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양은 평소에도 가끔씩 컵케이크나 쿠키를 구워 먹곤 한다. 요리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레시피만 가지고도 만들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제는 더 다양한 종류의 케이크나 빵을, 더 맛있게 만들어 보고 싶다. 3개월 후면 결혼을 하게 될 예비 신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인터넷을 서핑한 H양, 마침내 갈 곳을 정하고 실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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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종로구 계동 Reminis Cake
H양의 베이킹 데이, 그 첫 번째 목적지는 슈가 크래프트 수제 케이크를 구입하거나 배울 수 있는 ‘레미니스 케익’이다. 숍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달콤한 설탕 냄새에 H양은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슈가 크래프트’에 대해 그저 케이크를 예쁘게 만드는 설탕 장식품 정도를 만든다고 알고 있었던 H양. 취미 과정인 3개월 과정을 선택한 그녀는 첫 수업을 들으면서 인형부터 신발, 꽃 등 수많은 종류를 만들 수 있는 것 뿐 아니라 그림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수많은 슈가 크래프트 클래스 중에서 H양이 레미니스 케익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곳에서는 ‘슈가 크래프트’만을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비해 이곳에서는 케이크나 컴케이크 굽는 방법도 함께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클래스 수강생이 최대 3명을 넘지 않아 더 많은 것을 자세히 얻어갈 수 있어서다.
오늘 배울 것은 ‘장미 어레인지(Rose Arrange)’. 핑크나 스카이 블루 같은 파스텔 톤 케이크 위에 장미 그림을 그린 후 하얀 장미 두 송이를 더하는, H양의 마음에 쏙 드는 예쁜 케이크다. 기분 좋은 재즈 음악을 들으며 수업이 시작됐다. H양은 아주 작은 짤주머니에 담긴 슈가 파우더와 붓을 이용해 장미 그림을 그렸다. 처음 배우는 터라 긴장을 많이 했지만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따라하다 보니 그럭저럭 예쁜 장미 그림이 나왔다. 물론, 선생님 것만큼 예쁘게 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연습하다보면 더 잘할 수 있으리라고 H양은 생각했다. 어느 정도 케이크 장식이 끝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장미를 만들어 볼 차례. “슈가 파우더 반죽을 이렇게 뭉쳐서 아주 얇게 밀어요. 장미꽃잎 틀로 꽃잎을 만든 후에는 건조하지 않게 덮어줘야 해요. 일단 한 개만 꺼내신 다음에는 볼스틱으로 꽃 잎 끝부분을 펴주세요. 그래야 꽃잎이 예쁘게 표현 되거든요.”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한 시간 여를 끙끙댄 끝에 드디어 장미 한 송이를 완성했다. 나무 잎사귀나 잎 받침도 함께 만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예쁜 꽃송이가 완성되어 약간 자신감이 생긴 H양이다.
슈가 크래프트에 집중해 있는 도중, 선생님이 어제 만든 케이크라며 예쁜 케이크 한 조각을 주었는데, 그 맛에 완전히 반해버리고 만 H양은 여기서 자신의 웨딩 케이크를 주문하겠다고 결심했다. 하긴, 클래스 중간 중간 이곳의 컵케이크와 차를 마시러 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니 그 맛에 반한 사람이 자신만은 아닌 듯 했다. 예쁜 케이크도 완성하고 마음에 쏙 드는 케이크 맛까지 본 H양은 35만원의 수강료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위치 계동 현대사옥 옆 골목, 300미터 직진
영업시간 A.M 10:00~P.M 10:00(단 클래스 시간 제외)
클래스시간 월 · 수 A.M 10:00~P.M 1:00, 금 · 토 A.M 10:00~P.M 1:00, P.M 3:00~6:00 (금요일 오전, 토요일 오후는 컵 케익 클래스)
강사 구윤선 선생님
문의 02-3675-0406 www.reminisca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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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 신사동 가로수길 Mom's Home Baking
H양이 두 번째로 선택한 클래스는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종류의 베이킹을 배울 수 있는 ‘맘스홈베이킹’이다. 하루 동안 두 가지 정도를 배우는 ‘원 데이 클래스’도 있지만 H양은 한 달간 배우는 정규 코스를 선택했다. 오전에 배운 것이 슈가 크래프트였다면, 이곳에서는 보다 다양한 종류의 베이킹을 배울 수 있다. 베이킹 클래스답게, 들어서자마자 고소하고 달콤한 빵 굽는 냄새가 H양을 휘감았다. 맘스홈베이킹의 클래스는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데 오늘 배울 것은 타르트 오 쇼콜라와 오렌지 발렌시아다.
