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과 휴일에 잇닿은 이번 추석은 예년에 비해 기간만이라도 넉넉한 한가위를 맞이하게 됐다. 덕분에 모처럼 만난 가족 친지와 함께 산행할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넘쳐나는 차량행렬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이럴 때 근교의 명산을 찾아보자.
갖 피어 오른 꽃술로 억새바다를 이루고 있는 천성산 화엄벌. 노울이 지는 저녁 무렵에 찾으면 금빛으로 물든 광대한 평원이 더욱 황홀하게 다가온다.
경남 양산의 천성산(920.7m)은 근교 최고의 명산답게 곳곳이 절승인데다 등산로도 잘 나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개하는 코스 역시 새로운 곳이라기보다는 쉽고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데 주안점을 뒀다.
우선 이번 코스는 버스에서 내려 10분 이내로 산에 오를 수 있는데다 산을 내려오면 5분 이내에 버스를 탈 수 있도록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를 잡았다. 이렇게 코스를 꾸민 이유는 아무리 좋은 산이라 할지라도 접근과 귀갓길이 10분 이상 늘어지면 환영받지 못하는 등산인들의 지적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음으로 비용을 최소화했다. 통상 근교산이라 할지라도 교통비가 만만찮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코스는 출발에서 귀가까지 1천원 짜리 석장이면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이번 코스는 천성산이 가장 화려하게 변신하는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지금 화엄벌에 올라보면 지천으로 피어오른 억새 꽃술의 군무를 볼 수 있다. 그 풍광이 너무나 곱고 아름다워 눈이 멀 지경이다. 점차 깊어가는 가을빛을 따라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억새밭 사이로 걸어가면 꿈결이 따로 없을 듯 하다.
구체적 산행경로는 양산시 웅상읍 덕계리 덕계시장 앞 정류소에서 하차,덕계시장을 거쳐 내연식당~449m봉~은수고개~천성산~화엄벌~지프네골 갈림길~529m봉~용소골을 거쳐 용소마을로 내려온다. 걷는 시간은 4시간 10분 정도지만 휴식시간을 포함하면 5시간 30분 안팎 걸린다.
덕계리 덕계시장 앞 정류소에 닿으면 산행 들머리는 도로 맞은 편 덕계시장 진입로 안쪽으로 열려있다. 신세대약국과 조은약국 사이 도로를 따라 경보아파트와 쌍흥교를 지나면 직진 방향에 내연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 식당 뒤편 Y자형 갈래길 오른쪽에서 시작된다. 파란색 지붕의 작은 공장 우측에 있는 이 갈래길 바닥엔 흰색 페인트로 '조경등산로'라고 적혀 있다. 버스정류소에서 들머리까지 7분 소요.
들머리에 들어서면 제법 넓은 산책길로 50m쯤 오르다 오른쪽 사면길로 빠진다. 이 길은 덕계리 주민이 체육공원으로 향하는 길로 주변에 가지치기가 잘 된 소나무 숲이 눈길을 끈다. 들머리에서 15분 소요.
정성스레 쌓은 돌탑이 인상적인 449m봉은 주변 조망이 일품이다. 지역 주민들에 의해 등잔산으로도 불리고 있는 이 봉우리는 체육시설을 통과,길 오른쪽 경주손씨 무덤을 지나자마자 임도길을 버리고 오른쪽 오솔길을 50m쯤 올라 길 건너 보이는 또 다른 무덤 앞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능선길로 연결된다. 20분 소요.
449m봉에서 내려가면 4분만에 간이의자가 놓여있는 임도삼거리에 닿는다. 답사등로는 이곳에서 시설 안내판 왼쪽 길로 이어진다. 이 길은 높낮이가 거의 없는 임도로 20여분쯤 가면 장흥저수지 쪽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바뀐다. 삼거리에서 계류를 만나기 전까지 40분 소요.
지계곡에서 천성산과 제2봉 사이의 안부인 은수고개로 오르는 길이 약간 희미하다. 우선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다소 모호한 부분은 부산일보 리본을 참고한다. 은수고개까지 22분 소요.
