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만나야 더 재미있을 건대, 그렇지? 그래 응, 미장원을 개업했어, 딸하고 배우면서
하니까 요즘 정신없이 바빠, 정길이 옆에 있는데 바꿔 줄까? 응? 놔두고 우리끼리
얘기 하자고? 호호호 그러자 꾸나, 지금 안 바쁜가 보지? 아, 괜찮다고? 어쩌면
목소리가 물 흐르는 소리 같다, 너무 듣기가 좋아, 그럼 정말이야, 호호호 잠깐만요,
지금 손님 왔으니까 조금 있다 다시 전화하자, 그래 얘! 언니 전화번호 좀 적어라,
조금 있다가 내가 전화할까? 아? 그래, 그러면 한두 시간 후에 전화하자.”
‘아주 입에서 침이 튀시네. 만나면 대단하지도 않겠어, 쉬지도 않고 저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게 신기하네, 나도 좀 하자고요, 그 여자 내 여자거든요, 가만 있자,
전화선을 방에도 연결해야 하는 걸 잊었구나, 아예 선을 사다가 지금 해 놔야지,
밤중에 몰래 전화하려면 흐흐흐.’
평양냉면집 덕분에 지금까지 굶지 않고 살아온 것이 생각나서, 정길이 옛 직장에
얼굴을 내 밀었다, 아버지는 차후에 인사를 하겠다고 했기에, 자기라도 인사를 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 식구들이 옛 고생하던 때를 벗은 다음에,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는 게 편할 것이라는 진혁의 생각이다, 시장에 가서 산 선물할 것을
양 손에 잔뜩 들고 성큼성큼 평양냉면 가게의 홀 안으로 들어간다.
“옥분이 누나 오랜 만이네요, 한참 안 봤는데 얼굴이 예전 보다 더 예뻐졌는데요?
시집가신 줄 알았는데, 예? 그 짱구 형하고 잘 안됐어요? 하하하하 뭐 누나는
미인이라 금방 새 임자가 생기겠지.”
“아니! 너 정길이가 맞는 거야? 세상에 왕자님이 따로 없네,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너무 멋있는 남자가 됐네, 형부 이리 나와 봐요, 정길이가 신사가 되었어요.
그리고 너 그놈, 그 사기꾼 같은 놈 얘기도 하지마라, 천불나니까 내 통장 훔쳐서
날은 지 한참 됐다, 그러고 보니 네 책임도 있어. 네가 그놈을 만나 달라고 나한테
졸라서 그렇게 된 거니까, 너 책임 질 거야?”
“그 거, 되게 나뿐 놈이었네, 파출소나 경찰서에 신고는 했어요? 아직 아무 소식
없어요? 아예 신고를 안 했다고요? 아니 왜?”
“잡아 봤자 뭐 하냐? 오만가지 정이 떨어지고, 돈도 이미 다 썼을 것이 뻔한데.”
“사장님 안녕하세요, 누나만 빼고 사람이 전부 바뀌었네요, 여기 이거 받으세요.
이거는 누나 꺼야, 그동안에 보살펴주셔서 우리가 살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바빠서 그냥 가시면서, 다음에 오신다고 하셨어요.”
“야! 너, 네가 정말 정길이라고? 아주 배우 찜 찌겠다, 아주 신사가 다 됐구나,
그래 네 어머니는 참 좋으시겠구나. 아들이 금의환향 했으니 말이다, 앉아라,
오랜 만에 왔으니 냉면 맛 좀 봐라.”
“형부, 나도 한 그릇 먹읍시다, 냉면 집에 근무하면서 냉면 맛도 제대로
못 보고 사니, 원.”
“그래, 너희들도 잠시 쉬고 이리 와라, 우리끼리 실컷 먹어보자, 면도 좀 많이
삶고, 꿩고기 다진 것도 많이 넣고, 돼지고기도 두툼하게 썰어라, 오늘 새로
삶은 수육도 듬뿍 내오고.”
“누나, 왜 그렇게 봐! 여기 앉아, 서 있지 말고, 아직도 짱구 형 때문에 내가
그렇게 미워?”
“너 참 많이 변했다, 얘, 다른데서 봤으면 알아보지 못 하고 그냥 지나가겠어,
사람이 어쩜 이렇게도 변할 수 있는지, 너를 보니 알 것 같기도 하다,
세월이라는 것이 무섭구나.”
옥분의 수다에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사장이 정길이로 인해
모처럼 한 턱 쓴 덕에 종업원들도 배를 두드리며 먹었다, 마침 오늘은 손님도
적어서 안성맞춤이었다.
“다음에 아버지 모시고 한 번 오겠습니다, 고향 사람이라고 많이 챙겨 주셨는데,
인사도 못 드렸다고 미안해하셨어요. 잘 먹었습니다, 강릉에 올라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올 게요.”
편물가게가 큰 가게로 짐을 옮기고, 새 기계가 들어오기 전에 미장원부터 개업을 해서
조금 한가해 지자, 정길이 편물공장을 들여다본다, 그간 내부를 손질하고 나서, 이제
시설을 하고 새 기계를 들여 놓느라, 사람들이 정신없이 일 하고 있다, 여주인은
내부시설을 손보느라고 아침부터 부산하다, 이제는 가게가 아니라 공장규모로
넓히는 것이 본격적으로 할 모양이다, 옷을 남자같이 입어서 중성 같은 느낌을 주는
주인여자가 정길에게 도움을 청한다, 다가와서 정길을 부르다 둘의 얼굴이 정면으로
마주치자, 깜짝 놀란 얼굴로 정길의 얼굴을 한동안 넋 나간 듯이 쳐다보더니,
머리를 흔들고 나서 열에 들뜬 듯, 빤히 쳐다보며 말 한다.
