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0,水土連載/(아내의 팔뚝),술새와 춤을,10회/김용원
그런데다, 열 살의 나이 차이만 해도 이미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아, 아, 아퍼. 이 손 놔 이 사람아!”
우혁 씨는 쥐고 있는 아내의 왼손을 자신의 왼손으로 잡고 사정했다. 그러잖아도 근력이 딸리는 데다 왼손잡이인 아내의 왼손을 바른손잡이인 자신의 왼손으로 죄어오는 악력을 제압한다는 것은 애초 공평하지 못한 겨루기였다.
“아픈 걸 아는 사람이 저런 꼴을 보여?”
“사진 찍어 올린 녀석이 나쁘지 바람 쐬고 있는 내가 나쁜 거야?”
“그렇게도 할 일 없으면 제자들 동원해서 하다못해 회사 경비라도 나서라고. 평생에 그런 일 없다가 늙어 말년에 삼시 세 끼 시중드는 것도 지겹다구!”
“알았어어. 알았다구우.”
우혁 씨는 일부러 강조하기 위해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그만 하자는 뜻이 담겼지만, 사실은 비겁하게도, 비참하게도 맥을 이미 잃은 자신의 처지를 감안하여 이만 선처를 바란다는 본능적인 의도가 더 절실했을 터이다. 아내는 우혁 씨의 팔을 홱 뿌리치고는 장롱 쪽으로 몸을 돌리며 혼잣말이듯 덧붙였다.
“관리소 홈피 담당자 가만 놔두나 봐라!”
우혁 씨는 때는 이때다, 안방을 나왔다. 비로소 비위가 상하며 가슴에서 울컥 부아가 치밀었다. 그러더니 눈시울이 시큰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것에 순응하고 있는 자신이 서글펐다.
(다음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