은수고개에 닿으면 등로는 왼쪽으로 열려 있다. 여기서부터는 천성산 주능선이다.
화엄벌은 군기지가 있는 천성산 상봉(예전에는 원효산)을 보고 오르다가 군부대 철조망 앞 갈림길(습지보호구역 입간판이 있음)에서 오른쪽 사면을 통해 10분쯤 돌아가면 광활한 평원으로 나타난다. 은수고개에서 화엄벌까지 30분 소요.
원효대사가 1천명의 제자들을 모아놓고 화엄경을 설파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화엄벌은 지난 99년 습지가 발견돼 습지보존지역으로 지정된 흔치않은 산지평원이다. 봄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지금은 여린 억새가 짓푸른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은빛 아우성'을 토해내고 있다.
서산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일몰 무렵에 찾으면 끝없이 이어진 광대한 금빛 물결이 정말 황홀하다. 탐승은 사면 오름길이 끝나는 능선 볼룩이에서부터 감시초소까지 보호 울타리를 따라 15분간에 걸쳐 계속된다.
하산은 감시초소 앞 억새 사이길로 따른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이 길을 따라 15분쯤 가면 임도를 만나고 그 임도를 횡단,다시 능선길로 15분쯤 더 가면 지프네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에 닿는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왼쪽 길을 따라 용주사로 내려서면 된다.
등로는 갈림길에서 직진(오른쪽)으로 나와 있다.
펑퍼짐한 봉우리를 3분쯤 걸어가면 또다시 임도가 나온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로 나온다. 우선 오른쪽 임도를 따르는 방법이 있고 능선으로 올라 봉우리로 넘어서는 길이 있다. 취재팀에서 두 방향 모두 답사를 하고 리본을 달아 놓았으니 편한 방향을 따르면 된다.
능선으로 올라서면 내려서는 길은 봉우리에서 오른쪽 사면으로 나와 있다. 내려서는 길이 급경사여서 주의가 요청된다. 봉우리를 내려오면 다시 임도를 만난다. 15분 소요.
용소폭포는 봉우리에서 내려와 다시 만난 임도가 180도 가까운 곡각을 그리는 지점에서 300m쯤(시간상 3분) 더 간 지점에서 왼쪽 계곡으로 떨어지는 등로로 연결된다. 길 찾기가 어려운 지점이어서 부산일보 리본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폭포는 용소골 초입에서에서 지능선과 지계곡을 따라 30분쯤 내려가면 우렁찬 물소리로 만난다. 규모는 명산 못지 않게 크고 웅장하지만 수량이 많지 않아 갈수기엔 볼품없다. 하지만 비가 잦은 요즘에 찾으면 굉장한 볼거리다. 폭포에서 용소마을까지 20분 소요.
부산으로 내려가는 버스는 용소마을 앞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국도 맞은 편 신전정류소에서 탈 수 있다. 마을에서 정류소까지 5분 소요.
[산&산] 천성산 산행수첩
용소폭포(위쪽)와 449m봉(등잔산) 돌탑.
천성산 화엄벌 코스는 부산 노포동 지하철 종점을 기점으로 들머리인 양산시 웅상읍 덕계리까지 가는 광역권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는 부산~양산,부산~울산간 운행 입석버스와 좌석버스 두 종류가 있다.
요금은 시역내 900원과 시역 통과시 300원의 할증을 포함해 1천200원을 내야하며 좌석은 시역에 상관없이 1천400원을 내야 한다.
노선번호는 147번,50번,301번,301-1번,247번,2000번,1127번 등이 있다.노포동에서 덕계리까지 15~20분 소요. 차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수시로 운행된다.
산행종점인 용소마을에서는 마을 앞 신전정류소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12번,12-1번,63번,67번 등이 다닌다. 이중 12번과 12-1번은 노포동 지하철 종점에 정차하며 63번은 구포에,67번은 지하철 호포역 부근에 정차한다.
요금은 일반의 경우 1천원이며 좌석은 1천400원이다. 부산~언양을 오가는 12번 버스는 9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12-1번은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63번과 67번 역시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신전에서는 또 부산까지 심야행 버스도 탈 수 있다. 심야행 버스는 늦은 밤 10시4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