“정길씨 편물기 옮기는 것 좀 도와줄래요? 이게 구형이라 아예 치우고 그 자리에
진열장을 놓을까 해서요, 너희들도 와서 같이 들자, 이게 보통 무거워야 말이지,
자! 하나 둘, 조금 더 이쪽으로, 균형이 안 맞네, 다시요, 그래요, 이쪽만 들어줘요,
자! 받침목을 바칩니다, 좋아요. 다른 세 대도 끝을 냅시다, 정길씨 힘이 대단하네요,
네 대나 돼서 언제 다 옮기나 했는데, 아 휴, 고마워요, 남자 하나가 도와주니까
이렇게 쉬운 것을 나중에 한 턱 낼 게요.”
“뭘 한 게 있다고 됐습니다, 저쪽의 기계는 밖에서 비 맞아도 돼요?
아니면 또 옮겨야 하나요?”
“아니요, 내 친구가 내일 가져가기로 했어요, 비닐로 덮어두면 되요, 거기서 그
기계를 몇 대 쓰고 있거든요.”
전화를 은숙과 어머니의 통화 때문에 설치해 놓은 것 같아, 정길이 짜증이 난다.
방에 연결선을 이었더니, 아예 방으로 가서 한 두 시간씩 둘이 통화를 한다, 정길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하면 은숙이 휴식시간이 끝나서 안 되고, 저녁에는
두 사람이 온 종일 통화를 하니.
‘아주 두 여자가 하루라도 전화 안 하면 몸살을 하네, 이게, 진짜 나 보다 어머니가
더 좋은 건가? 나는 말을 할 기회가 없네, 하려면 툭 끊어버리고, 밖이라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면서 어머니 하고는 할 소리 못할 소리 다하고, 이번에 가면 은숙이
집에다 전화를 놔야 되겠어.’
“어머니 나도 걔 하고 말 좀 해요. 아니, 매일 전화하면서 대체 끝이 없어요?
할 말이 그렇게 많아요?”
“여자들은 이 재미가 세상사는 중에 제일 좋은 거야, 너는 이제 올라가면 걔를
시도 때도 없이 볼 텐데, 그렇게 못 참아? 그러지 말고 오늘이라도 얼른 가서 한번
데려오기나 해라, 얼굴 좀 보자.”
“아이고 졌습니다, 그런데 편물점 여자는 나이가 얼마 안 돼 보이던데 돈 많이 버나
봐요, 기계가 이렇게 많은 편물점이 없던데, 결혼도 안 한 것 같고, 저 여자도 나 같이
집에서 가장 노릇 하나 봐요.”
“부모 없이 두 동생을 수발하고 있다더라, 시집 갈 생각도 않고 옷을 항상 작업복을
입어서 그렇지, 제대로 입으면 양귀비보다 더 예쁠 거다, 한번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보니까 정말 예쁘던데, 여자가 무슨 무술인지도 한다고 하고, 남자에게는 관심이
아예 없는 가보더라.”
정길이 어머니에게 양보를 얻어, 은숙과 겨우 통화를 하고 있는데, 그 새 쫓아 들어
온 어머니의 보채는 소리에 질려 전화기를 어머니 손에 들려주고는 방을 나선다.
벌써 삼 일째 새 기계를 설치하느라고 부산한 편물가게, 이제는 공장이라고 해야만
하는 곳을 들어가서, 기계설치하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여 주인이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어제보다 복장이 조금 여성스러워져 있다, 머리도 단정히 빗어 넘기고,
자세히 보니 얼굴 윤곽이 또렷한 것이 어머니의 말대로 미인이다.
“정길씨 요전에 기계를 옮겨주셔서 고마워서 저녁식사 대접하고 싶은데, 저녁에
시간이 되세요?”
“이제 집 주변의 정리가 다 끝나서 시간은 많습니다, 마는 뭘 그러세요?
안 그러셔도 됩니다, 하하하하 정 그러시면, 자장면이나 하나 시켜 주세요,
아주 지금 시키세요, 그렇지 않아도 출출하던 참 이거든요.”
“가게도 선뜻 바꾸어 주시고 가게세도 싸게 해주셔서 고마워서 그래요,
곧 올라 가신다는데 기회가 없잖아요, 잠깐 같이 나가세요, 저도 가게
문 지금 닫을 테니 저희 가게 앞으로 나오세요.”
여주인의 말에 정길이 무술 하는 여자라는 말을 조금 전에 어머니에게 들은 것을
기억하고는 그것이 문득 궁금해진다, 그 이야기나 들어보려는 심산으로 머리를
끄덕이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고, 이제는 공장인 편물점 앞으로 나간다,
이미 준비를 끝낸 여 주인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 걸을까요, 보트장 있는 곳으로 가다보면 경양식 하는 데가 있는데, 거기
음식이 맛이 있어요, 전번에 정길씨를 처음 볼 때 깜짝 놀랐어요, 제가 아는 사람하고
너무 닮아서 혼란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처음에 흘깃 보았을 때는 몰랐는데, 그저께
저녁에 다시 보고는 내가 혼란을 느낄 정도로 똑 같아 정신이 없었어요, 한참을 보고
나서야 착각이구나, 깨달았지요, 저기 보이네요. 먼가요?”
★내방에서 자료 더보기☜
![](https://t1.daumcdn.net/cfile/cafe/194FB54450088F461C)
첫댓글 즐감...
잘읽었습니다
즐감요
즐감합니다..
잘~~감상~~고맙습니다~~~
잘읽고갑니다.
즐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감입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요
즐감하고갑니다..
ㄳ ㄳ~~~~~~~~~~~~
감사합니다
즐감요^^다음편으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또 인연인가~~~?
즐감
즐감이여.....
즐감
즐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즐감~~~~~~~~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