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렇다 할 일도 없이 하루가 훌쩍...
2024년 4월 18일 목요일
甲辰年 음력 삼월 초열흘날
오늘 아침엔
영상 3도, 제법 쌀쌀하다.
며칠 내리지 않았던 서리가
또다시 내려 지붕이 하얗다.
4월도 중순의 끝자락 무렵인데
아직까지 서리가 내린다고 하면
다른 고장 사람들은 믿지않는다.
믿거나 말거나 이기는 하지만...
이곳 산골에는 5월 중순까지도
서리가 내리는 특이한 고장이다.
이렇게
아침은 봄을 시샘하는 듯하지만
햇살이 퍼지면 이내 봄날의 모습...
밭가와 둘째네 앞뜨락엔 진달래꽃,
막내네 데크 옆쪽에는 주인도 없이
하얗게 핀 목련꽃이 예쁘다기보단
촌부 눈엔 쓸쓸하고 외롭게 보인다.
세상 모든 것은 보는 사람의 관점,
생각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이겠지?
어찌되었거나
오지않을 듯한 봄이 산골에 왔다는
사실이 이 촌부에겐 중요한 것이다.
다만 여지껏 훼방꾼이 머물고 있어
본격적인 텃밭농사의 시작을 못함이
아쉬움이라고나 할까? 그 훼방꾼은
겨울의 긴 꼬리라고 할 수 있는 서리,
이놈의 찬서리 때문에 5월 중순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촌부의 텃밭농사...
그나저나
촌부의 일상은 딱히 이렇다 할 일도
없이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린 느낌...
가만 있어보자, 어제는 뭘 했더라?
아내와 함께 장에 가면서 택배 보내고
장을 보기전에 점심식사로 보리밥을
먹을까 싶어 청춘보리밥집에 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 밥이 떨어졌단다.
평창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밥집인데
저렴하고 맛도 좋아 이따금씩 가는데
하필이면 가는 날이 정말 장날이었다.
아쉽지만 돌아서서 짜장면으로 떼웠다.
어제 저녁,
한 여덟시쯤 되었을까?
마을 이장, 송이 아빠가 전화를 했다.
"형님! 뭐하셔? 어서 내려 오세요!"
카페 주차장에 몇 대의 자동차가 오는 것
같았다. 다시 전화하여 아내가 받았더니
"형수님도 함께 내려 오세요." 하더란다.
내려가보니 토박이 마을 주민이 거의 다
온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일인가 했더니
맥가이버 아우네 감자를 심고 함께 저녁을
먹고 이장 송이 아빠가 커피를 사겠다고
하여 모두 몰려온 것이었다. 형님, 형수님들,
아우, 제수氏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다들
24년전부터 우리와 정겹게 잘 지내는 분들...
이렇게 둘째네 카페 '날으는 구름섬'에서
마치 마을 주민 모임을 하는 듯 떠들썩했다.
좋다, 좋아~ 거의 대부분이 다 농부들이라서
농사 이야기, 마을 돌아가는 이야기로 한참
재밌게 대화를 나누며 놀다가 갔다. 고맙다.
이런 시간은 산골살이에서 좋은 활력소이다.
모두 돌아간 다음 이장 부부와 우리 식구들이
뒷풀이 삼아 소주 한 병을 비우고 헤어졌다.
참,
드디어 신차 예약을 해놓은 자동차가 다음주
나올 모양이다. 어제 딜러 한사장의 연락을
받고 자동차 구입대금 전액을 입금했다. 이번
자동차는 아들 녀석의 도움을 받아 구입한다.
하나뿐인 자식이지만 부모로서 너무 고맙다.
이번이 네 번째 자동차인데 지나간 세 대의
자동차를 구입했던 때보다 훨씬 더 설레이는
느낌이다. 지난 석달동안 자동차가 없어 많이
불편했다. 이따금씩 이서방 자동차를 빌려서
타긴 했지만 장거리 이동을 못하여 그랬었다.
산골살이에서 자동차는 필수 이동수단이라서
자동차 없이 지낸 지난 석달이 많이 답답했다.
그나마 다음주에 나온다고 하니 다행이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첫댓글
봄내음 가득한
집안 풍경이 싱그럽습니다
자동차 나오면 봄나들이 다녀 오세요
평화롭네요
진달래 목련이 이제 봄인듯 합니다 ^^
화사한 봄꽃의 대화처럼
왁자지껄 화기애애한
산골의 모습이 흥겹습니다.
신차의 기동력으로
더욱 힘찬 새봄을 맞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