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백산에서 발원하여 충주, 여주를 거쳐 흐르는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화천, 춘천을 거쳐 흐르는 북한강이
두물머리(=양수리)에서 합류한 후 팔당, 서울, 김포를 거쳐 서해안으로 이어진다.
팔당지역은 예로부터 물길이 험하고 수심도 깊어 물고기도 많이 잡히지만,
또한 조난사고도 많기에 조심해야 할 구간이었다.
산과 산 사이에 좁은 골로 빠져 나가다 보니 물살이 세기에 이곳에 팔당댐을 조성하였고,
주변에 펼쳐지는 풍광도 그만이기에 이곳은 곧 관광명소가 되어 버렸다.
그도 예전에는 강변에 좌상 펴놓고 민물매운탕에 술 한 잔을 들이키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가족단위의 걷기와 자전거타기가 주류를 이루기에 훨씬 밝아진 인상이다.
서울방면에서 들어 온 전철이 팔당역에 멈추면 알록달록한 야외복 차림의 엄청난 인파가 쏟아져 나와
한패는 예봉산으로, 또다른 무리는 자전거 도로로 향하기 때문이다.
2
중앙선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여 원주, 제천, 영주, 안동을 거쳐 경북 경주까지 이어지는 철도노선이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한반도 및 만주 등의 지하자원 수탈 및 만주–한반도–일본 간에 여객·화물의 원활한 수송을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이것이 수도권 전철로 변신하여 2007년에는 덕소, 팔당에 이어 2009년에는 용문까지 확대하였다.
지난해 말부터는 경부선․경원선이 교차되는 용산역을 거쳐 경의선의 문산역까지 이어져 운행된다.
중앙선 철도를 전철로 바꾸는 가운데 노선 상당부분을 직선화하였다.
팔당에서 양수리로 이어지는 선로를 예봉산 자락을 뚫어 터널로 연결하다 보니,
운길산역을 새로 신설하고 대신 능내역으로는 기차가 지나지를 않는다.
이제는 쓸모없게 된 폐(廢) 철로는 자전거길과 도보코스로 조성하였고,
강을 끼고 있기에 그야말로 환상적이 풍경이 펼쳐진다.
3
폐(廢) 역사인 능내역은 옛 물건 등을 수집·전시하여
잊고 있었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 놓았다.
여기에는 빨간 우체통, 아이스케키통, 갈탄 난로 위에 올려놓은 네모진 도시락통과 양은주전자,
책상과 걸상, 옛 교과서가 진열되어 있다.
이와 함께 기다란 줄에는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빛바랜 흑백사진들을 빨래집게로 걸어놓았다.
또한 구비해 놓은 검정색 남녀교복을 입고 셀카 찍으며 또 새로운 추억거리를 만들 수도 있게끔 비치하였다.
머루터널 길을 지나 나지막한 언덕을 끼고 돌면 바로 강물과 아지랑이가 어우러진,
그야말로 몽환(夢幻)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풍광이 펼쳐진다.
몇 채씩의 집들이 있는 마을을 지나면 다산생태공원으로 이어지고,
무엇보다도 연꽃들을 많이 심어 7, 8월에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또한 다산생태공원에는 용담, 동자꽃 등 총 120여 종의 토종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생태습지에서 붕어, 잉어, 소금쟁이, 물방개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매년 제비, 박새 등 평소에 보기 힘든 철새와 텃새의 산란 모습을 포착할 수 있어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
아울러 생태연못은
능내 하수처리장의 배출수를 수생식물이 한 번 더 정화하는 수질정화 비오톱(Biotope) 역할을 하여
수도권의 상수원인 팔당호수질을 개선하고 있어 환경적 가치도 크다.
4
정약용은 4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801년 신유박해 때 남인 계열이었던 정약용 집안은 쑥대밭이 되어
셋째형 정약종은 순교당하고, 둘째형 정약전과 정약용은 각각 흑산도와 해남(→강진)으로 유배당했다.
정조가 승하하고 순조가 즉위하자
집권한 노론 벽파가 남인 시파를 제거하고자 천주교 박해를 감행할 때 연루된 것이다.
마재성지는 순교당한 정약종의 생가 터이다.
