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67개 역 베스트 입지·업종 정밀분석
서울시 267개 지하철 상가의 월 평균 임대료는 150만원선. 그러나 노선과 지하철역에 따라 점포 임대료는 천차만별이다.
을지로입구역에서는 나란히 위치한 두 개 점포의 총 임대료(5년 기준)가 2억원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월 임대료가 1,000만원(총 임대료 6억원)을 넘는 점포는 8군데. 을지로입구역의 4개 점포를 비롯해 신도림역, 을지로입구역, 강남역, 동대문운동장역, 사당역, 양재역에 각각 1개씩이 있다. 반대로 월 임대료가 20만원에도 못미치는 곳도 3곳이나 있다. 동작역, 동대입구역, 남부터미널역에 각각 한곳씩이다.
서울특별시지하철공사(이하 지하철공사) 측은 “월 임대료가 1,000만원이 넘는 점포는 오래된 점포가 대부분”이라며 “이들 점주들은 공개입찰제 이전의 기득권을 주장해 입찰제도에 응하지 않아 법적 소송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점주들이 기득권을 주장해 소송이 진행중인 점포가 80여개에 달한다.
공사 관계자는 “이런 점포들일수록 장사가 잘 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 운행에 들어간 5∼8호선의 경우는 모든 점포가 공개입찰을 통해 임대됐다.
2호선 을지로입구역, 강남역보다 실속
노선별 유동인구도 역에 따라 임대가격만큼이나 커다란 격차가 있다. 74년 개통된 지하철 1호선은 9개역에 33개 점포가 들어있다. 1호선의 하루 승하차 인원이 총 58만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곳은 종각역으로 하루 10만명에 이용한다. 1호선 9개역 가운데 상가 매출이 가장 좋은 곳도 종각역으로 꼽힌다.
종각역 역무실 바로 앞에 위치한 9평 규모의 여성 액세서리점 선물의집은 1호선 지하철 점포 가운데서도 손꼽힐 정도로 매출이 높은 곳이다. 5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삼진(40) 점주는 입지 덕도 보았지만 노점상보다 값싼 가격을 내세워 10대, 20대 단골고객들을 만들었다. 서울역, 종로3가역, 동대문역도 유동인구는 많지만 종각역에 비하면 점포 매출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 49개 역사가 몰려 있는 2호선 지하철역에는 모두 187개 점포가 영업중이다. 하루 271만명의 승하차 인원을 자랑하는 2호선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은 역시 강남역. 하루 유동인구 18만명을 자랑한다. 그러나 강남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갖고 있지만 지하철 점포들의 매출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박윤호 지하철공사 상가과장은 이에 대해 “강남역은 지상 상권이 너무 발달해 지하 상가가 손해를 보는 곳”이라고 설명이다. 강남역 이용자들은 지상 상권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과 지하철을 이용해 외부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아 유동인구의 유속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으로 꼽힌다. 결국 행인들은 지하철 상가를 둘러볼 가능성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2호선 역 가운데에는 유동인구가 강남역의 절반(9만1,000명) 수준에 불과한 을지로역의 역사가 황금입지로 꼽힌다. 을지로입구역에서 4평 남짓한 김밥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미영(33)씨는 특화된 김밥 개발로 특히 단골고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2000년 5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그는 흑미 김밥으로 인근 직장인들의 이목과 입맛을 사로잡았다.
잠실역, 신천역, 사당역, 신도림역, 이대역, 신촌역 등도 매출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을지로3가역, 한양대역, 역삼역은 상대적으로 매출이 저조한 편이다.
31개 역사에 124개 점포가 있는 지하철 3호선은 하루 최대 100만명이 이용하는 노선이다. 특히 고속버스터미날역은 하루 12만명이 이용해 최고 유동인구를 자랑한다.
그러나 9만4,000명의 승하차 인원이 몰리는 양재역 지하철 상가에 비해 점포 매출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신사역과 양재역, 안국역도 8평짜리 점포의 월 임대료가 1,3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점포 매출이 높은 곳으로 소문났다. 그러나 동대입구역 상가 내 점포 매출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좋지 않다.
26개 역사에 152개 점포가 자리있는 4호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118만명. 그 가운데 수유리역의 유동인구가 9만명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장사 실속은 혜화역과 동대문운동장역이 오히려 좋은 편이다. 상계역, 총신대입구역, 사당역 상가의 매출은 떨어지는 편이다.
강동 최고 입지는 5-8호선 환승역 천호역
51개 역사가 있는 5호선은 하루 평균 118만8,000명이 이용한다. 여의도역의 유동인구가 6만5,000명으로 가장 많으나 오히려 천호역과 왕십리역과 신길역 상가의 매출이 좋은 편이다. 신길역에서 떡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40)씨는 “지하철 역에서는 제과, 떡, 베이커리 등 먹는 아이템은 의류, 신발 등 선매품에 비해 매출이 꾸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38개 역사에 하루 평균 52만명이 이용하는 6호선에서는 석계역이 하루 평균 2만8,000명으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 그러나 매출이 좋은 곳은 신당역. 이곳에는 화장품, 액세서리, 가방, 의류 등을 판매하는 할인매장(대명프라자)이 눈여겨볼 점포다.
