난 워크아웃 사건을 통해 깨달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걸까? 지나치게 머라이어 캐리적인 색깔이 강하다. 아티스트가 자기 색깔을 확실히 가지는 것만큼 바람직한 일이 어디 있겠나 싶기는 하지만, 조금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고집을 강하게 부렸기에 노파심을 지울 수 없다. 그녀가 자신의 의지를 펼쳐나가고 장수하려면, 이번 앨범이 상업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 받아줘야 하리라는 것은 그녀 자신이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정말 그녀에게서 모든 시련의 폭풍우는 다 지나간 것일까? 다시 한 번 되뇌어 보고픈 말이다.
첫댓글 through the rain.도 훌륭했지만 갠적으로 ''Bringin'' On The Heartbreak''를 넘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