다른 천주교 성지가 순교한 신자들의 혹독한 고문과 죽음에 관련된 곳이 대부분인데 비해,
마재성지는 한 집안의 살림집이 성지가 되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소박한 규모의 한옥과 함께 자그마한 약종동산이 자리하고 있다.
흔히들 ‘정약용’ 이라고 하면 전라남도 강진군 도안면에 위치한 다산초당을 연상하지만
그곳은 17년간 유배생활을 하였던 곳이고,
태어나 생활하고, 유배 풀려 돌아 온 후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였으며, 삶을 마감한 고향은
바로 여기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이다.
그러하기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약용 생가와 묘소 주변을 손질하였고,
이를 기리기 위해 다산기념관과 실학박물관을 건립하였다.
5
실학박물관은 3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특별전시실이 마련되었는데
규모는 작지만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매우 알차다.
조선 후기 실학의 형성과 탄생을
왜란․호란 이후 개혁과 농․상․공업의 발전으로 변화된 조선사회의 모습과
중국․일본으로부터 수용된 서양문물 등에서 실학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참고로 팔당역 옆에 조성한 남양주 역사박물관 역시
규모는 작지만 전시내용이 충실하고 여러모로 애쓴 흔적이 보이기에 시간여유가 있다면 방문을 권한다.
1층은 우리들에게 친근한 선조들이 쓰던 민속자료를 체험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2층에는 남양주시 개발에서 출토된 유물과 함께
조선 왕릉이 많이 분포한 특성을 살려 각종 비문과 지석들을 탁본 뜨고 상세한 해설을 곁들인 게 인상적이다.
3층 옥상에 마련된 커피숍에서는 각종 음료와 팥빙수 등을 실비로 제공하는데,
예봉산과 검단산, 한강이 두루 펼쳐진 경관을 만끽하면서 마시는 커피 맛이 더없이 좋다.
6
며칠 전에는 친구모임에서
팔당역에서 모여 봉안터널을 통과하여 한강변 폐(廢) 철로를 따라 능내역에 이르고,
다시 마재성지, 연꽃마을, 다산생태공원까지 걸은 후
다산생가, 다산묘소, 다산기념관, 실학박물관도 돌아보았다.
강물을 끼고 도는 환상적인 경치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지나치게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또한 공소시한도 훨씬 지났기에 서로들 첫사랑과의 풋풋했던 추억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마음껏 발설해도 전혀 문제 삼는 이가 없었다.
실학박물관은 20인 이상 단체가 입장하게 되면 입장료가 50% 할인되더라.
많은 친구들이 참석하여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기억하면서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주변 이야기를 정리하여 보았다.
팔당역 주차 유료 / 박물관 주차 무료
남양주 역사박물관 & 2층 카페테리아
(1,000원 박물관 입장료 제시하면,
실비로 제공되는 커피 및 음료가 그나마도 500원씩 할인되더이다.
허허 참!!)
팔당역 - 봉안터널 - 봉주르 - 능내역(6km, 90분)
능내역 - 마재성지 - 연꽃마을 - 다산 생태공원 - 다산 생가(2km, 30분)
다산 생가, 다산 묘소, 다산 기념관, 실학박물관 견학(60분)
다산유적지 주차 무료
주차장 출발 마을버스 - 운길산역 or 양수역 하차
(2015. 3)
첫댓글 좋은 정보와 함께 잘 읽었습니다.
건강, 가족 화목, 재산 등 모든 것을 갖췄어도, 누구나 허전한 부분은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 내는 건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하지요.
그동안 써 두신 원고가 아깝잖아요.
정리하여 책 내시기를 강력하게 권해 드립니다.
Boys, Be ambitious!
글을 읽는 동안 빨리 가서 구경하고 푼 마음이 쏟구치는데 요즘 코로나로
두물머리는 어려운 것 같아요. 좀 얌전해지면 번개라도 가야할 것 같네요.
좋은 글과 정보를 잘 얻어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부근 세미원과 두물머리도 그럴 듯 하지요.
테라로사 서종, 서종 미술관 / 커피 박물관 닥터 왈츠만, 나인블럭 북한강점 /
프라임 악기 박물관, 강마을 다람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