오늘은 마포구 대흥동에 있던 스튜디오가 신사동 가로수길로 이전해서 하는 첫 클래스. 깨끗한 새 공간에서 첫 수업을 듣는 H양은 더욱 신이 났다. 우선 할 일은 타르트 오 쇼콜라에 들어갈 사브레 만들기. 선생님이 만드는 과정을 먼저 본 후 실습에 들어갔다. 박력분과 코코아 가루, 분당, 소금을 체에 내려 차가운 버터와 달걀 등을 섞고 냉장고에서 잠시 휴지 시켰다. 이 반죽을 타르트 틀에 채워 20여 분 간 오븐에 구워야 한다. 오븐에 사브레를 넣은 후 다크 초콜릿을 녹이고, 생크림을 섞어 가나슈도 만들었다.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진 사브레에 초콜릿을 넣어 식히면 완성. 초콜릿이 식는 동안 오렌지 발렌시아를 만들기 시작했다. 수강생들의 반짝거리는 눈빛과 진지한 분위기에 취해 H양도 베이킹 삼매경에 빠졌다. H양이 가장 재밌게 했던 것은 열심히 만든 반죽을 짤주머니에 넣고 틀에 넣는 과정. “물이 섞인 반죽이기 때문에 반죽을 다 넣은 후에 짤주머니 구멍을 뚫어야 해요. 너무 크게 뚫으면 반죽이 한 번에 많이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집중하는 H양이다. 평소 TV에서 파티쉐들이 하는 것을 보기만 하다가 직접 해보니 마치 자신도 그럴듯한 파티쉐가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원형 쁘띠틀에 조심조심 반죽을 넣은 뒤에는 쿠엥트로를 적셔 발랐다. 이제 할 일은 오븐에서 굽는 일. 그동안 타르트 오 쇼콜라가 완성되었다. 완성된 것을 받아든 순간, 파티쉐가 된 듯한 기분에 취해있던 H양은 적잖이 실망했다. 선생님이 만든 것은 예쁘고 평평하게 초콜릿이 굳어져 있었지만 H양이 만든 것은 얼룩덜룩 무늬가 생겨버렸기 때문. 역시 실력의 차이는 그대로 나타나는 법. H양은 선생님 것처럼 예쁘게 만들 수 있을 때까지 파이팅하자고 마음먹었다.
선생님은 각자 만든 것을 가져갈 수 있게 자신의 것을 잘라 시식을 하라고 내미셨다. 클래스와 함께 있는 작은 카페에서 파는 수제 캐러맬과 함께. ‘꺄’하고 환호성을 지른 H양은 달콤쌉싸름한 타르트 오 쇼콜라와 캐러멜 한 입에 언제 실망했냐는 듯 금세 행복해졌다. 나오는 길에는 예비 신랑에게 줄 달콤한 캐러맬과 수제 쿠키도 한 세트씩 구입했다. 단 것만 계속 먹인다고 싫어할 수도 있지만, 오늘 만든 타르트 오 쇼콜라와 오렌지 발렌시아도 예비 신랑에게 줄 생각이다. 벌써부터 다음 클래스가 기다려지는 H양이다.
위치 신사동 가로수길
영업시간 A.M 09:00~P.M 9:00
클래스시간 A.M 10:00~P.M 12:30, P.M 2:00~4:30, P.M 7:00~9:30
강사 피윤정 선생님
문의 02-704-3937 www.momsh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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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 을지로 4가 방산시장
다음 단계는 오늘 배운 것을 집에서 복습해 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베이킹 도구를 사는 일. 그래서 H양이 향한 곳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오프라인에서 베이킹 도구들을 살 수 있는 방산시장이다. 사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도구들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배송 시간을 감안해 방산 시장을 직접 찾았다. 당장 내일부터 실습을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6시가 되면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H양은 서둘러 방산시장으로 향했다.
우선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은 오늘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 위주로 살 예정이다. 하지만 방산시장에 도착한 H양은 무엇부터 사야 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눈앞에 수많은 베이킹 도구들이 펼쳐진 것은 물론 너무 예쁜 것들이 많아 이것저것 다 사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지름신이 내리려는 것을 겨우 막은 H양은 우선 컵케이크를 구울 수 있는 12개짜리 틀을 하나 구입했다. 이와 함께 컵케이크에 넣을 아몬드 분태 200그램과 건조 블루베리 100그램, 컵케이크 위에 뿌릴 파스텔 톤의 별 모양과 강아지 모양 사탕, 컵케이크를 예쁘게 감싸줄 다양한 색깔의 종이컵을 샀다. 럼 오일과 바닐라 오일, 석류 가루, 복분자 가루, 헤이즐넛, 아몬드 슬라이스, 건조 무화과 등 수많은 재료를 보니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싶어 H양은 마음이 분주해 졌다. 어쨌든 2만 원 정도에 이렇게 많은 것들을 구입하고 나니 방산시장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어떤 재료들이 있을까 구경하기 위해 옆의 가게로 발걸음을 옮기던 H양은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고는 아련한 추억에 잠겼던 뽑기 국자를 발견했다. 가격은 2천 5백 원. H양은 3천 원을 내고 뽑기 국자와 식소다를 구입했다. 예비 신랑과 함께 다정하게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하니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초코릿 재료를 파는 옆 가게에는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 커버처와 쿠킹컵, 쉘 등 이름을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의 많은 재료와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다양한 상자와 포장 재료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다음에는 초콜릿도 한 번 만들어봐야지, 하고 H양은 생각했다.