5호선과 6호선 환승역으로 비교적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하고 있는 공덕역은 5~8호선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24개)를 거느리고 있다. 업종도 비교적 다양한 편이어서 의류, 신발, 화장품에서부터 안경, 문구, 등산용품, 여행사 등이 입점해있다. 유동인구가 많고 점포가 밀집해 있지만 공덕역 점포들은 매출에서 큰 재미를 못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이 오피스타운이다 보니 승하차 인원의 대부분이 남자 직장인들이어서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공덕역 인근의 효성빌딩에서 알파문구를 운영하다 지하 공덕역에 두번째 가게를 낸 홍관표(40)씨는 “다른 브랜드가 입점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예방하려고 점포를 새로 냈지만 매출에 비해 점포 임대료가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42개 역사에 하루 평균 109만6,000명이 이용하는 7호선의 108개 점포 가운데서는 논현역과 학동역, 고속터미널역 점포의 매출이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 상봉역은 7호선에서 가장 많은 유동인구(5만명)를 자랑하지만 상권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 7호선 점포들은 전반적으로 매출이 부진한 상태다.
22개역에서 하루 평균 30만9,000명이 이용하는 8호선은 암사역이 3만3,000명으로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하고 있다. 총 28개 점포 중에 잠실역과 신흥역 상가 매출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5호선과 8호선이 만나는 천호역은 강동 최대의 상권으로 손꼽힌다. 천호역은 5~8호선 가운데 가장 임대료가 비싼 점포(월 650만원)를 보유하고 있어 황금상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업종면에서 다양하지 못한 것은 다른 역사에 비해 크게 다를 바 없다.
의류-편의점-제과점-꽃집이 가장 많아
한편 현재 지하철 상가의 주요 업종은 의류, (간이)편의점, 제과점, 꽃집, 전문판매대, 선물의 집(액세서리 포함), 레코드점, 테이크아웃커피점 등을 꼽을 수 있다.
5~8호선 지하철 상가를 본지가 조사한 결과, 의류·신발 등을 판매하는 일반 점포 100개, 떡집을 포함한 제과점이 42개, 편의점 36개, 꽃판매대가 30개, 전문판매대가 56개(휴대전화, 넥타이, 액세서리, 와이셔츠 등 판매), 기타 온라인 편의방 30개 등으로 나타났다. 1~4호선 지하철 상가도 이와 비슷한 업종 분포를 보이고 있으나 의류점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다.
양 공사는 특히 점포의 업종선택과 관련해 화재, 환기, 상하수도, 오염 등의 문제를 고려해 제한을 두고 있다. 특히 간이음식점은 향후 금지 업종에 포함되기 때문에 출점이 불가능하다. 지하철공사의 박윤호 상과과장은 지하철 상가의 적합한 업종과 관련해 제과점, 꽃집, 편의점, 서점, 약국, 현금지급기, 테이크아웃커피점 등을 꼽았다.
박원휴 체인정보 대표는 “지하 상권이라는 특성상 화재와 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 업종보다는 유동인구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업종이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지하철 역사는 승객 운송 기능에 충실한 구조를 띠고 있어 고객 유인 및 서비스 제공 차원의 쇼핑,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부족한 것으로 꼽히는 것은 사실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익사업 차원에서 지하철 역사공간에도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하철이 생활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듯이 쇼핑 공간으로도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하철 상인들이 말하는 지하철 상가 창업 7계명
1. 소송중인 점포에 주목하라
3년제 또는 5년제 입찰이 도입되기 전 점포를 운영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아까워하며 쉽게 점포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1~4호선에 이런 경우가 많은데 현재 120개 점포가 이런 상황이다. 이 경우 지하철공사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장사가 잘 되는 점포라는 반증이다.
2. 유동인구의 유속을 느껴라
유동인구가 많다고 반드시 점포 매출이 늘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유동인구보다는 움직이는 속도 즉 유속을 체크해야 한다. 서울 강남역과 같이 너무 빠른 유속을 보이는 지하철 상가는 결코 좋은 입지가 아니다. 적당한 유동인구에 적당한 유속이 있어야 한다. 동선을 살피는 것은 기본이다.
3. 유니폼족을 잡아라
지하철 역 입지에 따라 소비자들이 정해진다. 을지로에 있는 지하철역의 경우 오피스타운이기 때문에 회사원들이 주 소비층이 된다. 또 남성보다는 회사 유니폼을 입은 여성을 상대로 한 업종이 무난하다. 따라서 점포 입지선정 시 소비자층의 연령과 직업을 잘 파악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4. 지상 점포와 비교하라
권리금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지하철 상가가 유리한 것은 아니다. 권리금은 어차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보증금과 월임대료만 따져보면 지하철 상가도 결코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5. 냉난방 시설을 확인하라
왕십리, 건대입구, 종합운동장, 서초, 안현, 불광, 금오, 상계, 남부터미널, 이대입구 등 지하철역에는 냉방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여름철 영업에 지장이 많다. 공기까지 나쁜 지하 상가에 오래 머물려는 소비자는 없다.
6. 시간별 점포 현황을 체크하라
우선 아침·점심·저녁 그리고 주중·주말에 따라 상가에 큰 변화가 생기는 만큼 시간·요일별로 예상 점포를 방문해 사전 조사하는 것이 좋다. 이때 소비자의 특성을 잘 살펴 어떤 업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계획해야 한다.
7. 덜 발달된 지상 상권을 찾아라
지상 상권이 발달하면 유동인구가 많아 장사가 될 것 같지만 천만이다. 지상 상권이 너무 발달되어 있으면 지하 소비는 죽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굳이 지하 상권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적당히 밸런스를 맞춰주는 지상 상권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