위치 을지로 4가역 청계천 방면
시간 A.M 09:00~P.M 6:00
문의 02-2266-8765 www.bangsanmark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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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 학동역 도쿄팡야
해가 지기 전에 방산시장을 빠져나온 H양은 학동역으로 향했다. 옛날부터 소문을 듣고 가보고 싶었던 빵집이 있기 때문. 한국으로 건너온 일본인이 운영하는 이 작은 빵집에서는 일본 사람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빵을 살 수 있다. H양이 가장 먹어보고 싶은 것은 학교 매점에서도 동이 날 정도로 팔린다는 메론빵과, 여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는 마요에그빵. 일본인 파티쉐인 후지와라 야스마 씨가 매일 이곳에서 빵을 굽고 있는데 마침 오후 빵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진열대에는 카레빵부터 미소빵, 파운드 케이크, 와플롤-친절하게도 현재 일본에서 대유행하고 있는 빵이라는 문구가 달려 있었다-, 초코소라 단팥빵, 명란 감자빵까지 일반 빵집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것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작은 가게 안을 꽉 메운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향기에 반해 H양은 들어서자마자 이것저것 쟁반에 담기 시작했다. 마요에그빵과 메론빵은 물론, 파티쉐가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빵이라는 식빵과 카레빵, 오늘 무척 잘 구워졌다는 소보로 딸기 단팥빵 등이 쟁반에 담겼다.
H양은 따뜻한 빵을 먹고 싶은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계산을 끝내자마자 마요에그빵을 손에 들었다. 부드러운 마요네즈의 맛과 계란 맛이 무척 잘 조화를 이뤘다. 하루에 200~300명 정도의 손님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더니, 이 맛 때문에 그렇겠구나, 하고 H양은 생각했다. 게다가 가격도 천 오백 원이나 2천 원 정도로 저렴해 더 좋다고 느꼈다. H양은 날마다 7~8개 정도의 메뉴가 바뀐다는 파티쉐의 말을 듣고 다음에는 예비 신랑과 함께 와보리라 마음먹었다. 가게 문을 나서며 H양은 또 다시 메론빵을 먹기 시작했다.
위치 학동역 1번 출구 세븐몽키스 골목 안
시간 P.M 12:00~9:00
문의 02-540-7790 www.tokyopany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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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청담동 에땅끌레르
밥만큼 빵을 좋아하는 H양이라지만 하루 종일 빵만 먹었더니 속이 약간 느끼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퇴근한 예비 신랑을 만나 느끼해진 속을 달래려 찾은 곳은 청담동에 위치한 커피숍, 에땅끌레르다. H양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상큼한 녹차빙수를 먹기 위해서. 평소에도 H양이 자주 찾는 에땅끌레르의 녹차빙수는 만 오천 원으로 다른 곳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지만 어마어마한 높이의 빙수는 그 가격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지닌다. 게다가 아주 좋은 재료를 써서 만들기 때문에 맛도 최고다. 녹차 빙수는 먼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여있는 녹차 셔벗부터 먹어야 하는데, 너무 높아 먹기가 약간 힘들긴 하지만 녹차의 씁쓸하면서도 단 맛이 느끼한 속을 상큼하게 만들어주는 데는 더없이 그만이다. 큼지막한 견과류가 잔뜩 들어가 있는 빙수는 또 얼마나 맛있던지, 느끼했던 속은 이미 풀린 지 오래다. 이곳은 초코치즈 케이크와 블루베리 치크 케이크로도 유명한데, 오늘은 클래스에서 만든 케이크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H양은 녹차 빙수만 주문했다. 그래도 직접 만든 케이크와 수제 쿠키 등을 꺼내 예비 신랑과 함께 먹으니 행복하기만 하다. 다음 주에 가게 될 클래스에 대한 기대로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거리는 H양이다.
위치 청담동 청담중학교 근처
시간 P.M 12:00~P.M 11:40
문의 02-547-5574